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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가 사랑한 나의 살인자
작가 : RinaHee
작품등록일 : 2019.10.16

내 운명의 상대는 나를 살해할 운명이다? 잘못 연결된 인연의 실로 인해 연인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앞둔 그녀! 반드시 운명을 바꾸어야 한다!

 
되돌릴 수 있는 실수
작성일 : 19-10-25 14:26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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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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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에 아주 큰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월하노인은 그 어떠한 인연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꼬박 한 생애 동안 그 누구와도 맺어지지 않는 인생을 살며 그 죄를 갚아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지독한 외로움의 형벌, 고형이었다. 하지만 누구와도 정해진 인연의 실이 없다는 말은 반대로 누구와도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고형수는 신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요주의 인물. 의도했던 아니던 인연이 잘못 연결되어 그 인물의 형벌을 방해하게 된다면 그자와 그자에게 애정을 준 자 모두 신에 의해 그 목숨이 거두어질 것이었다.

 

 아현은 난감했다. 이미 인연 데이터는 세팅이 끝났는데 같은 장소에 인연이 두 명이 된 것이다. 심지어 한 쪽은 절대 이어져서는 안될 인연, 고형수였다. 애석하게도 알람은 울렸으나 고형수를 식별해 낼 수는 없었다. 아현은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다. 이 완벽한 천상계의 시스템에서 가장 구식인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아현은 계속해서 카페 안을 관찰했다. 자신이 고형수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화면을 살피던 중,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현은 넋이 나간 듯 그를 바라보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자.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그의 차갑게 다문 입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따뜻하게 웃었다. 그 순간, 갑작스럽게 환청처럼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꽃을.. 좋아하는가보오.”

 

 이게 무슨 소리지, 어디서 나는 소리야?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현상에 아현은 정신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평범한 사무실의 풍경 위로 한복을 입은 한 남자의 환영이 겹쳐 보였다. 단정하게 갓까지 갖춰 쓴 남자. 어딘지 낯익은 모습을 하고 있다.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이나 될 법한 고운 한복은 그의 잘생긴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한복의 남자가 따뜻하게 웃으며 꽃이 가득 찬 바구니를 건넸다. 그 많고 많은 꽃 중에서 특별히 노란 색 꽃으로만 골라 땄는지, 꽃바구니가 온통 샛노랗다. 노란 색을 좋아하는 아현의 눈 속에 꽃바구니가 한아름 담겼다. 그 꽃을 받으려 아현은 손을 내뻗었지만 환영에는 손이 닿지 않았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습니까”

 

 환영은 어느새 바뀌어 저 멀리, 안타까운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냐는 물음이 왜 이리도 간절하고 가슴 저린지 알 수 없었다. 그럼요 저하.. 무의식 중에 아현의 입가에도 따뜻한 미소가 걸렸다. ..저하? 그게 누구지? 머리 속을 찡- 하고 울리며 스쳐간 단어 하나에 아현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안다면 어떻게 알지? 아현이 고민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또 다른 환청이 들려왔다.

 

 “나에게 시간을 조금만 허락해 주시오.”

 

 그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심장이 아프다. 이번에는 환영 역시 울고 있다. 그 모습에 아현의 심장도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정확한 전후 상황은 모르겠으나 환영 속 그가 안타깝고 마음 아파 눈물이 흐른다. 애닳은 울음이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 넘쳤다.

 

 “언제나 사랑하겠소, 당신만을 지키겠소.”

 

 거짓말.. 이번에는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끅끅 대며 올라오는 울음을 참아보려 애쓰지만 속에서부터 끓어 넘친 감정이 좀처럼 주체되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현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속이 짓뭉개지듯 아프다.

 

 “잘가시오”

 

 그 순간 아현은 목깃을 스치는 서늘한 감촉을 느끼며 소름이 끼쳤다. 잇달아 찾아온 숨 조차 쉴 수 없는 고통. 목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가는 뜨거운 기운. 환영에서 벗어나고자 아현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천천히 고통이 줄어들고 호흡이 가라앉을 무렵, 환청과 환영은 스러졌다.

 

 정신을 차린 것은 시끄럽게 계속해서 울려대는 고형수 알림 때문이었다. 고형수가 부쩍 가까워져 왔는지 알림은 처음보다 크고 빠르게 괴성을 질러대는 듯 했다. 하지만 아현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인연의 날, 그녀가 인연을 만나는지 까지만 확인하고, 거기에서 그녀의 일은 끝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일 뒤, 천상계에는 그간 들어 본 중 가장 큰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감사팀 전원이 총 출동한 대형 운명사고였다. 사이렌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감사팀 사자들이 줄지어 아현의 자리로 걸어왔다. 경쾌하다 싶을 정도로 딱딱 맞는 발소리가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당황하는 사이 그들은 그녀를 강한 힘으로 낚아 채 바닥에 무릎 꿇렸다. 감사팀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서자, 그 사이를 지나 인연 부서의 수장인 월하노인이 등장했다.

 

 “살살 다루시게.”

 

 월하노인은 짐짓 자비로운 척 말했다. 하지만 그게 다 겉치레 식 말이라는 것을 아는지 사자들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흰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월하노인의 얼굴은 왜인지 모르게 장난기가 다분해 보였다.

 

 “네 죄를 아는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안 그래도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인연의 사자는 인연의 장소와 시간, 계기를 마련해 줄 수는 있었으나 사랑을 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저 인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이끌리도록 상황을 만들어 줄 뿐이었다. 하지만 한 자리에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둘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현은 그녀가 올바른 인연과 만났기를 바랬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현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추스려 네 하고 대답했다.

 

 천상계 생활을 오래 했던 아현임에도 고형수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고형수와 인연을 맺게 되면 아주 비참하고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것. 고형수에 대해 알려져 있는 사실은 그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현은 가희를 생각했다. 자신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조금 억울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자신 때문에 끔찍한 죽음을 맞을 여자.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이 묵직하게 자리잡는 기분이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가희에게 그것이 중요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행복했어야 할 운명이 비참하게 죽어야만 하는 상황, 그 상황을 만든 원인의 어디쯤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 엄밀히 말하면 네 죄가 아닐지도 모르지. 허나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일을 저지른 자가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월하노인은 마치 아현의 마음 속이라도 읽는 듯했다. 아현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자, 월하노인은 고갯짓으로 감사팀을 움직였다. 아현은 마치 짐짝 취급하듯 거칠게 끌어당겨져 알 수 없는 곳으로 연행되었다. 분명히 거칠고 무례한 태도였으나, 이상하게도 양 손이 포박된 아현을 배려라도 하듯 묘한 친절함이 있었다. 그 뒤를 걷는 월하노인의 표정 역시 화가 난 사람이라기 보다는 더없이 자비롭고 흐뭇한 표정이었으나 아현은 이를 보지 못했다. 한참을 걸은 아현이 다시 꿇려 앉혀진 곳은 축축하고 딱딱한 바닥이었다.

 

 무릎에서 한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닥에 닿은 곳에서부터 옷자락이 젖어 들자, 그제서야 아현의 눈에는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흐릿한 눈을 들어 겨우 앞을 바라본 그녀는 한참 만에야 그것이 작은 연못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는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잡혀 연못 속에 처박혔다. 지독하도록 투명한 물 속, 그녀 자신의 숨이 공기 방울이 되어 얼굴을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현에게는 그 방울 하나하나가 자신의 생명인 것처럼 느껴졌다. 점점 작아지는 공기 방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현은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몸부림 쳤다. 하지만 그녀가 저항하면 할수록 폐에 남은 숨은 더더욱 빠르게 줄어들었다. 아현의 시야가 그녀가 뱉어낸 공기 방울로 가득해져 갈 즈음, 의식을 차차 잃어가던 그녀의 눈 앞에 헛것인지 모를 풍경이 비춰졌다.

 

 “안되지. 그럼 안되지요. 나 죽는다니까?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광기 어린 목소리로 가희를 바라보는 남자, 얼굴이 눈에 익은데.. 누군지 도저히 알 수 가 없다.

 남자가 강한 힘으로 가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안돼. 제발, 그만해! 안돼!! 아현의 외침은 그들에게 조금도 전달되지 못한 채 물 속 공기방울로 스러졌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마음이 아픈 건지, 숨을 오래 참아 폐가 견디지 못해 아픈 건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쉿…. 조용히 해요, 우리 자기.”

 

 아현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가희는 살해당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아현은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물 속에서도 울 수 있구나, 아현의 눈가를 적시는 미지근한 물은 찬물과 섞여 아현의 눈을 자꾸만 식혀주었다. 마치 울지 말라는 듯 위로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현은 더 이상 숨을 견딜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켜자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물이 아니라 숨이었다. 어어…? 놀란 아현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 그 때, 누군가 아현의 머리채를 잡아 당겼다. 참았던 숨통이 트이며 미친 듯이 기침이 나왔다. 다시 현실이었다.

 

 천상계로 올라온 이후 전생의 기억을 모두 잊은 탓에, 이렇게까지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게 처음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현의 온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이유 모를 눈물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지금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죽어버린 이 여자에 대한 애도인지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현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조금 전 자신 역시 죽음의 문턱에 거의 맞닿아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죽음의 경험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 할 만큼 고통스럽고.. 두렵고.. 끔찍했다. 아무런 죄 없이 그와 같은 공포를 느껴야 했던 가희. 이렇게 죽음을 겪고 나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그녀의 마지막을 생생하게 보고 나니 더더욱 그녀에게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고통이라니.

 

 “이미 벌어진 일은 슬프지만, 자네의 손으로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네. 해보겠는가?”

 

 이 모든 일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아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알 수 없으니 지금의 기분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현은 자신이 충분한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다.

 

 “단, 자네의 생사를 담보로 걸어야 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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