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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냉기의 자식
작성일 : 19-10-23 17:12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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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여, 여러분은 들은.. 영혼철이란 걸 찾으려고 여기 온 거라구요?”

 

 “예.. 맞습니다.”

 

 “카샤 코가 한몫 했다. 카샤 훌륭한 코 떠받들어라.”

 

 혼란스럽던 상황에서 벗어난 지 어언 약 2시간 쯤, 론은 이제야 진정한 남성을 지친 얼굴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리아는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는 얼굴로 아까 전부터 있던 거대한 고깃덩이를 무릎을 쪼그린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전 또 무슨 광, 광신도들이 와서 난, 난리를 피우는, 는 줄 알았네요.. 너무 당당하게 문을 부, 부수고.. 들어오시길래..”

 

 남성은 허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녹아내린 문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론은 괜히 애꿎은 문만 부순 기분이 들어 가슴을 옥죄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물론 문을 부순 주범은 저기서 큰 고깃덩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멍이나 때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하.. 광신도라니.. 저흰 그런게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까, 누님도 처음에 날 봤을 때 광신도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었지? 도대체 광신도들은 뭐 하는 인간들이야?”

 

 아리아는 론의 물음을 듣고서 잠시 사색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색은 그다지 길지 않았고, 이내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나도 가끔씩 숲에 오는 인간들한테 얻은 정보라 자세하진 않지만, 근본의 여신을 섬기는 애들이라고 하던데. 이레.. 이로실레였나? 아무튼 풍요의 왕국 여왕하고 이름이 비슷했어.”

 

 “이레, 이레이실라 님, 님을 말씀 하시는.. 거군요. 각 국의 여왕님들은 자기가 내, 내려받은 힘을, 을 준 여신님들의 이, 이름을 그대로 내려 받으니까요. 생명의 육체는 땅, 땅의 여신님이 창조 하셨, 셨으니까.. 이레실리아 님과, 과 이름이 비슷한 거, 거에요. 어떻게 보면 근본에 가장 근접, 접한 분이시니까요.”

 

 론이 아리아에게 대답을 하려던 찰나, 남성이 소심한 기세로 아리아에게 답을 해 주었다. 말을 더듬는 것은 똑같았지만 아까보다 훨씬 힘이 있고 자신 있는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오.. 뭐야. 아저씨 왜 이렇게 잘 알아? 선생님이라도 되는 거야?”

 

 “예, 예.. 뭐.. 그.. 세상이 이, 이렇게 되기 전에.. 잠깐.. 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 했었어요. 주로 역, 역사를..”

 

 이런 작고 대륙 외곽에 있는 마을은 좀체 학교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렇게 이 남성처럼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왕국의 수도에 가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좋겠지만, 이것도 가르치는 이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다.

 

 “..혹시, 아시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를 조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도대체 왜 이레실리아 님을 앞세우며 그런 짓을 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분을 향한 우상 숭배는 성왕국에서 금지했을 텐데요.”

 

 기본적으로 5개의 왕국은 인간을 창조한 5명의 여신을 한명씩 숭배하는 구조이다. 불의 왕국은 불의 여신을, 풍요의 왕국에서는 땅의 여신을, 푸른서리 왕국에서는 물의 여신을, 망각의 왕국에서는 암의 여신을, 성왕국에서는 빛의 여신을 섬기는 식으로 말이다.

 

 각 왕국에서는 자국민들의 약 80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태생을 상징하는 여신을 믿고 있다. 그렇기에 왕국마다 하나씩 성경이 존재하고, 자신이 섬기는 신을 제외한 신을 섬기는 것은 불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비중이 큰 성왕국에서는 다섯 여신을 믿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모든 여신들을 창조한 이레실리아를 믿지 못하게 강한 제약을 걸어 두었다. 다섯 여신을 믿지 않는 자들 중에서 간혹 이레실리아를 믿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정말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아, 아직도 법, 법도를 지키시려 하시는 분이 있, 있다니.. 아직 세상은 살, 살만한 것 같, 같기도 하네요.. 제가 아, 아는 바로는.. 광신도들이 원하는, 는, 것은.. 근본의 여, 여신을 내세운 정화라고 합, 합니다. 모든 것을 창, 창조한 여신이.. 이, 이 세상을 다시 되돌, 돌릴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는 거죠.”

 

 론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아는 왜인지 모르게 시작되어버린 수업 시간이 지루하다는 듯 크게 하품을 했다.

 

 이윽고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가엾은 카샤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리아가 쿡쿡 찌르는 고깃덩이를 팔의 뭉툭한 부분으로 같이 찌르기 시작했다. 팔의 날카로운 끝 부분을 쓰지 않는 걸 보니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있긴 한가 보다.

 

 그렇게 이런저런 설명이 조금 더 이어졌고, 론은 그제서야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다는 개운한 표정을 했다.

 

 이 뒤에 있었던 설명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광신도들은 세상을 다시 평화롭게 바꾸기 위해서 폭력 행위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파괴만이 유일한 구원과 정화로 이르는 길이라나 뭐라나.

 

 “아, 아.. 여러분은 영, 영혼철이란 걸, 걸.. 찾으, 으러 왔다고 하셨죠.. 이야기가 길어, 어 져서 미안합니다. 아무래, 래도 간만의 수업이라 자제력, 력을 잃었군요..”

 

 “괜찮습니다. 질문한 건 저였는걸요. 그, 이름을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전 롬, 롬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불, 불러 주세요.. 여러, 여러분은?”

 

 아리아는 서로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대는 기이한 광경에 눈을 멍하니 뜨고 있다가, 롬의 물음에 금세 정신을 차렸다.

 

 “난 아리아라고 해. 롬이라니, 론하고 발음이 되게 비슷하네.”

 

 “카샤는 카샤. 카샤다.”

 

 “전 론이라고 합니다.”

 

 각자의 자기 소개는 간결하고 짧게 끝났다. 카샤는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고깃덩이로 살금살금 다가가 찌르던 것을 마저 쿡쿡 찔렀다. 요상하게도 꽤 재미가 들렸나 보다. 아리아의 영향인가? 이렇게 보면 둘은 참 잘 맞는다.

 

 “아, 저, 저기.. 그건 찌르, 르지 마세요.. 찌르면 안돼요..”

 

 롬은 고깃덩이를 쿡쿡 찌르는 이 둘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찌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말렸다. 다시 보니 참 크기가 독보적으로 크다.

 

 이 정도 크기는 철갑 이리 산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크기인데, 어디서 구해왔는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절제해서 먹는다면 둘이서라도 족히 몇 달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야, 만지면 상하는 고기였어? 진작 말을 하지.. 미안. 얘기가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

 

 “사과를 할 건지, 욕을 할 건지 하나만 해라. 악랄한 꼬마. 카샤는 저런 끔찍한 화술은 쓰지 않을 거다.”

 

 카샤가 한심하다는 듯 아리아를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내 이 둘은 티격태격 대며 작게 말싸움을 했고, 깊게 한숨을 쉰 론이 롬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쭉 숲에서만 살던 사람이라.. 아무튼, 저건 비상식량인가요? 이 지하실도 사방이 철로 덮힌 것을 보니 강한 충격에 대비한 것 같고.. 광신도들의 무력이 상상 이상인가 보군요.”

 

 작게 웃으며 가볍게 말하는 론의 태도에 비해, 고기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롬의 태도는 상당히 움츠러들어 있었다. 마치 귀중품을 잃어버린 사람 같다고 해야 할까. 자신들이 이곳에 들어와 문을 부순 것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카샤가 이곳에 영혼철이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사방은 매끈한 철들로 뒤덮여 있는 데다 영혼철을 보관해 둘 공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카샤가 장소를 헷갈린 것일까?

 

 “변, 변칙적인 무력, 력에 대항하, 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준, 준비가 필요한.. 법이죠. 그, 그렇지 않나요? 하하..”

 

 론은 눈을 가늘게 뜨며 한층 더 어색해진 얼굴의 롬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식은땀은 줄줄 흘러 뺨을 타고 흐르고 있고, 이리저리 왕복을 하고 있는 동공은 파르르 떨려 왔다. 무언가를 숨기고는 싶은데, 티 없고 맑은 성격 탓에 사실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 같다.

 

 “카샤 길 잘못 찾아온 거 아니다. 카샤 코가 얼마나 정확한지 모르나? 여기, 여기서 영혼철 냄새가 난다! 카샤 거짓말 안 했다! 카샤 꼬마들한테 거짓말이나 하는 사람 아니다!”

 

 그러던 도중, 론은 아리아와 말싸움을 하다 큰 소리를 낸 카샤를 놀란 눈으로 돌아보았다. 아리아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깃덩이를 다시 쿡쿡 찔러 보았다. 그러자 롬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더니, 롬은 다급하게 달려가 아리아의 손을 고깃덩이에서 확 떼었다.

 

 “어, 아저씨..”

 

 “비, 비키, 비키세요! 이, 이건.. 이 사람은..”

 

 아이? 아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롬이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아리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며 고깃덩이에서 거리를 벌렸고, 카샤가 아리아의 앞에 우두커니 서며 앞발을 치켜 올렸다. 잠깐 뿐이었지만, 롬의 눈빛이 위협적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레, 레인.. 미안해.. 아, 아팠.. 아팠어..?”

 

 롬은 고깃덩이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작게 흐느꼈다. 론은 급속도로 내려간 주위의 온도에 인상을 구기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까부터 계속 기이한 동물의 울음소리가 사라지지 않았다.

 

 “레, 레인.. 레인..”

 

 애처로운 롬의 흐느낌에 화답하듯, 롬이 껴안은 고깃덩이는 조금씩 꿈틀대며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울지 말라는 듯이. 주변에 조금씩 떠오르고 있는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들을 거두라는 듯이.

 

 냉기로 가득 차 이제는 입김마저 새어 나오는 방에는, 이젠 정적과 울음소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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