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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카샤는 개코!
작성일 : 19-10-23 17:09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4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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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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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다. 여기서 영혼철 냄새가 풀풀 난다. 카샤 코는 역시 개코다.”

 

 코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듬이를 까딱대며 움직이던 카샤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마을이라기엔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작은 부족이나 촌락을 연상케 하긴 했지만.

 

 “음.. 흠.. 이쪽으로 가서.. 이쪽. 꼬마들 조심해라.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여기 근처에 살아있는 게 있는 것 같다.”

 

 카샤의 불길한 소리에 론은 안 그래도 팽팽하게 돌리고 있는 부정적 사고를 한층 더 가속했다. 주위의 집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꼬질꼬질하거나 나무가 썩어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있는 살아있는 것이라면 대부분은 잿더미들이다. 경계를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는 안 나는 것 같은데. 주변에 다소 부서진 물건이 있긴 해도 파손도가 크진 않고. 마을이 하도 작아서 피난이 빨랐던 건가?”

 

 굉장히 낡은 집의 기둥을 손으로 살살 만져보던 아리아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아리아가 전에 수집해뒀던 정보에 의하면 대격변이 일어나 일부의 사람들이 잿더미로 변했을 때에, 수많은 사람이 마을을 떠나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아마 전에 없던 혼란으로 인한 큰 패닉이었겠지. 그렇기 때문에 흩어진 사람들은 은신처를 찾아 숨거나, 운이 없는 이들은 생명력이 폭주해 잿더미로 변한 사람들에게 죽었다.

 

 “그러게. 내가 숲까지 갈 때 한번 지나쳤던 마을은 아예 마을이 지워지다시피 했었는데. 여긴 뭔가.. 그냥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던 폐허 같아. 고작 2년만에 관리를 받던 집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이 둘이 수많은 의문점을 제기하며 머리를 조금이나마 굴리고 있을 때에, 카샤는 머리를 열심히 까딱이며 묵묵히 길 안내를 계속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목적지를 찾은 듯 카샤가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러자 멍을 때리고 있던 아리아가 카샤의 몸에 머리를 약하게 박았다.

 

 “아야.”

 

 “미안하다 꼬마. 카샤 뒤에 있는 아리아 꼬마 못 봤다. 아무튼 여기에서 영혼철 냄새가 묵직하고 많이 난다. 카샤가 먼저 들어갈 테니까, 두 꼬마들은 뒤 보면서 따라와라. 앞은 카샤가 지켜준다.”

 

 그리 말하며 카샤가 가리킨 곳은 다른 집보다 훨씬 크기가 큰 집이었다. 벽면이나 기둥의 상태가 훨씬 좋은 것으로 보아 집을 만들 때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양이었다. 나무도 질이 굉장히 좋은 것을 썼다. 이 작은 마을 촌장의 집이라도 되는건가?

 

 “좋아. 한번 가 보자고. 좀 위험한 냄새가 나서 마음에 드네.”

 

 “조심해. 잘못하면 맥도 못 추린다.”

 

 “알겠어. 걱정 마, 모질아.”

 

 염려하는 론의 말에 아리아는 장난스러운 농담으로 화답하고, 이윽고 이 셋은 주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은 이미 열려 있었기에 쓸데없는 소음을 줄일 수 있었다. 집의 내부는 상당히 깔끔했고, 이런저런 장식품까지 놓여 있을 정도로 호화로운 느낌을 주었다.

 

 “..누가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론은 창가에 놓여 있는 화분 하나를 쳐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화분 안에는 붉은 꽃 한 송이가 창문 너머에서 날아드는 햇빛을 받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꽃의 잎에 물방울이 조금 맺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흑도 축축했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가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조금은 다행인데. 적어도 이 집의 주인은 사람이라는 거잖아.”

 

 “글쎄..”

 

 아리아는 미지근한 론의 반응에 잠시 어깨를 으쓱이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두 팔을 치켜든 카사의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마치 사탕 장수를 졸졸 따라다니는 꼬마애 같은 모습이다.

 

 “음.. 뭔가 조금 이상하다. 냄새 여기서 나지만, 여기서 안 난다. 마치 땅속에 냄새가 갇힌 것만 같은 느낌이다. 카샤 이런 애매모호한 냄새 싫다. 머리 아프다.”

 

 아래쪽? 론은 인상을 조금 구기며 주위를 다시금 둘러 보았다. 집이 생각보다 작은 탓에 둘러보는 것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딜 보아도 영혼철을 보관할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수납함이나 상자 같은 것을 열어도 그곳에는 말라 비틀어진 채소 따위가 들어 있을 뿐이었다.

 

 “잠깐.. 여기, 소리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

 

 “소리? 그게 무슨 소리야 누님?”

 

 론은 집 안을 걸어 다니다 불현듯 우뚝 멈춰 선 아리아를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바닥은 나무로 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나긴 했지만, 그렇게 작은 차이를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론의 청력은 좋지 않다. 카샤는 다른 방 쪽을 찾아보고 있고.

 

 “잘 들어 봐. 여긴 삐걱.. 삐걱.. 그리고 여기는 삐극.. 삐극.. 소리가 달라!”

 

 의문은 길었고, 행동은 짧았다. 아리아는 론이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즉시 삽을 빼들어 의심이 가는 바닥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그러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며 바닥이 무너지더니,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론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아리아는 론에게 보란 듯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 봐, 내가 소리가 다르다고 했지? 역시 내 감은 틀리지를 않는구만! 완벽해!! 카샤, 카샤! 나 길 찾았다! 지하실이 있었어! 후딱 내려가자!”

 

 “오..”

 

 아리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카샤를 불렀고, 카샤는 순수하게 감탄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아리아에게 후다닥 달려왔다.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는 굉장히 넓직해서 카샤도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셋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랐어. 지하에 이런 통로가 있을 줄은.. 여기에 영혼철을 숨겨둔 걸까? 벽면에 등잔 같은 것도 박혀 있는 것 보니까, 꽤 자주 쓰는 통로인가 본데.”

 

 “이제 드디어 냄새가 연결됐다. 론 꼬마 말이 맞는 것 같다. 카샤 머리 아픈 거 해결돼서 기분 좋다.”

 

 그렇게 서로 간단한 잡담이 끝나고, 지하실치고는 꽤 깊은 거리를 내려온 이들은 계단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을 하나 발견했다. 바닥으로 숨겨둔 문 말고 문을 하나 더 설치하다니, 어지간히도 영혼철을 애지중지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더군다나 문은 미미한 윤기를 머금은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론이 철문을 자세히 살펴보자, 열쇠 구멍으로 보이는 주먹만 한 홈 하나를 발견했다. 물론 문은 아무리 당기고 밀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켜 봐. 이런건 부수고 들어가야 제맛이지.”

 

 아리아는 즉시 주먹에 불을 두르더니, 주먹만 한 홈에 주먹을 냅다 꽂았다. 그러자 철이 시뻘개지며 기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윽고 조금 지루할 만한 시간이 지나자, 철문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맥 없이 그 기능을 잃었다.

 

 “누님치고는 방법이 온화하네.”

 

 “시끄러워.”

 

 평소대로라면 삽으로 문을 마구 내리쳤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다니. 평소 충동적이게만 보였던 아리아가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론의 장난스러운 심술을 받은 아리아의 얼굴에 쀼루퉁한 표정이 떠올랐다.

 

 “꼬마들. 사랑 싸움은 나중에 하고.. 저거 봐라. 저거. 뭔가 있다.”

 

 사랑싸움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진 아리아가 헛소리를 부정하기도 전에, 열린 철문 안쪽에서 무언가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새어나왔다. 규칙적이지만 거친 느낌을 주는 기괴한 소리였다.

 

 “누, 누구.. 누구.. 십니까..?”

 

 그와 동시에 잔뜩 겁을 먹은듯한 목소리 하나가 문 안쪽에서 새어 나왔다. 가장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전체적으로 수척한 느낌의 남성이었다.

 

 연령대는 대략 30대 초중반쯤 될까, 상의 하의 모두 검정색 천을 쓴 평상복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푹 들어간 뺨이 맞물려, 어떻게 보면 신경질적이라고 말 할 수도 있을법한 용모였다.

 

 그렇게 이 셋은 말 없이 녹아내린 문을 지나치며 탁 트인 지하실 내부를 가볍게 둘러 보았다. 천장 모서리 부분에 등잔들이 달려 있고, 벽과 바닥에서는 차갑고 단단한 질감이 느껴졌다. 아마 문과 똑같은 재질을 사용했겠지.

 

 소리가 난 쪽을 둘러 보니, 그곳에는 남성 하나가 손에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있는 채로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경악과 공포, 초조함 등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얼굴이다.

 

 단단한 강철 문을 뚫고 들어온 기괴한 3인방의 모습을 보자면 누구라도 이런 표정을 지을 것 같았지만.

 

 “카샤, 여기가 확실해? 사람밖에 안 보이는데. 그리고.. 저거. 저게 뭐지? 큰 고깃덩이 하나랑.”

 

 “카샤 코 정확하다. 여기.. 여기서 냄새가 난다. 분명하다.”

 

 론은 앞에 있는 사람을 신경을 쓰긴 하는건지, 안 하는건지 모를 둘의 태도를 보며 작게 혀를 찼다. 도대체 이게 갑자기 쳐들어와서 뭐하는 짓이람?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인데 말이다.

 

 “안, 안녕하십니까? 댁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굉장히 죄송한 일이지만..”

 

 “으.. 으아아악!! 저리 가! 이 정신 나간 광신도 새끼들!! 가! 가라고!”

 

 하지만 론이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은 역효과였던 모양이다. 론의 입이 떨어지자마자 급속도로 표정이 험악하게 변한 남성이 땅에 널브러져 있던 나이프 하나를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휘두를 베짱이나 기술은 없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나이프를 겨누는 것으로 위협은 끝이 났다.

 

 “으하하, 무단으로 침입하는 게 당연히 죄송할 일이지! 멍청이!!”

 

 “문 부순건 누님이면서!”

 

 론은 무안한 기분에 자신을 놀려대는 아리아를 바라보며 작게 소리쳤다. 이에 옆에서 이 소란을 지켜보던 카샤의 입에서는 옅은 한숨이 나왔다.

 

 “..카샤 머리 아프다. 멍청이들 대화 듣고 싶지 않다.”

 

 하나는 패닉 상태, 둘은 시답잖은 일로 시비가 붙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아무리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카샤라고 해도, 이 의문은 머릿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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