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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푸른성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2

운명 싱대에 대한 이야기

 
11.
작성일 : 19-10-25 01:04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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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둑한 거리.

  기쁨의 차가 멈춘 곳은 [푸른성]이었다. 간판은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기쁨이 운전석에서 내리자 조수석에서 이수연이 따라 내렸다. 기쁨은 닫힌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거리는 흔한 네온사인 하나 없이 오직 달빛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던 기쁨이 돌아와 팔을 내밀어 수연의 팔을 잡아 안으로 이끌었다. 수연은 언제 그랬냐는듯 순순히 그 손에 따라 안으로 사라졌다.

 

  가게 안은 전등 대신 초들이 놓여 있었다. 수연은 여기저기 놓인 초들을 관광객 마냥 두리번 거리며 바라봤다. 초들은 자신들의 몸이 타들어간 시간을 제 스스로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피아노 음악이 나직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연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앉아]

  기쁨이 수연에게 바에 놓인 의자를 가리켰다. 수연이 의자에 앉자 기쁨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아직 자고 있는 거 같은데 깨울까?]

  수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님 뭐라도 마실래?]

  [와인?]

  [알았어]

  기쁨이 바 안으로 들어가 와인 잔을 두 개 꺼내더니 벽장에 있는 레드와인을 반씩 따랐다.

  [여기 가게는 자주오는 곳이야?]

  [가끔]

  [그런데 왜 난 몰랐지?]

  [...이런 곳에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오지 않으니까]

  [내가 너한테 그런 사람이야?]

  [...]

  수연은 와잉 잔을 들더니 그대로 와인을 다 마셨다. 기쁨은 묵묵히 빈 잔을 채웠다.

  [나 보고 싶어]

  [응?]

  수연이 손목을 들어 기쁨에게 향했다.

  [붉은실]

  수연의 말에 기쁨은 당황한듯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해봤자 평범한 인간은 볼 수 없어]

  [그래도 해봐]

  [...]

  [네꺼하고 내꺼하고 같이 꺼낼 수 있어?]

  [아마도]

  [해줘]

  [안돼. 너하고 나하고는 안돼]

  [왜? 다른 사람 싫어. 너 아니면 싫어]

  [...그래도 안돼. 아. 우리 다른 음악 들을까? 밝은 걸로?]

  [우리 병원에서 어차피 둘 다 백핼병이었잖아. 그랬는데. 넌 인간이 아닌게 돼서 더이상 죽을 걱정 안해도 되고 난 너 덕분에 수명 연장 된 거 같은데. 우리 어차피 덤으로 사는 거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우린 사는 게 힘든거야?]

  [...]

  [차라리 같이 아플 떄가 좋았어]

  [그런 말 하지마]

  [너 너무 이기적이야. 정말 실어]

  [미안해. 이기적이어서]

  [이럴거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뭘...]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운명의 실. 니가 그 괴한한테 끊어 버리게 했잖아]

  [아... 황씨가 했던 그건....]

  [그거 때문에 나 거의 죽을 뻔 한 거 아냐? 거기다 내 운명의 상대는 이제 더이상 내 운명이 아닌 거 아냐?]

  [난 좋아서 했는 줄 알아? 니가 그렇게 아파해서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데]

  기쁨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수연이 기쁨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기쁨의 눈물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흘러 내렸다. 수연이 그런 기쁨을 꼭 끌어 안았다.

  [으으으으으]

  [울지마...]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 목숨이 다해도 사랑해. 그러니까 정말 하고 싶어. 제발 부탁이야]

 

 

  기쁨은 수연에게서 떨어져 잠시 감정을 추스렸다.

  [이번 딱 한번만이야]

  [응]

  [위험하면 바로 그만 두는 거야]

  [응!]

  기쁨은 수연의 팔목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수연은 기쁨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기쁨은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 수연의 눈이 자신의 깊은 어딘가에 깊이 깊이 잠겨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쁨이 수연의 팔목을 문지르지 시작하자 수연이 기쁨에게 다가와 입술에 키스를 했다. 기쁨 역시 수연의 입술과 혀를 자신의 혀와 입술로 가두고 어루만졌다. 수연의 팔에서 붉은 실이 쭉쭉 뻗어 나오더니 기쁨의 팔목을 휘감기 시작했다. 기쁨은 수연의 붉은 실이 휘감은 팔목을 빠르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쁨의 팔목에서 붉은 실이 분출하듯이 튀어나와 수연의 실과 뱀처럼 휘감겼다.

  그 순간 수연의 눈이 흰자위를 보이며 고개가 뒤로 꺾였다. 기쁨이 당황해 수연의 몸을 잡으려고 했지만 수연의 몸은 그대로 의자에서 지탱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연아!]

  기쁨은 수연에게 달려가 몸을 붙들어 꼭 끌어 안았다. 수연은 여전히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의식을 잃은 채였다.

 

  그때 바 구석에서 흰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주영이었다.

  [응?]

  [바텐더! 도와줘]

  [무슨 일이에요?]

  주영은 말하는 것과는 달리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기쁨에게 다가왔다.

  [정신을 잃었어]

  [술 많이 마셨어요?]

  [그런거 아냐]

  [그럼... 뭐한 거에요?]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주영은 하품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난 술을 파는 것만 하지 다른 건 몰라요. 황씨 아저씨 부를까요?]

  [아니! 좀 누울 수 있게 만 해줘]

  [흠. 간이 침대라도 괜찮으면. 바 안 쪽에 있어요]

  [고마워]

  [따라와요]

  주영이 바 안으로 앞장서자 기쁨은 수연을 업고 그 뒤를 따랐다.

 

  간이 침대에 눕힌 수연은 엷게 숨을 내쉬고는 있었지만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기쁨은 그 옆에 앉아 허공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순간의 충동에 이런 짓을 벌인건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수연이가 간절이 원했어도 뿌리쳤어야 했었다. 황씨가 수연의 붉은 실을 거의 끊어 놓았기 때문에 소정의 목적은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운명의 상대와의 붉은 실을 끊어 놓았다고 해도 본래 짝이 없는 붉은 실의 소유자인 자신이 그 대신을 할 수 있을거란 건 지나치게 난관적인 망상에 불과했다.

 

  기쁨은 수연의 얼굴을 몇번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그냥 평범한 인간대 인간으로 사랑하고 백년해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 가장처음으로 수연의 병실로 찾아가 자신의 붉은 실을 꺼냈을 때는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고 확신했다. 자신과 수연의 붉은 실은 아지랑이인양 각자 허공을 배회할 뿐이었다. 서로의 실에 관심도 없어 보였다.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어쩌면 수연에겐 자신이 아닌 다른 짝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용기는 도무지 나질 않았다.

  그러다 자신의 몸이 이제 더이상 백혈병이 아니란 진단을 받고 퇴원을 할 때 기쁨은 한 가지 다짐을 한다. 이미 그 즈음에는 자신이 마음을 먹으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였다. 그는 퇴원한 양 병원을 나간 뒤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수연의 병문안을 다녔다.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따로 면회 시간도 필요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수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게 됐다. 그리고 수연은 기쁨과 자신의 붉은 실이 서로 연결 돼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기쁨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거짓말을 아니었지만 대답을 애매하게 했다. 어차피 수연은 인간이라 붉은 실을 볼 수도 없으니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기쁨이 자신 스스로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그러던 어느날 기쁨은 수연이 깊게 잠든 틈을 타 수연의 붉은 실만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잡았을 때 어떤 남자의 얼굴이 망치로 강하게 내리찍듯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병원에서 본 수 많은 사람들 중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아직 의대생이었고 기쁨이 보기에 아무것도 없는 그저 풋내기 중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만다행이도 그 풋내기는 곧 어디에서도 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기쁨의 불안은 좀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언젠가 둘이 서로를 알아보면 수연을 뺏길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결국 황씨를 이용해 수연의 붉은 실을 망가뜨려놓은 것이다.

  [나 언제부터 누워 있었어?]

  기쁨은 수연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수연의 얼굴을 살폈다.

  [한 시간쯤? 괜찮아?]

  [응]

  수연의 얼굴은 여전히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 그런데도 수연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수연이 손을 뻗어 기쁨의 손을 잡았다. 수연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기쁨은 수연의 손을 꼭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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