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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10
작성일 : 19-10-24 19:15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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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0

 

 

  답답한 마음에 도현은 집이 아닌 한강으로 차를 몰았다. 마음 같아선 차에서 내리자마자 왁 하고 소리를 치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네가 그렇게 아팠을까. 내가 뭐라고 여전히 네가 아팠을까. 자신의 무지함에 치를 떨 지경이었다. 이제야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손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이 지나서도 이리 느낄 수 있는데 왜 열아홉 나는 몰랐을까. 도현이 벤치에 털썩 앉아 마른세수를 했다.

 

 ‘누리씨가 그러는데 네 사랑은 다 혼자 하는 사랑이라더라... 다 아프기만 해. 왜 예쁜 건 안 써? 네 사랑은 예뻤던 적 없어?’

 

  누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전한 그 날 그녀는 아팠을 거다. 도현은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미안함에 몸을 가만 둘 수가 없었다.

 

 ‘있잖아. 굳이 변명하는 건 아니지만... 내 사랑은 아프기만 하다며.”

 

  아파서. 그 아픔에 못 이기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서. 그녀와 함께 어둠 속 걸음을 맞추던 그 날, 그녀가 말했다.

 

 ‘시 몇 편으로 나를 그렇게 본다면 오산이야.’

 

  미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지은 그 시엔 그녀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나도 이렇게 예쁜 거 쓸 줄 알아.’

 

  그 말이 이제야 제대로 들렸다.

 

 ‘세상사람 다 알아도 넌 몰라야해.’

 

  뒤늦게 깨달은 속뜻은 더 큰 후회만 몰아오고 있었다. 뭐, 하나 잘한 게 없었다. 어디까지 바보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도 멍청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밟지 말라던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밟았다. 열아홉 소년은 모른다, 모른다, 되 뇌이며 제 속임수에 속아 소녀의 마음을 밟았다. 도현이 이제야 알았다.

 

 

 ***

 

 

  늦은 밤 초인종과 집 문을 두드려대는 누군가에 혁준이 어이가 없어 거칠게 문을 열었다.

 

 “어떤 새끼가...!”

 

  문을 열자마자 무서운 얼굴을 한 도현이 서 있었다.

 

 “너...”

 “신아랑 어디 있어.”

 

  도현이 무작정 그 말을 내뱉었다. 혁준이 한숨을 쉬며 짜증을 가라앉혔다.

 

 “술 마셨냐?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신아랑 어디 있냐고.”

 

  도현의 목소리가 살벌했다. 혁준이 망설이는 듯 답을 못하자 정적이 흘렀다.

 

 “노혁준.”

 

  그를 부르는 음성이 딱딱하게 끊어졌다. 그에 답하는 혁준의 음성도 가라앉아있었다.

 

 “그래, 알아. 왜 말 안 해주는지 섭섭하겠지.”

 

  그의 얼굴이 곤란함에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랑이가 정말 원치 않아.”

 

  도현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미...”

 

  그가 혁준의 말을 끊고 사납게 물었다.

 

 “이미 늦었다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

 “아니.”

 

  혁준의 얼굴이 사뭇 굳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10년간 우정을 유지해 오면서 두 사람이 이토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바라보면 안 되지. 그것도 하면 안 된다고.”

 “너 진짜...”

 

  도현이 이를 악물자 혁준이 그의 말을 끊어내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서 섣불리 내린 답이, 정답이라고 생각 하냐? 지금은 차라리 미안하다는 말이 나을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거야?”

 “얼마가 걸렸든, 중요한 건 내 마음이지. 내가 맞다고 하잖아. 확실히 이게 맞다고 하잖아.”

 “거봐, 넌 네 마음만 생각하지. 여전히 아랑이는 안중에도 없잖아.”

 

  도현이 그를 등지곤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낡은 아파트 난간을 두 손으로 짚은 채 그가 고개를 숙였다. 혁준이 안쓰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

 

 “네가 늦은 걸 어쩌냐.”

 

 

 ***

 

 

  유일한 가능성이었던 혁준이 입을 다무니 도현은 길을 잃었다. 터벅터벅 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든 시선의 정면에 마포대교가 있었다.

 

 “정말 미쳐버리겠네.”

 

  혁준의 말에 한 풀 꺾였던 마음이 다시 끊어졌던 구간을 스스로 질끈 묶었다. 도현이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마포대교에서의 이별이 그를 호되게 꾸짖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나 가게 두지 그랬어.’

 

  그날. 그녀를 그렇게 보내면 안 되었다.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쪽팔리더라도 그녀에게 묻고, 묻고, 물어서 제 마음을 찾아냈어야 했다. 숨어있던 이 마음을 그 날 찾았어야 했다. 또 다시 후회. 그녀와 멀어진 이후 줄곧 가까이 하지 않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니 벅차기까지 했다.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올라갔던 손이 망설이는 듯 끝이 떨렸다. 지금은 시간이고, 예의고 중요치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서도 답답한 마음에 문을 두드리던 그가 이내 벌컥 열린 문에 움직임을 멈췄다.

 

 “현도현?”

 

  소연이 눈을 게슴츠레 뜨다 이내 도현의 얼굴을 확인하곤 눈을 키웠다. 그녀의 뒤로 그녀의 남편이 다가왔다. 이 새벽에 느닷없이 찾아온 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미친 사람처럼 문까지 두드려대니 뭔 일인가 싶어 서둘러 그녀를 따라 나온 듯 했다. 도현이 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

 

 “신아랑 어디 있어. 어디 가야 볼 수 있어.”

 “뭐?”

 

  소연이 어이가 없는지 되물었다. 도현은 문을 집고 고개를 숙였다.

 

 “알려줘. 신아랑 어디 있는지.”

 

  턱도 없다는 듯 팔짱을 낀 소연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정적이 흘렀다. 너희 진짜... 터져 나오려는 말을 도현이 간신히 삼켜내고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사과 한 마디 없이 돌아섰을 때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를 잡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시간이 늦었는데 옆집 깨겠습니다.”

 “오빠?”

 

  소연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남편을 보았지만 그는 그저 그녀의 어깨를 슬그머니 감쌌다.

 

 “얼마나 급하면 이 시간에 오셨겠어. 이렇게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리하여 소연의 집에 들어오게 된 도현은 두 사람이 잠시 옷을 갈아입으러 사라진 동안 거실의 큰 창 너머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보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마포대교를 찾아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두 사람 중 소연의 남편인 택준이 그의 맞은편에 앉아 손을 내밀었다.

 

 “오택준입니다. 일전에 일은 감사했습니다.”

 

  도현이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놓자 소연이 음료를 들고 와선 그의 앞에 탕 내려놓았다. 그의 방문이 아니, 그의 방문 목적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 의자에 털썩 앉곤 다리를 홱 꼬았다. 택준이 그런 제 아내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아까 잠깐 얘기 들어보니까 아랑 씨를 찾는다고요.”

 “오빠!”

 

  소연이 버럭 소리를 쳤지만 택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제가 알기로는 아랑 씨가 양천향교역 근처 오피스텔을 얻은 걸로 압니다.”

 “오빠, 그걸 왜 말해줘?”

 

  소연이 눈이 커져선 제 남편에게 소리치자 택준은 여전히 여유롭게 답했다.

 

 “일전에 신세 졌으니까 갚아야지. 내가 말해줬잖아. 그때 너 엎고 온 분 있었다고. 이 분이야.”

 “나도 알아. 그런데 그걸 왜 아랑이 어디 사는 지로 갚냐고.”

 “나 아랑 씨 어디 사는지 몰라. 역 근처 산다고만 했지. 그리고 빚은 갚을 수 있는 걸로 갚아야지. 아무 쓸모도 없는 걸 주면 뭐해. 안 그래요?”

 

  도현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택준이 그의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 늦은 시간에 실례 많았습니다.”

 

  택준이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뭐, 좀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니 우리 와이프가 신세 졌던 거 깔끔하게 퉁 친 걸로 합시다. 제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이런 건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사람이라.”

 “아무렴요.”

 

  도현이 서둘러 소연의 집을 나섰다. 이제 그녀를 찾을 수 있는 범위가 좁아졌으니 시간과 노력을 좀 들이면 우연이라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막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려 할 때 소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

 

 “야!”

 

  그녀가 마지못해 그에게 뛰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도현을 마음에 들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역 근처 사는 거 알면 뭐, 근처 오피스텔 싹 다 뒤집어놓게?”

 “방법이 그거뿐이라면.”

 “너 원래 이렇게 대책 없었니?”

 

  도현은 그 말에 아랑이 떠올랐다. 언젠가 대책 없다며 그녀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자 도현의 마음이 더욱 확고하게 굳어졌다. 그간 자신도 조금은 무심하게 그녀를 쫓고 있었다는 생각이 후회를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소연이 대뜸 반으로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고맙다.”

 

  도현이 그 것을 받아들려 할 때 별안간 그녀가 손에 힘을 주고 놓지 않았다.

 

 “너, 못 잡으면 죽을 줄 알아.”

 

  소연이 손에 힘을 풀고 이내 완전히 그의 손에 아랑의 집주소가 적힌 쪽지를 쥐어줬다.

 

 “싫다고 해도 잡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혼자 두지마. 진심 아니니까.”

 

  도현이 제 손에 들어온 쪽지를 움켜쥐었다. 늦은 새벽이 아닌 이른 아침이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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