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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크고 아름다운 영혼철
작성일 : 19-10-23 17:04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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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런 젠장. 새 친구 몸집이 참 우람하구만.”

 

 “하하.. 조금 특이하게 생겼죠?”

 

 “카샤 인사한다. 안녕, 덩치 큰 꼬마.”

 

 론은 서로 얼굴을 맞대며 인사를 하고 있는 빌과 카샤를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일단 1차적으로 무기의 분석을 마친 빌이 밖으로 나올 때 잠깐 얘기를 해 두긴 했는데, 아무래도 ‘크고 좀 많이 독특한 친구’ 라는 설명은 너무 부족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음.. 그래. 까놓고 말하겠네. 저거.. 아니, 저 친구는 안전한가? 내가 살다 살다 잿더미를 집 안에 들일 줄이야..”

 

 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손에 든 망치를 까딱이며 카샤를 위협적으로 노려보았다. 카샤는 그런 빌을 흥미롭게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카샤 잿더미가 뭔지 모른다. 그래도 카샤 안전하다. 카샤 위험한 짓 안 한다.”

 

 아리아는 이런 미묘하게 차가운 기류가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카샤의 옆구리를 손으로 팡팡 쳤다. 여태껏 아리아가 보여준 넉살 좋음은 정말 이상하리만치 기이한 것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저러는 것을 보면 그냥 눈치가 없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뭐.. 본인이 저러는데 별수 있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책임은 당연히 자네들이 질 테니까 상관없겠지. 그렇지?”

 

 론은 극한의 뻘쭘함을 느끼며 약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평한 태도로 말하는 빌의 어투에는 미묘한 싸늘함이 담겨 있었다. 물론 문제가 생길 리는 없겠지만, 빌이 보여주는 저 표정은 묘한 중압감이 담겨 있어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물론이죠. 카샤로 인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책임도 확실히 지겠습니다.”

 

 “좋아. 책임을 지라고 해도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라 제대로 받을 수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말일세. 아무튼, 대충 수리 견적을 말 해줘야겠지? 자네들의 무기는 굉장히 흥미롭구만. 영혼철을 사용한 무기라니. 어디 명문 귀족의 자제분이라도 되는가?”

 

 “엥? 영혼철? 그게 뭐야?”

 

 아까 차를 마셨던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무기들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빌은 호기심과 열정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리아는 영혼철이란 단어를 생전 처음 듣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빌에게 물었다.

 

 “응? 아가씨는 영혼철을 모르는겐가? 영혼철은 인간의 혼을 공유하는 철이라네. 진짜로 영혼을 공유하는 건 아니고.. 정확히는 혼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담는 매개체지. 불의 태생에겐 불을 더 크게 만들 수 있게 해 주고, 물의 태생에겐 더 날카로운 냉기를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게야. 그만큼 엄청나게 비싸고, 희귀하지.”

 

 “누님이 쓰는 삽은 피를 써서 불을 강화하잖아. 그것도 에너지를 담는 하나의 방법이야.”

 

 설명을 다 듣고 왜인지 모르게 복잡한 표정이 되어버린 아리아에게 론이 말하자,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워들은 빌의 눈이 조금 커졌다.

 

 “호오.. 피를 사용한다고? 그것도 그것대로 굉장히 흥미롭군. 나중에 한번 꼭 봐보고 싶어. 아니, 아니, 지금은 이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 아무튼간에 문제가 하나 있다네. 영혼철의 제련은 나도 경험이 있어서 괜찮지만.. 제련에 사용할 영혼철이 부족해.”

 

 영혼철이 부족하다는 말에 론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영혼철은 기본적으로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영혼철로 만든 무기들은 굉장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대개 적은 물량으로 거래된다.

 

 대장간에는 만일을 대비해 소량의 영혼철을 늘 구비해 두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크기가 큰 대검과 삽을 모두 수리할 수는 없다. 영혼철을 유통하는 유통업자를 찾을 수도 없다.

 

 무기의 상태는 이루실라와의 전투 이후에 상당히 많이 나빠져, 수리를 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론은 떠나갈 일 없는 최악의 상황에 인상을 구기며 깊게 한숨쉬었다.

 

 “..영혼, 철? 인가 뭔가.. 카샤한테 한번만 보여줘라.”

 

 그러던 와중, 불현 듯 손을 번쩍 든 카샤가 빌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했다. 빌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이며 론과 아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여줄 수는 있지만, 섣불리 건네기에는 조금 망설임이 있다는 투이다.

 

 “보여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아? 쟤가 저러는 걸 보면 이유가 있을거야. 영혼철은 아저씨가 들고 있어. 그럼 됐지?”

 

 빌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아리아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어쨌든 간에 빌은 잠시간 자리를 비우더니 이내 손에 아기 주먹만 한 금속 덩어리 하나를 들고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영혼석일세. 이 정도 크기만 있어도 저택 한둘은 살 수 있는 가치를 지녔지. 아무튼 이건 왜 보여달라고 한 겐가?”

 

 의아한듯한 빌의 물음에도 카샤는 고개를 까딱이며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팔을 안쪽으로 접은 채로 더듬이를 까딱이는 모습이 마치 냄새를 맡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짧은 시간이 지나자, 카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다. 고맙다 덩치 큰 꼬마. 이걸 더 찾으면 되는 거지? 카샤 꼬마들 도운다. 카샤 이거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카샤 코 좋다.”

 

 영혼철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말에 가장 놀란 것은 역시나 눈을 크게 치켜뜬 빌이었다.

 

 “뭐, 뭐? 자세히 말 해보게!”

 

 론은 갑자기 흥분한듯한 빌의 태도를 조금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카샤가 나타날 때도 나름 평정을 유지하던 사람이 이렇게 흥분하다니, 역시 대장장이는 대장장이다 싶었다.

 

 “카샤 코 좋다. 코 좋은 카샤 영혼철 냄새 맡는다. 카샤 전에 숲 밖에서 영혼철 냄새 맡은 적 있었다. 근데 약한 꼬마들 비명소리 들려서 못 갔었다. 카샤 영혼철 냄새 확실히 다시 맡았으니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 아리아 꼬마보다 길 잘 찾는다.”

 

 간접적으로 길치라고 놀림받은 아리아가 카샤의 배를 주먹으로 퍽 쳤지만, 카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팔로 빌의 집 문을 가리켰다.

 

 “여기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영혼철 냄새 난다. 꼬마들 카샤 따라와라. 카샤 꼬마들이 휘두르는 장난감 책임지고 수리해준다.”

 

 “직접 제련하는건 나지만 말일세.”

 

 작게 끼어드는 빌의 쓴 웃음을 뒤로 하고, 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영혼철은 이런 숲이나 평지에서 나올 수 있는 광물이 아니다. 영혼철의 약 80퍼센트 이상은 북서쪽에 존재하는 세상의 끝, 망각의 왕국에서 채광된다.

 

 그렇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만약 잿더미들이 카샤처럼 영혼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카샤가 잿더미라는 것은 얼마 전의 재생력을 보고 확신했다. 형태도, 전투 방식도 다양하고 변칙적인 잿더미들 중에 영혼철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개체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이르다.

 

 “얌마, 또 걱정질이냐?”

 

 하지만 론의 사색은 재빠르고 깔끔하게 등을 후려치는 아리아의 손길에 의해서 끊기고 말았다. 생각보다 훨씬 아픈 손바닥에 약간 인상을 구기고 있자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는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넌 너무 생각이 많은게 탈이야. 그것 덕분에 도움 받은 일도 많지만.. 이번에는 괜찮을거야. 카샤도 있잖아? 뭐 큰 일이라도 나겠어?”

 

 자신 나름대로 걱정을 완화시켜 주려고 애를 쓰는 게 보여, 론은 무어라 말을 덧붙이려는 것을 멈추었다. 늘 최악의 상황을 토대로 불행을 예상하는 이 버릇은 어떻게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아직도 어린 시절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불행은 여왕님께 거둬졌을 때 끝났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리아 꼬마 말이 맞다. 론 꼬마 카샤가 지켜준다. 아리아 꼬마도 마찬가지다. 꼬마들이 위험할 일은 없다. 카샤 약속해준다.”

 

 카샤는 론이 불을 쓰는 모습을 보지 못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론은 제 손을 쭉 뻗어 톱날을 들이대는 카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톱날의 뭉툭한 끝 부분에 주먹을 가볍게 치곤,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뭐, 좋습니다. 카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빌 씨, 무기 수리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보통 하루, 길어봤자 이틀이라네. 영혼철은 보통 철을 쓸 때보다 훨씬 시간이 적게 들지만.. 이것저것 손질을 해야 해서 말일세.”

 

 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략적인 시간을 계산했다. 대충 이틀이나 삼일 정도라면 여기서 머물러도 큰 지장은 없을 테고, 다음 목적지인 푸른 서리 왕국까지 가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점은 꽤나 괜찮군.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죠. 영혼철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다녀올게, 아저씨. 올 때 맛있는 거라도 하나 들고 올게.”

 

 “잘 있어라, 덩치 큰 꼬마. 카샤 멋진 거 들고 온다.”

 

 그렇게 이 셋은 빌에게 손을 흔들며 집 밖을 나섰다. 빌은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죽지 말게나!! 자네들이 죽으면,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테니 말일세!”

 

 빌은 이 셋이 자리를 떠나 모습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 자리에 서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에도 자신이 직접 제련한 무기를 가지고 험한 길을 떠나는 여행자들은 많았다.

 

 그리고 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안전한 여행길을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무기를 만드는 것뿐이었다.

 

 “똑같군. 예나 지금이나.”

 

 가끔 무기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면, 빌은 마을 안에 있는 주점에서 술을 한병 사 소소한 위로를 했다. 그들의 넋이 저 멀리 날아가 여신들에게 당도할 수 있길 빌며.

 

 “..조심하게나. 더는 술 따위는 없으니까.”

 

 다소 이상하긴 했지만, 심성이 나쁜 젊은이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조용한 혼잣말을 끝으로, 빌은 왜인지 모르게 무거운 기분을 애써 떨치며 방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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