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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27
작성일 : 19-10-23 12:32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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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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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무더위 속 각자의 일터에서 소박하거나 열정적이게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물에 불은 신문지처럼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초초히 저 거리로 몰려나오는 모습이 마동의 눈에 보였다. 버스는 그곳을 벗어나서 인적이 드문 산길로 오르는 오르막 도로에 접어들었다. 왕복 이차선의 도로는 엑스자로 구불구불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버스가 코너를 돌 때마다 까악 하는 재미 섞인 신음을 토해냈다. 노인은 의자의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고 서있는 사람들도 잡고 있는 버스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창문을 조금 열면 풀 향으로 가득차서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풀 향과 더불어 무더위의 습한 기운도 버스 밖에서 창문을 여는 동시에 안으로 밀려들어와서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것이라 마동은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참았다. 마동은 어린 시절의 풀냄새를 잊지 않았다. 여름에 풍기는 풀냄새는 코가 기억하고 있었고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버스 안의 에어컨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해서 여학생들은 코너를 돌 때마다 에너지를 소비해서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을 하거나 친구의 얼굴에 공책으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노인도 목 부분에 맺힌 땀을 손수건으로 훔쳐냈다. 버스는 여러 번 나오는 구불구불한 에스자형 오르막길을 지나 버스의 양쪽이 밭으로 보이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보이는 양쪽의 밭은 풋고추 밭이었다. 뜨거운 태양의 자양분을 먹고 고추는 더욱 푸르게 익어 갈 것이다. 아스콘이 깔린 도로에서 곧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버스는 죽 이어진 도로를 따라서 30분을 더 달려 어촌의 마을로 관통하여 바다가 보이는 한 정류장에 정차를 했다. 버스가 정차를 하고 엔진소리가 완전하게 꺼졌고 마동도 종점에서 내렸다. 처음 와보는 곳은 다큐멘터리 속에나 나오는 외딴곳으로 낯설었다. 무덥고 짠 내 나는 바람이 불어와서 마동의 얼굴을 할퀴었다. 날 것의 바다 냄새였다. 마동은 버스에서 내려 작은 어촌 마을의 오후를 거닐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변이가 시작되고 배가 고프다는 감각에서 멀어졌다. 혹여 배가 고프다하더라도 마을에는 식당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먹은 것이라곤 병원에서 마신 주스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전혀 허기나 공복감이 들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먹지 못한다면 말라 죽어 버릴지도 몰라.

  왓킨스와 블라디미르가 말라서 죽은 모습을 마동은 상상했다. 한참 보이는 길을 따라 걸었다.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운전하는 고급승용차들의 운행이 도로에서 잠깐 보였고 도로 건너편 저 멀리 높지 않은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마동은 그곳으로 걸어갔다. 건물들이 모두 낡고 오래되어서 늙어 힘을 잃은 호랑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바다의 해풍과 짠 내를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은 몸으로 그 모든 걸 받아냈다. 오래전에 바다에 인접한 이 마을에 건물들이 지어졌을 때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 사람들은 건물을 외면한 듯 보였다.

  그 중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의 높이는 5, 6층 정도의 높이였다. 자칫 노출 콘크리트 양식을 본 딴 건물로 착각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오래되어서 페인트칠이 전부 벗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축이나 증축을 통해서 좀 더 나은 건물로 유지 보수될 수 있으나 건물주는 포기하고 마을은 건물을 방치해버렸다.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심각하게 보였고 꽃처럼 퍼진 크랙부분에만 몇 번이나 페인트를 칠했는지 어린이의 그림 솜씨처럼 형편없었다. 건물의 벽면은 내일이면 숨이 멎을 노파의 피부처럼 푸석했다. 올려다보니 4층에 극장이 있었다.

  극장?

  5, 6층은 사용하지 않았다. 텅 비어 있었고 건물입구에서 4층은 동시 상영하는 극장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동시상영이라.

  마동은 흥미가 일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전에는 동시상영 극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 영화하나가 끝이 나면 다음 영화가 시작되기 전 공백의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이 기이한 극장이 동시상영 극장이었다. 공백의 시간에 다음 상영할 영화를 기다리며 음식도 먹었지만 그것은 마동이 억지로 만들어 낸 기억이었다. 영화와 영화사이의 공백의 시간은 기억이 났지만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자세한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가 끝나면 바로 다음 영화가 시작했을 것이다. 동시상영을 하는 영화관의 건물에는 영화관에서 무슨 영화가 하는지 영화에 대한 안내간판은 붙어있지 않았다. 다만 입구에 상영하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을 뿐이었다. 요즘도 이런 포스터를 만들어 내는 곳이 있다는 것이 영화와 영화 사이의 공백보다 더 기이했다. 오래전처럼 페인트로 삼류화가가 일일이 그려놓은 영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지만 상영하는 영화의 간판을 손으로 직접 그렸다고 하니 해방 직후처럼 오래전의 일 같았다. 마땅하지만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마동은 걸어 올라갔다. 마동이 싫어하지 않는 건물의 스타일이었다.

  오로지 계단을 통해서 오르는 건물.

  계단을 밟고 한 발 한 발 올라서야 꼭대기에 닿을 수 있는 건물.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청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계단의 끝 구석에는 지구에서 처음 보는 찌꺼기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계단역시 한 눈에 다 쓰고 소모되어 버린 60년대식 자동차의 엔진만큼 오래되었다. 미끄럼 방지 턱은 낡고 칙칙한 동물의 사체가 발하는 뼈의 색처럼 금색의 도금이 연약하게 빛났으며 방지 턱이 사라져버린 계단도 보였다. 3층을 애써 오르니 코로 훅 들어오는 더러운 냄새가 났다. 이런 냄새는 겨울에는 잠잠한 냄새였다. 여름의 후텁지근하고 습한 대기에 섞여서 풍기는 불쾌하고 불길한 냄새였다. 4층의 계단으로 올라가니 상영하는 영화의 포스터가 상처 난 얼굴에 아무렇게나 바른 연고처럼 덕지덕지 붙어있고 예고편의 포스터도 불규칙적이게 복도의 벽에 붙어서 하나의 규범처럼 보였다. 마동은 무슨 영화가 상영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입구에서 표를 구입했다. 몽구스의 작은 입처럼 보이는 벌어진 구멍에서 누군가 귀찮다는 듯, 얼마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고 마동은 주머니에 있던, 버스기사에게 받은 잔돈을 모아서 표 값을 지불했다. 작은 입구에서 작은 표가 한 장 툭 나왔다. 역시 오래된 밥그릇처럼 보기 드문 영화티켓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온통 붉은 색으로 두꺼운 솜이불을 세워 놓은 것 같았다. 대기실에는 지구에서 아마도 처음 보는 소파가 보였고 소파 사이에 테이블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장기알과 바둑판이 있었고 동전을 밀어 넣어 운세를 알아보는 상자도 보였다. 대기실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있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동시 상영하는 영화를 돈을 지불하며 억지로 보려고 오는 사람은 이제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시설 좋은 대형 멀티플렉스가 있는데 어떤 이가 케이블티브이에서도 방영하지 않는 영화를 보려고 올 것인가. 바닷가에 인접한 마을이나 마을의 노인들이 시간이 나면 보러 올지도 몰랐지만 집집마다 50인치 이상의 대형티브이를 구비해 놓은 집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선호는 집안에서 편안하게 대형 티브이를 보는 것으로 생활형태가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극장이라는 곳은 나이가 들어버리면 찾지 않게 되는 묘한 곳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를 멀리하는 경우와 같다.

  대기실 한편의 작은 매점에서는 더 이상 흥미를 찾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아날로그 티브이 속에 시선을 고정한 50대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단에 영화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두 편의 영화 중 하나가 15분 후면 끝이 난다. 마동은 15분 후에 들어가서 나머지 한 편의 영화를 처음부터 볼 요량으로 대기실의 소파에 앉았다. 극장안의 대기실에는 에어컨은 없었다. 마동은 더위를 타지 않았지만 매점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50대 여성은 몹시 더워보였다.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마동이 앉은 소파는 푹신하게 쿠션이 꺼졌지만 불편한 소파였다. 어딘지 소파를 만들어내는 공장에서 불량품으로 만들어진 소파를 구해서 이 극장의 홀에 가져다 놓은 듯했다.

  푹. 신. 하. 지. 만. 불. 편. 한. 소. 파.

  이것이 세상이다. 마동은 소파에 앉아서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막상 등을 기대고 앉으니 불편하지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소파였다. 소파는 소파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식으로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마동이 등을 기대는 순간 마동 역시 장식의 일원으로 소파와 어울리는 것이다. 커피 잔과 커피 접시처럼.

  소파는 불편한 모습으로 마동에게 인사를 건넸고 불편한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마동은 빛바랜 나무색의 소파를 손바닥으로 한 번 훑었다. 인조가죽이 벗겨져 거칠한 감촉이 전해졌다. 마동은 등받이에서 등을 땐 다음 테이블위의 장기알과 바둑판을 의미 없이 건드려보았다. 마동은 어젯밤 일을 떠올렸고 회사생각을 했다. 1분 동안 회사 생각을 하다가 그만 두려는 찰나 는개의 얼굴이 나타났다.

  포니테일을 고수하는 실력파 여성. 나와 어디하나 연결될 수 없는 여자.

  는개의 얼굴이 생생해 질수록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이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았다. 희미한 얼굴 윤곽만이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기억의 전부였다. 기이하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을 떠올리면 는개의 얼굴이 그 사이를 틈입했다. 는개가 건네주던 자양강장제와 어깨를 잡아주던 여린 손바닥의 떨림은 낯설지 않았다.

  설핏 손끝이 닿았을 때 느꼈던 그 강렬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매점의 50대 여성은 티브이에서 시선을 두었다가 마동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동과 티브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동에게서 돈을 지불하고 매점에서 무엇인가 사먹을 분위기가 없자 이내 흥미가 떨어졌는지 티브이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마동은 남아있는 동전으로 운세 상자에서 운세가 담긴 종이를 뽑아냈다. 영화티켓 값을 치르고도 동전은 많았다. 종이를 계속 뽑았다. 이내 그 많던 주머니의 동전을 다 써버렸다. 금세 운세 상자는 묵직해졌다. 주머니 속의 동전이 운세 상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이동을 했다. 매점의 여성은 오늘 운세 상자에서 종이를 갈아대느라 기분이 좋을지도 모른다. 15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나는 소리가 들렸다.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문을 열어준다거나 청소부가 들어와서 청소를 하는 일은 없었다.

  마동은 문을 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힘을 줘야 했으며 문이 열리면서 끄응 하는, 노인이 겨우 일어날 때 내는 소리를 냈다. 마동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극장은 그렇게 시원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상영관의 복도 쪽 제일 마지막 줄에 고장 난 로봇처럼 고개가 뒤로 꺾여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30대인지 20대인지 분간 할 수 없는 남자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서 일단 죽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실내가 덥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세계가 끝나는 날이 내일이라 할지라도 남자는 동시상영관에서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잠을 청할 것이다. 끝나는 세계를 맞이하는 방법 중에 괜찮은 방법이었다. 어둡고 더운 곳이 좀 더 어두워지고 뜨겁게 되는 것이 세계가 끝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매우 불편한 자세로 아기처럼 편안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남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양식이었다. 마동은 적당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오래된 극장이라 앉는 의자도 고대유물처럼 오래 되었다. 앉았다가 일어나면 등받이는 자동으로 접히는 의자였다. 그나마 몇 개만 제대로 접이식 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대부분 의자는 스프링이 고장 나서 접히지 않는 상태였다. 러닝타임이 긴 영화는 보는데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렇게 유적지에서나 볼 법한 극장의자였다. 마동은 태어나기 전이지만 벤허 같은 대작을 상영할 때는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서 관객들이 화장실에 갔다 오도록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빵과 우유도 나누어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성적이었구나. 예전에는.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긴 영화를 끊어서라도 관객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려고 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영화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대형 상영관에 걸리지 못했다. 2시간이 넘어가면 조조영화나 심야로 쫓겨 가야 했고 그나마 며칠 만에 사라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영화 한 편을 보러 와서 피크닉의 기분을 만끽 할 수 있었다. 마동이 앉아있는 의자 밑 상영관 바닥은 청소를 안 한지 일 년은 넘어 보였다. 처음 가본 콩고의 늪지대를 발로 밟는 기분이었다. 발바닥이 바닥에 쩍쩍 달라붙었다. 힘없이 발을 들어 올리면 신발은 바닥에 붙은 채 발만 빠져 나올 것 같았다. 발바닥을 바닥에서 땔 때마다 바닥은 마동에게 떨어지지 말라며 신발바닥을 끌어당겼다.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잡아당긴다는 관념은 필연성을 가장한 우연일까.

  마동은 우연히 이 극장에 들어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처음 타는 버스에 올라 처음 와보는 바다근처 마을의 처음 보는 건물 안의 작은 동시상영 극장에 온 것이다.

  그런데 마치 들어와야 하는 것처럼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잘못된 착각일까.

  영화는 두 편 동시상영이다. 그렇다고 요즘의 스마트 티브이처럼 화면을 반으로 분할해서 두 편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마동이 들어가기 전에 끝난 영화는 남녀가 육체를 탐닉하는, 제목도 알 수 없는 오래된 영화였다. 내용은 없다. 그저 만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동물적 본능으로 봉크를 하는 영화였고 지금 하는 또 하나는 조정경기에 관한 영화였다. 이 두 영화가 어떤 연관관계를 지니고 동시 상영되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수많은 조합이 있겠지만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없을 것이다. 무굴제국의 왕이 치타를 가축으로 삼고 싶어서 800마리나 길렀다는 글을 어디에서 읽었는데 그것보다 더 어울리지 않았다. 어찌되었던 한 편이 끝이 났고 이제 조정경기에 관한 영화가 시작하려고 했다. 스크린에 한글로 번역된 제목은‘푸르른 날들’이었다. 영화는 뉴스라든가 예고편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예고편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비가 내리는 스크래치 가득한 화면은 켜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영화가 시작되었다. 뒷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를 제외하고는 관객은 마동뿐이었다. 그 어떤 이도 이런 재미도 없고 내용도 알 수 없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따분한 영화가 따분한 여름의 평일에 따분하게 흘러가며 시간을 잠식해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영국의 템스 강에서 조정경기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이 진정 템스 강인지 알 수는 없었다. 영화를 영국에서조차 촬영했는지 그것역시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나라를 구하는 영웅처럼 진지했다.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대부분 진지하고 육중했다. 템스 강처럼 보이지 않는 템스 강에서 조정경기를 연습하는 주인공들은 ‘호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정경기는 한 팀을 꾸린 팀원들에게는 누구하나가 힘이 좋아도 안 되며 어떤 한 사람이 먼저 지쳐도 안 되는 것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호흡을 거듭 강조하며 자신들의 라이벌을 뛰어 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영화는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단지 영화는 기승전결의 구도가 확실하지 않고 치고 올라오는 격정적인 부분도 없었다. 주인공들의 연기는 엉망이었고 근육이 좋은 남자 7명이 나와서 조정경기 연습을 하는 장면만 영화는 계속 보여주었다. 그런 내용이 50분을 지나서 한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영화는 어떻게 알고 수입을 해왔을까.

  수입해오는 업자의 머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육체만을 탐닉하는 영화 두 편을 보여준다면 관객이 세 명은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 나름대로의 규칙이라는 게 있다. 마동은 이곳 상영관이 이루고 있는 세계와 규칙에 대해서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마음도 없었다. 영화는 재미라는 부분을 빼고 본다면 볼만했다. 그리고 마동은 이 오래된 극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신발이 바닥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자주 자세를 바꾸었다. 영화는 조정경기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조정경기규칙에 대해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정경기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 해 놓은 다큐멘터리 같았다. 영화 속 주인공 중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2킬로미터 전력으로 노를 저어가는 우리는 한 번 레이스로 1.5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든다고 할 정도야. 마라톤에 버금갈 만큼 힘든 운동을 우리는 하고 있어. 우리는 호흡을 맞춰야해! 콕스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어. 정 그렇다면 우린 콕스를 체인지 할 수밖에 없어.”

  영화는 1시간 30분이 넘어가지만 콕스가 나오지는 않았다. 아마 콕스를 부리는데 자본이 더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 말로는 콕스는 여자인데 저들 중 하나가 콕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그랬다. 그런 영화였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청춘이야기가 조정경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내용에 양념으로 버무려진 영화였다. 영화는 1시간 50분 상영하는데 중요한 콕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저들은 시시때때로 부딪혔다. 서로에게 욕을 하며 멱살을 잡기도 했다. 싸움의 원인은 콕스였다. 두 명을 제외하고 또 다른 이가 콕스에게 빠졌음을 고백했다.

  콕스는 나오지 않았다.

  영화는 말미로 접어들었다. 지루한 영화가 지루한 극장에서 지루하게 종말을 맞이하려고 했다. 결국 그들은 콕스에 대한 사랑에 잠시 휴정을 하고 조정경기에 집중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들의 표정에 결의가 굳어졌다.

  맙소사. 감독은 왜 갑자기 뚝 끊기게 영화를 마무리 지으려하는가. 원래부터 이렇게 생겨먹은 영화겠지.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볼만했어.

  아마도 자본의 문제였을 것이다. 영화는 끝 장면으로 가고 있었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조정에 올라타서 연습을 했다. 카메라는 조정경기 연습을 하는 그들에게 좀 인 되어갔다. 그들의 얼굴이 보이는 화면 속에 드디어 콕스가 등장했다. 등을 보이는 콕스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지막 콕스의 모습이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앉아 있었을 것이다. 화제의 중심인 콕스가 등장했지만 뒷모습뿐이었고 영화가 끝날 마지막에 등장했다. 그녀는 머리가 긴 여성이었다. 뒷모습이 꽤 매력적이었다. 흔하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뒷모습이었다. 콕스의 뒷모습만 보아도 그들이 빠져들 만했다. 영화는 이내 엔딩곡이 흘러나오며 카메라는 그들 주위를 한 바퀴 천천히 돌고 있다. 영화는 끝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카메라는 콕스의 등을 기점으로 좌측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강위를 바람처럼 가르는 조정은 앞으로 세차게 나아갔다. 이 장면을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마지막 롱 테이크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시간 40분 동안의 시간을 소모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는 서서히 돌아서 그들의 모습이 45도로 틀어졌다. 콕스의 옆모습이 보이고 카메라는 주인공들의 옆모습을 지나치면서 서서히 콕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이 조금씩 드러날 때 마동은 의자 등받이에서 등을 떼었다. 의자의 등받이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 급하게 의자에서 등을 떼느라 끼익 하는 소리가 크게 나서 잠을 자고 있던 청년이 잡음 같은 소리를 내며 잠시 자세를 바꾸었다. 마동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콕스의 모습은 분명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었다. 그녀를 닮은 배우가 아니었다. 영화 속의 콕스로 나온 여자는 확실하게 사라 발렌샤 얀시엔, 그녀였다. 그래, 우리알렌과 같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깊고 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앞을 응시했다. 카메라가 조정경기 선수들의 뒷모습을 비추고 콕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잡고 서서히 줌 인 하여 사라 발렌샤 얀시엔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카메라에 아이컨텍을 했다. 카메라를 통해서 마동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은 정확하게 화면을 뚫고 마동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고 무수히 많은 세계를 가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빛은 마동을 향해 여러 감정을 담아서 화면 안에서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마동은 확신했다. 극장으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우연의 산물이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우측으로 영화 스텝의 자막이 올라가는 가운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끝까지 마동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어떻게 저 속에 있을까. 아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잊고 있었던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을 보니 마동은 몸이 뜨거웠다. 화상을 입은 사람처럼 화끈거렸다. 비로소 극장 안이 덥다는 것을 느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화면 가득 잡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은 어느새 는개의 얼굴로 바뀌었다.

  마동은 몸이 뜨거워졌다.

 

  [4일째저녁]

  휴대전화에는 는개의 메시지가 다섯 개나 들어와 있었다. 는개는 마동의 집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을 보면 와 달라는 것이었다. 는개의 메시지를 제외하고 모르는 번호로 4통의 부재전화가 와 있었다. 모르는 번호는 분명 형사일거라고 생각했다. 마동은 두 편 동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영화 속의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을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머릿속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은 지금 마동을 기다리고 있는 는개의 얼굴로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은 는개의 얼굴로 자꾸 겹쳤다. 마동은 물을 세게 틀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다시 한 번 가서 영화를 봐야겠다. 는개를 만나고 나서 다시 한 번 그곳에 가서 영화를 보면 는개의 얼굴로 바뀌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화면 밖으로 뿜어내는 눈빛에 담긴 의미를 알고 싶었다. 그곳에 앉아서 그대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올 요량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마지막 상영이었다. 샤워기의 물줄기를 받으며 비누칠을 했다. 평소처럼 진지하고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 비누칠을 대충하고 샤워기로 한 번 씻어낸 후 나왔다. 샤워는 진중하고 진지하게 하는 것이 몸이 편안하고 상쾌한 기분이 오래간다. 비누칠도 몸의 구석구석 거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뽀드득 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꼼꼼하게 씻어준다. 비누거품이 잔뜩 나오는 전용타월로 구석구석 씻어낸다. 물론 그러기 전에 땀을 흘리며 조깅을 한 시간 동안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 동안 쌓인 마음의 검은 때도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다. 하지만 는개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회색 브이네크라인티셔츠와 두꺼운 카고바지를 입었다가 다시 여름용 체크면바지를 입었다. 티셔츠와 어울리지 않았다. 두 편 동시 상영하는 영화처럼.

  마동은 옷을 갈아입고 는개에게 전화를 했다. 세 번 울리고 그녀가 받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야 늘 있지. 그렇게 됐어. 지금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여자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거 아니에요? 저 점심도 굶었고 배가 너무 고파요. 이미 지쳤다구요.”

  수화기너머로 는개의 표정이 들렸다. 표정은 잔상처럼 한동안 마동을 따라다녔다. 는개는 퇴근해서 마동의 집근처 카페에서 두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동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는개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는 모던타임즈라는 오래전 유행했던 이름의 카페다. 요즘 흘러넘치는 세련된 카페에 견줄 바는 못 되는 카페지만 이곳도 오로지 커피의 맛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은 작은 로컬카페였다. 마동은 이곳에서도 몇 번 커피를 홀로 마셨다.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를 사용하지 않고 더치커피를 내 주었다. 모던타임즈의 주인은 나라별로 다른 더치커피를 손님에게 소개하고 내려주었다. 과테말라, 케냐AA, 브라질 산토스, 콜롬비아 메델린의 달콤한 향기와 약간의 신맛이 특징이라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 많아진 카페였다.

  마동은 이곳에도 설마 하며 메뉴판을 보니 역시 비싸지만 주인은 찾는 사람에게 코피루왁을 판매했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코피루왁을 팔고 있다. 그렇게 구하기 힘들다는 커피가 한국의 한 도시에 있는 여러 작은 카페에서는 넘쳐나고 있었다. 한국은 정말 없는 게 없는 나라다. 귀하다는 코피루왁이 이렇게 판매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사육으로 인한 판매가 만연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향고양이들의 고통을 마동은 잠시 느꼈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에 거부감이 들었다.

  모던타임즈라는 이름은 카페의 주인이 모던타임즈를 좋아해서 만들어진 카페였다. 카페 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원목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벽면은 붉은 벽돌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천장에 붙은 작은 영사기가 돌아가며 영화 모던타임즈가 반복되고 있었다. 영화 모던타임즈는 채플린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제외하고 무성영화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그냥 눈으로만 영화를 봐도 찰리채플린의 처절한 코미디를 볼 수 있었다.

  는개는 커피 잔을 두고 모던타임즈가 상영되고 있는 홀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카페 안에는 러시안 레드의 ‘i hate you i love you’가 물수제비처럼 퍼지고 있었다. 러시안 레드의 노래 대부분이 노래 속 이야기가 느껴졌다. 어떤 사연이나 풍경 등, 자신이 겪은 일들이 일일이 가사로 풀어내고 음을 만들어 노래로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들은 가수의 수명이 길 수밖에 없다. 러시안 레드의 신비스러운 목소리와 노래는 욘시의 분위기와도 흡사했다. 물론 마동만의 생각이었다.

  는개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맞은편에 앉았다. 그제야 는개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서 시작되는 목선이 위태롭게 보였다. 어쩐지 수척해진 느낌이었다. 더불어 는개의 모습에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서 보였던 견고한 관능이 감지되었다.

  “얼굴이 좋아 보여요. 전 당신 얼굴이 꽤 망가져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말이군.”

  는개는 마동의 말에 그렇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어째서 나보다 얼굴이 더 괜찮아 보이죠? 심하게 아픈 사람이?”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거든.”

  마동의 말에 는개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대형출판사에서 나온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고 있었다. 마동에게는 다른 출판사의 같은 제목의 문고본이있었다.

  꽤 오래된 책이지만.

  마동은 커피를 받아서 왔다.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만 고집하는 마동이었다.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마시던 그 맛에 대해서 더 이상 그대로 다가 갈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는개역시 뜨거운 커피를 마셨던 모양이었다. 커피 잔과 식어버린 커피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저 당신이 읽고 있는 걸 언젠가 본적이 있어서 구입해서 읽고 있어요. 우습죠? 당신이 읽는 책과 같은 책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절판되었더군요.” 는개는 책을 들어 보이며 여트막한 미소를 보였다. 책을 집어든 손가락이 가늘어서 빨리 밥을 달라고 하는 듯했다.

  마동은 거짓말 마, 하는 표정을 지었고 는개는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는개는 의자에 앉아있어도 몸매가 드러났다. 하얀색 블라우스가 타이트하게 상체를 조여 주었다. 그녀는 몸매관리를 꾸준하게 해서 그런지 군살이 없었다. 는개는 대학교초년시절부터 운동을 해왔다고 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입고 있는 여름정장차림 그대로 왔다. 치마도 타이트했고 그 타이트함으로 다리가 아찔하게 드러났다. 발찌를 차고 있는 얇은 발목은 같은 여성들의 시선을 발목으로 집중시켰다. 는개는 어떤 옷을 입어도 옷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러한 그녀가 한손에 책을 들고 마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구입한 안톤 체호프의 문고본은 오래된 책이니까. 시대는 앞으로 나아가고 모든 것은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거든.”

  마동은 머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그런 마동의 손을 는개는 잠시 쳐다보았다.

  “재미없어.” 그녀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덮고 마동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갓 만들어진 젤리처럼 호기심 많은 눈동자가 눈앞에 있었다. 는개의 블라우스 사이로 그녀의 가슴골이 드러났다. 마동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는개의 눈동자를 다시 보았다. 는개의 눈동자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배가 고프다고 분명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맙소사.

  “밥을 먹으러 가지. 배가 고플 텐데. 맛있는 걸 먹고 기운을 내야지?라고 마동은 말했다.

  “그 말은 제가 해야 하는 말인데 순서가 바뀐 거 같아요. 사실 당신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이 필요 없는 거 같긴 해요. 정말 수상한 사람이야.”는개는 정말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듯 바라봤다.

  “배가 고플 땐 무엇이든 맛있죠. 하지만 아무거나 먹기는 싫어요. 이상하죠.”는개가 커피 잔을 만지며 말했다.

  “인간이니까 자기만의 관념에서 벗어나면 큰일 나는 줄 알거든.”

  “재미없어.”

  는개는 책을 테이블 바닥에 놓고 이리저리 돌렸다. 마치 5살 아이 같았다. 마동은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역시 마동은 커피의 맛을 느끼지 못했다. 케냐 AA가 지니는 강렬한 향은 그대로였지만 풍부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케냐만의 독특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혀. 커피의 문제가 아니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 중에서 어떤 글이 좋았어요?” 는개는 마동의 눈 가까이 다가온 후 말을 했다. 는개만의 채취가 집중 되었다. 맨살에서 느껴지는 안온감과 달콤함이 전해졌고 그 사이에 질 좋은 향수의 향도 섞여 있었다. 는개의 눈 화장은 엷은데도 화장을 진하게 한 것만큼 신비로웠다.

  “글쎄, 다 괜찮은 거 같은데 다 괜찮다고 하면 그런 대답을 원했던 건 아니라고 할 테지.“

  는개가 마동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 ‘드라마’가 있는데 공감이 갔어.”

  는개는 ‘드라마’라는 단편이 무슨 내용인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럼 자신만의 세계에 침범하는 이들에게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내리는 축에 속하시겠네요?”

  “반드시 그렇다고 하는 건 아니야. 그것은 그저 글이니까. 그 당시에 그렇게 인간의 마음을 잘 파헤쳐 글을 적었다는 생각에 놀라웠어. 체호프가 글을 쓰기 이전의 단편들은 좀 뭐랄까, 민담이나 우화적이고 손을 뻗어도 달지 못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체호프의 단편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적었으니까.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현세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뉴스를 봐도 온통 드라마 같은 이야기밖에 없잖아.”

  는개는 뭐 그렇겠죠.라는 어설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회사 내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다. 는개는 카페에 잠깐 앉아 있었지만 벌써 여러 개의 표정을 지었다. 그에 반해 마동은 딱 하나의 표정만 하고 있었다. 는개는 고전영화에서 볼법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여러 의미로 미인이라 부를 수 있는 얼굴이었다. 예쁘다와 매력적이다, 그 사이와 앞뒤의 고혹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티브이 속의 한결같은, 비슷하게 보이는 얼굴형을 지닌 여자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는개를 미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에는 자연스럽다고 하는 부분이 어떤 영역을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노력과 꾸준함으로 미인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회사의 남자직원들이 호감을 가지는 여자였다. 클라이언트의 꿈을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녀는 법전문지식도 상당했다. 아름답고 멋진 20대 중반의 여성이 자신의 일도 척척 해낸다는 건 남자들로 하여금 오르지 못할 나무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마동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는개의 모습에서 그렇게 단단한 벽 같은 모습은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내에서 공사를 구분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포니테일을 한 그녀의 얼굴은 타인에게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처럼 밝고 예뻤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마동은 알 수 없었지만 그 관심은 일시적인 것이라 여겼다. 지금은 연락도 없이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 자신과 연락도 없고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실종이 되어버린 최원해 부장의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마동은 그런 것보다 그녀에게 손끝이 닿았을 때 나타났던 그 광경과 느낌을 같이 느꼈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느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알려달라고 하고 싶었다. 는개와 손끝이 닿는 순간 마음속의 긴 침묵이 깡그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알 수 없는 환영들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광경도 보였다. 물어보고 싶었다. 질문 할 것이 많았다. 마동이 먼지 식사제의를 했고 그녀가 응했다.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할 것만 같은 그녀가 마동의 식사제의에 바로 응한 것이다.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은 회사에서 볼 때보다 수척해져 있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단순히 배가 고파서만은 아닐 것이다.

  “당신은 항상 이야기를 재미없게 하는군요. 당신 이야기를 들은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이미 다 나가버렸어요.” 는개는 여봐란 듯이 양손을 들어 보이고는 웃었다. 눈가의 주름이 예뻤고 피부에 빛이 났다. 수척한 분위기만 뺀다면 카페를 환하게 할 여자였다.

  “가자구, 식사하러 가야지.”

  “커피는 더 안 마세요?”

  는개는 마동의 커피 잔속의 찰랑거리는 커피를 바라보았다. 커피는 슬퍼보였다. 음료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케냐AA이었지만 이제 마동의 잔속에 담긴 커피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하수구 구멍으로 버려질 것이다.

  “오늘 너무 많이 마셨어.”

  마동의 말에 는개는 미심적인 눈빛을 보였지만 그녀는 비현실적이게 속아 넘어가는 표정으로 자신의 잔속의 커피를 마저 마셨다.

  “ 이곳의 커피는 맛있군요. 커피가 식어도 참 좋아요.”

  “이 집만의 비밀이야. 인스턴트보다 훨씬 깔끔하지. 커피의 다양한 맛도 즐길 수 있고 말이야. 실은 커피가 꽤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세련되진 않지만 이 작은 카페를 선호하는 거야.” 마동은 마치 카페의 주인처럼 말했다.

  “종종 와야겠군요. 집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고 말이에요. 오면 커피는 사주겠죠?” 는개의 말에 마동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앞으로 이 카페에 다시 오겠다는 보장이 없었다. 밖의 하늘에서는 마른번개가 치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주기가 빨라졌다. 그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것에 의해서 마동에게는 어떠한 틀이 형성되어 가고 있을지 몰랐다. 거기에는 적어도 앞으로 종종 이 카페에 와서 다양한 커피의 맛을 즐기지는 못할 것 같은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무슨 음식을 사줄 건데요?”

  “글쎄, 적어도 기린고기는 먹지 않을 거야.”

  “재미없는 사람. 흥.” 는개가 재미있어 했다.

  마동과 는개는 카페를 나왔다. 여름밤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사람들의 호흡기를 괴롭히는 듯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입에서 연신 덥다는 말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왔다. 밤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환했다. 치누크의 냄새가 났다. 여름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포니테일을 살랑거리며 흔들었다. 마동은 는개의 의식에 집중을 했지만 그녀의 의식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어쩐 일일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들렸지만 분홍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처럼 는개의 의식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생각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의식에 다가 갈수록 꺼져버린 라디오 주파수처럼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공백만이 커져갔다.

  는개의 생각이 들리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당신은 참 기이한 구석이 있는 거 같아요. 어째서 낮의 얼굴과 다른 거죠? 저 당신을 굉장히 걱정했다구요. 누군가를 이토록 걱정해보기는 처음인 듯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런 마음 아시죠?”

  눈썹이 가지런했다. 가지런했지만 한쪽 눈썹이 살짝 지워져서 조금 옅었다. 여자들은 눈썹을 매일 아침에 손질하고 나오지만 양쪽 모두 가지런하게 그리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는개의 눈썹은 양쪽 모두가 가지런했다. 그래도 같지는 않았다. 만약 같았다면 인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르지만 가지런한 눈썹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깨끗하게 목욕한 새끼 고양이의 털 같았다.

  “무척 영광입니다.” 마동은 는개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장난치고는 정말 재미없는 거 알죠? 일부러 이렇게 재미없으려고 해도 힘들 거예요.”

  “고맙다는 말이야. 누군가 나를 위해 걱정해 준다는 건 나에게 극히 드문 일이거든.”

  “저 당신을 꽤 오래전부터 걱정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마동은 고개를 끄덕이며 는개의 옆에서 같이 걸었다.

 

  는개가 보이는 관심은 무엇일까.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린다. 그동안 죽음으로 다가가는 훈련도, 받아들이는 것도, 받아들인 것도,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린다.

  웅웅.

  또 다시 마동의 의식으로 사람들의 집단적 사고의 무의식의 울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동은 조금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세. 차. 게.

  “제 말이 틀렸다는 말이에요?”는개는 머리를 흔드는 마동을 깊이가 옅어진 눈으로 지긋이 쳐다보았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구. 이건 말이야 두통이야 두통.” 마동은 는개에게 손짓을 하며 당황스러움을 표시했다. 옆에서 걷던 마동은 앞으로 나아가서 는개를 바라보며 두통은 동반하는 행동이 여러 개 있으며 그것에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 수밖에 없는 행동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당황하니 당신도 조금 귀여운 구석이 있군요. 그래요, 사람은 여러 가지 감정을 가져야해요.”

  는개는 웃었다. 고른 치아가 예쁘게 세상에 드러났다. 그녀가 시선을 정면에 응시하고 나니 깊이의 끝을 가늠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눈 속은 중핵처럼 보였다. 중핵의 힘은 연약했지만 끈기가 있어서 끊어지지 않아 보였다. 깊이가 없는 눈빛에서부터 깊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눈빛을 는개는 가지고 있었다. 마동은 는개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비스럽기 만한 눈빛의 세계에 빠지면 분명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좀처럼 시선을 돌리기 싫을 만큼 매혹적인 눈빛이었다.

  “어디로 가죠? 당신이 정해 봐요. 당신 집 근처잖아요. 저 배가 고프다구요. 배가 고프면 사나워진단 말이에요.”

  사람들은 낮 동안 태양에게 자신의 표정을 빼앗겨버려 태양이 사라진 후에도 빼앗긴 표정은 좀체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집근처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 보통 집에서 먹지. 근처에서 먹어 본 적은 없는데…….”

  “그래요? 그럼 당신의 집에서 밥을 먹도록 하죠. 당신, 회 좋아해요? 제가 회를 만들어 드리죠. 수산시장으로 가요. 여기서 가까우니까.”

  마동은 조금 놀란 모습이었다가 곧 흥미로운 얼굴로 바뀌었고 는개의 말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을 감안하더라도 10분 정도 가면 수산시장이 나온다. 는개는 택시기사에게 에어컨이 너무 세게 나온다고 말했고 택시기사는 알았다며 한 단계 줄였다. 그녀는 아마 마동의 두통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 두통은 그런 범주의 두통이 아니야, 라며 마동은 는개의 무의식으로 자신의 의식을 텔레포트 해보았지만 는개의 의식에 닿지 못했다. 닿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도 마동은 생각을 는개에게 보내려고 시도해 보았다. 시도를 할수록 머리가 무겁고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포기하고 택시 뒷자리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택시의 창밖으로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번개의 존재를 인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저렇게 큰 번개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데도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가던 길을 갈 뿐이다. 택시안의 내비게이션 티브이에서 일기예보가 나왔지만 마른번개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었다.

  웅웅.

  사람들의 집단적인 웅성거림이 이명이 되어 잠시 들렸다가 마동이 집중을 하니 다시 가라앉았다. 컨트롤제어가 완벽하게 되었다.

  “안톤 체호프의‘드라마’에서 여자가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들어달라고 하잖아요? 그 작가는 왜 자신의 작품만을 고집할까요? 타인의 창작물은 도저히 값어치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요?”는개는 마동의 옆으로 좀 더 다가왔고 시선은 마동의 입술로 향해 있었다. 그녀만의 피부냄새도 가까이 다가왔다.

  “당시엔 뭐랄까 지금보다 다양함이 떨어지니까. 한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했잖아? 의사를 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고 수학자이며 동화작가이기도 했으니까. 지금은……. 음 그러니까 현재는 예전보다 복잡해진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나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어. 어쨌든 그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잖아. 현재는 거미줄 같은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아주 단순하게 움직이고 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득 안고 있고 말이야. 국가는 개개인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떠넘기지만 결국 구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다수의 국민만 흔들리기 마련이야. 거기에는 국가가 자본이라는 것을 만나면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니 단순한 패턴 속에서 개개인은 다양성을 접촉하려고 해.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케이블티브이를 봐야 하잖아(운전기사가 일기예보와 시사프로그램을 내비게이션화면으로 보고[도로에서 불법이지만]있었고 시사프로그램은 곧 있을 지방의 단체장 선거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지만 대부분 비방 론을 펼치고 있었다). 골프도 치고 접대도 해야 하고 치과 예약과 치료받는데 한 시간 이상 공을 들여야 하고 말이지. 하루가 모자라는 시간을 우리는 보내지. 체호프가 있던 당시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정보를 발 빠르게 주고받는 따위의 노동을 할 수 없었던 시기였잖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 곳으로 가서(거리가 얼마가 됐던) 그 사람을 만나야했고 손으로 만져야 했어. 화면이 아니라 눈을 보며 대화를 하며 속삭이는 시대였어. 시간을 들여 오로지 관찰하고 또 사색하고 느껴야 했어. 스마트폰을 보며 감정을 소모하며 밀고 당기지 않았었어. 편지를 받으려면 한두 달은 족히 걸렸지. 체호프는 당시에 나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 사유를 하고 글을 쓰는데 몰두했던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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