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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10. 저녁 식사, 정보 교환
작성일 : 19-10-23 19:22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7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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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현은 후배인 주영에게 자신의 대리로서 회의에 참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주영은 당연하게도 한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자신의 선배가 회의를 빠진 뒤에 허튼 일을 하려고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아닐 거라는 믿음이었고, 실제로 그녀의 믿음대로 우현은 괜히 회의를 빠지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후배에게 알려주기 전에 입으로 내뱉어 정리도 할 겸, 정보도 공유할 겸 임현을 만날 생각이기 때문이다. 저녁밥을 사주겠다는 구실로 임현에게 나와 달라 부탁했고 임현은 흔쾌히 우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현도 우현과 공유할 정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이 마치 현대인 같은 가로등들을 바라보면서 임현은 우현과 약속한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간단하게 중국요리를 먹고 싶다고 그랬으나 우현은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얘기하며 유명한 이름의 무한리필 뷔페로 목적지를 정했다. 처음엔 돈이 많이 깨지는 거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 임현이었으나 조력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우현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임현은 오늘 자신이 마주친 사실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자신의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 그것을 자신에게 들키지도,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실, 그리고 그 친구가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이 다시 그의 의지에 따라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연이어 친구의 가족이 예상 외로 잘 사는, 즉 돈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내달려왔다. 어쨌거나 일정 구역의 땅을 자신들의 땅이라 얘기했고 실제로 그들의 생활이라는 역사가 이곳저곳에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과 생각을 더하자 하나의 가설이 그의 머릿속에 세워졌다.

  설마 석준이의 돈을 노린 건가?

  충분히 가능한 동기라고 임현은 생각했다. 땅을 가지고 있을 정도면 다른 지역에 건물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석준도 상당한 돈을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범인이 알았다고 가정해보면 돈을 노려 석준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임현은 고개를 가로로 세게 저었다. 이 가정이 정답이려면 범인이 석준의 금전적 여유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임현의 머릿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와 제일 가까운 타인이었던 자신조차도 알지 못한 사실인데 다른 타인이 알 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임현은 즉흥적으로 세운 가정을 폐기했다.

  가로등 불빛을 보면서 멍하니 걷던 임현은 횡단보도 건너에서 통화하는 사람이 우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목적지에 다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현이 가볍게 손을 몇 차례 흔들자 통화를 하던 우현이 그의 손짓에 호응하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마침 바뀐 신호등의 신호를 보고 우현이 임현에게 건너왔고 임현은 그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간단하게 말을 건넸다.

  “바쁘신가보네요? 열심히 통화하시던데.”

  “그럼요. 사건이 일어난 직후와도 같은 시기니까 당연한 겁니다.”

  임현은 우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고 우현이 먼저 발을 옮겨 식당으로 들어가자 임현 또한 그 뒤를 따랐다.

  안으로 들어가니 종업원이 웃으며 다가와 예약했냐고 질문했고 우현은 자신의 이름을 대며 예약을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몇 초 정도 카운터에서 예약 리스트를 보던 종업원이 이윽고 고개를 들어 웃음을 유지한 채 둘을 자리로 안내했다.

  이용 규칙을 알려주는 종업원의 말들을 대충 흘려들은 뒤에 둘은 다른 손님들의 흐름을 따라 접시를 들고 음식들 앞에 섰다. 집게를 들고 파스타를 옮겨 담으며 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석준이의 부모님을 뵙고 왔어요.”

  그 말에 피자 조각을 능숙하게 옮겨 담던 우현은 손놀림을 멈추고 임현을 바라보며 되물었고 임현도 우현과 눈을 마주쳤다.

  “부모님을요? 왜요?”

  “뭐, 어떤 큰 일이 있던 건 아닌데요.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근데 거기서 몰랐던 사실을 몇 가지 발견했습니다.”

  “뭐죠?”

  우현의 물음에 임현은 조용히 몰랐던 사실들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 사실들을 들으면서 우현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치킨을 연이어 옮겨 담고 있었다. 물론 그가 임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남의 말을 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우현은 생각하고 있었고 더불어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기 전에 말을 내뱉지 않는 성격이 그의 침묵을 만들어낸 것이다. 말을 전부 끝낸 임현은 대충 볶음밥을 몇 숟갈 담은 다음에 먼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현도 그의 뒤를 따랐다.

  식전 기도를 하는 임현을 우현은 조용히 바라보다가 그가 기도가 끝나고 수저를 드는 것을 보자마자 말을 걸었다.

  “종교가 있으셨나요?”

  “네, 뭐……. 요즘엔 대학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교회에 많이 가지는 못했어요. 밥 먹을 때 기도를 드리는 것도 이젠 습관이어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흐음……. 그러셨군요.”

  젓가락으로 파스타를 먹는 임현을 바라보며 우현은 일종의 의구심이 들었다. 기독교적인 시선에서 보면 동성애라는 것은 죄다. 그렇다면 기독교인인 임현은 아까 스스로가 설명한 자신의 친구의 성적 취향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수사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결론짓고 기억의 저편으로 의구심을 보내버렸다.

  치킨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으면서 우현은 화제를 돌렸다.

  “저는 빌라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2층부터 4층까지 말이죠.”

  “누군가 수상한 사람이 있었나요?”

  “아뇨, 전부 알리바이가 확고하면서도 부실합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네요.”

  “뭐,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겁니다. 모두 집에 있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지만 실제로 증명할 수 없는 알리바이들뿐이라 김이 팍 새긴 하네요.”

  그러면서 우현은 상세하게 입주자들이 스스로 증명한 알리바이들과 몇 가지 유효한 정보들을 임현에게 알려줬다. 임현은 그 정보들을 고개를 끄덕여가며 들었다. 어떤 알리바이가 거짓인지를 판별해서 나온 끄덕임이 아니라 우현의 김이 팍 샜다는 표현을 이해했기에 나온 끄덕임이었다. 사실 상 알리바이로는 어떠한 것도 밝혀낼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알리바이를 조사할 이유도 없던 것이니 말이다. 스프를 떠먹으며 우현은 다시 한 번 화제를 바꿨다.

  “그리고 아까 제가 전화를 하고 있었잖습니까? 그게 제 후배한테서 온 전화였는데요, 몇 가지 정보가 오늘 세워진 수사본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무슨 정보죠?”

  “저희가 처음에 생각한 것들, 예를 들어보자면……. 그래, 피해자가 살해당한 방식이나 흉기,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범위 같은 것들이 예측에서 사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한 인물이요?”

  임현의 물음을 무시한 채 우현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대화를 이끌었다.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A라고 할까요? 중학교 1학년이었던 A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성격이었습니다. 밖에 놀러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다수의 인원과 몰려다니는 것도 싫어했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아군은 적었고 적군은 많았어요. 그 나이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니지,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와 단체로 움직이는 것에 안정감을 갖고 그렇게 생긴 자신들만의 유대감과 객관성을 위반한 자들을 따돌리니까요. 그래서 A는 따돌려졌습니다, 대놓고는 아니고 은은하게 말이죠. 하지만 A는 강한 아이여서 그런 것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어요. 그렇기에 얼마 가지 않아 A를 따돌리던 아이들은 표적을 바꾸기에 이릅니다. A의 소꿉친구였던 이혜진이라는 사람이었죠.”

  “거기까지 말하시죠.”

  이야기의 초반부에는 조용히 볶음밥을 먹던 임현이 우현의 말을 공격적인 어투로 끊어냈다. 어투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공격적인 표정을 띄우고 있었고, 우현은 입을 일자로 다문 채 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현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우현을 똑바로 바라본 뒤 이야기를 꺼냈다.

  “뒷조사라도 하신 겁니까? 수사본부에서 왜 그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거죠?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 말에 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뒷조사라고 할 것까진 없습니다.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낼 뿐인 활동이니까요. 수사본부에서 나온 이야기는 앞서 말씀드린 예측이 사실이 된 부분뿐이고 임현씨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게 거짓말을 한 겁니까?”

  “새하얀 거짓말이죠. 그럼 이야기의 뒷부분이 어떤지는 잘 아시겠군요?”

  일부러 입 밖으로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임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다. 우현이 한 이야기의 뒷부분은 임현 또한 알고 있다. 우현이 한 이야기에 나오는 A는 임현이고, 이야기는 임현의 과거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임현은 남들과 조금은 다른 성격 때문에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었지만 정작 임현 본인은 그런 것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도리어 문제가 되었다. 놀리는 맛이 없어진 다른 아이들은 임현 주위의 것들을 건드리기 시작했고 막바지엔 결국 그와 자주 어울려 다니던 이혜진을 건드렸다. 머리칼이 잡아당겨지고 다리가 밟히며 배에 수차례의 주먹질이 꽂히는 폭력을 혜진이 당하는 와중, 마침 그 타이밍에 근처를 지나가던 임현의 눈에 그 행동들이 들어오고야 말았다. 당시의 임현은 지금의 임현과는 살짝 사고회로가 달랐다. 고의가 아닌 악의를 가지고 있는 나이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도덕적 가치관이 결합되어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어떻게 해서든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만 것이다. 그렇게 폭력의 현장에 뛰어 들어가 임현은 최선을 다해 자신과 혜진에 대해 변호하며 폭력을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임현의 말에 상대를 움직이는 힘이 없었고 결국 말리는 과정에 있어서 폭력이 나오고야 말았다. 제일 큰 문제는 마구 휘둘려지던 임현의 주먹이 어떠한 제동도 없이 있는 힘껏 주동자의 명치를 쳐올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 애는 죽었습니다만. 어쨌건 나이라던가 하는 이유를 제외해도 정당방위가 성립이 되었습니다.”

  “네, 그렇죠.”

  “그럼 형사님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죠? 제 속을 긁으려는 데에 이유가 있는 건가요?”

  “설마요,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이야기는 결말이 아주 안 좋잖아요. 특히 A에게는.”

  정당방위, 나이, 실수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그 때의 임현은 자신의 죄의 무게를 크게 자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평범히 학교를 오가며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지내고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눈엣가시 이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지 못했고 결국 이 무지(無知)는 한 남자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망한 아이의 아버지, 조윤종이라는 경찰의 분노를 말이다.

  윤종은 사회에 숨어있는, 혹은 이미 나와 있는 여러 가지 범죄들로부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된 사람이었다.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내고 적당한 시기에 승진도 했다. 또한 가정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자신의 동료나 선임, 후임에게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괜찮은 가장, 괜찮은 경찰, 괜찮은 동료로서 어떻게 보면 완벽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었던 그에게 벼락과 같은 소식이 떨어져버렸다.

  자신의 아들의 죽음.

  그 소식은 윤종을 말 그대로 패닉 상태로 몰아넣기에 충분했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범법을 하면 안 된다는 자신의 직업으로서, 시민으로서의 의식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경찰을 직업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 그러나 결국 자신의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과 자신의 가족을 해친 이가 청소년이고 정당방위였기에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은 윤종의 머릿속은 물론 마음속까지 뒤집어버렸다. 결국 그는 자신의 일련의 안 좋은 생각들을 억지로 합리화시키고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자신의 자식을 해한 자에게 자식이 받은 고통을 주고야 말겠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비뚤어진 정의감은 윤종이 든 식칼에 녹아내렸고 칼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당연하게도 임현이었다.

  그러나 결국 사건이 터진 날, 엉뚱하게도 피해자는 혜진이 되고야 말았다. 이 날 윤종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 있어 두 가지를 계산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였다. 하나는 임현과 혜진이 그 사건 이후로도 여전히 같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혜진은 윤종과 임현의 예상을 넘을 정도로 은혜를 갚는 것에 대해 큰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당하게 정면으로 달려가 임현을 향해 식칼을 치켜드는 윤종의 앞을 혜진이 가로막았다. 분노로 인해 이성을 거의 잃어버린 윤종은 자신이 누굴 찌르고 있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고막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높은 톤의 비명이 셋의 공간을 채우고 나서야 윤종은 자신의 칼이 누구를 향했는지를 깨달았다. 근처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 둘에게 흉기를 빼앗기고 제압당하는 윤종과 옷을 붉은 무언가로 물들인 혜진을 번갈아 바라보던 임현에게 윤종은 한마디를 사납게 내뱉었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야, 알겠어?!”

  임현이 그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게 한 것은 정말이지 그의 기분에 온갖 더러운 것들을 섞은 일종의 구정물을 부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이었다. 우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했기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 덕분인지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그 사건 이후에 A는 그 사건의 가해자인 조윤종의 직업이 경찰이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아버렸고 경찰이 자신의 친한 친구를, 친구가 없었다면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는 것 또한 알아버렸습니다. 이것을 사실로 만들어주는 건 텔레비전 인터뷰입니다. 그 당시 인터뷰에서 A는 이렇게 말했었죠. ‘경찰이라는 걸 믿지 않겠다.’라고.”

  “……맞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피어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죠.”

  그릇을 살짝 기울인 뒤 바닥에 침전될 뻔한 적은 양의 남은 스프를 숟가락으로 떠내며 우현은 말을 쉬었다. 임현은 대충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예상했고 그 예상에 대한 답안이 나왔을 때 우현이 타이밍 좋게 입을 열었다.

  “경찰에 대한 불신감이 높은 당신이 선뜻 제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런 의심은 풀고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요.”

  임현은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한 뒤 미리 저장해뒀던 대답을 곧바로 이야기했다.

  “그건 어렸던 마음에 튀어나온 말입니다. 물론 아직 미약한 거부감은 있습니다만, 형사님과의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의 거부감은 아니에요. 그 때의 그 경찰과 당신이 별개의 인물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우현은 임현의 대답에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임현의 대답이 거짓이던 진실이던, 그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었고 입 밖으로 나온 말 정도는 믿어주는 게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접시를 옆에 쌓아두고 우현은 말했다.

  “다시 음식 가지러 가죠, 여차하면 술이라도 마실까요?”

  “제가 술은 잘 못해서…….”

  임현은 그렇게 대답하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의 대화에서 임현이 우현에게 고의적으로 꺼내지 않은 이야기가 두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임현에게 있어 그 사건은 경찰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것보단 종교인에 대한 신뢰가 없어진 게 더 크다는 사실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날이 선 칼이 휘둘려지는 와중에 임현의 눈에 들어온 윤종의 손목에 걸려있던 십자가, 그것이 지금까지도 그의 뇌리에 박혀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식전 기도를 하는 이유는 지금에 와선 임현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습관과도 같은 행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뒤에 사건의 제일 큰 피해자인 혜진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칼에 찔렸지만 급소는 전부 피해간 상태였고 빠른 신고와 응급조치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임현과는 아직까지도 3개월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만나 같이 식사를 할 정도로 적절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형사에겐 이야기하지 않는 게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임현은 칠리새우를 접시에 옮겨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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