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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28
작성일 : 19-10-24 11:43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19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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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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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짧은 침묵이 흘렀다. 침묵은 택시 안에서 들리는 다른 소리마저 잠식했다.

  “제가 드린 질문의 답인가요?”

  “질문이 뭐였지?”

  택시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보면서 웃었다. 마동이 멋쩍게 따라 웃으려했다.

  는개는 택시기사에게 남은 거리를 물었고 마동과 는개의 안톤 체호프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수산시장의 여름밤은 방안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 같은 짙은 해무와 수증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수산시장에 사람들은 많이 않았으며 수산시장 가득,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내 나는 해무가 들어차 사람들의 표정을 더욱 무표정하게 만들었다. 해무는 공기보다 무거운지 수산시장의 바닥에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그 사이를 지나가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이가 해무를 향해 손을 휙 저으면 해무는 마치 귀찮아, 하며 대기에 잠시 떴다가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가라앉았다. 수산시장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는 고깃배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수증기가 막을 형성해서 바다 저 곳까지는 보이지 않았고 철썩 하는 파도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수산시장 길거리 군데군데 고여 있는 물고기 비린내가 가득한 물웅덩이에 발을 빠뜨려 입에서 나오는 누군가의 욕이 들리기도 했다. 뿌연 해무가 가득한 수산시장에서도 저 멀리 마른번개의 모습이 보였다. 마동은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눈에 새겼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내는 미역의 말캉한 냄새도 같이 몰고 와서 마동과 는개의 코 안으로 쑥 들어갔다. 해변에서 조금 밖에 벗어나지 않은 수산시장인데 사람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여름은 어제와 다르게 더욱 무겁고 뜨거운 불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여름이라는 계절만 더욱 깊어지다가 세계가 끝날 것만 같았다. 정박해 놓은 고깃배가 파도에 끌려 부둣가에 매달린 타이어에 부딪혀 쓸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고 뜨문뜨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회를 팔려고 소리 높여 호객행위를 하는 횟집주인들의 소리가 수산시장의 밤하늘에 올리고 있었다.

  는개는 이런 곳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었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해무 속을 잘 비집고 걸었다. 실험용 미로에서 길을 찾아가는 지능이 있는 마우스처럼 는개는 물웅덩이에 한 번 빠지지도 않고 수산시장을 걸어 다녔다. 마동은 그런 는개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동은 그녀가 걸어 갈 때마다 한 발짝 뒤에서 따라 걸었다. 해무가 가득 낀 수산시장에서 날렵하게 걷는 그녀의 뒤에서 속도를 맞춰가며 걷는 행위가 조금은 우습게 보였다.

  부둣가로 나 있는 작은 길에는 양옆으로 해산물코너가 붙어 있었고 아직 해산물과 횟감을 다 팔지 못하고 남은 아주머니들이 레드카펫을 걷듯 거니는 소수의 사람들을 보며 손을 뻗어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그들이 팔고 있는 대야 속에는 개불도 보이고 멍게와 해삼도 보이고 각종 어류와 작은 상어도 보였다. 마동과 그녀가 그 길을 지나치다 양 옆에서 깎아주겠다며 경쟁구도가 치열했다. 어떤 이가 오징어를 집어 드니 오징어는 위협을 느끼고 공중에서 항문부 등면의 먹물주머니에서 한줄기 먹물을 뿜어냈고 오징어를 손으로 잡은 이는 오징어가 싱싱하다고 마동과 는개에게 말했다. 는개는 그 사람들 사이와 횟집의 수족관을 일일이보며 돌아다는 것을 보니 따로 찾는 횟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횟집의 수족관 속에 들어 있는 물고기는 언제 생명이 끝날 것을 아는지 모른 숨을 내쉬며 수족관의 벽이나 바닥에 적요하게 붙어있었다. 스트레스가 심한지 물고기는 똥을 싸고 그것을 다시 주워 먹어가며 수족관에서 생명이 꺼져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기호스에 의해서 물고기들의 생명은 기껏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들은 이렇게 마지못해 살고 있으니 어서 잡아서 먹어달라는, 위기감도 절망도 아닌 눈빛을 띠고 있었다. 는개는 길거리에서 횟감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또는 여러 군데의 횟집에 들러서 찾고 있는 물고기의 이름을 말하고 횟집의 주인은 고개를 흔들었고 는개는 또 다른 횟집으로 지치지 않고 걸어갔다. 횟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를 전부 들어가 봤지만 는개가 원하는 횟감은 없었고 그대로 나오면 주인들의 표정은 데면데면했다. 는개는 그 곳을 나와서 다른 횟집이 죽 늘어서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수산시장의 부둣가 쪽은 이런 횟감 골목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길바닥의 양옆으로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코너가 붙어있고 그 코너 속에서 할머니들이 한 사람씩 들어앉아있었다. 할머니들은 사람이 지나가면 횟감을 흥정하는 추임새를 던졌다. 이렇게 길바닥에 앉아서 팔고 있는 횟집의 코너 안에는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게 간이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도 있었다.

  부웅.

  길어져 버린 해무를 알리는 등대의 소리에 맞춰 뱃고동이 울리고 해무는 짙음을 더해갔다. 빠끔하게 붙어있는 횟감을 판매하는 곳도 대부분 철수하고 몇 집밖에 장사를 하지 않았다. 는개와 함께 횟감을 보며 걸어가니 골목의 끝이 나왔고 그 끝은 바다로 이어지고 철썩철썩하며 어두운 밤의 바다가 부딪히는 소리가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처절하게 들렸다.

  “찾고 있는 고기가 없는 모양인데 광어나 우럭을 사는 게 어때? 일반적인 것이 가장 바람직 할 때가 있는데 말이야.”

  “당신, 정말 재미없게 말하는 덴 일가견이 있군요. 흥”라며 는개가 웃었다.

  “네, 찾고 있는 횟감이 있어요. 찾아내고 말거에요. 제가 맛있는 회를 먹도록 해 드릴게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투였다.

  “이곳에서 회를 구입해서 가져가서 먹는 게 아니었어?”라는 마동의 질문에 는개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마동은 어째서?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는개를 바라보았다. 는개는 수족관에 둔 시선을 돌려 마동을 보더니 자신에게 맡겨보라는 말을 했고 마동의 팔꿈치를 잡고 이끌었다. 마동은 그녀와의 접촉이 있을 때 또 다시 무엇인가 느껴지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전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흠.

  “여기서 회를 구입해 가져가서 먹으면 늘 먹던 맛과 같은 맛이잖아요. 오늘은 다른 맛을 보여드릴게요.”

  다른 회 맛이라. 맙소사.

  마동은 이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언어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동과 는개는 꽤 넓은 수산시장에 있는 횟집을 대부분 돌아다녔다. 마동은 수산시장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해무가 가득 들어찬 수산시장에서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보이는 몇몇 횟집주인들은 그 속에서 삶의 어떤 무엇인가를 찾아서 전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마동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다양한 삶과 하나의 죽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짠 내 나는 해무 속 그 하나하나의 삶이 모여들어서 비로소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그 문명 속에는 의사의 아버지도 포함 되어 있고 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명이란 대단한 사람 몇 명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개미처럼 작은 개개인의 하루하루와 그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태동과 생각의 움직임이 쌓이고 집적이라는 관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동체가 문명을 이루고 문명은 먼 후세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 문명 속에서는 지금 옆에서 진지하게 횟감을 찾는 는개도 포함되어있고 꺼져가는 마동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는개의 휴대전화에서 벨이 울렸다. 벨 소리는‘문 리버’였다. 그녀는 알았다며 조금 전에 지나쳤던 횟집으로 마동을 이끌고 다시 갔다. 힐을 신고 물웅덩이를 피해 수산시장의 바닥을 잘도 걸어 나갔다. 는개의 모습은 아마조네스의 모습처럼 질척이고 척박한 악마의 소굴을 헤쳐 나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숙달된 모습 같았는지 마동은 는개의 손에 잡혀 따라가면서도 몇 번이나 물웅덩이에 신발이 빠졌다. 두 사람이 도착한 횟집은 이십분 전에 들렀던 횟집으로 는개에게 찾는 물고기가 이삼십 분 정도면 도착할지도 모르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고 물고기가 도착을 해서 연락이 온 것이다. 마동은 전혀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군.

  게다가 수산시장에 온지가 벌써 삼십분을 넘어가고 있었다니 마동은 놀랐다. 는개가 찾는 물고기는 쥐돔과 아홉 동가리였다. 마동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녀는 수학천재가 문제를 술술 풀어버리듯 횟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짓으로 마동에게 계산을 부탁했다. 마동은 처음 보는 물고기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아, 하는 표정으로 계산을 했다. 주인아저씨가 턱살이 접히며 웃었다. 계산이 끝나자마자 는개는 횟집에서 그 생선을 자르거나 토막을 내지도 않고 살아있는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마동에게 건넸다. 마동은 처음 아기를 안아보는 사람처럼 아이스박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안고 횟집을 나왔다. 해무는 방금 전보다 더 짙어졌다. 이 생선들을 직접 회를 친단 말인가? 정말 맙소사였다.

  “생선을 회 치려면 적어도 그에 맞는 칼이 있어야 해요. 당신 집에는 그런 칼이 없죠? 같이 최소 6개가 필요하지만 일단 채소도 구입해야 할 겸 마트로 가죠.”

  마동의 머릿속에서 6개의 회칼이 일어나더니 서로 쨍쨍거리며 자신이 회를 더 썰어댄다고 싸우는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쨍그랑 쨍쨍.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 마동은 불편하고 어중간한 모습으로 아이스박스를 안고 있었다. 양손으로 아이스박스를 가슴에 대고 수산시장을 나와 조금 걸었고 수산시장으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택시를 탔고 택시는 착실하게 두 사람을 마트 앞에 내려놓았다. 마트에 들어서서 보관함에 아이스박스를 넣어두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여름밤의 대형마트는 기분 좋은 놀이터가 되기 때문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의 마트는 해수욕장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동과 는개가 들어간 마트는 곧 망할 것처럼 한산했다. 사람들이 없어서였을까.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인사를 하는 마트의 친절 요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밤이면 가족단위나 커플 또는 친구들끼리 대형마트를 찾아서 모여드는데 이상한 일처럼 인적이 드물었다. 인적이 드물다고 하는 말은 도심지 외각에 있는 산속에서나 어울릴법한 말이다. 적어도 도시 속 여름밤의 대형마트에서는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너무 없는 거 같지 않아?”

  “밤이니까요.”

  흠.

  그녀는 여전히 마동을 이끌었다. 일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식품매장이 있고 채소와 과일코너로 두 사람은 내려갔다. 이곳의 대형마트는 처음인 그녀겠지만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처럼 막힘없이 채소를 찾아서 움직였다. 허연 김이 서린 곳에서 쑥갓과 사과들이 수줍은 속살을 드러내고 자신들을 데리고 갈 사람들을 맞이했다. 과일의 색은 유난히 짙고 반질거렸다. 가지런히 진열되어있는 과일과 채소는 마트안의 조명을 받아서 더욱 바구니에 담고 싶은 모습처럼 보였다. 하나를 구입하면 하나를 더 주는 행사상품도 많았다. 단지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과일이나 채소를 눈과 손으로 확인했다. 오감을 전부 열어서 물건을 골랐다. 는개의 움직임과 물건을 고르는 눈빛은 그녀나이의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눈빛이었다. 채소를 만지는 손놀림이나 과일을 바라보는 눈빛은 꽤 오래된 전문가처럼 보이기도하고 10년차 가정주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는개는 마동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것저것 세밀하게 확인했다. 마동 자신도 마트형인간이라 식품을 고를 때 꽤 까다롭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체험한, 냉철하게 비교하는 는개를 보면 그동안 자신은 비교적 간단하게 식품을 구입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는개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마동이 듣던 안 듣던 채소의 구입요령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물건을 골랐다.

  “당신, 매운탕 좋아해요?”

  낭패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마동은 매운탕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회를 먹을 때면 맛있게 먹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러모로 달라졌다. 좋아한다고 말한 후 먹지 않으면 음식을 만들어 준 그녀가 분명 실망 할 것이다. 좋아하지 않아, 하고 말하기도 난처했다. 여자는 늘 남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는개는 매운탕을 이미 만들어주려고 버섯이나 쑥갓 같은 매운탕용 채소를 구입하는 것을 마동은 보았다.

  “맛있게 먹을 줄은 알지.”

  는개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쑥갓을 시작으로 하여 버섯을 구입하고 미나리를 구입했다. 철지난 미나리지만 매운탕정도에는 괜찮다고 했다. 나무로 된 질 좋아 보이는 접시도 구입했다. 동그란 도마처럼 보이는 접시였다.

  마트에 이런 것도 팔다니. 없는 게 없군. 정말 는개는 배가 고픈 걸까.

  카페에서 는개의 눈은 명확하게 배가 고프다고 했다. 여자들은 배가 고프면 화를 내는 것이 일반론이라고 어느 잡지에서 읽었다. 허기와 공복의 상태가 번갈아 오면서 정신의 질을 떨어뜨리는 상태가 된다. 그건 마동이 회사의 연수에서 폐건물에서 여실이 느꼈었다. 그럼에도 철인 같은 체력으로 마트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는개를 보고 마동은 존경심마저 들었다.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은 위대한 업적을 이뤘을 때 드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 와인 잔은 있어요?”는개가 바구니에 담긴 쑥갓을 만지며 물었다.

  “물론, 싸구려지만 두 개가 있어”라고 마동은 자신이 들고 바구니 속의 쑥갓에 문제가 있나 살펴보면서 대답을 했다.

  “두개…….라…….” 는개는 묘한 미소를 입술 옆으로 만들었다. 간파되지 않는 미소였다.

  “두개씩 팔더라고.”

  마동은 어째서 그런 미소를 짓는 거지? 하는 시선을 던졌지만 는개는 그냥 지나쳤다. 그녀는 와인코너에서 와인을 구입했다. 마동에게 원하는 와인이 있냐는 그녀의 말에 마동은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하자 는개는 와인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런데 비싼 와인 일수록 고급식당에서 많이 남긴다고 하던데 왜 그런 거지?”

  “글쎄요, 왜 그럴까요?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고급와인을 남기는 이유는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도 고급와인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값비싼 와인을 고급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마구 맛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고급손님이 남기고 간 고급와인을 맛보며 고급와인에 대해서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 주고 추천을 해 줄 수 있데요. 그렇게 와인의 세계는 순환하는 거죠.”

  마동은 어쩐지 미덥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는개가 마동의 옆구리를 찔렀다.

  “와인은 현재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어요. 그에 따라 무슨 효과가 있다는 부분을 과장해서 광고를 많이 해요. 아시죠? 광고에 혹 하는 게 우리들이니까 말이에요. 술은 그저 많이 마시면 취한다는 거예요.”

  마동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와인에도 효과가 있다니.

  술이란 그저 술이지 않을까.

  “막걸리와 흡사해요.”

  마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는개가 웃었다.

  “와인을 좋아하는 무라카미 류가 이런 글을 썼어요. 자살보다 섹스. 어떻게 생각해요?”

  “그건 그저 책 제목일 뿐이잖아. 내용은 국가의 권력구조를 탓하는 내용도 있고……. 위안부의 문제나……. 또…….”

  는개가 살짝 웃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배고픔을 잊을 만큼 재미있어 보였다.

  배가 고프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야.

  는개는 와인을 고르면서 나라별로 나오는 와인의 특색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마동은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지만 와인의 세계는 꽤 복잡하고 난해했다. 인간은 자신이 들으려고 하는 것만 잘 들린다. 인간이란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듣고 싶은 것만 입력한 정보가 머릿속에 가득해서 그것이 깨지면 쉽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마동은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는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은 와인을 잘 안마시니까 당신을 위해서 동도가 좀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를 구입해야겠어요. 회에도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

  이 여자는 모르는 게 무엇일까.

  “모스카토 다스티도 여러 종류의 맛이 있어요. 마트와인치곤 조금 비싸기는 해도 시작하는 사람이 마시면 반할 수 있을 거예요. 이태리 산이라 더욱 괜찮을지도 몰라요. 드라이한 칠레산 몬테스는 당신이 마시기엔 조금 그럴 테니까.”

  는개가 독백을 하는 건지 대화를 하는 건지 마동은 잘 알 수 없었지만 굳게 입을 다물고 알았다며 고개를 계속 끄덕였다. 는개는 그런 마동의 모습이 재미있는 것 같았다.

  “보편적인 맛이 있어요. 꿀에 절인 배 맛이 나는 것도 있어요. 싱그러운 풋사과의 맛이 있을 텐데, 5월의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와인도 있고……. 당신에게는 그러니까……. 음 왜 모스카토가 보이지 않지?”

  는개는 대화 도중에 혼잣말을 하더니 직원을 찾으러 어딘가로 가버렸다. 5월의 참새처럼 지저귀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가버리니 마트 안은 순식간에 정적과 공백이 뻥하고 생겨났다. 누군가 옆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공백의 여운이 남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아무나 될 수 없듯 다른 사람이 옆에 있다가 그 사람이 가버렸다고 해서 공백이 이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는개가 옆에 있다가 일순간 직원을 찾으러 가버리고 그 순간 커다란 공백이 쿵하며 떨어졌다. 마동은 그동안 자신의 공백을 잘 메꿔왔다. 연상의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을 때도,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도, 친구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떠나 버렸을 때도, 군대에서도 그랬다. 마동은 그 모두가 사라지고 난 후의 공백을 잘 메꿨다. 잘해왔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등을 두드려 줄 것 같았다. 공백은 더럽혀져있었고 지저분함이 껴버린 거대한 기름때 웅덩이 같았지만 마동은 걸레질을 꾸준히 했고 증오가 쌓여서 눌러 붙으면 마동은 칼날이나 금속으로 잘 깎아냈다. 그 공백을 채우려하는 더러운 불순물을 마동은 자신의 관념으로 채워왔다.

  지금, 단지, 는개가 옆에 있다가 와인을 구하려고 사라졌을 뿐이지 않은가.

  그러했다. 곧 그녀가 옆으로 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마음은 는개의 부재가 남긴 공백이 심연으로 자꾸 들어왔다.

  는개가 지금 어딘가로 사라져버린다는 초조함이 불러들인 공백일까.

  마동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초조함은 늘 그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는개는 마동에게 여자 친구도 애인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부인할 수 없는 공백의 크기가 마동을 상심으로 빠뜨렸다.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무력함에 사로잡히다니. 혼란스러웠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혼란이었다. 거시적으로 공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눈이 따가웠고 생 아몬드의 냄새가 흘렀다. 마동은 어떤 무엇인가에 의해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떠나고 싶었지만 는개가 곧 올 것이다. 마트에 사람들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는개를 같이 데리고 나가야 한다. 생 아몬드 냄새는 알파입자 가속기에 의해 청산가리를 만들어낸다. 마동은 상자 속에 갇힌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안절부절 이었다. 마동은 바구니를 떨어뜨리고 머리를 감쌌다. 이 혼란은 미시세계에서 나온 것이다. 는개의 공백의 무게는 어마어마했다. 는개의 공백이 이처럼 무거운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힘들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그녀가 가버린 잠깐의 공백은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날카롭고 일그러진 공백이었다.

  청산가리가 가득한 공백.

  삐거덕거리는 숨소리가 싫어 귀를 막아야 할 지경의 공백이 마동의 옆에서 혀를 내밀며 도사리고 있었다. 공백 속에서 시간은 멎어 있었다. 딱딱한 돌처럼 굳어서 무서운 얼굴을 하고 마동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태어나서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다. 철길위에서 친구들을 부를 때 그때에도 이렇게 크게 고함을 질렀다. 앞으로 이렇게 큰 소리를 지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마동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멎은 시간을 향해서 생 아몬드 냄새를 향해 꺼져버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리가 휘청했고 입에서 타액도 흘러나온 것 같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마동은 제대로 숨을 쉬었고 잠시 서 있다가 외인코너 옆의 음료자판기와 벤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내 시간은 연속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신나게 달려와서 마동의 정신을 여러 갈래로 끊어 놓고 발로 마구 흩뜨려 놓은 듯했다. 그래서 연속적이지 못한 시간성이 불쑥 불쑥 나타나서 마동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봤던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녀는 분명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었다. 그 사실은 매일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확실한 것이었다. 마동은 비로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 윤곽을 제대로 기억해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과 는개의 얼굴이 겹쳐졌다.

  맙소사.

  마트 안은 그로서리 쇼핑을 하는 사람도 직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름밤의 대형마트의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라는 구석이 많은 풍경이었다. 마동은 자신이 앉아있는 벤치 옆의 음료자판기를 보았다. 종류별로 탄산음료가 가득했다. 마동은 주머니의 동전을 꺼내려고 주머니를 헤집어 보았지만 동전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동은 집에서 나와 카페에서 커피 값을 현금으로 계산하고 건네받은 잔돈 중에서 동전이 있음을 수산시장에 가기 전에 확인했었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잔돈으로 동전을 또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동전이 들어있어야 정상이지만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동전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녀에게 줬던 것일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마동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 기억은 전혀 없었다. 동전을 는개에게 줬을 리가 없다. 미시세계에서 건너 온 무서운 공백이 마동에게 자유를 안겨 준 대신 들고 간 것이 동전이었다.

  흠, 나는 주머니의 동전처럼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소리도 없고 잔재도 남겨두지 않고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주머니안의 물품은 전조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주인의 바람과는 무관하다. 반드시 주머니 안의 물품뿐만이 아니다. 우산을 들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손에서 사라지듯, 손수건이 사라지듯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장군이가 말한 저 먼 곳에서 다가오는 전재에 의해서 마동은 자신의 존재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힘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는개가 한 손에 화이트와인 한 병을 들고 웃으며 마동이 앉아있는 벤치로 걸어왔다. 공백이 그녀 하나로 인해 가득 채워졌다.

  “찾는 사람이 없어서 와인 저장고에 넣어 두고 있었나봐요. 가격이 조금 비싸니 이 와인과 좀 더 저렴한 와인을 한 병 더 구입해 가요.”

  두병씩이나 사다니. 와인은 마시면 취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와인은 다른 술처럼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천천히 맛을 알아가면서 마시면 그렇게 취하지 않아요”라고 는개가 말했다.

  맙소사.

  는개는 횟감을 다듬어야 하는데 필요한 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주방용품코너에서 세 자루의 칼을 구입했다. 마트에서의 비용은 그녀가 지불했다.

 

  는개는 들고 온 식품들을 주방에 일렬로 늘어트려 놓더니 마치 자기 집처럼 그것들을 손질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들고 온 칼과 칼꽂이를 잘 보이는 곳에 놔두더니 칼을 칼꽂이에 꽂아 두었다. 도마를 주방에 올리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쥐돔과 아홈 동가리를 꺼내 놓았다. 는개는 마동이 듣게끔 혼자서 말을 하며 회를 뜨기 시작했다.

  “제가 원래 좌수도였어요. 그런데 좌수도의 칼은 너무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꾸준히 하지 못했어요. 저 이래봬도 대학교 때 일식자격증을 땄어요. 실은 동아리에 들었는데 그곳에서 선배의 아버지가 일식집 요리장이었어요. 한 번 놀러갔는데 회를 다루는 솜씨에 그만 빠져들어 버렸어요. 횟감을 다듬는 기술을 가진 여자요리장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횟집에서 요리장의 대부분은 남자가 차지하고 있어요. 전공과는 상관없이 일식요리가 하고 싶었어요. 대학교 때는 누구나 그럴 때잖아요? 당신도 그랬죠?” 는개가 당시가 잠시 떠오르는지 고개를 약간 들고 상기하는 듯 보였다. 조명의 빛이 떨어지는 그녀의 옆선은 어쩐지 슬퍼보였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일까.

  “난 그저 놀고 싶어서 그럴 궁리만 했어. 현실은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다 보내는 생활이었지만.” 마동은 당시를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소담스럽게 들렸다. 주방이 주방다워 보였다.

  “그런데 당신, 저를 본적이 없어요?”

  는개의 말에 마동은 일순 경직되었다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우리가 같은 대학교를 다니지는 않았고…….”

  “전혀.”

  “는개가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잠시 다녔나?”

  “설마요.”

  마동은 잠시 생각을 했다. “어디서 마주쳤나?”

  그녀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얼굴로 들고 온 생선을 다듬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회를 뜨는데 그렇게 많은 칼의 종류가 있는지 몰랐어요. 또 칼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초벌로 포를 뜨는 칼이 따로 있어요. 뱃살부위의 뼈를 바르는 칼, 그리고 회를 뜨는 칼, 지느러미와 머리 손질하는 칼이 다 따로 있더라구요. 굉장하죠. 그리고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순차적으로 칼을 사용해서 회를 뜨는 거예요. 어쩐지 회를 뜬다고 하니 겁이 나죠?”

  는개는 혼자서 웃었다.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하면서 신나보였다. 한손에는 칼을 들고서.

  마동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흥미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칼은 새것보다 잘 갈고 오랫동안 쓰던 칼이 좋은 건데 오늘은 어쩔 수 없죠. 이제 이 칼이 시간이 지나서 더 좋은 칼이 되길 바랄뿐이죠.”

  마동은 는개가 들고 있는 그 칼이 다시 쓰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이었다. 는개는 세 자루의 칼로 약한 비늘을 끌러내기 시작하더니 직각으로 칼을 내리쳐 생선의 대가리를 잘라 냈다. 눈꺼풀이 없는 쥐돔은 눈도 감지 못하고 머리가 몸에서 분리가 되어서 ㄷ걸어져 나갔다. 마동은 멍멍하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초현실화가의 그림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 속의 뒤죽박죽 계단에 서 있는데 어느 순간 보면 나는 뒤집혀 있다. 뒤집어졌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에 나는 다시 계단의 이상한 지점에 서 있었다. 나는 왜 여기 서 있지? 어떻게 된 일이지?

  그곳에 있다는 것은 이미 그곳에 없다는 거예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그곳에 있다는 것은 죽음이에요. 죽고 싶다고 하는 말은 진짜 죽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단지 그 모습으로 살기 싫을 뿐인걸요. 당신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그곳에 없다는 거예요.

 

  쥐돔의 잘려나간 대가리를 보고 있으니 어딘가로 떨어지는 마음이 깊어졌다. 마동은 언젠가 아주 어릴 때 어딘지도 모를 방파제에서 참치인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참치인간은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물고기로 사람처럼 방파제에 서 있었다. 마동은 그것이 인형이라고 생각했지만 참치인간은 천천히 방파제를 돌아다니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동은 참치인간을 본 사실을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참치인간은 당시에 마동의 키보다 조금 작았으며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못한다고 마동에게 말했다.

  그래, 우리는 대화를 했다.

  참치인간을 만났을 때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마동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고약한 누군가가 긴 줄의 시간의 매듭을 지어서 짧게 만들어 버리거나 혹은 긴 줄을 잘라버리고 그것을 다시 서로 묶어 버렸다. 참치인간은 방파제에 서서 바다의 냄새에 이물감이 섞인 냄새가 난다고 했다. 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확대되지 못하고 축소되고 축소되고 있었다. 축소되고 반으로 나뉘고 축소되고 또 축소되고. 참치인간은 시간의 퇴보 속에서 엉겁의 세월을 거슬러 지내왔다.

  참치인간은 방파제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바다는 바다로서 운명체가 존재하지만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무섭고 거센 강물도 바다 앞에서 고요해지고 초라해지는 거야. 바다는 그런 존재지’

  참치인간은 마동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린 마동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100년 전에도 그리고 100년 후에도 흐름이라는 것을 거슬러 갈 수는 없어. 시간의 흐름도, 물의 흐름도, 구름의 흐름도 바꿀 수는 없어. 그 어떤 흐름도 바꿀 수는 없지’ 참치인간이 말했다. 그리고 참치인간은 마동에게 다시 만나자,라는 말을 남기고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세상은 사람들이 모르는 바다가 있고 그 속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참치가 살고 있다가 잠시 사람들을 구경하러 올라온다. 그 후로는 참치인간을 만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마동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고 마동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닷가에도 잘 나갈 수 없었다. 마동도 참치인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고 참치인간은 점차 잊혀갔다.

  는개가 잘라낸 쥐돔의 눈을 보니 참치인간이 떠올랐다. 는개는 등지느러미 부분에 칼을 넣더니 슥삭슥삭 뼈와 살을 분리해냈다. 빠른 손놀림이었고 익숙하게 뼈를 발라냈다. 마동이 무엇보다 놀란 것은 저 가늘고 아름답고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물고기의 거친 뼈를 발라내며 회를 뜨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 놀랍고 사실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게 초보는 정말 힘들어요. 저도 오랜만에 하는 거라 잘 안 발라져요.” 는개는 공을 들인 손톱의 끝 부분이 망가지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칼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네요.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손이 베일 수 있어요. 회칼에 손이 베이면 그날은 끝인 거죠. 자, 칼집을 넣고 나서 뼈와 살을 분리해 낼 때 주의 사항은 칼을 이렇게, 자 보세요, 이렇게 수평에 가깝게 뉘이되 칼끝 부분은 살짝 아랫방향으로 틀어서 척추 뼈를 문지르면서 이렇게, 보고 계시죠? 슥슥 긁어줘야 하는 거예요.”

  는개는 강습을 받는 초보자에게 강연을 하듯 말을 이어갔다. 마동은 그녀가 하는 말은 로켓의 원리와 재료분석학을 듣는 것만큼 어려웠지만 입을 다물고 굳게 있었다. 회를 뜨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마술이 자꾸 펼쳐졌다. 근간에 이렇게 새로운 재미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동반된 자괴감은 점점 깊어졌다. 자괴감은 의식의 중심부부터 점점 부풀어 올라 모습이 뚜렷해졌다. 마동의 마음속 수면을 더 깊은 심연의 끝에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 확실성은 자괴라는 덩어리를 크게 만들어 수면위로 떠올리고 있었다. 는개의 강의는 좋았지만 쥐돔의 눈알과 마주 칠수록 괴로웠다. 마동은 머리를 흔들었다. 마동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자괴감에 머리를 흔드는 일 뿐이었다.

  “당신, 잘 보고 있나요?” 는개는 회를 뜨는 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래,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서 설명을 듣는 학생처럼 잘 듣고 있어.”

  는개는 마동의 말을 확인하려는 듯 고개를 들어서 마동을 한 번 바라보았다. 마동은 그녀에게 눈으로 잘 보고 있고 귀로는 잘 듣고 있다는 눈빛과 손짓을 했다. 거침없는 는개의 손놀림 속에서도 슬픈 분위기가 있었다. 미미한 슬픔은 는개가 능숙하게 뼈를 발라낼수록 항체를 만들어 내어 계속 잔존했다. 그 속에는 잊히지 않는 무엇을 잊으려하는 애처로움도 엿보였다. 는개는 많은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마동은 그녀의 모습을 놓치기 싫어서 꼼꼼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도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는개는 법학을 전공해서 전혀 상관없는 이 일에 왜 뛰어 들었을까.

  “그렇게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아요. 좋은 대학교의 법학도출신으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은 말아주세요. 사장님에게도 직원들에게도 그동안 그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알잖아요? 회식자리에서 나에게 쏟아지던 그 질문들 말이에요.”

  “그런데 말이여, 는개는(여자들은, 으로 말하려다가 는개로 바꾸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잘 알고 있지?”

  “당신얼굴에 쓰여 있잖아요.”

  “재미없군.”

  “그동안 당신에게 배운 것입니다.”

  평범한 대화 속에 마법은 숨어있었다. 스쳐가는 이야기 속에 미소가 마동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번졌다. 그녀는 사람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도 지녔다. 이 세상에는 많은 대화가 존재한다. 그 대화 속에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다투기도 하고 나라간의 우호관계가 삐거덕거리게 하는 언어도 있다. 어렵게 쌓아올린 관계도 대화에서 한순간 파괴되기도 한다. 시끄럽던 도시가 침묵에 휩싸이게 만들어 버리는 대화도 존재한다. 존재하는 수많은 대화중에 마동은 는개와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는개가 실재해있기 때문에 대화가 즐거운 것이다. 는개도 평소보다 즐거워 보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둘 사이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무엇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 무엇은 두 사람을 연결해주고 있기에 함께 즐거워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즐겁다고 느끼는 대화는 얼마나 이어질까.

  마동은 죽음이 두렵게 느껴졌다. 실체가 있는 꿈틀거리는 벌레가 가득 들어찬 웅덩이에 빠져서 입안으로 벌레가 기어들어와 숨이 막히며 죽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두려움은 죽음을 그런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때 칼을 너무 세워서도 안 돼요. 그렇다고 너무 뉘이게 되면 살점에 로스가 나요. 그러니 칼을 수평으로 뉘이면서 칼날 방향은 살짝 아래로 향하게 하여 척추 뼈를 충분히 칼을 통해 손끝의 감촉으로 느끼며 오려낸다고 봐야죠.”

  죽음의 두려움은 점점 구체화된 자괴감으로 그리고 자괴감은 자기괴멸의 모습으로 심연 속에서 끓는 물처럼 끓어올랐다. 는개를 만나고 나서 드는 두려움은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더니 마동의 여러 부분을 잠식하려 했다.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10킬로그램의 바벨이 양쪽 어깨에 하나씩 올려 진 느낌이 들었다. 잘못 들어온 양수 속에서 변질되어가는 태아가 서툰 모양새로 잉태하는 것처럼 이질적인 감촉을 두른 채 수면 밖으로 올라왔다.

  “이제 뼈에서 살을 발라낸 다음 포를 분리시켜야 해요. 반대편도 똑같은 방법으로 하구요. 자 보이세요?”

  는개는 요리방송을 하는 전문 요리사처럼 마동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마동의 집으로 들어와서 여름 재킷을 벗고 실내화를 신고 하얀색 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을 씻고 횟감을 다듬었다. 하얀색 블라우스의 단추 사이로 그녀의 가슴골은 시원하게 드러났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덕분에 그녀의 목과 귀가 자세하게 보였다. 점 같은 귀걸이가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유물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는개의 나이는 분간되지 않았다. 늘 그것이 신기했다. 26살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36살이나 16살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비슷한 모습이지만 늘 다르게 보이는 묘한 모습을 지녔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얼굴에서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콧대가 보였다. 회사에서 선뜻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녀였지만 지금의 모습은 바구니에서 꺼낸 아기처럼 안아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여자에게서 슬픈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불운한 냄새를 풍기는 쥐돔은 싱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쥐돔이 분리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는개의 손끝에서 나오는 슬픈 분위기를 느끼면서 마동의 머릿속은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응축되어서 암울한 덩어리로 쑥쑥 불거져 나왔다. 암울한 덩어리는 ‘증오’로 둘러싸여 있었다. 증오로 가득 찬 덩어리가 마동의 몸속 내장을 천천히 꾹 누르며 괴롭혔다. 마동의 뇌를 통해 증오의 덩어리가 썩어가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쥐돔과 아홉동가리가 칼질에 의해서 분리될수록 오래전 대기에 흩뿌려졌던 피 비린내가 거실과 주방에 확 퍼졌다. 마동은 머리를 더욱 세차게 흔들었다.

  “이젠 갈빗대를 제거하구요. 오랜만에 해보는 거라 살이 많이 떨어져 나가네요. 이제 껍질을 벗겨내야 해요. 등살과 뱃살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통째로 벗겨 낼 거예요. 꼬리 쪽 살을 아주 살짝 잘라 칼이 들어가게 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자 이렇게, 그런 다음에 껍질을 벗겨내는 거예요.”

  마동은 이제 는개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말은 마동의 앞까지 와서 믹서에 갈린 채소처럼 와그작 갈려버렸다.

  “나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게.” 마동은 빠르게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

  거울로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날조된 얼굴이 있었다. 얼굴의 군데군데 실핏줄이 파랗게 올라와 있었고 눈동자가 오드아이처럼 왼쪽 동공과 오른쪽 동공이 겁이 날 만큼 달랐다. 거울의 상 그 안쪽에 있는 마동은 환멸에 찌들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환멸인지 어디에서 온 환멸인지 몰라도 단작스럽기만 했다. 그저 권태 속에서 깨어난 밑바닥의 환멸은 아니었다. 증오가 쌓이고 쌓여 거세고 드센 암흑의 흐름과 물살을 가르고 가열차게 올라온, 몹시도 다라운 환멸이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껴왔던 환멸이 아니었다. 권태이면에 붙어있던 증오의 군락이 모여서 형성된 것들이었다. 마동의 마음속에서 기생하던 이드가 만들어낸 환멸이었다. 그것은 고독하고 손바닥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암흑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소리치며 몸부림 쳤다. 환멸은 끈적이는 액을 뿜어내는 괄태충의 모양으로 암흑 속에서 오싹한 신음을 토하며 나오려했다.

  거울의 저쪽에 환멸이 있었다.

  환멸의 형상은 거울 속에서 마동을 지나치게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의 저쪽에서 나오려고 응고된 환멸이 오싹한 소리를 뿜어내려 하고 있었다. 오싹한 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소리였다. 허기를 부추기고 어둠의 빵을 먹기를 바랐던 그 소리였다. 마동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제어하고 방어막을 치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다.

  거울을 깨트릴까.

  하지만 거울이 깨진다고 해서 영영 갇혀있게 된다는 생각은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다. 손을 씻고 얼굴을 씻었다. 손은 더 이상 깨끗해질 수 없을 정도로 씻었다. 손을 씻고 얼굴을 씻었다. 손바닥에 물을 받아 물이 다 빠져나가고 손바닥에 남은 물기로 얼굴을 이해되지 못할 만큼 세게 문질러 씻었다. 마치 얼굴의 피부를 한 꺼풀 말아서 벗겨내듯 문질렀다. 머리가 진동할 만큼 짜릿한 피비린내가 났다. 얼굴을 씻어낸 물에서 오래전 잊고 싶었던, 잊어야 했던, 하지만 잊을 수 없었던 피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욕실에 퍼지기 시작했다.

  “빨리 나오세요. 회가 다 되어가요.” 는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동은 세수를 하고 나간다고 말하고 수도꼭지의 물을 더 세게 틀었다. 쏴아, 4분 정도 있다가 욕실에서 조심스럽게 마동은 나왔다. 는개가 거실에서 마동의 옷가지를 들고 욕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마동은 그녀에게 욕실에 피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피비린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보다 피린내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저도 샤워를 좀 해야겠어요. 몸에서 생선비린내가 많이 나서 안 되겠어요. 저 당신 옷장에서 티셔츠와 반바지를 꺼냈어요. 괜찮죠?” 밝은 목소리만 거실에 두고 몸은 이미 욕실에 있었다.

  흠.

  거울 이면의 환멸덩어리는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겠지.

  마동을 괴롭히던 자신 속에 갇혀있던 환멸이 는개에게도 나타날 것 같아서 걱정이 몸을 타고 올라와 뒷목을 건드렸다. 마동은 욕실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성거렸다.

  거울 속에 비쳤던 그 모습은 악일까. 나의 내면 속에 선은 무엇이고 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선과 악의 구분은 어디에서 결정짓는 것일까. 강도에게 들린 가위와 의사에게 들린 가위는 용도가 다르다. 하지만 강도가 든 가위로 사람을 구했다면? 의사의 손에 들린 가위로 환자가 죽었다면? 도대체 선과 악의 정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식탁위에는 일식레스토랑의 테이블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마동은 이 집에 이사 오고 난 후 테이블이 꽉 차게 음식이 차려진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테이블은 풍성했고 접시위의 여백은 살아있었다. 쓸쓸하게 보이는 테이블은 매일매일 고요하게 마동을 맞이했다가 어딘가에 버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만찬으로 마동은 테이블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했고 테이블은 제 역할을 했다. 테이블은 이인용의 비교적 작은 테이블이었다. 마동은 이 테이블을 좋아했다. 책을 읽을 때에도 회사의 작업을 집에서 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테이블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오래된 책처럼 낡았다. 마동은 테이블에 테이블보를 깔지 않았다.

  가구거리의 가구점을 다 뒤져 마음에 드는 식탁을 발견했다.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식탁이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낡았다. 하지만 식탁은 생생했고 나무향이 그대로 났으며 목수의 기교가 드러나지 않아서 더 멋을 가지고 있는 식탁이었다. 어떠한 무늬도 들어가지 않고 다리 네 개만 딱 붙어있는 그런 식탁이었다. 나무를 깎아 만들어서 접합이 최소한 줄어든 식탁용 테이블이었다. 마동은 이 식탁에서 많은 것을 했다. 어딘지 모르게 맹점에서 벗어난 테이블이었고 이 식탁에 앉아 있으면 현실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도 들었다. 식탁에서 식사를 한 건 다른 집의 식탁에 비해 적었지만 티브이가 없는 마동은 집에 오면 거실의 소파보다 식탁에 앉아있기를 좋아했다. 평소의 식탁은 낡았고 힘들어 보였지만 오늘 보이는 식탁은 꽤 행복하게 보였다. 식탁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채워주면 그만이었다. 식탁은 식탁이 가지는 본질에서 벗어나 물건이 쌓여가고 그럴수록 조화는 깨지기 십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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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변이하는13 2019 / 10 / 9 238 0 2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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