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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가 사랑한 나의 살인자
작가 : RinaHee
작품등록일 : 2019.10.16

내 운명의 상대는 나를 살해할 운명이다? 잘못 연결된 인연의 실로 인해 연인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앞둔 그녀! 반드시 운명을 바꾸어야 한다!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
작성일 : 19-10-25 15:06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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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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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현은 멈칫했다. 방금 전의 일로 죽음의 두려움을 알게 되었는데, 죽음을 각오하라고? 당연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사자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으나, 아현은 자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당연하고, 또 본능적인, 매우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애써 생각했다.

 

 아현은 한참이나 고민했다. 자신이 맺은 두 사람의 결말, 내가 되돌릴 수 있을까?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해보고 싶었다. 끔찍한 결말을 맞는 가희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월하노인의 말은 그녀의 목숨과 내 목숨을 놓고 저울질을 하라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당연히 아현은 자신의 것이 더욱 중요했다. 그러다 문득, 아현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사자라는 존재는 죽지 않는다. 죽음과 비슷하다면 소멸이 있겠으나, 소멸은 정말 큰 중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처분이었다. 월하노인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는 생사를 걸라고 했다. 죽음이 없는 사자에게 말이다. 이건 분명히 의도된 말이다. 아현은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죽거나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해 보겠습니다.”

 

 의외로 시원스레 대답한 아현의 모습에 월하노인은 그 속을 다 안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노인은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한차례 묻고는 감사팀 사자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곧이어 사자들이 달려들어 아현을 연못 속으로 던져 넣었다!

 

 수심을 알 수 없는 물 속에 빠진 아현은 얼굴만 잠겨 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려웠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기에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퍼덕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끊임없이 가라앉는 몸, 눈 앞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빛, 계속해서 하늘로 떠오르는 자신의 숨. 연못은 그 밑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끊임없이 깊게, 더 깊게 그녀를 삼켜갔다. 그러다 문득 물 속에서 찰나의 순간 느꼈던 위화감이 떠올랐다.

 

 “흡..”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셔본 아현은 나직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애초부터 이 물에서는 숨을 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월하노인의 장난기에 당했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분했다. 아무리 그녀의 선택을 돕기 위한 장치였다지만 아현의 입장에서는 정말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느꼈으니 말이다. 한참이나 속으로 월하노인 욕을 하고 있는데 그 순간 그녀의 등 뒤로부터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그녀를 감싸 안을 만큼 강렬해졌고, 아현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 묘한 긴장감을 주었다. 일어나려고 몸을 뒤척여보자, 마치 자기 몸이 아닌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물 속을 걷듯, 온 몸이 묵직해진 기분이다. 아현은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평범한 어느 자취방. 자신이 이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나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책상 앞에는 작은 거울이 놓여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가까이 다가갔던 아현은 거울 속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인연 데이터를 통해 보았던 바로 그 얼굴. 운명의 연못에서 보았던 죽어가던 그 얼굴. 바로 가희의 얼굴이었다!

 

 대충 상황파악이 된 아현은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단칸방 한 켠에 나란히 걸린 옷가지들. 정돈된 화장대와 책상. 키를 맞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장 속 책들. 다시 살펴보니 모니터를 통해 보았던 가희의 방이 분명했다. 아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거울 속 자신과 방 안의 풍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습은 간데 없고 어딜 봐도 명명백백하게 가희의 모습이었다

 

 “단, 자네의 생사를 담보로 걸어야 할 걸세.”

 

 월하노인의 마지막 말이 아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제야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생사를 걸라는 말 역시도 말이다. 아현으로서가 아니라, 가희로서 생사를 걸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일이 잘못될 경우 자신이 가희 대신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아현은 욕을 한마디 뱉으려다 겨우 삼켰다.열은 받지만 그보다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먼저였다. 하지만 자신이 보았던 가희의 마지막 순간, 살인자의 얼굴이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어가며 고민을 해 보았지만 뿌옇게 가려진 듯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가희에게 주어져 있는 운명은 비참했다. 그리고 그 운명은 이제 자신의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절대 운명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 아현은 이제 필사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부터 하면 좋을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문득, 탁상 달력 속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연극 보는 날]

 

 아현은 더해지는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하필이면, 그날이야? 문제의 고형수와 가희가 처음 만났던 바로 그 날의 아침, 아현은 운명의 피해자였던 그녀가 되어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지체할 수 없었다. 오늘의 행동 하나하나가 인연을 만들고 깨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해 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고형수와 아예 만나지 않도록 인연을 놓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렇다면 가희의 진짜 인연 역시 만날 수 없게 된다. 인연의 날을 바꾸는 것은 천상계에서만 할 수 있는 일. 오늘 인연을 마주치지 않는다면 인연 시스템이 자동으로 다른 날을 찾아주기야 할 테지만 지상계에 내려와 있는 자신이 그 정확한 날짜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가희의 잘못된 운명을 바로잡고, 올바른 운명과의 만나게 하려면 결국은 마주치는 수 밖에 없었다.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인데. 아현은 망설였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래, 시간대만이라도 비틀어보자. 시간을 바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운명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아현은 서둘러 외출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작부터 덜컥 막히고 말았다. 온수가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잠시 당황했지만 아현은 곧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었다. 운명의 두 사람이 마주치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끌만한 장치들을 심어두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면 돌파해주는 게 답이겠지, 시간을 아껴서 예정보다 일찍 원래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되면 운명이 조금은 틀어지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아현은 이를 악 물고 찬물로 씻었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툭툭 털며 현관을 나서다 잠시 멈칫 했다. 뒤를 돌자 좁은 방 안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예쁘게 꾸미려고 애 쓴 흔적이 보이는 비좁은 자취방. 아현이 아니었더라면 여기에서 그녀는 꿈을 꾸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원래의 당신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걱정 말아요, 금방 다시 돌려놓을게요. 이 사건만 잘 해결하고 나면 분명히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그녀에 대한 인사였다. 마음을 굳게 먹고 현관문을 밀어 젖히자, 시원한 바람이 스쳤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낯설었다. 살아있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내 발로 걷고, 내 피부로 날씨를 느끼고. 이 모든 생경한 감각에 아현은 자칫 시간을 지체할 뻔 했다. 건물을 나서며 아현은 천천히 지난 일을 되새겼다.

 

 자신은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었다. 가희는 늦게 나온 탓에 택시를 탔고, 교통사고로 잠시 발이 묶이는 바람에 공연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저녁 약속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어 카페에 갔고, 그 카페에서 고형수를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 일목요연하게 떠오르는 미래의 일은 아현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아현은 대여 자전거를 하나 빌려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거리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길 잠시, 운명은 끈덕지게도 달라붙었다. 잘만 굴러가던 자전거가 돌부리에 치이면서 체인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탈 줄만 알았지 체인을 감는 법 까지는 몰랐던 아현은 별 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인연 시스템은 설정해둔 값을 향해 자동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계속해서 사건을 만들어 자꾸 시간을 지체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운명에 거스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겠다고, 아현은 생각했다.

 

 운명을 그대로 따라가되, 시간만 약간 틀어 놓을 생각이었던 그녀에게 별안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공연을 보러 들어간다면 진짜 인연과도 시간이 맞질 않아 못 만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연을 아예 포기하고 카페로 바로 간다면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고형수가 나타나기 전에 인연을 만나게 될지도 몰랐다! 가던 길을 바꾸어 아현은 카페로 곧바로 직진했다.

 

 카페 안은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이 중 누가 인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곧 이 안에 두 남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그 전까지 뭔가 시간을 보낼만한 게 없을까…? 아현은 가희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지만 별달리 재미있는 것을 찾지 못했다. 괜히 가희의 가방을 뒤적거리다 문득 화장품 파우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노트도 함께 들어있었다. 남의 화장품으로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아현에게 화장품은 큰 의미가 없었으므로 죄책감도 덜했다. 아현은 섀도우 팔레트를 꺼내 손가락에 살살 묻혔다. 시험 삼아 종이에 슥 발라보니, 가루가 조금 날리기는 해도 은은하니 예쁜 색이 났다. 이거다 싶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제품의 발색력과 펄의 유무, 발림성에 따라서도 그림의 결이 크게 달라지니 더 재미있다. 아현은 여분의 종이 한 장을 팔레트 삼아 발색을 테스트 해 가며 그림에 몰입했다.

 

 “재밌네요.”

 

 그때, 한 남자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잠시 긴장을 풀고 있던 아현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남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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