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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타버린 재와 무덤지기
작가 : 오렌지핥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9.9.8

세계를 이루는 다섯가지 색은 변질했고, 대륙의 중심을 다스리는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백성들은 변질한 통치자를 그저 두려워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을 연명한다. 대륙의 나머지를 다스리는 4명의 여왕은 타락해 고귀하던 영혼을 더럽혔다. 신은 이 모든 참사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렇기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몸에서 흐르는 검붉은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다짐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계를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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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23 16:57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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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움직인 것은 동시였지만, 정말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는 카샤의 톱날이 조금 더 빠른 모양이었다. 카샤의 톱날은 기민하게 움직여 아리아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까의 곰 때와 비슷하게 급소를 깔끔하게 노리는 것을 보니, 평균적으로 재생력과 힘만 믿고 멍청하게 싸우는 잿더미들과는 차원이 다른 상대임은 명백했다. 카샤가 잿더미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진 않았지만.

 

 아리아는 즉시 삽을 비틀어 카샤의 날카로운 톱날을 쳐냈다. 그러자 작게 불똥이 튀며 카샤의 톱날이 튕겨 나갔고, 그 틈을 노려 복부로 발차기 하나가 날아들었다. 얼마 전까지는 무식하게 돌격하는 방식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발전의 모습을 보여준 카운터였다.

 

 “캭!”

 

 카샤의 짧은 비명이 터졌지만, 그 비명이 무색하게 카샤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몸을 튼튼히 지탱해주는 4개의 다리 덕분에 넘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리아는 자신의 치명적인 실수를 뒤늦게 깨달으며, 다시금 목으로 날아오는 톱날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며 인상을 구겼다. 모양새는 정식 결투인 탓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이 제일 정신적인 압박감을 주었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리아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주저 없이 카샤를 공격하리라고 마음을 먹긴 했다. 그것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지만 말이다.

 

 아리아가 즉시 머리를 날아오는 톱날 아래로 숙였다. 보통 실전 경험이 많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반사 신경과 암기웅변만으로 이렇게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니, 역시 전투에서만큼은 머리가 잘 돌아간다 싶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카샤가 한 수 더 위였다. 타겟을 잃고 허공을 가르던 톱날은 그 즉시 궤도가 틀어졌고, 옅게나마 아리아의 어꺠죽지를 갈랐다. 그와 동시에 검붉은 혈흔이 터지며 비릿한 향이 주위를 물들였다.

 

 “쳇,, 좀 하네.”

 

 론은 예상치 못하게 아리아가 입은 부상에 당황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쳐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 그럴 기미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아리아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희열이었다. 론과 처음 싸웠을 때와 같은, 광기 어린 희열.

 

 “꼬마.. 왜 웃냐? 카샤 이해할 수 없다. 꼬마 이상하다. 부상을 당했는데 웃는 사람은 미친 사람밖에 없다.”

 

 카샤는 아마도 처음 봤을 부류의 인간인 아리아가 내심 의아했던 모양이었다. 순간 동작을 멈추고 더듬이를 깔짝댔으니. 아리아는 대답 대신 불을 두른 삽을 치켜들어 전방으로 힘있게 휘둘렀고, 불꽃이 백색 선을 그리며 카샤의 어꺠죽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카샤는 굉장히 크게 부푼 불꽃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불꽃을 고스란히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론은 머릿속에 드는 의문에 제 볼을 긁적였다. 분명 카샤의 속도대로라면 이 공격은 충분히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카샤는 이런 론의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이윽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세를 잡았다.

 

 “킥.. 카샤.. 뜨겁다.. 하지만, 카샤 꼬마 공격... 기억했다..”

 

 기묘한 변화를 알아차린 아리아는 곧바로 삽을 자신의 상처가 난 어깨죽지에 갖다 대었다. 그러자 삽은 피를 흡수했고, 아까보다 한층 더 커진 불꽃이 아리아의 몸을 천천히 감쌌다. 이건 처음 보는 기술인데.

 

 그 와중에 카샤의 몸에서는 무언가 단단한 껍질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퍼졌다. 등에 달려 있던 날개는 몸 안쪽으로 접혀 마치 등껍질 같은 형태로 변했고, 외골격 겉표면은 가죽 같은 것으로 덮여 나갔다. 땅을 지탱하고 있던 다리는 더욱 두꺼운 모양새가 되어 갔다.

 

 이게 뭐지? 아리아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불을 신체에 두르는 작업도 끝이 났고, 이를 꽉 악문 아리아가 다시금 삽을 들어 카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하지만 이내 아리아의 손을 맴도는 것은 기이한 충격이었다. 복부에는 무거운 것으로 후려친듯한 격통이 퍼져 나갔다.

 

 그 광경을 본 론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힘없이 날아가던 아리아는 어렴풋이 보이는 둔기 같은 카샤의 팔을 응시하곤, 큰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흙바닥에 처박혔다.

 

 “켁.. 켁켁.. 신기해.. 엄청 신기해! 받는 공격에 따라 몸을 변화시키는 건가?! 역시 너랑 싸우길 잘했어!!”

 

 론은 그제서야 카샤를 처음 봤을 때 아리아가 짓던 호기심 어린 표정의 의미를 이해했다. 평소에는 그나마 멀쩡하더만, 아주 싸울만한 상대만 만나면 눈이 훼까닥 돌아버린다. 앞뒤 안 가리고 결투를 받아들인 이유도 단순한 전투 욕구 때문이었으리라.

 

 “미친.. 꼬마..”

 

 복부에 맞은 공격은 사람에 따라서 치명상이 될수 있었다. 카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웃는 아리아를 바라보며 질렸다는 듯 중얼댔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한가 보다. 이맛살을 찌푸린 론은 카샤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리아는 카샤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며 카샤에게 불 붙은 삽을 있는 힘껏 던졌다. 카샤는 제 두 팔을 딱 붙여 방패 같은 모양을 만들곤,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는 삽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그렇지만 진짜 공격은 지금부터다. 아리아는 높게 도약하며 주먹을 꽉 쥐더니, 대뜸 가드를 막 푼 카샤의 눈에 묵직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러자 우지직 하며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카샤의 몸이 휘청거렸다.

 

 생명줄인 무기를 내버리고 상대의 품에 파고들어 약점을 치다니, 정말 정신 나간 방식이다. 아니, 아리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었겠지. 무엇보다 아리아의 맷집과 회복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이거야 원, 누가 잿더미인지 모르겠군.

 

 카샤는 눈 한쪽이 으스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아리아의 몸을 두 팔로 꾹 고정했다. 아리아의 몸에서는 아직도 불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카샤는 조금도 뜨거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아리아의 몸이 으스러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리라.

 

 “캬악!!”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아리아가 아니다. 마침 아리아와 카샤의 머리는 가까이에 있었고, 아리아는 그대로 미친 듯이 머리를 카샤의 남은 눈에 때려 박았다. 카샤의 체액과 아리아의 피가 사방으로 튀어가며 론의 표정이 급속도로 구겨졌다. 저걸 맞는게 내가 아니라 진짜 다행이다.

 

 이윽고 아리아는 몸을 버둥거리는 카샤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끈적한 피가 주르륵 흘러 볼을 타고 내려갔다. 카샤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천천히 다가와 삽을 집어드는 아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눈은 이미 모두 아작이 났으니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봤다는 것이 맞는 말이리라.

 

 “..카샤 패배했다. 이제 목을 쳐라. 카샤는 이제 싸울 힘이 없다. 눈 모두 날아갔다. 미친 꼬마가 이겼다.”

 

 ‘미친 꼬마’ 라는 말에 아리아의 눈썹이 조금 꿈틀했지만, 이내 아리아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커다란 함박웃음이었다. 이윽고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지며 주위가 소란스럽게 변했고, 한참을 웃던 아리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카샤는 그 고갯짓을 보지 못했겠지만.

 

 “됐어. 몸도 찌뿌둥하던 차에 재밌었어. 눈깔이 아작났는데 내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너 좀 마음에 들었거든. 누굴 죽일 생각도 없고.”

 

 카샤는 그런 아리아의 자비가 꽤나 신선한 모양이었다. 그대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으니. 사실 눈을 실명시킨 아리아가 감사를 들을법한 사람인지 의문이 들었으나, 이 인간 앞에서 상식적인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생각해 봤자 답도 안 나올 테니까.

 

 “자비.. 카샤 감사한다..”

 

 그렇게 전투 의지를 잃은듯한 카샤의 힘 없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젠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으니 카샤의 몸에서 힘이 풀렸고, 전체적으로 중갑이 떠오르는 단단한 모습은 아까와 비슷하게 역으로 변형을 시작했다. 이내 처음과 같은 모습이 된 카샤가 옅게 한숨을 쉬었다.

 

 “후.. 꼬마.. 강하다. 카샤 꼬마 꺾지 못했다. 강자 되지 못했다. 이래서는..”

 

 망연자실한듯한 카샤에게서는 왜인지 모르게 다소 슬픈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부상이 심한 상태였기에 그래서였을까? 론은 깊게 한숨 쉬며 카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당신은 충분히 강했어요. 눈은 유감입니다. 어떻게 도움이 될만한..”

 

 “눈? 카샤 눈이 왜? 꼬마들은 눈 없어지면 큰일인가?”

 

 론은 의아하다는 듯 카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카샤는 제 눈을 톱날 등으로 살살 쓰다듬더니, 이내 기묘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카샤의 찌그러진 눈은 조금씩 부풀어 올라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게..”

 

 론은 물론이고, 아리아도 카샤의 이런 재생 능력에 굉장히 놀란 모양이었다. 카샤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

 

 “카샤 이런거 아무것도 아니다. 카샤 몸 반 날아가도 다시 자라난다. 허약한 꼬마들은 이런거 처음 보나?”

 

 어투에는 다소 놀리는듯한 낌새가 있었지만, 이 둘은 그런 사소한 것을 신경쓰진 않았다. 그렇다면 왜 방금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한 거지? 론이 이 의문을 입에 담기 전에, 아리아가 먼저 선수를 쳤다.

 

 “뭐야. 이런거 할 수 있었음 왜 아까 암것도 안 했어?! 김빠지게!”

 

 “결투니까. 꼬마 카샤처럼 치료 못 한다. 결투는 정정당당해야 한다. 카샤 꼬마하고 같은 조건에서 결투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우위에 선 결투는 절대로 카샤 강해지게 할 수 없다.”

 

 아리아는 다소 어이가 없는 듯했지만, 그래도 카샤의 독특한 방식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윽고 피식 웃은 아리아가 카샤에게 질문했다.

 

 “넌 왜 그렇게 강자에 집착하는데?”

 

 “그래야 약자 지킨다. 꼬마들 약하다. 카샤 강자를 꺾고 강해져서 그 힘으로 약자 지킬 거다. 약자는 강자가 지켜야 한다. 그러면 약자는 나중에 강해져서 또 다른 약자 지킨다.”

 

 론은 흥미롭다는 듯 카샤의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었다. 아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카샤의 어깨를 한번 툭 치며 말을 이었다. 카샤의 덩치가 하도 큰 탓에 폴짝 뛰어야 했었지만.

 

 “좋아. 너 맘에 들었어. 우리랑 같이 가자! 사람.. 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우리 따라다니면 강자랑 만날 기회가 많을거야. 어때? 여기에 사람이 얼마나 더 지나갈지도 모르겠고.”

 

 대뜸 큼직한 제안을 하는 아리아는 꽤나 즐겁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던 론은 그런 아리아의 표정을 보고서 입을 닫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카샤는 조금도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카샤. 그리고.. 누님, 이제 슬슬 밥이나 좀 먹자. 밥 먹다가 딴짓하면 벌 받아. 카샤도.. 자, 어서 먹고 출발하도록 하죠. 갈 길은 머니까요.”

 

 그렇게 이 셋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꽤 긴 시간 동안 단란한 말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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