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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38화-인생 최대의 실수
작성일 : 19-10-25 18:40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6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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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녀왔습니다.”

 

  나는 핼쑥한 얼굴로 처소로 복귀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화인이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반겼다.

 

  화인의 천사표 미소에 피로에 절은 내 얼굴에도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꼬락서니 봐라. 무슨 전쟁이라도 치르고 왔냐?”

 

  그 말에 은은한 미소가 번지던 내 얼굴이 삽시간에 구겨졌다.

 

  하여간 저, 저 놀부 마누라 같은 것!

 

  피로에 절은 동기의 안쓰러운 얼굴을 보고 격려는 못해줄 망정!

 

  고리타는 화인의 곁에 옆으로 길게 누워 깝죽거렸다.

 

  한쪽 팔로는 얼굴을 괴고 나머지 한쪽 손으로 다리를 긁적이는 리타의 얼굴엔 심술이 잔뜩 묻어있었다.

 

  오메, 놀부 마누라가 여기 있었구먼!

 

  흥부전이 삼국시대에도 있었다면 고리타 저 것은 아마 대박을 쳤을 것이다.

 

  “전쟁과도 같았지.”

 

  나는 기어이 리타와 화인 사이의 좁은 틈에 엉덩이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아! 진짜, 왜 하필 여기 앉으려고 난리야.”

 

  “궁둥이에 깔리고 싶지 않으면 그 입 다무는 것이 좋을 것이야.”

 

  리타가 뭐라고 중얼거리며 살짝 옆으로 비키자 나는 무너지듯 바닥에 철퍽 주저앉았다.

 

  “아, 되다. 되.”

 

  후들거리는 팔을 주먹으로 톡톡 두드렸다.

 

  차우차우를 씻기는 일은 생각보다 천만 배, 아니, 일억 배는 더 힘들었다.

 

  1초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덩치 큰 개를 씻기는 것도 진땀 뺄 일인데 자꾸만 몸을 흔들어 물을 터는 것도 모자라 놀아달라고 커다란 앞발로 내 어깨를 밀쳐 개울물에 빠지기를 반복했다.

 

  그 난리를 치렀으니 몸이 멀쩡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미리야, 너 이마가 뜨거워.”

 

  아, 어쩐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코가 뜨겁더라.

 

  “땀 한 번 쭉 빼고 자고나면 괜찮아 질 거야. 그나저나, 우리 이제 슬슬 다음 일정에 대해 얘기해야지?”

 

  내 말에 리타도 일어나 자세를 바로 했다.

 

  짓궂은 장난 섞인 얼굴이 금방 진지해졌다.

 

  “화인, 너 3일 후에 휴가 빼놨지?”

 

  “응. 침방 동기한테 부탁해서 쉬는 날 바꿨어.”

 

  “좋아. 한미리, 너는?”

 

  리타가 날카로운 눈을 한 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전날 은임이하고 야간 당번 바꿨어. 당번하고 그 다음날 바로 외출하면 돼.”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말을 마친 리타가 손짓으로 우리를 가까이 불러 모았다.

 

  엿들을 사람은 없겠지만 왠지 이럴 땐 조심하게 된 다니까?

 

  “3일 뒤, 해가 뜨면 동문으로 출궁한다.”

 

  나와 화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비성 저잣거리 포목점 뒷골목에서 고구려 아저씨와 합류할 거야.”

 

  “그 아저씨도 같이 움직이는 거야?”

 

  “응. 라혜가 도망친 숲은 꽤 길이 험해 안내자가 필요하거든.”

 

  리타의 설명에 나와 화인도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저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직도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리타를 믿기로 했다.

 

  그렇게 의심이 많은 리타가 믿을 정도면 정말로 안전하다는 뜻이니까.

 

  “우선은 아저씨가 찾은 흔적들을 둘러보고 누가 그 애를 납치했는지, 그 근거지는 어딘지 알아보는 거야. 잘만 맞아 떨어진다면 배후가 누군지 포위망을 제법 좁힐 수 있을 거야.”

 

  “알겠어. 아, 난 피곤해서 좀 누워야겠다.”

 

  이제 내 몸은 후끈거렸다.

 

  아무래도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미리야, 너 몸 많이 안 좋으면 외출은 다음으로 미룰까?”

 

  내 자리에 이불을 대신 펴주며 화인이 말했다.

 

  “아냐. 다음으로 미루면 너무 늦어. 그쪽에서 행동하기 전에 먼저 그쪽에 대해 파악해야 해.”

 

  나는 화인이 깔아 놓은 이불 위로 기다시피 가 발라당 누웠다.

 

  쌔액, 쌔액 코를 통해 나오는 날숨에 화끈한 기운이 잔뜩 서려있었다.

 

  “내일 내가 약방에 가서 고뿔에 좋은 약초 좀 얻어다 줄게.”

 

  리타가 등잔불을 후 하고 끄며 무심한 듯 툭 말을 내뱉었다.

 

  “너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니?”

 

  “흥, 걱정은 무슨. 고뿔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면 안 되니까 그런 거지.”

 

  투덜거리는 리타의 목소리에 나는 힘없이 웃었다.

 

  하여간 말본새하고는.

 

  아, 근데 너무 춥다.

 

  밀려오는 한기에 나는 이불을 바짝 끌어올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

 

 

 

  “미리야, 오늘 너 당번 설 수 있겠어?”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퀭한 내 얼굴을 보던 은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틀 전처럼 한기와 열은 없었지만 이젠 콧물이 계속 흐르고 기침이 자꾸 나왔다.

 

  “갱차나.”

 

  내가 코맹맹소리로 대답하자 은임은 여전히 못미덥다는 눈빛으로 연신 고개를 내밀어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왕께서 하사하신 저녁밥을 먹는 내내 은임은 내 낯빛을 살피느라 음식을 콧구멍으로 먹었다.

 

  “저번 야간 당번 때 엄청 한가했지? 전하께서 워낙 야참을 즐기지 않으시는 분이라서.”

 

  “아인데. 나 할 때 야참 먹등데.”

 

  야참도 먹고 내 속도 까맣게 태워서 잡수셨는걸.

 

  “아, 진짜? 그럼 이제 한동안 야참 안 드실 거야. 걱정 마. 그러니까 오늘은 아궁에 불 때 놓고 좀 쉬어.”

 

  “응. 징짜 오늘응 안 먹게찌?”

 

  “그럴 거야. 계절 마다 한 번 정도 드시시니까.”

 

  휴, 다행이다. 백제의 왕 앞에 서는 심장이 쫄깃해 지는 경험은 한 번이면 족했다.

 

  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왕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한다.

 

  왕과 가깝게 지내면 왕의 손에 죽든, 아니면 그를 배척하는 세력에 죽든 결국 결말은 죽음이니까.

 

  “은임아. 빨랑 가.”

 

  저녁상을 전부 정리하고 궁녀들이 하나, 둘 처소로 퇴근할 때까지도 은임은 내 곁에 남아 이것저것 일러줬다.

 

  아무래도 얘는 내가 걱정되나 보다.

 

  “이제 날이 많이 쌀쌀해졌으니까 전하께는 뜨뜻한 차를 올리면 돼.”

 

  “응.”

 

  “찻주전자는 여기 선반에 있고, 또… 찻잔은 여기.”

 

  “알겡썽.”

 

  하지만 그 후로도 은임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기미할 때 사용할 찻잔을 가져가지 않아 찻주전자 주둥이를 입에 대고 마시거나 아니면 전하께서 사용할 찻잔에 입을 대는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노심초사했다.

 

  에이씨, 아무리 그래도 내가 바보냐?

 

  근데, 사실대로 말하건대 은임이 언급해주지 않았으면 당황함에 찻주전자를 들고 입에다 차를 부었을 것 같긴 했다.

 

  “알아쓰니깡, 이제 징짜로 가.”

 

  내가 등을 떠밀고서야 은임은 소주방을 떠났다.

 

  은임까지 떠나자 소주방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으, 밤이 되니 되겡 쌀쌀하넹.”

 

  백제의 기온은 해가 떨어지자 급속도로 내려갔다.

 

  감기에 걸린 난 저고리 위에 두툼한 두루마기도 걸쳤는데도 몸에 한기가 돌았다.

 

  입에선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따닥, 따닥.

 

  은임의 말대로 나는 빈 아궁이 앞에 쭈그려 앉아 불을 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녹록치 않았다.

 

  “후, 후. 콜록콜록!”

 

  다른 궁녀들은 힘들이지 않고 순식간에 잘만 하던데, 왜 난 안 되는 거냐고.

 

  얼굴과 손에 검댕을 잔뜩 묻히고 시커먼 연기를 한가득 들이마신 후에야 불을 땔 수 있었다.

 

  아궁이 속에서 불길이 장작을 향해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따뜻한 불기운에 몸이 나른해지자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은 나는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흐음, 계시오?”

 

  왕의 곁을 지키던 내관이 기침소리를 내며 소주방을 찾았다.

 

  하지만 감기로 인해 몸이 안 좋았던 난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어지러운 꿈속을 헤맸다.

 

  “이보시오, 궁녀.”

 

  내관이 내 어깨를 잡아 흔들자 그제야 나는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스읍. 아, 예. 어쩡 일 이심니까?”

 

  “전하께서 야참을 드시겠다고 하오.”

 

  “아, 예. 곧 중비해서 가겠슴니다.”

 

  “얼굴하고 손을 먼저 씻고 오셔야겠소. 지저분한 게 잔뜩 묻었구려.”

 

  말을 마친 내관은 다시 일월전으로 돌아갔다.

 

  아니, 백제의 왕은 야참을 즐기지 않는다며.

 

  그런데 왜 자꾸 내가 당번 설 때 야참을 찾냐고오.

 

  감기기운으로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내관이 일러준 대로 일단 더러워진 손과 얼굴부터 씻었다.

 

  “으…. 추웡. 에취!”

 

  덜덜 떨며 세수를 마치자 폭풍 기침과 콧물이 찾아왔다.

 

  아, 왕 앞에서 이러면 모가지 날아갈 텐데.

 

  막연한 불안감에도 나는 바쁘게 왕이 먹을 간식을 조그만 상에 차렸다.

 

  은임이 일러준 대로 차를 끓여 찻주전자에 담고 찻잔을 2개 챙겼다.

 

  다과상을 들고 나오는 내 팔이 덜덜 떨렸다.

 

  감기 때문에 팔에 힘이 빠진 탓도 있었지만 뜨끈한 불을 쬐다 갑자기 추운 바깥으로 나온 탓도 있었다.

 

  “이리 오시게.”

 

  일월전 뒤쪽으로 가니 날 깨운 내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궁인들이 드나드는 작은 쪽문을 열고 내관이 내 손에서 다과상을 뺏어갔다.

 

  아, 이번엔 내가 직접 안 가도 되나보다.

 

  “뭐 하고 계신가, 어서 들어가게.”

 

  내관의 목소리에 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럼 그렇지. 내심 직접 왕에게 다과상을 배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에 젖었던 마음이 다시 착 가라앉았다.

 

  내가 허리를 숙여 쪽문에 들어가자 다과상을 든 내관도 뒤따라 일월전 안으로 들어왔다.

 

  고맙게도 내관은 왕이 머무는 방문 앞에 도달할 때까지 다과상을 대신 들어주었다.

 

  “전하, 야참들이겠사옵니다.”

 

  내관이 고하고 방문 앞에 서 있는 내게 다과상을 건네주었다.

 

  5초 정도 지나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방에 처음 발을 들이자 후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아궁이가 폭발했을 것 같은데.

 

  아궁이 앞에서 불 때는 사람 죽은 거 아니냐고.

 

  찜질방처럼 후끈거리는 내부는 꽤 후덥지근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려 오한이 든 내게는 딱 좋았다.

 

  두 번째라 처음보다는 능숙하게 백제의 왕 앞에 다과상을 내려놓았다.

 

  무릎을 꿇고 앉은 바닥은 아주 뜨끈뜨끈했다.

 

  아, 백제의 왕은 추위를 많이 타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가져온 간식과 차를 조금씩 덜어 기미를 했다.

 

  “드시옵소서.”

 

  최대한 코맹맹이 소리가 나지 않게 말하고 몸을 틀어 왕과 조금 떨어진 곳에 다소곳이 앉았다.

 

  따뜻한 방에 들어와 몸이 좀 풀렸는데 문제는 콧물 샘도 같이 풀려버린 것이었다.

 

  “훌쩍, 훌쩍.”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흘러내리는 콧물을 수습해봤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백제의 왕이 찻주전자에서 차를 따르자 매콤한 생강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한 잔을 따른 왕은 바로 이어 또 차를 따랐다.

 

  “이리 오라.”

 

  왕의 부름에 다시 내 심장은 쿵쾅거렸다.

 

  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슬금슬금 다가가자 왕이 노란 생강차를 따른 찻잔을 내 쪽으로 밀었다.

 

  “마셔라.”

 

  “서, 성은이 망긍하옵니다.”

 

  내가 넙죽 엎드리며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하고는 잔을 들어 고개를 돌려 홀짝홀짝 차를 마셨다.

 

  매콤한 생강향이 입안에 돌면서 코가 뻥 뚫렸다.

 

  그리고 칼칼하던 목도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왕도 차를 조금 마셨다.

 

  하지만 이내 잔을 내려놓더니 손수건으로 목덜미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내가 다 마신 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고개를 드니 땀이 송골송골 맺힌 왕의 목과 턱이 보였다.

 

  ‘일부로 뜨겁게 하고 땀을 빼는 취미가 있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에서도 일부로 땀을 쭉 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백제에는 왜 없겠냐 싶었다.

 

  어찌됐건 나는 뜨뜻하니 딱 좋았다.

 

  뼛속까지 시린 기운이 조금씩 풀리면서 눈도 같이 풀렸다.

 

  내 앞엔 백제의 왕이 있어, 자면 안 돼. 내 앞엔 백제의 왕이….

 

  툭.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한 내 고개가 축 처졌다.

 

  고개가 떨어지는 충격에 내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미쳤어, 미쳤어.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지만 하필이면 왕 앞에서 졸게 뭐야.

 

  비석에 ‘무엄하게 왕 앞에서 졸다가 죽음’이라고 써지고 싶지 않으면 잠을 이겨내야 했다.

 

  졸음을 쫓기 위해 내가 눈에 힘을 주면서 부릅떴다.

 

  어느새 내 앞에 노란 생강차가 채워진 잔이 놓여있었다.

 

  내가 무심코 잔을 잡아 마시려다가 왕의 앞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손이 멈칫했다.

 

  “괜찮다. 마셔라.”

 

  저 멀리 메아리치듯 희미한 왕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몽롱한 상태였지만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죽지 않기 위해 나는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매콤한 생강냄새….

 

  생강 하니까 초밥 먹고 싶다….

 

  초밥 먹고 얇게 저민 생강절임 먹으면 맛있는데….

 

  “음냐, 초…밥.”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내 입이 달싹이며 헛소리를 내뱉었다.

 

  생선살 대신 내 살이 저며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내가 마치 무쇠히어로처럼 손바닥과 발바닥에 탑재된 제트엔진 대신 콧물엔진으로 날아다니며 하늘 위를 떠다니는 초밥 구름을 먹는 꿈속을 헤맸다.

 

 

 

 ***

 

 

 

  “으음….”

 

  한숨 푹 자고 나자 눈이 스르르 떠졌다.

 

  소주방이나 처소와 달리 뜨끈한 구들장에서 몸을 지졌더니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맞은 편 벽에 걸린 거대한 활이었다.

 

  성인 남성도 시위를 끝까지 당기지 못할 만큼 커다랗고 억센 활.

 

  내가 바닥에 누워있는지 벽에 걸린 활이 벽에 누워있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이거 어디서 본 그림인데?

 

  당황한 내 눈이 아래로 향하자 활 밑에 서늘 퍼렇게 날을 벼린 검 두 자루가 들어왔다.

 

  분명 저 날을 보고 목이 달아날까 걱정했었지.

 

  그것도 백제의 왕 앞에서.

 

  잠깐, 그렇다면 내가 퍼질러 잔 곳이 지금 왕의 처소란 말이야?!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눈이 동그래지며 튀어나올 듯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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