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 알아버린 소식이지만 그 번개는 아파트 단지로 떨어지는 번개인데 내 몸으로 떨어진 겁니다. 그 번개가 아파트로 떨어졌다면 피뢰침이 그 번개를 감당해 내지 못하고 아파트 위층에서부터 여러 층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뉴스를 통해 보도 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살던 곳에서 쫓겨난 걸 탓하진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전 너무 지쳐있었습니다. 개인적이라고 할 만한 생활도 없이, 일자리도 없이, 이성도 없이 그렇게 시간과 함께 가능성을 잃어갔던 거죠.
그리고 35살에, 뭐랄까 정점을 찍었습니다.
아? 예. 네, 맞습니다.
번개는 5번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날은 집이었습니다. 집안은 고요했어요. 전 집안에 있는 것이 좋았죠. 아무에게도 간섭 받을 일이 없었거든요. 집안에 가만히 있다가 한 번 일어나서 움직이면 창문으로 들어온 빛 사이로 먼지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나 역시 일종의 먼지가 되어 빛에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아닌 어떤 공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좋았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