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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노래하는 대장장이 마을
작성일 : 19-10-23 17:01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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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血) 993년 적(赤) 월 12일]

 

 “카샤 마을 어서 들어가고 싶다. 저기에 재밌는 게 있을 것 같다.”

 

 “그래! 빨리 가자! 뭘 망설여!!”

 

 “둘 다 조용히 좀 해 봐요!!”

 

 론은 쉴 새 없이 떼를 쓰는 둘의 말을 확 자르며 소리쳤다. 현재 이들은 숲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고서 드디어 목적지인 ‘노래하는 대장장이 마을’ 의 입구에 도착했다. 중간에 조금 삐끗하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 전보단 빠르게 안정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뒤로 돌아가는 루트였던 덕에 우려하던 잿더미들도 만나지 않았고, 생각보다 체력 소모도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였지만, 마을 안에 카샤를 데려가도 되는지 망설임이 들었다.

 

 안에 대장장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 이상, 괜한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론의 생각이었다.

 

 “그게.. 카샤는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었으면 합니다.”

 

 약간 주저하면서도, 론은 머릿속에 든 생각을 주저 없이 내뱉었다. 아리아는 론의 말이 나오자마자 인상을 팍팍 구기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무래도 론의 생각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아, 제발! 넌 가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때가 있어. 도대체 뭐가 문제야? 카샤는 왜 두고 가는데? 그냥 들어가자고!!”

 

 “세상이 이런 꼴인 만큼, 이질적인 모습의 카샤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어차피 우리가 원하는 건 무기의 수리잖아? 대장장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잘 모르는데, 괜한 트러블은 피하고 싶어.”

 

 옆에서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는 카샤는 그저 고개만 까딱이고 있을 뿐이었다. 론의 이런 의견에도 딱히 불쾌한 점은 없는 눈치다. 이런 순수한 태도에 론의 가슴에는 죄책감이 조금씩 피어났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선을 그어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넌 진짜.. 무기 수리가 최소한 하루는 걸릴 거라는 건 알 것 아냐. 근데, 그 시간동안 얘를 여기다가 세워 두자고? 중간에 우리 힘들까 봐 자기 등에 태워주기까지 한 애한테.. 카샤도 가서 좀 쉬어야 할 것 아냐. 여기서는 뭐가 나올지 몰라. 숲 안쪽이면 몰라도..”

 

 아리아는 욱한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질 못한 모양이었다. 두 뺨은 새빨개지고, 인상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게 아리아가 무어라 말을 더 이으려던 도중, 불현듯 카샤의 톱날이 론과 아리아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만. 그만 싸워라. 카샤 여기 있겠다. 론 꼬마 주장 타당하다. 카샤 모습 본 꼬마들 다 겁먹었다. 꼬마들은 마을 둘러보고 카샤한테 오면 된다. 뚝딱뚝딱 잘하는 꼬마 보고 한번, 쉴 곳 찾고 한번. 카샤 꼬마들이 꼬마한테 얘기 잘해주길 믿는다.”

 

 마치 어른이 아이들을 중재하듯 둘을 타이르는 목소리에 웃음끼가 섞여 있는 것만 같아, 론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해도, 당사자의 앞에서 했다면 불쾌할 것이 뻔한 이야기였다.

 

 “쳇..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위험하면 바로 마을로 달려와야 해? 최대한 빨리 갔다가 올게.”

 

 내심 아쉬워하는 아리아의 표정을 뒤로하고 론은 슬슬 마을로 들어가자며 손짓을 했다. 아리아는 쀼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론을 지나쳐 마을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삐져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었다. 나중에 제대로 사과해야지.

 

 조금 무거운 발걸음으로 들어간 마을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했다. 아니, 애초에 대격변이라는 커다란 재해를 이 마을만 피해간것만 같았다. 론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열심히 사람이 남아있는지 살펴보았다.

 

 아리아는 벌써 저만치 뛰어가 굳게 닫혀있는 집 문을 두드려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정적이었고, 쥐새끼 하나 모습을 드러내질 않았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론은 목청을 높여 주위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를 계속해서 불렀다. 마을 대장장이들이 모종의 무력이나 잿더미들에게 당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마을 내부가 너무나도 깨끗하다. 그 흔한 풀 한 포기조차 밟힌 흔적이 없다. 도대체 여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 야 론! 여기 사람 있다! 사람!!”

 

 그러던 도중, 무언가를 발견한 아리아가 론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황급히 달려가 본 장소에는 문이 벌컥 열린 집 한 채가 있었는데, 문 안쪽에는 정말 놀랍게도 사람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체구는 론과 아리아를 훌쩍 넘을 정도로 컸다. 나잇대는 중년쯤 될까.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가슴께까지 자라 있고, 전체적으로 근육이 꽉 찬 몸이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인상이 좋아 보이는 쳐진 두 눈은 론과 아리아를 번갈아 보며 응시하고 있다.

 

 하얀 천 옷은 어떤 이유에선지 탈의한 채로 허리춤에 묶어 놓았고, 이런저런 장비들이 주렁주렁 달린 가죽 바지가 미미한 광택을 냈다.

 

 “이런.. 염병할. 이딴 세상에서 아직 멀쩡한 사람이 남아 있었다니.”

 

 중년 남성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다소 거친 느낌이 묻어나는 욕설이었다. 그렇지만 그 어투에는 불쾌감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반가움과 기쁨이 듬뿍듬뿍 들어 있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론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아리아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를 건네자, 중년 남성은 재빠르게 제 손에 든 무언가를 허리춤 뒤편에 걸어두며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투박한 발랄함이 느껴지는 손짓이었다.

 

 “젠장.. 아니, 잠깐만 기다리게. 도대체가 사람이.. 사람이 내 앞에 있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차를 내 올 테니까, 들어오게! 어서 들어와!!”

 

 중년 남성은 다소 정신이 없는 듯했지만, 론과 아리아는 그의 정신없는 손짓에 맞추어 재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들어간 집 안에는 쇠 냄새와 그을린듯한 불 냄새가 났다. 가구들은 깔끔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다소 어지럽게 물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마음에 드네.”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본 아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들은 접어두기로 했다. 론은 저편에서 무언가를 덜그럭거리며 정신없어하는 중년 남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태껏 사람이라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아리아, 그리고 긴 시간 동안 꽃이 되어있어 대격변에 대한 지식이 없다시피 하는 풍요의 왕국 백성들밖에 만나보지 못했기에 그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바깥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사람을 보자마자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거지?

 

 “자.. 여기 있네. 어서 들게나. 독이나 이상한 건 일절 없으니 안심하고 마시라고! 쓸 일도 없던 손님 접대용 차가 여기서 쓰일줄은 몰랐군.”

 

 중년 남성은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론과 아리아가 자연스레 앉은 탁자에 두 잔의 찻잔을 올려두었다. 찻잔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식욕을 자극했다.

 

 “고마워 아저씨. 잘 마실게.”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각자의 감사 인사가 오갔고, 중년 남성은 이 소소한 대화가 상당히 기쁜 모양이었다. 투박한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을 가득 띠고 있었으니까. 론은 차를 한입 마신 뒤,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중년 남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름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론이라고 합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은 산더미같이 많았지만, 일단 통성명부터 해야겠다 싶었다.

 

 “아, 이런 빌어쳐먹을! 자기소개를 깜빡했구만! 나는 빌이라고 한다네. 이 마을의 대장장이이자.. 지금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거주민이지. 이쪽의 아가씨는?”

 

 “난 아리아. 얘랑 같이 여행하고 있어.”

 

 자신을 빌이라 소개한 남성은 여행이라는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여행은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거친 입과 별다를바 없이, 성격도 매우 시원시원한 성격인 듯했다.

 

 “이런 세상에 여행자들이 왜 우리 마을에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생각이 나서 좋군. 그래, 여기서 굳이 사람을 찾는다는 건 수리가 필요한 장비가 있다는 말이겠지? 마침 자네들 무기가 손질이 필요해 보이는구만.. 아주 오래 사용한건 둘째치고, 날이 많이 녹슬었어!”

 

 빌은 언제 자리에서 일어났는지, 재빠르게 론과 아리아의 무기를 요모조모 살펴보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리아는 이런 빌의 태도가 상당히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 이더니, 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을 이었으니.

 

 “쪽집게네.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야? 마을이 습격을 당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누가 싸웠다기엔 마을 내부가 너무 깨끗해.”

 

 “애초에 이 마을을 습격할 미친 인간은 없을 거야. 대장장이들이 그렇게 쉽게 당할만한 사람들도 아니고..”

 

 론은 머릿속에 대장장이 마을이 산적들에게 습격하는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기본적으로 대장장이 마을은 불의 왕국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로서, 마을 대부분의 거주민이 불의 왕국에서 떠나온 사람들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두 불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장장이들의 불을 사용한 장비들은 모두 품질이 좋고, 그것들에 절대로 꿇리지 않는 전투력은 왕국들 밖에서 형성된 산적 무리에게서 귀중한 상품들을 지킬 수 있는 완벽한 방벽이 된다.

 

 “뭐, 그 말대로네. 여긴 습격당한 게 아니야. 다들 떠나버린 거지. 그 괴물들.. 잿더미들을 피해서. 타이밍에 맞게 잘 피한 덕에 마을은 피해가 없었지만, 그 때문에 마을은 조용해졌지. 언제나 타오르던 불은 꺼졌고, 쇠 냄새는 사그라졌다네.”

 

 아까보다 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빌의 얼굴에는 슬픔이 녹아들었다. 빌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마을 안에 남은 것이 상당히 외로웠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시간 울적한 분위기에 잠겨 있던 빌이 불현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아, 이런.. 내 정신 좀 보게나. 자네들 무기를 봐 줘야지. 잠깐 궁상맞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이야. 일단 무기를 먼저 분석을 해 봐야겠네. 그 다음에, 맞는 철을 찾아서 담금질을 하고.. 아무튼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에는 좀 시간이 걸릴걸세. 그 동안 마을 구경이라도 하고 있는게 어떻겠나.”

 

 론과 아리아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미묘한 우연에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각자의 무기를 빌에게 건넸다. 빌은 꽤나 무게가 나가 보이는 무기들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받아든 뒤 쇠 냄새가 보다 강한 방으로 쏙 들어갔다.

 

 “..음. 생각보다 일이 빠르게 진행됐네.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얘기 해 두고 카샤나 데리고 오자, 론.”

 

 론은 제 팔을 붙잡고 밖을 가리키는 아리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조금 걸리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겠지. 카샤에게 간다면 먼저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론은 아리아와 함께 서둘러 카샤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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