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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냉소적 퇴장
작성일 : 19-10-23 17:1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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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진정하세요!!”

 

 “레인.. 미, 미안해..”

 

 론은 등에 매달고 있는 대검을 빼 들며 인상을 구긴 롬에게 소리쳤다. 아리아는 삽에 불을 둘러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았고, 카샤는 즉시 몸 주위를 두꺼운 것으로 둘러 냉기에서 자신을 보호했다. 부서져 뚫려 있는 출입구에는 서리가 둘러져 조금씩 얼음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론과 아리아라면 즉시 불꽃을 폭파시켜 저 얼음을 부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침입자를 상대로 나이프를 들고 벌벌 떨던 것밖에 하지 못하던 롬이 어떻게 냉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롬의 상태를 본다면 자신이 이것을 ‘사용’ 한다는 자각조차 없는 듯했다.

 

 얼굴은 조금씩 창백해 지고, 몸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아 이대로 내버려 두고 이 방을 탈출한다면 롬은 그대로 죽고 만다. 그것은 백성을 지키는 의무를 지녔던 론으로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혼철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강 알 것만도 같았다. 뭐,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롬을 어떻게 제압하느냐, 이 문제겠지만.

 

 “아저씨! 뭐, 뭐 하는거야!!”

 

 “롬 씨, 진정하세요, 제발! 얼굴이 새파랗잖습니까! 그러다가 자기 힘에 못 이겨서 얼어 죽는다구요!!”

 

 론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얼음 덩어리들을 대검으로 막아냈다. 정말 다행히도 위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능력의 활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했다. 여기서는 롬을 기절시켜 능력을 끊어버리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행동해야 하겠다.

 

 “으아악, 진정해라 수척한 꼬마! 카샤 쿡쿡 찌른 거 미안하다!”

 

 카샤의 반쯤 비명 섞인 목소리가 요란하게 방 안을 울려댔고, 론은 안 그래도 정신없는 상황에서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카샤에게 내심 짜증이 났다.

 

 어떻게 능력을 멈춰야 하지?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한 대 쥐어박고 기절시켜야 하나? 하지만 론의 이런 의문은 파격적인 행동력을 가진 아리아의 죽빵 한 방에 종결되고 말았다.

 

 “아저씨, 미안해!!”

 

 롬은 아리아의 주먹이 자신의 얼굴이 닿기 직전까지도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이해를 아리아의 주먹이 속 시원하게 도왔으니 좋은 것이라 말해야 할까. 아리아의 주먹은 경쾌하게 롬의 안면을 강타했다. 그러자 사람의 얼굴에서 나는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소리와 함께, 롬은 힘없이 그 자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누님?”

 

 방법은 조금 야만적이었지만, 효과는 굉장히 좋았다. 롬이 기절하는 것과 동시에 방 안을 가득 메우던 냉기와 얼음 덩어리들이 즉시 바스라졌기 때문이다. 저 끔찍한 괴력을 가진 아리아의 주먹을 가드도 없이 제대로 맞다니. 론은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 아니, 들어봐. 이 아저씬 자기 능력을 제대로 통제도 못 하고.. 막 그랬잖아. 우리도 공격하고. 그치? 이대로 있었음 우린 다같이 사이좋게 얼어 죽었을 거라고. 조금.. 진짜 조금.. 진짜로 조금.. 거짓말 안하고 정말로 조금 힘 조절을 잘못하긴 했지만.”

 

 어이가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론의 시선이 죽빵 한방에 기절한 롬의 얼굴로 이동했다. 아리아가 한 대 친 부위는 무슨 철퇴로 후려치기라도 했는지, 딱 주먹만한 크기로 퉁퉁 부어 있었다. 저게 힘 조절을 잘못 한 거라고? 미친 소리.

 

 “너무 걱정하지 마라, 론 꼬마. 롬 꼬마는 아리아 박치기 안 맞았다. 그럼 별문제 없을 거다.”

 

 여기 또 덩치 큰 아리아 하나 납셨구만. 카샤는 어느새 몸의 형태를 원래대로 바꾼 채였다. 사방을 메운 강철의 매끈한 빛이 카샤의 외골격에 반사되어 미미한 광채를 냈다.

 

 론은 모 아니면 도인 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아리아의 박치기를 맞았으면 롬의 머리통은 그대로 으깨져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즉사했을 것이다. 최악보단 차악을 선택한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아니 뭐.. 일단 사소한 것들은 대충 넘겨 두고.. 일단 이분부터 어떻게 하자. 누님, 혹시 물 있어? 기절한 사람을 깨우는 수단이라던가?”

 

 “물 있지. 근데 이게 기절한 사람을 깨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한 대 더 쳐볼까? 충격 때문에 일어날지도 몰라. 전에 구워 먹었던 늑대들한텐 잘 듣던데.”

 

 조금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아리아의 주먹이 위로 올라가자, 론은 식겁하며 아리아의 손목을 콱 붙잡았다.

 

 “여기서 더 이상 충격을 가한다면 영원히 못 깨어날지도 몰라. 그냥 물 줘..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론은 왜인지 모르게 조금 아쉬워하는 아리아의 얼굴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아리아가 건넨 물통을 받았다. 철갑 이리 산맥에 서식하는 철갑 이리의 가죽으로 만든 물통이다. 가죽이 굉장히 튼튼하고 보온성도 뛰어나, 계절에 상관없이 액체의 온도를 보존할 수 있다는 굉장한 장점이 있다.

 

 “..카샤 잠시 나쁜 짓좀 하고 오겠다. 저 꼬마가 깨면 말 해줘라. 사과부터 하게.”

 

 카샤는 롬의 얼굴에 소심하게 물을 뿌리는 론에게 말했다. 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카샤는 개의치 않은 채로 아까 롬이 소중히 붙들고 있던 고깃덩이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고깃덩이를 뭉툭한 부분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이거 카샤랑 같다. 카샤하고 동족이다. 너희들이 그.. 쟁덩이.. 재..”

 

 “잿더미.”

 

 론의 조치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아리아가 답했다.

 

 “그래. 잿더미. 고맙다 아리아 꼬마. 잿더미라고 부르는 거다. 이거 아래에서 영혼철 냄새가 엄청 난다. 고기 꼬마가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잿더미를 살펴보다, 잿더미가 몸을 깔고 있는 바닥에 제 팔을 쑥 집어넣어 조금씩 팔을 휘적댄다. 그와 동시에 잿더미에게서 나오는 울음소리가 더 커졌지만, 카샤는 작게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대며 움직이는 팔을 멈추지 않았다.

 

 “잇챠.. 좋아, 좋다. 이게 영혼철인가.. 신기하게 생겼다.”

 

 이윽고 카샤의 팔 안쪽에는 빌이 보여줬던 영혼철과 색은 동일하지만, 크기가 세배 네 배는 될법한 영혼철 4 덩어리가 걸려 있었다. 카샤는 팔을 슥슥 움직이며 잿더미 아래에 있던 영혼철을 한 덩어리 더 빼내었다. 잿더미는 몸을 마구 꿈틀대며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 아악.. 레, 레인!!”

 

 체온이 조금 떨어진 롬의 몸을 불로 녹이고 있던 와중, 울음소리 때문인지 급작스레 눈을 번쩍 뜬 롬이 맹렬한 기세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과정에서 론과 머리를 세게 박았지만, 롬은 이런 고통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했다.

 

 “어, 일어났네. 잘 잤어 아저씨?”

 

 아리아는 태평한 표정을 지으며 롬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롬은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 주위를 계속해서 살폈다. 그러던 와중, 카샤가 빼낸 영혼석에 롬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비, 비켜요!!”

 

 롬은 잔뜩 격분한 얼굴로 카샤에게 달려들었고, 카샤는 앞발을 뒤로 빼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카샤의 입장에서는 체격도 마른 체격이고, 몸도 허약해 보이는 롬이 달려들었다 한들 어떤 위협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롬이 카샤를 공격하다 단단한 외골격에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미안하다, 꼬마. 하지만 카샤 저 꼬마 건드리지 않았다. 카샤는 약자 안 건드린다. 꼬마 친구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카샤는 굉장히 차분한 어투로 롬에게 말했다. 롬은 이런 카샤의 이성적인 모습이 상당히 놀라운 모양이었다. 눈을 크게 치켜뜨다, 이내 카샤의 외골격을 때리던 손을 멈추며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았으니.

 

 “우린 그저.. 꼬마 친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조금 필요했을 뿐이다. 고기 꼬마가 영혼철 품고 있었다. 우린 그게 있어야 한다.”

 

 “..빌어쳐먹을.”

 

 롬은 이젠 화를 낼 기력조차 다 떨어졌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 욕설에는 회의감과 슬픔, 분노 등이 뒤섞여 있었다.

 

 “레, 레인은.. 친, 친구가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 제.. 제.. 아, 아내란 말입니다..”

 

 그 순간, 롬의 충격적인 발언에 방 안은 순간 숨 막히는 침묵으로 둘러싸였다. 유일하게 레인이라 불린 잿더미만이 규칙적인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울음소리는 아까와는 다르게 상당히 부드러워, 마치 롬에게 무언갈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 그럼.. 이 분.. 레인 씨는..”

 

 “예. 영혼, 영혼철이니 뭐니, 저는 모, 모르겠지만.. 그 엿, 엿 같은.. 대격, 격변이 일어나고.. 1년 정, 정도 지났던 걸로 기, 기억 합니다. 그 전까, 까지는 잘 버, 버텼었는데.. 어느, 느새.. 잿더미로..”

 

 목소리가 잠긴 롬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레인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몸을 기대고, 입술을 꾹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지그시 감은 롬이 이 숨막히는 침묵을 처음으로 깨트렸다.

 

 “..영혼, 혼 철은 가져가셔도 좋, 좋습니다.. 이게 얼, 얼마나 귀, 귀한 건지는.. 모르, 모르겠지만.. 아내, 내가 이렇게 된 뒤로.. 어느, 느샌가.. 품 안, 안에서 한두 개씩 나오, 오 더군요.. 그 정도, 정도라면 가져가, 가도 별 문제 없,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슬, 슬슬.. 가 주셨으, 으면 합니다. 당, 당신들이 누군, 군지도 모르겠지만.. 아내와.. 단, 단 둘이서.. 있고, 고 싶네요.”

 

 론이 말없이 영혼석을 챙겼고, 롬의 날 선 부탁을 거절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렇게 이 셋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부서진 문을 지나기 전, 롬이 말했던 ‘다시는 만날 일이 생기질 않길 기도합니다.’ 라는 찝찝한 말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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