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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52화)
작성일 : 19-10-25 21:27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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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선호는 다음 날 손 대위가 가르쳐 준 대포폰을 팔았던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점포를 찾아갔다. 용산전자상가는 예전과는 달리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했지만, 내부는 아직도 이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점포들 사이의 통로는 미로처럼 복잡했고, 가득이나 좁은 통로는 각 점포에서 내놓은 제품박스로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통로는 가로 세로로 바둑판처럼 이어졌지만 똑같은 구조와 같은 업종의 점포들이 몰려있다 보니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아 걷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십상이었다. 선호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길 여러 번하다 겨우 찾았다.

  선호가 찾던 점포는 통로가 끝나는 곳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치 막다른 골목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점포 입구에 ‘현록텔레콤’이란 작은 아크릴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간판 주위에 붙인 이동통신사 로고와 핸드폰 광고 포스터가 없었다면 아무도 그 점포가 이동통신 기기 판매 대리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루에 몇 명의 고객이나 찾아 올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점포는 한산하고 지저분했다. 포스터는 최신 기종을 선전하고 있었지만, 점포 안의 유리 진열장에 진열되어있는 핸드폰은 이미 구형이 되어 버린 기종들뿐이었다. 점포는 마치 폐업하기 직전처럼 어수선했다. 선호가 점포 안으로 들어갔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선호가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른 뒤에야 점포 안쪽에 칸막이처럼 쌓아놓은 박스더미 뒤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선호를 바라보는 남자의 두 눈에는 피곤함이 가득해 괭하게 보였다.

  “무슨 일이요?”

  남자는 사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선호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별로 장사를 하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귀찮으니까 다른 가게로 갔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선호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말했다.

  “예……. 핸드폰 하나 사려고요.”

  “생각하시는 기종이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기종은 상관없고……. 추적이 안 되는 걸로.”

  괭한 남자의 눈빛이 순간적 빛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금세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다른 가게 가 보슈.”

  짧게 말을 마치고 남자가 벗었던 장갑을 다시 끼며 선호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경찰은 아니니까 걱정 말고 파세요. 이야기 듣고 찾아 온 거니까.”

  남자의 눈빛이 다시 빛났다. 그리고 선호의 아래 위를 흩어보다가 툭 말을 던졌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는 겁니까?”

  “누구라고 말하면 압니까? 서로의 일만 합시다.”

  남자가 한참 동안 선호를 바라보더니 여전히 퉁명한 목소리로 짧게 말을 했다. 판단만큼이나 말이 빨랐다.

  “선불입니다. 백오십…….”

  선호가 아무 말 없이 지갑에서 오만 원 권 지폐를 꺼내 건넸다. 남자가 세어보지도 않고 돈을 반으로 접어 그냥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박스더미 뒤로 들어가더니 흰색의 사각 박스를 들고 나왔다. 최신형 제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 신품 같아 보였다.

  “깨끗하네요?”

  “한 번도 개통하지 않은 신품이요. 바로 쓸 수 있고……. 로밍이나 인터넷……. 다 쓰는데 문제없소.”

  “잘 쓰겠습니다.”

  선호가 박스에서 핸드폰만 꺼내 주머니에 넣고 빈 박스는 진열장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남자가 복도 반대편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저 끝에서 한 층 올라가면…….”

  남자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호가 남자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남자를 벽으로 밀쳤다. 그런 다음 왼팔로 남자의 목을 조르며 오른팔로 남자의 팔을 뒤로 꺾었다. 갑작스런 선호의 태도에 남자가 깜짝 놀라며 벗어나려 했지만 완력으로 선호를 감당 할 수는 없었다.

  “조용히 하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냥 몇 가지만 묻고 갈 거니까……. 알아서 잘 판단해.”

  남자가 몇 번 저항하는 몸짓을 했지만 이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목을 조르고 있는 선호의 팔뚝을 다급하게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좋아. 필요한 것만 알려주면 난 바로 갈 거야.”

  선호가 조르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남자가 컥컥 거리며 숨을 토해냈다. 남자는 졸렸던 목을 매만지며 어서 말하고 꺼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박스 뒤는 의외로 넓었다. 워낙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어 점포 앞에서는 박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이지 않았다.

  “두 달 전에 대포폰 판 것 있지?”

  “손님……. 제가 잘못했소. 돈도 돌려드리고 물건도 그냥 드릴 테니까 그냥 가지고 가쇼.”

  남자가 선호를 불법 영업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러 온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주머니에서 선호가 주었던 돈을 꺼냈다.

  “아니……. 돈은 그냥 가져. 내가 필요한 것은 당신 기억이야. 내가 알고 싶은 대답만 해주면 난 조용히 갈 거야. 그리고 난 이곳에 온 적도, 물건을 샀던 적도 없는 거야. 알겠어?...... 잘 기억해봐. 생각날 거야……. 그날 대포폰을 사간 손님은 다른 손님들하고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거야.”

  선호는 조직의 누군가가 사러왔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손님이 오는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기억합니까?”

  남자가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니……. 아직 상황 판단을 못한 것 같은데……. 지금 장난하는 것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잘 기억해 봐……. 아님 당신은 죽어.”

  남자가 선호의 말에 다소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선호가 주머니에서 작지만 새파랗게 날이 선 주머니칼을 꺼내 남자의 목젖을 겨누었다. 남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선호가 손에 힘을 주자 칼끝이 목젖을 살짝 찔렀다. 남자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벽에 막혀 더 물러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다른 생각하지 마……. 들어오면서 봤어. 이 통로에서 문을 연 점포는 입구에 있는 한 집뿐이야. 행여 다른 사람 도움을 기대하지는 마. 잘 생각해봐……. 10초 여유를 주지.”

  “아! 정말 모릅니다. 내가 왜 알면서 모른다고 하겠습니까?”

  선호의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남자가 사정조로 변했다.

  “열……. 아홉……. 여덟.”

  “아! 정말 모릅니다. 사람을 잘못 알고 오신 겁니다.”

  “일곱……. 여섯.”

  선호가 남자의 변명을 무시하고 숫자를 계속 세어나가자 남자가 다급해졌다. 두 손까지 흔들면서 소리쳤다.

  “손님!! 잠깐만이요……. 내 말 좀 들어 보세요?!”

  “그럴 시간 없을 텐데. 다섯……. 넷.” “아! 정말 돌아버리겠네!!!”

  “셋……. 둘.”

  선호가 칼끝에 힘을 주자 남자의 목덜미가 살짝 베이며 핏방울이 맺혔다. 아까와는 달리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아!...... 잠깐만이요!.... 말할게요.”

 

  선호가 남자의 두 눈을 노려보다가 칼끝을 내렸다. 남자가 칼에 눌린 목덜미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리고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누군지는 모릅니다. 우리 가게에 처음 온 손님이었는데……. 왠지 대포폰을 살만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에 슬쩍 떠봤죠.”

  남자가 계속 목을 비비며 말했다.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까 대답을 망설이더군요. 이런 쪽으로는 초짜인 것이 분명해 보여 잘 하면 한 대 더 팔겠다싶어 슬쩍 던졌죠. 양쪽에서 두 대로 통화를 해야 완벽하게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그랬더니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라고요.”

  남자가 말을 하면서 슬쩍 슬쩍 주위를 곁눈질로 살폈다. 아마도 틈이 생기면 달아날 요량인 것 같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나도 당신을 해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괜한 일 만들지 마.”

  “아!! 아닙니다……. 그랬더니 정말 한 대를 더 사더라고요. 카드는 안 된다고 했더니……. 수표밖에 없다고 하면서 백만 원짜리 세장을 꺼내 놓길래 약간 꺼림칙했지만 적은 돈이 아니라서…….”

  남자는 그때 그 물건을 팔지 말았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침 그날이 토요일이라 은행이 쉬는 날이었죠. 그래서 내가 수표 뒷면에 이서를 해달라고 했더니 그 손님이 자기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 주더라고요.”

  사실 이런 불법적인 영업이 자기뿐 아니라 이 업계에서는 누구나 다 하는 일이었고, 더 이상 비밀도 숨길 일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선호가 비밀 단속반원 인줄 알고 잡아뗐었지만 아니라는 것을 안 뒤에야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서한 내용과 맞는지 확인하게 신분증을 보여 달랬더니 신분증 대신 명함을 주고 가더라고요. 신분증이 없다면서…….”

  “그 명함 지금 가지고 있어?”

  “당연하죠…….”

 

  용산전자상가를 나온 선호는 천천히 걸어 원효길로 나왔다. 용산역 방향으로 가면 바로 전철역으로 갈 수 있었지만 기왕 내친걸음에 명함에 적힌 경비용역회사를 살펴보기로 했다. 선호의 손에는 방금 현록텔레콤 주인에게서 받은 명함이 들려 있었다.

  < 경원 시큐어리티 주식회사 특수영업팀 팀장 양진수 >

  특수영업팀? 팀장? 회사 이름에 시큐어리티란 단어가 있는 것을 보아 경비용역회사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았지만, 특수영업팀란 부서명이 다소 낯설고 궁금했다.

  아마도 VIP급 인사들을 경호하는 부서일 것이란 생각과 함께 짧은 머리에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귀에는 투명 이어폰을 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양태호도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났다. 명함에 적힌 회사 주소는 등촌동으로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십 여분이면 될 것 같았지만 회사를 방문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하던 선호는 더 망설이지 않고 등촌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어차피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한 법이다. 버스는 시내를 가로 질러 달리다가 양화대교를 건너 김포대로로 접어들었다. 차창 너머로 시원한 한강이 보였다.

  한참을 달린 버스가 등촌동에 멈췄다. 버스에서 내린 선호는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폈다. 길 건너편에 커다란 돔형의 건물이 보였다. 예전에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하던 실내체육관이었다.

  아마도 회사가 그 건물을 인수한 뒤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 같았다. 건물의 중앙에 솟은 둥근 돔형의 지붕이 묘하게도 무게감이 있어 회사의 이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회사 맞은편에 있는 대형 문구점에 들어가 작은 다이어리를 하나 샀다. 다이어리를 손에 들고 선호는 도로를 건너 회사로 걸어갔다. 누가 봐도 업무 차 회사를 방문하는 샐러리맨으로 보였다.

  돔형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과는 달리 실내는 일반 회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실내에서는 전혀 돔형의 건물 형태를 느낄 수가 없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널찍한 로비가 있었고, 그 뒤는 3층으로 된 사무실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로비나 통로에는 목에 신분증을 건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비용역회사는 다른 일반 회사와 다를 것이란 생각이 무색했다. 선호가 로비에서 두리번거리자 젊은 경비요원이 다가왔다.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건장한 체격에 잘 단련된 근육이 겉으로 드러나 보였다. 절도 있어 보이는 몸놀림에 짧게 깎은 머리 스타일과 날카로운 눈매의 외모는 이들이 적어도 태권도 몇 단은 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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