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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29
작성일 : 19-10-25 11:27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20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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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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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위에는 그녀가 구입한 둥근 나무로 만들어진 도마형 접시위에 동그랗게 포가 뜨인 회가 깔려있었다. 그 모습은 은행원이 지폐를 한손에 들고 확하며 동그랗게 펼친 모습과도 비슷했다. 얇게 썰린 다른 회가 모여 있고 그 주위에 꽃모양으로 데커레이션이 되어있는 또 다른 회가 보였다. 회는 접시의 빈 공간을 살아있게 만들어주었다. 전문가의 감탄을 넘어선 감동까지 자아내게 하는 솜씨였다. 가스레인지위에는 뜨거운 물이 담겨진 냄비가 보이고 냄비 안에는 잘라낸 물고기의 머리가 담겨 있었다.

  이건 분명히 매운탕을 하려는 것이다.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당신, 거기 냄비에 고기들을 좀 꺼내놔요. 매운탕을 끓일 때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다가 빼서 매운탕을 끓이면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는개는 욕실의 문을 살짝 열어서 촉촉한 물기를 모금은 채 무 한정성의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재능이 아깝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마동은 거실에 음악을 틀었다. 동시에 는개가 욕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덕에 수증기가 욕실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는개의 달콤한 향도 같이 흘러나왔다. 피비린내는 없었다. 다행이었다. 맨하탄스의 ‘키스 엔 세이 굿 바이’가 흘렀다. 여름과 동떨어진 노래가 한 여름의 마동의 집 거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물기 가득한 머리로 노래가 좋은데요.라고 했고 마동은 그렇지?라고 눈인사로 답했다. 는개는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식탁으로 오더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예술품에 대해서 차곡차곡 말을 늘어놓았다.

  “쥐돔은 기름이 많고 씹는 맛이 일품이라 굵게 썰어서 이렇게 뭉쳐줘야 맛이 나는 거예요. 이왕이면 꽃잎모양처럼, 이렇게요(접시를 가리키며), 아홉 동가리는 흰 살 생선이라 되도록 아주 얇게 썰어서 도마 위에 이렇게 손끝으로 착 펴서 깔아줘야 또 맛이 나는 거랍니다.”

  흠. 생선회의 세계는 심오했다.

  “쥐돔은 기름기가 많아서 싫어하는 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는데 모스카토 다스티와 곁들여 먹으면 꽤 맛이 좋을 거예요.”

  언제나 포니테일의 모습만 보여주던 그녀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머리를 풀었다. 회사에서 늘 보던 인텔리전트한 모습의 얼굴이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회를 바라보며 회에 대해서 박학다식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얼굴로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성가신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다. 그때 마동은 는개의 얼굴에서 애잔함을 발견했다. 곧 진지한 슬픔도 잔존해있음을 보았다. 똑똑히 본 것이다. 얼굴이 완벽하게 드러나 있을 땐 몰랐던 모습이었다. 마동은 그녀의 슬픔을 하나하나 손으로 담아서 자신의 마음속에 집어넣었다.

  는개는 마동의 리바이스 하얀색 반팔 브이네이크라인 티셔츠를 입었고 반바지는 붉은색 아디다스 쇼트팬츠를 입었다. 쇼트팬츠는 주로 마동이 달리기를 할 때 입는 옷이었다. 여름에 긴 바지는 일 할 때만 입으면 된다는 주의를 가진 마동이었다. 일하는 시간외에는 반바지나 짧은 팬츠타입이 좋았다.

  여름이니까.

  반팔 브이네크라인 티셔츠는 는개에게 헐렁했지만 그녀는 어떤 옷을 입어도 에디 세즈윅처럼 잘 어울리는 그런 타입이었다.

  “어째서 회사에서는 늘 머리를 묶고 다니는 거지? 이렇게 머리를 푸니까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데 말이야.”

  “알아요, 머리를 풀어서 얼굴을 가리면 더 예쁘다는 걸.” 그녀는 소리를 내서 웃었다. 가지런한 치아가 보였다. 입가에 주름이 기분 좋았다.

  “누군가에게 얼굴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 사람은 저를 못 알아보고 있었죠. 그래서 작정하고 얼굴을 드러내놓고 다니게 되었어요.”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 사람이 누구지? 궁금하군.”

  “글쎄요. 누구일까요.”

  마동은 눈동자를 위로 올려 누구일까 생각했다. 는개가 웃었다. 이 집에 들어오고 자주 웃었다. 회사에서 짓는 웃음과 질이 달랐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래서 웃음이 더 값져 보였다.

  “주방을 보니 집에서 밥을 잘 챙겨 드시는가봐요.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요리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성 안에서 해결을 하는 거야. 실제로 저녁만 집에서 먹을 뿐이지. 저녁이라도 챙겨먹자고 하게 된 거지. 아침엔 매일 가는 던킨도넛에서 커피와 도넛을 먹거나 샌드위치전문점에서 세트메뉴를 먹고 출근해.”

  “그렇군요. 그런데 어쩐지 주방의 식품들이 삼일 전부터 딱 멈춰! 그런 느낌인걸요.”

  “바로 그래. 감기가 독해서 삼일 전부터 챙겨 먹지 못하고 있었어.”

  그녀는 웃으며 양손으로 자신의 작품을 내 보이며 이제 먹자고 했다. 는개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얇고 긴 싸구려 와인 잔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에 닿은 싸구려 와인 잔은 더 이상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쥐돔을 가리키며 마동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다. 마동은 56가지의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여기저기를 쑤셨다. 그래도 쥐돔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한입 먹었다. 쥐돔은 기름기가 잔뜩 배어 있었다. 물고기에도 기름이 이렇게나 가득 들어차있다는 것을 마동은 처음 알았다. 마동의 걱정과는 달리 쥐돔의 회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거부반응이 없었다. 부담감도 덜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그녀는 회를 간장에 살짝 찍어서 작은 입으로 가져가서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여기 이거 아홉 동가리도 먹어봐요. 씹는 맛이 제대로 날거예요.”

  그녀가 그렇다면 그럴 것이다. 마동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더 알고 싶은 부분이었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는개는 마동에게 자신의 와인 잔을 내밀었다. 마동은 그녀의 와인 잔에 자신의 와인 잔을 부딪혔다. 어떠한 의식 같았다. 아스카문명의 왕족들이 왕족의 시체 앞에서 행하는 의식처럼 경건하게 두 사람은 와인 잔을 부딪쳤다. 청아하지 않는 소리가 땡하며 들렸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저 지금 굉장히 행복한 거 알아요?”

  는개는 나 같은 인간과 같이 있는데 어째서 행복하다고 느낄까.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마동은 그 생각에 한숨이 깊어졌다.

  “바보같이 그런 표정은 짓지 말아요. 당신도 조금 웃어봐요. 회식자리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도통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억지로 하면 더 이상하게만 보여.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야.” 마동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흥, 하는 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렸다.

  “이건 성격이나 천성의 문제가 아니야. 스타일의 문제라구.”

  “스타일이요?”

  “그래, 스타일의 문제지. 성격은 개조가 가능해. 모난 성격은 둥글게 변할 수 있고 이기적인 천성은 이타적으로 바뀔 수 있는데 스타일은 개조가 안 되는 거야.”

  “어째서죠?”

  “어째서일까. 스타일은 사람들에게 자주 내비치지 않으니까. 지적을 자주 받기도 힘들고, 넌 왜 안 그러다가 저 사람만 나타나면 그런 행동을 하더라, 같은 스타일이 나타나는 거야.”

  는개는 마동의 말을 듣고 조금 생각에 빠지는 거 같았다. 그리고 “엉터리”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지. 는개는 애인을 두고 왜 나처럼 재미없는 사람과 있으면서 행복해 하는 거지?”

  “당신 정말 바보군요. 애인이 있다면 당신 집에 오지 않았겠죠. 그리고 보통 애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요. 우연하게 이만큼의 행복을 안겨다 준 다음 점차적으로 조금씩 행복을 깎아 갈 뿐이죠.”

  “음.”

  “행복이라는 건 괴테 같은 거예요. 우리가 모르는 종류의 행복이 있어요. 전 그 행복을 찾은 거예요. 일반적인 행복에서 벗어난 행복 말이에요.”

  괴테 같은 행복.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행복이 있지만 행복은 대부분 엇비슷할 줄 알았다. 괴테 같은 행복이란 어떤 행복일까.

  는개는 진정 행복한 얼굴을 하고 와인 잔을 비웠다. 불이 자두 색으로 물들었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는개의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회식에서 그녀에게 날아오는 술잔은 정중하게 거절했고 사람들은 응당 받아들였다. 는개가 입은 마동의 티셔츠는 헐렁해서 브이네크라인으로 그녀의 가슴골이 드러났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가슴의 언저리 부분이 보였다. 브래지어는 욕실에 두고 나온 모양이었다. 덜 마른 머리를 풀고 화장기 없는 얼굴은 볼수록 회사에서 봐온 박. 는. 개. 의 모습에서 벗어났다. 찬란한 웃음을 계속 보였고 그 사이사이에 잔존한 슬픔도 비쳤다.

  는개는 어떤 비밀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 것일까. 나와 손가락이 스쳤을 때 포효했던 세상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는개는 나에게 필시 전달사항이 있어서 왔을 것이다.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마동은 는개의 만개한 꽃과 같은 모습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지금 이런 순간은 누구나, 여성이면 꿈꾸는 거예요. 환상으로 끝이 나느냐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지느냐 그건 당신에게 달린 거라구요.”

  마동은 는개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이렇게 멋진 여자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마동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매력적인 는개에게 어떤 호감을 불러 일으켰을까. 하고 2초 동안 생각해봤지만 어두운 먹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제가 뭐 하나 보여드릴까요?”

  는개는 자신의 주위에 얌전하게 가라앉아있던 빛의 소자들을 흐트러뜨리면서 일어나 그녀의 가방이 있는 소파에 가서 가방 안을 뒤져 무엇인가 들고 왔다. 는개가 손에 쥐고 들고 온 것은 작은 사진첩이었다. 그 사진첩에서 는개는 자신의 증명사진을 꺼내 마동에게 보여주었다. 증명사진의 뒷면에는 학생의 글씨체로 언제 찍었는지 표시를 해 주었다. 증명사진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생활기록부에 붙여야하는 사진을 시작으로 일 년에 한 번씩 필요에 의해서 촬영을 했다며 그녀는 여러 장의 증명사진을 펼쳤다. 중학생인 는개도 빼어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와 2학년 때의 모습은 엇비슷했다. 그런데 2학년 때와 3학년 때의 얼굴은 비슷했지만 분위기가 확 달랐다. 갑자기 커버린 느낌이 강했다. 성숙한 면모가 1년 사이에 얼굴에 두드러졌다. 그리고 슬픈 기운도 1년 사이에 얼굴에 더 짙어졌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성숙된 변화가 아니었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증명사진 속 는개의 슬픈 변화는 확실한 것이었다. 회를 다듬던 그녀의 긴 손가락의 움직임에서, 머리를 푼 얼굴의 옆모습에서 언뜻 보이던 슬픈 기운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살짝 미소 짓고 있는 는개의 중학교 3학년 초 증명사진 속에는 그 나이에 비쳐지지 않는 허무와 환멸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했다. 자신이 거울에서 봤던 그 환멸이 는개의 사진에도 있었다. 마동은 는개의 중학교 1학년, 2학년 때의 증명사진과 중학교 3학년 때의 사진을 비교해가며 진지하고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는개는 그런 마동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는개는 마동의 어떤 부분을 감지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얼굴은 볼에 살이 붙어서 통통하게 보였지만 지금 옆에 앉아있는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후의 사진은 더 이상 그 이전의 얼굴 모습은 아니었다. 벗어났다. 완벽하게.

  “귀여운데.” 마동은 아주 조용히 읊조렸다.

  “좀 크게 말 해 줘 요”라고 마동의 귀 가까이 다가와서 는개가 말했다. 마동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미소가 바로 앞에 있었다. 그녀는 마동의 집에 와서 웃음이 부쩍 늘었다. 는개의 웃음은 공허하기만 했던 거실을 밝혔다.

  반딧불이 불을 밝히듯.

  는개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증명사진을 꺼내서 바라보았다.

  “난 정말 사진이 안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에게 투덜거렸죠. 어째서 이렇게 사진이 못 생기게 나올까. 난 나에게 질문했어요. 넌 어떻게 생겨먹은 애야?”

  “당시에 또래는 모두 그런 고민을 할 때에요.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기였으니까요. 시간이 남아돌았고 할 이야기가 많았던 시절이에요. 알죠? 사춘기니까요. 예민할 때니까. 애들 대부분 거울 속에 비친 얼굴과 사진 속의 얼굴은 정말 다른 사람이다, 너무 싫다며 투덜거렸어요.” 는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회는 먹지 않았다. 와인만 마셨다.

  “그런데 전 그 반대의 이유로 내 자신에게 투덜거렸죠. 전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의 모습 그대로 사진에 나오는 거예요.”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너무 싫어했어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아픔을 잔뜩 지니고 있었거든요. 내가 내 얼굴을 보는 것이 마치 몬스터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진을 찍으면 그 모습 그대로 나오는 거예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살을 찌우기 시작했어요. 마구 먹었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7킬로그램이 쪘어요. 그리고 증명사진을 찍었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볼 살이 통통하죠? 하지만 거울 속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사진에는 그대로 찍혔더라구요.”

  는개는 와인을 따라 부었고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증명사진을 학교에 재출하면 생활기록부에 붙이고 교무실에 붙이고 담임선생님의 수첩에 붙이고 그리고 학생증에 붙여야 했어요. 교내의 어디를 가나 몬스터처럼 나온 내 얼굴을 봐야만 했어요. 전 정말 싫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군”라고 마동은 굵직하게 말했다.

  “그래요.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었어요. 당신도 방금 내 사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더군요. 그 모습을 발견한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어요. 신기했어요.”

  “그렇군. 맞아. 나는 는개의 사진 속에서 무엇인가 변화된 모습을 발견했어.”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작은 동네의 골목이었죠. 그리고 그날 당신을 만났어요.”

  마동의 입에서 음 하는 소리가 빵 굽는 기계에서 나오듯 흘러 나왔다. 허리를 펴고 테이블에 대고 있던 두 팔을 무릎위에 올렸다. 상체를 바로 일으켜 의자에 등을 기댔다.

  는개가 중학교 2학년 때 나를 만났다면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공백을 앞에 앉아있는 그녀가 알고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래전이에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전도 아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이제 갓 만들어진 달력처럼 너무 선명해서 잊히지 않아요. 전 엄마가 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에요. 엄마는 재혼이었어요. 식은 올리지 않았죠. 어느 날 새 아빠가 집으로 들어왔어요.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유린된 중학생의 마음은 표현할 길이 없어요.”

 

  박는개.

  는개라는 이름은 그녀의 외할머니가 지어주었다. 엄마의 엄마가.

  는개는 태어날 때부터 늘어진 안개 같은 모습이었다.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가는 비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이름처럼 는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연하고 깨질 것 같았다. 약하게 태어난 는개는 외할머니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되찾았고 는개가 3살이 되고나서부터는 할머니가 매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걷게 했다. 는개는 아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빠의 부재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할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아이가 아빠가 사준 인형이라고 자랑을 할 때면 는개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위축되고 불협화음의 그림자를 만들어낸 는개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는개 옆으로 왔다. 그리고 는개의 등을 토닥거려주며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 하며 손을 잡고 놀이터를 떠났다.

  는개가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집으로 남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부터 아빠야,라고 말했고 그 남자는 는개를 무릎에 앉히고 용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키가 작고 손은 힘든 일은 하지 않는지 손바닥이 무른 찰흙처럼 부드러웠다.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 많이 졌지만 웃지 않으면 얼굴에 주름이 보이지 않았다. 눈은 옆으로 찢어져 있어서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때가 가끔 있었다. 수염을 늘 깨끗하게 밀어서 턱이 반들반들했고(는개가 어렸을 때 자주 만졌다) 머리는 짧았으며 이마가 좁고 머리카락은 직모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진하게 칠한 것처럼 숱이 많았다. 엄마에게 가끔 누나라고 하는걸 보니 엄마보다 나이가 어렸다.

  새 아빠는 는개가 학교에서 하교를 하고 집에 오면 늘 집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아빠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것에 비해서 는개의 새 아빠는 언제나 집에 있었다. 새 아빠가 집으로 오면서 같이 살던 외할머니가 따로 집을 얻어 나갔다. 그날 는개는 많이 울었다. 막상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누군가가 없다고 생각하니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것이 싫었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또한 의식의 통로를 마구 뒤흔들었다. 외할머니가 어째서 집을 나가서 살아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는개가 몇 년 후에 훌쩍 커버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엄마는 일터에서 마주치는 남자와 잠을 자는 사이로 발전했고 남자는 엄마를 위해서 엄마가 지고 있는 빚을 청산해 주었다. 그 대가로 재혼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족쇄라는 것을 엄마는 알지 못했다. 엄마는 재혼에 대해서 전혀 생각이 없었지만 자신의 몸을 허락해주기 전까지 이 남자와의 줄다리기에서 자신은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부끄럽지만 인정했다. 이 남자는 감당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빚을 청산해주었다. 남자는 혼인신고 같은 것도 하지 않았고 결혼식도 생략했다. 엄마는 그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면에 깔린 불길하고 무서운 뉴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떠들썩하지 않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엄마에게 자신이 집에 들어가는 대신 할머니를 좀 더 편안한 집으로 옮겨갔으면 했고 외할머니가 지낼 수 있는 집도 본인이 알아봐 준다고 했다. 는개는 일을 해야 하는 엄마 때문에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덕분에 여리하기만 한 몸에서 건강을 되찾았다. 할머니와 떨어지는 게 못내 싫었지만 할머니의 집은 는개의 집에서 걸어서 십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어서 엄마는 는개를 달랬다. 할머니는 볼 수 있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단다. 걸어서 십분만 가면 돼. 엄마는 그렇게 는개를 달랬다.

  새 아빠는 는개를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했다. 머리를 오 분 정도 쓰다듬고 나면 는개에게 천원을 주며 과자를 사먹어,라고 했다. 는개는 초등학교 때에 그런 새 아빠가 싫지만은 않았다. 는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며 용돈까지 쥐어 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새 아빠의 부드러운 손바닥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는개는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새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 짝지에 관한 이야기, 점심시간에 진욱이가 오줌을 싼 이야기, 색연필에 관한 이야기 등 는개는 새 아빠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새 아빠는 무릎에 앉아서 학교에서의 일과를 말하는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는개가 말을 하면 새 아빠는 호응을 잘 해 주었다. 너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는개가 질문을 대답도 잘 해 주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간도 늘어갔다. 머리를 쓰다듬고 두툼하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는개의 머리를 쓸어 넘기기도 했다. 는개의 머리를 넘기고 드러난 작은 귀를 만졌다. 그러면 는개는 어깨를 움츠리고 간지럽다고 했다. 새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무엇보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자신도 아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친아빠가 있는 다른 아이들처럼 기뻤다.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할머니와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던 엄마와 달랐다.

  집으로 들어왔는데 새 아빠가 집에 없으면 불안하고 싫었다. 는개의 새 아빠는 어느 날 집에 몇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와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단정한 옷차림의 말쑥한 사내들로 새 아빠의 일을 거들어주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는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새 아빠의 일이 어떤 일인지 알 수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왜 그런지 집안에서 말 수가 없었다. 집에서 저녁에 모두 같이 모여서 밥을 먹을 때 그 속에 할머니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식탁에서 즐겁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언제나 는개였다. 집에서 아빠라는 존재와 엄마가 함께 있다는 건 는개에게 들뜨는 일이었다. 는개도 점점 할머니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잊어갔다.

  초등학교 5학년 되면서 는개는 친한 친구가 생겼다. 는개는 새 아빠와 이야기하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군것질을 하고 비밀공유를 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런 시기가 왔다. 는개의 친구는 는개에게 자신의 집에 있는 책을 많이 빌려 주었다. 친구의 가슴은 서서히 봉긋하게 올라왔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똑똑했다. 는개의 친구는 는개에게 새로운 사실과 그것에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적인 부분을 제시했고 그 방법이 책이었다. 친구는 논리적으로 말할 때와 응석을 부릴 때를 가릴 줄 알았다. 그에 비해 는개는 생각이나 의식 같은 것들이 아직 어린 아이게 머물러 있었다. 친구는 책을 좋아하는 는개가 집에서 책을 사 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책을 많이 빌려 주었다. 소공녀부터 허클베리 핀 그리고 빨강머리 앤과 한국동화들을 읽으며 책의 재미를 알아갔다. 는개는 그 친구와 매일 어울렸다. 바지보다는 치마를 입고 싶어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옷을 하나 입어도 어떻게 입으면 좀 더 예쁘게 보일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는개의 친구역시 치마를 즐겨 입었고 그 치마는 친구에게 잘 어울렸고 예쁘게 입을 줄 알았다.

  새 아빠는 더 이상 는개를 무릎에 앉히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는개의 좀 더 예쁘게 자란 귀를 만졌다. 귓불을 만지작거렸고 위에서 아래로 쓸어가면서 만졌다. 어느 토요일 오후, 는개와 어울리던 친구가 는개의 집으로 놀러 오게 되었다. 는개의 방은 여자아이의 방이었지만 허전하고 무엇인가 빠져있는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인형은 몇 개 있었지만 어릴 때 사놓은 것들이었으며 그것마저 허수아비 같은 인형이었다. 책이라고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전혀 없었고 방의 평균적인 컬러도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는개는 친구와 자신의 방에서 서로간의 비밀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새 아빠가 방으로 들어왔다. 는개의 새 아빠는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간이 길어지고 는개의 귀를 만지작거리는 새 아빠의 행동이 친구의 눈에는 비논리적으로 보였다.

  정. 상. 적. 인 행동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새 아빠라는 사람은 는개의 귀를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고 또 귀를 만지고 머리를 끊임없이 쓰다듬었다. 친구의 눈에 들어오는 그 광경은 기이하리만치 이상했다. 는개의 표정도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새 아빠가 방에서 나가고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친구는 는개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너의 아빠가 하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다. 친구는 분명하게 말했고 이후에 는개는 새 아빠의 쓰다듬는 행동을 피하려 했다. 그것은 확실하게 이상한 행동이었다고 는개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머리를 한 시간이상 쓰다듬고 귀를 만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난 행동이었다. 새 아빠의 기이한 점은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 그 이상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될수록 는개는 항상 집에만 머물러 있는 새 아빠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 아빠가 접촉을 하려고 손길이 오면 는개는 손길을 뿌리쳤다. 는개의 몸이 자연적으로 새 아빠의 음흉한 손길을 거부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는개의 생각으로 맞았다. 는개가 초등학교 6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그녀는 어렸지만 여자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할 만큼 가슴이 나왔고 초경도 했다. 초경이 일어나면 집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는개의 엄마는 패드를 대고 팬티를 올리며 더욱 조용히 는개의 입단속을 했다. 피 냄새가 진해, 유독 진하단 말이야 너는. 라고 하며 는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했다. 는개는 무슨 말을 하지 말라는 건지 알지 못했다. 는개는 새 아빠에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를 1분미만으로 만지게 했다. 더 이상은 싫었다. 어느 날 새 아빠가 없는 틈에 엄마는 는개를 방으로 불러서 다그쳤다.

  “새 아빠가 귀여워서 그러는데 왜 그러는 거야! 어릴 땐 새 아빠의 무릎에 앉아서 네가 더 좋아했잖아.”

  는개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땐 그럴 수 있다. 새 아빠는 조금 이상하다. 엄마는 왜 그걸 모르는 척 하느냐. 그건 내가 귀여워서 쓰다듬는 게 아니다. 작년부터 한 시간씩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엄마라면 엄마가 나를 지켜줘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라고 는개는 엄마에게 큰 소리를 내며 말을 했다. 는개가 엄마에게 힘 있게 이야기를 했을 때 무엇인가 는개의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엄마는 는개의 뺨을 때렸다.

  “새 아빠는 그래도 머리만 쓰다듬잖니! 네가 귀여워서 그런 것이니 앞으로 새 아빠가 쓰다듬으려 할 때 뿌리치지 마. 새 아빠 덕분에 할머니도 집을 얻었고 이집도 그렇고. 네 앞으로의 학비와 옷도 가방도 모두 새 아빠가 사주는 것이니 아빠가 귀여워 해주면 그냥 그대로 있어!”

  엄마의 급작스런 완고함과 손찌검에 는개의 눈망울에 눈물이 피처럼 맺혔다. 는개는 자신을 나아준 엄마라도 경멸이라는 감정을 실어서 쳐다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는개는 학교의 수업이 끝나면 친구를 붙잡아서 놀다가 최대한 늦게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저녁 7시면 집에 오니까 엄마가 오면 새 아빠의 행동은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는개는 학교가 파하면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는개의 착각이었다. 엄마가 집에 와서 저녁을 준비할 때 새 아빠는 는개의 방에서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작거렸다. 저녁을 먹고 는개가 방으로 들어가면 새 아빠는 들어와서 한 시간 동안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졌다. 엄마가 집에 있을 때 새 아빠는 그동안 는개의 머리를 오랫동안 쓰다듬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새 아빠는 엄마가 집에 있어도 는개의 방에서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작거렸다.

  엄마는 말리려 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새 아빠의 행동을 알고도 모른척했다. 는개는 수치심이 독버섯처럼 피어올랐다. 무릎위의 작은 두 손은 주먹을 쥐었다. 주먹을 쥔 작은 손은 진동으로 울리는 휴대 전화기처럼 서럽게 떨렸다. 새 아빠의 손길을 우호적이라든가 는개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손길이 아니었다. 욕구를 채우려는 움직임이었다. 새 아빠의 손놀림이라는 것은 산속을 일주일 헤매다가 어떤 벌레의 유충을 발견해 배가 너무 고파 입에 넣었는데 애벌레가 입 안에서 툭 터진 채로 꾸물꾸물 움직이는 징그러움이 새 아빠의 손짓에 서려있었다.

  그 손짓이 늘어갈수록 하느님의 가증스런 개입을 는개는 바랐지만 그런 일은 당연하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적인 존재 하느님은 언제나 바빠서 나 같은 사람의 기도 같은 건 들어 주지 않았다. 는개는 매일 지속되는 새 아빠의 쓰다듬기가 끝이 나면 상상이상의 수치심에 주먹을 쥐고 있는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새 아빠는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귀를 만지는 것 이상은 넘어서지 않았다. 새 아빠는 가끔 집에서 자신에게 일을 배우는 사내들을 불러 무엇인가 모종의 이야기를 나눴고 저녁을 먹고 나면 는개는 책상에 인형처럼 꼿꼿하게 앉아 있었고 새 아빠의 머리 쓰다듬기는 이어졌다.

  는개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여름을 지나서부터 는개에게 말을 하며 용돈을 쥐어주던 새 아빠가 변했다.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던 새 아빠의 말이 사라졌다. 소변을 보는 것처럼 그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머리를 한없이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귀를 만졌다. 는개는 새 아빠가 머리를 만지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빨리 중학생이 되어 초등학생에서 벗어나는 순간 집을 나가야겠다. 할머니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할까. 는개는 다른 방법을 떠올려봤지만 생각 속으로 철사가 촘촘히 박혀있는 검은 벌레가 나타나서 생각을 흩뜨렸다. 그 벌레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몸이 갑자기 떨리며 체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무 뒤에 숨을 죽이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거대한 벌레가 녹색의 액을 흘리고 은밀한 소리를 내며 다가올 때의 공포가 새 아빠의 손짓에 고스란히 있었다. 정신이 모호해지고 몸이 심하게 떨렸다. 오래된 엔진이 시동으로 요동을 치듯 몸이 떨려왔다. 는개는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참아내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던지 어린 는개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양손을 무릎위에 올리고 이를 꽉 깨물듯 주먹을 세게 꽉 쥐었다. 예쁘게 자란 손톱의 끝이 손바닥을 뚫었고 땀과 함께 피가 섞여 나왔다. 어린양을 잡아서 먹이를 가지고 노는 시뻘건 눈알의 육식동물처럼 새 아빠의 손은 선을 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채웠다. 그에 비해 는개의 의지는 너무나 약했고 미미했다. 는개의 힘은 철사가 박혀있는 의지강한 벌레에 비해 바다에 떠 있는 줄 끊어진 작은 돛단배처럼 위태롭고 약하기만 했다. 는개는 이를 더욱 깨물었고 그 힘이 머리의 신경까지 전달될 때마다 얼굴은 극심하게 일그러졌다. 손톱은 손바닥의 상처를 더욱 드세게 짓눌렀다. 는개는 손바닥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정신은 끈을 놓으려고 했다. 발바닥이 방바닥에 닿아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몸이 차가워졌다가 뜨거워지는 반복의 주기가 빨라졌다. 하체가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끼며 는개는 그대로 의자 밑으로 쓰러졌다. 다리를 타고 내려온 피가 방바닥을 붉게 물들이니 새 아빠가 놀라서 는개의 엄마의 불렀고 는개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혈은 심각해서 는개의 임신여부가 앞으로 불투명했고 는개의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식은 강남콩처럼 는개의 몸은 차가웠다. 퇴원을 하고 는개는 이름처럼 더욱 늘어진 안개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후 는개는 달리는 알이 없었고 침착했지만 웃음도 사라졌다. 퇴원 후 집에 온 할머니는 영문도 모르게 변해버린 는개를 바라보며 울다가 돌아갔다. 새 아빠는 는개가 그렇게 병원신세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하였다. 는개는 새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쓰러지기 전처럼 이를 꽉 깨물지도 않았으면 주먹을 쥐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새 아빠의 손길을 배제했다. 실체가 없는 미시세계에서 떠돌아다니는 먼지처럼 인지하고 그것을 거시세계에서 완전무결하게 무효화시켰다. 머리카락과 머리가 그 더러운 손길의 감촉을 무시했다. 안면인식장애를 느끼는 사람처럼 는개의 목덜미를 만지고 귀를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손길은 촉발을 잃어버렸다. 단지 밤에 잠들려 누우면 어린 시절 남자의 반질한 턱을 문질렀던 손의 감촉이 고름처럼 올라와서 한동안 불면에 시달려야 했다. 는개의 감각은 남자의 손길을 배재한 채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었고 공책에 숙제를 필기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갔다. 밤이 오고 해와 달이 번갈아가며 바뀌었다. 태양의 냄새가 여러 번 방안을 휘감았고 눈초리를 얇게 만드는 원색의 빛이 여러 날 방에 투침했다. 어느 날 아빠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것을 발견했다.

  새 아빠는 시간이 갈수록 무시당한다는 묘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었다. 남자는 지니고 있던 평정심이 점점 바닥을 보였다. 남자는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꿀렁거리며 올라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했다. 는개가 치를 떨며 수치심을 참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던 남자는 자신이 이 어린것에게 완전히 배척당하고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을 넘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남자는 페로필리아로 법에게 호되게 혼쭐이 났었다. 구치소에서 여러 번 출소를 했다. 다른 이유로 구치소의 문턱을 들락거렸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겠지만 남자는 소아성애자였다. 어린 아이의 가슴을 만지고 성기도 만졌다. 입소하기 전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면 달아올랐다. 그러다가 여자아이에게로만 이입되면서 행위가 점점 심해져 결국 남자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나서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출소를 했다. 자신의 딸이라 할지라도 목 밑으로 손이 내려가면 형량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귀엽기만 한 의붓딸의 성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사채업으로 돈이 많았던 남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돈을 빌려간 는개의 엄마와 잠을 자는 사이로 발전을 했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여자의 지갑에서 딸의 사진을 보는 순간 평생 자신의 노리갯감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여자와 동거에 합의를 보고 그 대가로 사채는 갚지 않도록 해주었다.

  남자는 는개의 엄마를 생활 속에서 점점 조여왔다. 외할머니를 집밖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는개가 잠이 들면 엄마에게 항문섹스를 강요했고 응하지 않으면 그는 는개를 필두로 협박을 했다. 내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우리는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는개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머리를 만지는 것에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리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는 엄마에게 단호하게 일러두었다. 는개에게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게 하지 말라고.

  처음에는 속았다고 생각한 엄마는 그의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는개의 몸도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밤바다 걷잡을 수 없는 항문섹스를 강요하는 남자가 싫었지만 남자의 아이를 가지는 것보다 나았다. 참을 만 했다. 는개는 나날이 예쁘게 자랐다. 가냘프고 여리여리 했지만 는개는 착실하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무참하게 병원신세를 질 정도로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엄마는 남자에게 대들었다가 는개의 생명도 위태롭다는 협박을 받기에 이르렀다.

  남자는 는개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따라 들어가면 이제 문을 닫지도 않고 는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지만 남자는 는개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는개는 중학생이 되었다. 교복을 입은 는개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훨씬 여자다웠다. 모든 아이들이 앞머리를 일자로 만들어 단발로 학교를 다녔던 것에 비하면 는개는 이마를 드러냈고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하고 다녔다. 말수가 적었고 교내에서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파우스트 같은 책을 늘 읽었다. 아이들과 말을 섞지 않았고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한 물처럼 생활했다. 수업시간에는 졸지 않았으며 성적은 상위권을 달렸다. 생리가 불규칙적이었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야 했다. 가끔 아버지의 존재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대답을 했다. 는개는 이슬비처럼 움직였다.

  어느 날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아있는데 남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는개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남자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남자의 쓰다듬기가 중단되었다. 거짓말처럼 남자는 는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는개에게 변화가 오지는 않았다. 는개는 여전히 이슬비처럼 고요했고 조용히 움직였으며 채식위주로 소식을 하며 지냈다. 수업시간에 늘 그렇지만 졸지 않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볕이 드는 곳에서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었다. 는개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엷게 만들었다. 너무 엷게 만들지나 않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한 밤중에 정전이 되어버린 집안에 혼자 있는 당찬 어린아이처럼 는개는 그렇게 지냈다. 여전히 세상은 흐르고 있었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밭은 숨을 내쉬었고 계절은 바스락 거리며 반복의 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날은 찬란한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성큼 들어온 날이었다. 아침에는 이제 제법 쌀쌀해지는 날씨가 되었고 집 앞에는 가을 새들이 찾아와 울어댔다. 는개는 학교를 마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집으로 오고 있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걸으며 로테에게 마음과 혼을 다 빼앗겨버린 베르테르의 고독에 대해서 빠져 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은 눈을 감고도 천천히 발을 옮기면 길을 찾을 수 있을 만큼 훤했다. 집근처의 마을로 접어들었을 때 는개는 누군가에게 낚아 채였고 악 하는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몸이 무서운 완력이 의해 끌려갔다. 그 힘은 는개의 팔을 뽑아 버릴 것처럼 잡아당기고 있었고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이렇게 센 완력은 처음 느꼈다. 갑작스런 반응에 몸이 재빠르게 적응을 하지 못했다. 몸은 이미 이곳으로 와 있었지만 신체에 반응하는 의식이 저 곳에서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는개가 읽고 있던 책은 바닥에 떨어졌고 는개는 골목어귀로 끌려갔다.

  는개를 끌고 간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고 그들이 끌고 간 곳은 집들이 촘촘히 붙어있는 80년대 주택개발에 의해 지어진 주택지의 골목이었다. 아직 저녁이 되지 않았다. 사람은 없었지만 오후의 황량함이 코 안을 버석거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지에서 다 큰 여중생이 납치가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는개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 중에 한 사람이 는개의 얼굴에 서슬이 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눈동자 가까이 다가온 칼날의 뾰족한 끝을 보니 목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공포, 그것이었다.

  그들은 3명이었고 금품을 갈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사람은 칼을 는개의 눈앞에 들이대고 있었고 한 사람은 는개의 한쪽 팔을 잡고 있었고 한 사람은 치마를 입고 있는 는개의 다리 사이에 다리를 집어놓은 상태였고 다리를 벌리게 만들었다.

  는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심장이 계속 가슴 한구석에서 견디지 못하고 심각한 펌프질을 했다. 침을 삼킬 수도 없었다. 몸 안에서 생명을 위해 활발히 작동하는 기관들이 엉망으로 불끈거리며 상황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성인 남자 세 명에게 중학생인 여자아이가 동네에서 벌어진 겁탈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미미하기만 했다. 는개는 그저 힘없는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동네는 골목이 많았다. 골목은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골목에 주택의 대문이 오종종 붙어있었는데 폐쇄되어버린 공장에서 찍어 냈을 법한 녹슨 철문들은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부 일터로 나가거나 학교로 가버려서 어느 누구도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동네의 개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는개의 몸은 지구에서 달까지 달려가 버린 자동차만큼 떨리기 시작했다. 이 떨림은 언젠가 맛 본 불운한 떨림이었다. 치마사이로 사내의 무릎이 들어와서 는개의 다리는 더 벌어졌다. 눈동자 앞의 칼날 끝에서 방사능이 나올 것만 같았다. 선단공포의 무서움을 알 것 같았다. 저것이 눈을 통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까마득한 두려움에 몸의 힘이 몽땅 빠져나가버렸다. 칼끝이 너무 무서워 는개는 시선을 맞은편 사내의 얼굴로 옮겼다. 사내의 눈동자는 사람의 눈빛에서 벗어나 있었다. 후피동물의 단단한 피부도 물어뜯어 버리는 악어의 눈빛이었다. 시간이 그대로 묵은 상태로 변질되고 는개는 그만 오줌을 지렸다. 눈앞에서 누른 이를 드러내놓고 웃고 있던 사내는 새 아빠라고 불리는 남자와 말끔한 차림으로 집에서 가끔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는개는 남은 모스카토를 다 부어 한 번에 꿀꺽 마셨다. 마동은 의자에 기댄 채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맨하탄스의 샤이닝 스타가 흘러 나와서 거실을 가득 매웠지만 마동의 귀에 그들의 노랫소리는 그저 조용한 잡음과 같았다. 그녀는 아픈 과거를 지니며 살아오고 있었다. 마음에 큰 아픔을 지닌 사람 대부분이 아픈 과거 따위는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는개는 그동안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지내왔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당신은 왜 안 마셔요?”

  “마시고 있어. 천천히 마시고 있다구.”

  는개는 싸구려 와인 한 병을 더 땄다. 병마개를 돌려서 따는 와인이었다. 따는 재미가 없는 마동 같은 와인이었다. 는개는 잔에 따르고 마동에게도 권했다. 마동은 자신의 잔에 있던 모스카토를 다 마시고 그녀가 내미는 와인을 받았다.

  “당신이 언제 나올까 궁금하지 않아요?”

  마동은 대답하지 않고 와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아직 물기가 그대로인 는개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는개의 눈동자는 그녀의 세계를 이루는 한 조각이었지만 그 조각 속에는 역시 다른 세계가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어떤 짓을 당한 것일까.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어린 는개의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생각하니 마음이 격분했다. 자의식이 칼을 들고 마동의 몸을 잠식하려고 했다. 마동은 통증을 참아내듯 자의식을 꾹 눌렀다.

  “이야기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굳이 어려운 기억을 꺼낼 필요는 없어.” 마동은 또 한 모금의 와인을 목으로 넘겼다.

  이 술에 거부감이 없는 것은 어째서 일까. 색깔 때문일까.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을 만나면 이야기를 해 주려고 했어요. 내내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언젠가가 바로 오늘이에요. 우리는 꽤 오래전에 만났어요. 당신은 기억을 못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는개의 눈은 결심을 말하려하고 있었다. 눈동자는 마동에게 어째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에요, 하며 이의성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았다. 조금 안타까워하는 모습, 조금 슬픈 모습을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는개의 눈동자 속의 세계는 십여 년 전의 많은 기억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그 모습으로 마동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 그때 소리를 지를 수도, 도망칠 엄두도 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새 아빠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고 집에 가끔씩 와서 편안한 웃음으로 는개에게 귀엽다고 한마디씩 던진 남자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주택가의 골목에는 사람들이 전혀 돌아다니지 않았죠. 나를 겁탈하려는 그들은 시간과 장소를 물색했던 모양이에요. 나를 타깃으로 하고 말이죠. 배후에는 새 아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확신은 있지만 증거 같은 것이 없었는데 그때 기이한 사건으로 인해 나는 새 아빠라는 남자가 주동했다고 믿게 되었어요.” 침묵이 흘렀다.

  침묵은 마동도 는개도 손을 대지 않아서 더욱 단단하고 엄숙했다. 는개의 눈은 와인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인 잔에 들어있는 와인이 미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와인이 세계를 흩뜨리고 싶었던지 는개는 와인 잔을 돌렸다. 물결을 이루며 와인이 찰랑거렸다. 그녀의 볼은 처음보다 조금 더 붉어졌다. 그것이 와인 때문인지 기억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다. 양쪽 눈썹은 다르지만 가지런하여 하늘을 수놓은 얇은 구름처럼 그녀의 눈 위에 고르게 붙어서 얼굴을 완성시키는데 일익하고 있었다. 증명사진에서 보였던 눈썹과는 달랐다. 눈썹은 자주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소피의 말이 떠올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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