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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3. 송별회
작성일 : 19-10-23 17:54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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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 날은 휴버트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당일 아침, 휴버트는 부관의 호출을 받고 대장실로 갔다. 그리고 얼마 뒤 돌아와서는 사직서가 수리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오늘 근무가 끝나면, 이제 그는 더 이상 보안대원이 아니게 된다.

 

 이미 언질을 받은 뒤였지만 그 얘기를 듣자 3팀의 팀원들은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면서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팀을 떠날 줄이야, 누가 알았겠냐고."

 "그러게. 사직서를 내다니, 전혀 몰랐지 뭐야."

 "서운한 게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냐."

 

 팀원들의 웅성거림에 휴버트는 어렴풋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계속 함께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습니다."

 "진짜 그랬다면 사표를 내는 것을 재고해 봤겠지."

 

 팀원 중 한 명이 짓궂게 말했다.

 

 "그것보다 정말로 왜 그만두는지는 얘기 안 해줄 거냐?"

 

 3팀 팀원들이 전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휴버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라서."

 

 팀원들은 불만 섞인 투덜거림과 장난 섞인 야유를 보냈다. 휴버트는 곤란하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다른 팀원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휴버트가 힐끔 로건을 쳐다보았다. 로건은 알겠다는 표시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가 밝히고 싶지 않다면 그 뜻은 존중해 줘야 할 것이다.

 

 한참 고장난 경보기 같은 소리를 내며 툴툴대던 팀원들은 결국 휴버트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을 단념했다.

 

 "뭐, 팀원들을 버리고 갈 만큼 중요한 일이니 그런 거겠지."

 "그래, 본인이 알아서 잘 결정했겠지. 그만 놔 주자고."

 "어떤 일을 하든 잘되라. 괜히 말썽 날 것 같은 곳에 발 들이밀지 말고."

 

 팀원들은 충고나 조언이랍시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꺼냈다. 몇 년 동안 정들었던 동료가 떠나가니,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수고했다. 다시 만나더라도 업무적으로는 만나지 말자."

 

 월터가 휴버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눈치 챈 다른 팀원들은 벌써부터 재수 없는 소리를 한다며 그를 나무랐다. 휴버트는 명심하겠다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그러나 로건은 월터의 말에 공감했다. 부디 그러길 바랐다.

 

 누군가가 송별 회식을 제안했고 그 의견은 아무런 이견 없이 받아들여졌다. 근무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던 월터가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만장일치가 된 셈이었다.

 

 주간 업무가 끝나고, 3팀은 B 구역의 한 식당 겸 주점에서 회식을 벌였다. 조촐하지만 유쾌한 자리였다. 화제의 중심은 물론 휴버트였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누군가가 어리바리하던 신입 때의 휴버트의 모습을 흉내 내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추억을 안주삼아 술잔이 오고갔다. 잔이 비고 채워지기를 여러 번, 월터가 새빨개진 얼굴로 이만 가봐야겠다고 비틀거리며 일어났을 때에야 비로소 회식이 끝났다.

 

 다음 날도 근무가 잡혀 있었기에, 3팀 팀원들은 주점 앞에서 각자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휴버트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로건은 마지막까지 남았다. 무수히 많은 술잔을 받은 휴버트가 제 몸이나 제대로 가눌 수 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휴버트는 근처 건물 벽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로건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걸을 수 있겠나?"

 "아, 팀장님. 전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휴버트는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얼굴은 시뻘게져 있었고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적당히 거절했어야 하는데 받아든 술잔을 전부 비워버린 탓이었다.

 

 그가 몸을 세우려고 벽에서 이마를 떼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자 로건이 재빨리 부축해주었다.

 

 "바래다주겠네."

 "괜찮습니다, 팀장님. 혼자서도 갈 수……."

 

 휴버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목과 입이 잠깐 부풀어 올랐다. 잠시 그러고 있던 휴버트는 손을 떼고 심호흡을 했다. 다행히 위장 속에 든 걸 게워내지는 않았다. 로건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집이 어딘가?"

 "…… G 구역. G 구역 10번가에 있습니다."

 

 휴버트가 매슥거린다는 표정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로건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잡아 휴버트를 뒷자리에 우겨넣듯 태웠다. 술기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휴버트는 택시에 타자마자 차창에 이마를 기대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가 인사이드 미러로 힐끔 쳐다보았다.

 

 "G 구역 10 번가로 가 주십시오."

 "G 구역 말이오?"

 

 목적지를 말하자 기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로건은 자신이 혀가 풀렸나 싶어 또박또박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기사는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곧 가도를 따라 택시를 몰았다.

 

 도시의 외곽으로 향할수록 가로등은 점점 더 어두워져갔고, 스모그도 점차 심해져갔다. 건물들의 높이도 낮아지고 허름해져갔으며, 사람들의 모습도 점점 줄어갔다.

 

 로건은 술기운에 흐릿한 시선으로 풍경이 뒤로 밀려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차창 밖을 쳐다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기사는 F 구역과 G 구역의 경계선 즈음에서 차를 세웠다.

 

 "G 구역이오."

 

 기사가 불퉁한 어조로 말했다. 분명 10번가라고 말했건만, 기사는 이 이상 차를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처음 목적지를 말했을 때도 그렇고, G구역 안으로 들어서고 싶지 않은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로건은 한 마디 쏘아붙이려다가 관뒀다. 괜한 시비를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그는 요금을 계산을 한 뒤, 여전히 비몽사몽한 휴버트를 데리고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몇 십 분 정도 걷자 마침내 그들은 10번가라고 적힌 낡은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길가를 따라 허름하고 오래된 임대 아파트들이 빈틈없이 들쑥날쑥한 높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가로등은 음산하게 깜빡거렸고, 골목마다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여기입니다."

 

 정신이 좀 들었는지, 휴버트는 부축을 마다하고 스스로 걸었다. 그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생긴 3층짜리 임대아파트였다.

 

 지어진지 오래된 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건물인 듯 했다. C, D 구역에 있는 싸구려 모텔보다도 시설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외견만 봐도 내부가 어떨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로건은 잠시 그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불이 켜진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그 빛마저도 TV에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희미했다.

 

 유일하게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TV 프로그램 속에서 누군가가 단조롭게 얘기하는 소리뿐이었다. 그것 외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지 파악할 만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붙어있는 다른 낡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스스하다기보다는 어쩐지 음울했다.

 

 "끔찍하지요."

 

 한숨 섞인 말에 로건은 고개를 돌렸다. 휴버트는 아파트 현관 벽에 몸을 기댄 채 나직하게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현관에서 흘러나오는 누런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여전히 벌겠지만 이제 눈빛만은 흐리멍덩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로건이 할 말을 고르고 있자 휴버트가 짧게 웃었다.

 

 "솔직히 말해 멋지다고 할 수는 없군."

 "그렇죠. 그래도 월급을 모으고 모아서 산 첫 집입니다. 나름 애착은 있지요."

 "으음, 실언했네. 미안하군."

 "아뇨. 끔찍한 건 사실이니까요. 가끔 비도 샙니다. 툭하면 수도나 전기도 끊기고요.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는데도 말입니다."

 

 휴버트는 자조적으로 웃더니 뒤통수를 벽에 댄 채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처럼 복잡 미묘했다.

 

 "이제 어쩔 셈인가?"

 

 로건이 물었다.

 

 "이것저것 계획은 있습니다. 차근차근 해 나가야죠."

 

 휴버트는 두루뭉술하게 대꾸했다. 술기운이 덜 깨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로건은 그가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꺼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무슨 일이든, 자네가 잘 할 거라고 믿네."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러고 보니, 팀장님께는 항상 감사한 일 뿐이군요. 제가 막 보안대에 들어왔을 때 적응하도록 도와주신 것도 팀장님이셨죠."

 "내 일이었으니까. 일일이 감사할 필요는 없네."

 

 로건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대꾸했다. 차를 타고 오고 휴버트를 부축하며 오느라 미처 느끼지 못한 건데, G구역을 떠도는 스모그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낡고 허름한 10번가의 아파트들이 그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로건이 먼저 침묵을 깼다.

 

 "난 이만 가봐야겠군. 내일 아침에도 근무가 있으니까. 자네도 피곤할 테니, 푹 쉬게."

 "알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팀장님."

 

 휴버트는 벽에서 등을 떼더니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로건은 무심코 내일 보자고 말하려다가 그 말을 삼켰다. 대신 그는 전 팀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고했네. 잘 지내게."

 

 허리를 편 휴버트는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나눈 뒤, 몸을 돌렸다.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그의 발걸음은 어쩐지 홀가분하면서도 희망에 차 있는 것 같았다.

 

 로건은 휴버트의 신발이 계단 위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몸을 돌려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마음 한 켠이 석연치 않았다.

 

 한참을 걷다가 그는 못내 마음이 걸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휴버트가 들어간 아파트는 옆의 다른 건물들 사이에 끼어 더 낡고 초라해 보였다. 켜져 있는 불은 아까와 똑같이 한 개 뿐이었다. 계속 지켜보았지만 더 이상 불은 켜지지 않았다.

 

 아파트의 마지막 불이 꺼졌다.

 

 TV 소리가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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