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 학교 가다. (1)
“ 헥! 헥! ”
오늘은 어느 때와 같은 평범한 월요일 아침.
사랑스러운 아내는 아침 준비를 한다.
킁! 오늘은 소야(소시지 야채볶음)인가?
다른 직장인들처럼 출근해야 하지만 아침밥을 위해서 더 일찍 일어나는 아내다.
평소엔 선머슴 같지만, 틈틈이 보여주는 애교에 매력을 어필하는 아내.
사랑스럽다.
당장 달려가서 얼굴을 핥고 싶지만, 안 된다.
행여 핥아 화장이 지워졌을 경우.
지금 만들고 있는 소시지 야채볶음 대신 욕 한바가지를 먹을 것이다.
방문이 열리며 딸아이가 눈곱이 잔뜩 낀 눈을 비비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
“ 좋은 아침, 밥 먹어! ”
“ 네에……. ”
올해 고등학생 1학년인 우리 딸.
156cm 조금 넘어 보이는 아담한 키, 떡진 검은 긴 머리, 눈가엔 마치 보석이 박힌 것 같은 저 눈곱, 자는 동안 매력이 넘쳐 입으로 흘러나온 듯한 침 자국.
정말 누가 봐도 저 모습은!
너무나도!!
“ 왈!! 왈!! ”
사랑스러워…….
아빤 네가 예쁜 딸로 자라 너무 기쁘다.
1.5배로 나의 엉덩이가 좌우로 흔들거린다.
“ 아빠, 잘 잤어용? ”
“ 왈!!! ” ‘ 잘 잤고 말구요. 호호호호호 ’
이래서 딸은 키우는 맛이 있다고 하나보다.
시연이가 식탁에 앉자, 아내가 타이밍을 계산을 한 것처럼.
음식을 식탁에 놓고, 나의 밥그릇에 사료를 담는다.
소시지 야채볶음을 먹고 싶지만, 안타깝게 아침식사는 사료가 고정메뉴다.
하지만, 점심엔 먹을 수 있으니까!
참는다. 아니, 참겠어!
“ 여보오오옹! 나갔다 올게? ”
아침 식사가 끝나고 아내는 바로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김자인. 나이 45세.
아내는 애완견 패션의류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엔 그런 것이 돈이 될 줄은 몰랐는데.
회사는 작지만, 아내의 브랜드 ‘고키’는 방송, 잡지에서 소개가 될 만큼 유명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수십만 벌의 옷을 시 착용을 한 나의 노력과 나를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아내. 우리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필살 애교 기술 ‘마중 인사’를 쓰는 나를 보며 심쿵사 직전까지 이르는 아내.
양손으로 엉덩이를 만지며 나를 안은 아내는 손은 주물 닥 거리며, 입으로는 나에게 뽀뽀 하며 기뻐한다.
훗! 아침밥 값을 제대로 치룬 듯 뿌듯하구먼.
아내 배웅까지 끝낸 나는 곧바로 거실 중앙으로 향했다.
스케치북과 매직펜.
개일 때엔 사람 말을 못해서 직접 적어서 대화를 한다.
난 능숙하게 이빨로 펜 뚜껑을 물어 뽑은 후 막대부분을 잡고 현란하게 목을 돌려 글을 쓴다.
사소한 대화라도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많은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지 못하지만.
이 순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루 일과 중 하나다.
글씨를 다 쓴 후 스케치북을 물고 시연이 방문 앞에서 기다린다.
분명 방문을 열고 이 모습을 보며 미소를 띨 거라 예상한다.
덜컥!
방문이 열리자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나온 시연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케치북을 물고 문 앞에서 얌전히 있던 나를 보자 시연이의 입가에 미소가 드러난다.
- 좋은 아침이야. 우리 따아아알!! > < -
“ 아빠도 좋은 아침!! 히히히 ”
하나 밖에 없는 딸.
젊었을 때 아내를 쏙 빼 닮았다. 서양적인 뚜렷한 이목구비.
인조속눈썹을 붙인 것 같은 긴 속눈썹에 균형 잡힌 신체 비율까지.
시연이랑 같이 밖에 다닐 때엔 이틀에 최소 한번은 헌팅을 당하는 것 같다.
딸아이가 말하기를 주말에 친구랑 놀러 다니다 길거리 스카우트를 당했었다고도 하고.
학교가 여고라 정말 다행이다.
“ 아빠. 다녀올게! 집 잘 지켜!! ”
“ 왈! ”
시연이 까지 집을 나선다.
집안은 조용해지고, 나의 숨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진다.
난 백수다. 직업을 구하고 싶었지만 낮 밤으로 변하는 몸인 지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내의 벌이가 상당히 잘 되어 굳이 직업을 가질 필요는 없었지만.
혼자 남겨지는 건 역시 심심하다.
‘ 점심시간 까지 창밖이나 볼까? ’
응?
거실 주방위에 보온 도시락이 놓여 있다.
몇 일전 학교 내에 식중독 환자 발생으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당분간 급식 중단이 되었다고 통지서에 적혀있었다.
나는 식탁의자를 주방까지 끌고 올라가 도시락 손잡이를 물었다.
‘ 딸아이가 굶게 생겼는데 아빠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
학교를 가야겠어!
나는 집 현관문 밑에 쪽에 위치한 작은 문으로 통해 집을 나섰다.
다리가 짧아 현관문을 직접 열 수 없는 나를 위해.
아내가 특수제작을 맡겨 제작한 현관문이다.
현관문을 나선 것 까진 좋았으나, 이 몸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는 힘들었다.
3층이니까 그냥 계단으로 내려갔다.
학교에 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시연이가 초등학생 일 때는 자주 놀러갔었는데.
중학생으로 올라가더니, 부끄럽다며 오는 걸 마다했다.
‘ 자, 그럼 한번 출발 해 보실까! ’
.......
큰일 났다. 생각해보니 학교 가는 길을 모른다.
간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시연이 한테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알려주면 올 것 같아서 안 가르쳐줬다.
‘ 어...어떡해!! ’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건물 밖에서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방법을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 하아……. 딸 학교도 모르는 난 한심한 부모일까. ’
거리를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대부분 앞만 보며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출근 시간 때 보다 늦게 나와 지각을 면하기 위해 그러는 듯 했다.
‘ 사람인 상태였으면, 길을 물어보면서 갔을 텐데……. 응? ’
빠르게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여학생 한명이 이상하게 눈에 띄었다.
시연이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여학생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며 빠르게 가고 있었다.
나는 생각 할 틈도 없이 여학생을 향해 뛰었다.
******************
뭔가 이상하다.
난 그저 지각을 면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고 있다.
지금은 8시 10분.
자전거로 빨리 가면 20분 안으로 도착해서 여유롭게 교실 까지 갈 수 있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을 빠르게 밟고 있는데.
개 한 마리가 쫒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어디 가나 보다 생각했지만, 확실히 나를 쫒아오는게 확실했다.
개가 어찌나 빠르던지 지금은 나의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다.
“ 야! 너 왜 따라와?! ”
“ ......... ”
손잡이 달린 무언가를 물고 있어서 일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평소 동물을 엄청 좋아하지만, 이 상황은 먼가. 내가 범죄자가 된 느낌이라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 개새끼야아아!! 쫒아오지마아아아!! ”
“ ............ ”
나와 개의 추격전은 학교 정문에 들어가 자전거를 시건하자 종료 되었다.
그렇게 빨리 뛰고도 괜찮은지 개는 멀쩡히 나를 바라만 보았다.
“ 웰시코기 지 너? 대체 왜 학교 까지 쫓아왔어? ”
“ 왈!! 아으우응.. 왈! ” ‘ 우리 딸 보려고!! ’
“ 아~ 내가 예뻐서 쫓아왔다고? ”
내가 장난으로 하는 말에 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먼가 자존심이 상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느낌이었다.
짧은 다리로 쫓아온 상상을 하니. 귀여웠다.
무엇보다 속이 꽉 찬 듯한 저 엉덩이... 취향저격이다.
좀 더 놀아 주고 싶지만. 교실로 들어가야 된다.
난 개한테 작별 인사를 하고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하지만 개는 계속 나의 뒤를 쫓아온다.
“ 어맛!! 강아지다!! ”
“ 귀여워어어어!! ”
“ 엉덩이 봐아!! 네가 기르는 거야? ”
이런.., 다른 반 아이들이 개를 보며 관심을 가졌다.
이때까지 못 받았던 관심을 몰아서 받게 되었다.
******************
나는 교실로 들어가 반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애들.
매직기로 머리 손질하는 애들. 화장하는 애들.
다들 자기 할 일 한다고 바빴다.
책상에 기대어 스마트 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던 친구 미영이가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격하게 끌어안았다.
“ 내 널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 아아아!!!!!! 미친년아. 뭐해! 하하하하하. ”
“ 울 오빠, 따라 하잖아. 내시 년아! ”
중학교에서 처음 만나 지금 3년 지기 친구인 지미영.
월화 드라마에 빠져있다. 방금 스마트폰으로 아마 한창 보고 있는 드라마 다운 받아서 보고 있었을 것이다.
“ 이거 놔!! 남자한테 안기고 싶거든? ”
“ 그럼 남친 사귀던가. 오는 족족히 걷어 차버리면서!! ”
“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떡해? ”
“ 헐. 님 방금 대박 재수 없었다. 인정? ”
“ 히히히히. 그나저나 밖이 시끄럽다? ”
교실 안이 시끄러운 건 정상이지만, 무슨 일인지 밖에 학생들이 무리지어 이동하고 있다.
오늘 운동장 조회도 없는데 말이다.
갑자기 앞문이 확 열리면서, 같은 반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 대박!! 지금 학교 안에 웰시코기 들어왔대!!!! ”
“ 꺄아아아아악!! 어디 어디!! ”
“ 엉덩이!!!!!!!! ”
“ 빵댕이!!!!! ”
웰시코기?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은 자기들이 하고 있던 모든 행동을 그만 두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 순간 교실에 남아있는 사람은 나와 미영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몇 명의 애들이 점부다.
나도 동물을 좋아하지만, 평생 동물과 함께 살아와서 일까.
호들갑 정도로 기뻐하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 종류에서 우리 아빠보다 귀여운 개는 ‘아기강아지’를 제외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시연아! 우리도 한번 가보자!! ”
“ 아아. 귀찮은데 에……. 무슨 개 한 마리로 다들 호들갑이야? ”
“ 야, 그래도 좀 있으면 선생님들 뛰쳐나와서 다들 통제하고 개 쫓아낼 텐데.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볼 필요는 있지 않겠냐? ”
“ 으음……. ”
“ 따라오기나 해!! ”
미영이도 궁금했는지 애써 나의 팔을 끌고 갔다.
중앙 복도 계단을 한층 내려갔을까. 수많은 애들이 모여 있었다.
애들은 개가 더 이상 이동 할 수 없게 둘러싸여 있었다.
엉덩이라고 외치며 만지려 시도를 하는 애들도 있으나.
개가 경계를 하는지 물으려 하여 다들 지켜만 보고 있었다.
“ 응? ”
근대 어디서 익숙한 개다.
특히 개가 물고 있던 손잡이 달린 저 물건.
더 더욱 낯이 익었다.
설마..?
“ 아..아빠?!!!!! ”
“ 왈!!! 왈!!! ”
나의 목소리를 들은 개가 나를 보며 밝게 짖었다.
역시 아빠다. 그리고 아빠가 물고 온 건 내가 아침에 깜박 두고 온 점심 도시락이다.
아빠는 애들 다리 사이를 비집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 야!!!!!!!!!!!!!!!! 이 망나니들아아아아아 !!!! ”
“ 야!! 학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