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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포르피린의 그녀
작가 : 멜로윙
작품등록일 : 2019.10.4

나는 어느 날 병원에서 '포르피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설유리라는 소녀에게 습격당하게 된다.
포르피린증이란 병은 뱀파이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이며, 그녀는 조금 더 특별한 증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낸 걸까,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 못지않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었다.

 
포르피린의 그녀_15화
작성일 : 19-10-25 02:25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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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으엑…….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시작되기 전 내 몸의 반 사이즈 정도 되는 쓰레기통을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쓰레기통 안에서는 시큼하고 쓴 부패된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도저히 미간에 주름을 만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후각이 장애를 일으키기 전에 후딱 끝내버리고 손을 씻고 싶다는 간절함이 극에 달해 발걸음이 가속됐다.

 

  분리수거장에 도착하니 바닥에 놓인 큰 판에 쓰레기를 붓고 분리수거를 진행하고 있는 다른 반 학생들이 보였다. 다들 하나같이 모르는 얼굴들이다.

 

  2인 1조로, 모두 겹치지 않게 쓰레기를 부어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내 쓰레기통에 산더미처럼 담겨있는 갖가지 것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숨을 내쉬기 전 마신 들숨은 굉장히 텁텁했다. 눈 또한 따가워진 것 같다.

 

  지금부터 이 많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데, 과연 혼자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손을 내미는 이가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아마 없을 것이다.

 

  다들 빨리 뜨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여기서 제 일을 마치고 생판 남을 위해 움직이는 이가 있다면 그는 분명 부처와 다름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도와주지 않는 이들이 딱히 밉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고된 일을 반에서 도맡아 하고 있는 부분부터 그들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젠장. 강지석을 억지로라도 깨워서 데려왔어야 했나.

 

  하지만 그 녀석은 한 번 잠들면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도통 일어나지 않는다.

 

  내 잘못으로 인해 받는 벌을 돕게 하기 위해 억지로 깨우면서까지 돕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의 이치니깐.

 

  그렇게 4대 성인님들이 하실법한 생각으로 체념하면서 옆에 놓인 일회용 마스크를 끼고 목장갑을 손에 끼웠다.

 

  “윽, 이 목장갑 축축하잖아…….”

 

  아마 모두의 땀과 좋지 못한 액체를 흡수한 탓에 이렇게 됐을 것이다.

 

  다른 것들도 전부 비슷할 터, 나는 바꾸지 않고 빈 곳을 확보해 쓰레기통을 천천히 엎었다.

 

  와…… 엄청나다. 통신문과 휴지 등 종이부터 시작해서 과자봉지, 학용품, 화장품에 심지어 휴지에 싸지 않고 뱉은 껌이나 곰팡이가 핀 음식물도 있었다.

 

  벌레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분리수거 당번들에 대한 경외심이 부풀었다.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하는 걸까, 그들의 비위는 대체 어떻게 돼먹은 걸까?

 

  이런 걸 일주일에 한 번씩 보면서, 심지어 손수 분리하고 냄새를 참아가며 치우다니…….

 

  이마를 소매로 한 번 훔쳐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큰 것부터 차근차근 치워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냥 교실에 쓰레기통을 여러 개 놔서 버릴 때부터 분리수거를 하면 안 되나 하는 불만이 들었다. 그리고 왜인지 유리가 떠올랐다.

 

  아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나머지 정신이라도 다른 곳으로 보내진 느낌이었다. 눈으로만 분류할 뿐이지 도저히 집중하면서 할 일이 못 됐다.

 

  그나저나 어째서 유리가 떠오른 거지? 내게 도피처는 유리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선에 목장갑을 낀 두 손이 포착됐다. 그 손은 내가 치울 쓰레기들을 재빨리 집어내고 있었다.

 

  부처인가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어 구원의 손을 내민 자의 얼굴을 보았다.

 

  구원자는 마스크로 하관을 가리고 있었지만, 단발과 눈의 생김새만 보아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진하영…… 네가 왜……?”

 

  “뭐, 왜! 도와주지 말까?”

 

  “아, 아니…….”

 

  그만 멈춘 구세주의 손에 나는 도움 요청을 담은 부정을 표했다.

 

  진하영은 다시 손을 분주히 움직이면서 쓰레기들을 파격적인 속도로 정리해나갔다.

 

  그녀가 전에 분리수거 당번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힘없이 제법 능숙한 솜씨였다.

 

  나도 그녀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 손을 빨리 움직였다.

 

  ……문득 진하영은 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함께해주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나는 또 그녀에게 도움이나 받고 있었다.

 

  그녀는 나로 인해 분명히 감정이 상했을 텐데, 또 이렇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주고 있었다.

 

  “고맙다.”

 

  나는 당연히 전해야 할 감사를 왠지 무겁게 건넸다. 그것밖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도 고마워.”

 

  “응?”

 

  갑자기 도움을 주는 입장의 그녀가 감사를 전해왔다. 나는 그녀가 내게 감사할 일이 있던가? 하고 물음표를 띄웠다.

 

  “아까 체육 시간에 공, 막아줬잖아.”

 

  내 머릿속에 아, 하고 그 장면이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해 진하영에게 날아드는 공을 잡은 조금 짜릿했던 순간이.

 

  너무 갑작스럽고 짧게 일어난 일이라 미처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그거, 안 막아줬으면 못 피하고 그대로 맞았을 거야.”

 

  “어, 어…….”

 

  진지하게 감사를 전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있던 터라 겸연쩍은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묵묵히 쓰레기를 분리하여 치우는 데에 집중했다. 어쩌면 더는 오고 갈 말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먼저 말을 건넬 권리는 진하영에게 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만든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먼저 건네겠는가.

 

  그보다 그녀는 체육 시간에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갚기 위해 지금 나를 도와주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곧바로 파기하였다. 저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도움받는 이의 예의가 아니다.

 

  또한, 빚을 지지 않았어도 그녀가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착한 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 우유 팩 버리는 곳은 저기 따로 있어.”

 

  “으, 응. 미안.”

 

  느닷없이 들려온 지적에 왠지 그녀에게 습관이 된 것 같은 사과를 해버렸다.

 

  “뭐 이런 거로 미안하냐?”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분위기는 조금 누그러진 것처럼도 보였지만, 우리는 분리수거를 마칠 때까지 더 이상의 대화가 없었다.

 

 

  “으음~ 하~.”

 

  분리수거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 진하영이 양팔을 높이 들어 올려 기지개를 켜며 그런 소리를 냈다.

 

  나는 쓰레기통을 들고 천천히 걷는 그녀의 페이스에 맞춰, 가깝게 붙어있진 않지만, 일행이라고 판별은 가능할 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있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옆에는 한 번 멋지게 꽃을 피운 뒤 시들어 떨어진 푸석해 보이는 잎들이 바람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제외하면 적막만이 있었고, 유일하게 침묵을 깨려고 드는 발걸음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땅을 보고 걷던 중 슬쩍 옆을 보니 진하영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구름을 보는 걸까.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지금 뭔가 대화가 필요한 분위기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혀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감사 인사는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도와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빨리 끝났어.”

 

  그런 형식적이며 평범한 감사를 말했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직도 고독하고 괴롭게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었을 것이며, 우유 팩을 제대로 분리수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됐어. 나도 빚진 거 갚은 거니깐.”

 

  그녀는 눈을 껌벅이면서 가벼운 어투로 대답했다.

 

  딱히 며칠 전 일에 대해서 화가 나 있거나 좋지 못한 감정을 품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뭐, 그녀라면 품고 있다 할지라도 티를 내지 않겠지만.

 

  나는 그 덧없이 친절한 마음씨에 여전히 의문이 갔다. 어째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내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인가.

 

  어째서 내게 이렇게 또 다가올 수 있는 것인가.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을 진하영에게는 우주원이란 사람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텐데, 그만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음에도…… 왜 내게 또 다가와 준 걸까.

 

  단순히 공을 한 번 막아준 것 때문에 나를 용서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전에도 그녀는 나를 여러 번 용서해줬고, 언제나 먼저 다가와 주었다.

 

  대체 내게 왜 이렇게까지 대해주는 것일까?

 

  “맞다, 너 아까 과학 시간에 완전 웃겼어. 근데 담임 쌤도 가끔 보면 좀 심하다니깐.”

 

  그녀가 자연스럽게 이쪽을 보고 웃으며 대화거리를 투척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다운 미소였다. 근데 그녀는 그때의 나를 보고 웃었을까?

 

  “그러게……. 앞자리만 아니었어도 안 걸렸을 거야.”

 

  나는 그 미소에 최대한 성의 있게 대답했다.

 

  “역시 책 되게 좋아하는구나? 꾸준하네.”

 

  “응…….”

 

  그 칭찬 같은 말에는 딱히 답할만한 게 떠오르지 않아 간단한 긍정을 했다.

 

  그 뒤로 다시금 흐르려던 침묵을 채워 넣듯 찬 바람이 요란하게 몰아쳤다.

 

  길게 분 바람이 잠잠해지고, 그녀는 난데없이 불어온 바람처럼 이런 질문을 입에 담았다.

 

  “넌 책이 좋냐, 내가 좋냐?”

 

  “…….”

 

  느닷없이 날아온 그 질문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무거워 보여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저런 대화는 이성 사이에서는 그저 장난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그런 것들과는 확연한 온도 차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진지한 목소리에서 분명 가볍게 던진 질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고민할 것도 없이 애초부터 선택지가 하나뿐인 질문이었다.

 

  연인 사이가 아닌 이성이 여기서 후자를 고른다는 것은 고백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썸을 타는 관계도 아닌 우리에게 후자가 골라진다는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대답하지 않고 침묵할 수는 없다. 그녀는 분명 용기를 내어 저 질문을 한 것이니깐. 나는 그 용기에 답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그런 것들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배려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히 전달되도록 대답했다. 책을 고르지 않은 것이 아닌, 그녀를 고르지 않았다는 것의 의미를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진하영은 예상했다는 듯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눈꺼풀을 내리더니 이번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번에 유리라는 여자애는 아직…… 친구야?”

 

  “……응.”

 

  ‘아직’이라는 말에 함유된 의미는 풀어주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을 부정하지도, 묻지도 않고 짧고 솔직한 대답을 했다.

 

  몇 초 뒤 그녀는 눈동자에 결심의 빛을 보이며 이렇게 물어왔다.

 

  “그 친구랑 책 중에는 어느 쪽이 좋아?”

 

  그 질문을 하곤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는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섰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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