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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6)
작성일 : 19-10-22 21:18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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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게 메잖아, 내 메.”

 

  탈루의 반응에 겨우살이는 외려 당황한 기색이었다.

 

  -으, 응? 그건 그냥…… 몽글몽글한 안개 같은 거잖아, 네가 평소에 가지고 노는. 아, 물론 메를 활용해 만든 건 맞지만…… 왜 자꾸 그 아지랑이만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거야?

 

  “아니, 지금 대체 무슨…… 그리고 가지고 놀다니 이건…….”

 

  탈루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 순간, 자신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들어오는 수상쩍은 혼란에 대해 감지했다.

 

  “메…… 가 아니야?”

 

  탈루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되뇌었다.

 

  “마, 말도 안 돼…… 하지만 그럼 이건 대체…….”

 

  -뭐야, 자기가 만든 것도 몰라?

 

  놀리는 듯한 겨우살이의 말에도 탈루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짙은 두 회색 눈엔 혼란만이 그득할 뿐이었다.

 

  “내가 만든…… 그저 그 뿐이라고……?”

 

  탈루는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면 이제껏 그 누구도 메의 형상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었다. 그것이 몸속에서 어떤 식으로 ‘느껴지는지’, 혹은 ‘작용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학당관리자인 티브리 으뜸신녀 역시도 그저 ‘메를 느끼고 흐름을 상상하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흐름…….”

 

  그래, 어쩌면 저 말 때문인지도 모른다. ‘흐름’이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것은 대개 강물이나 구름과 같이 ‘흐른다’고 표현되는 것들이니. 이것은 단지 ‘흐름’이라는 개념을 곱씹다 자기도 모르게 구현시킨 메의 한 가지 형태에 불과했던 것이다.

 

  탈루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줄곧 ‘잠든 신’의 주위에서 메를 느끼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 주위를 메우고 있던 것은 언제나 아지랑이처럼 흐르던 고요였다.

 

  “맞아, 이걸 따라 주위 풀꽃들이 내 곁을 둥둥 떠다니기도 했었지…….”

 

  -그럼 풀꽃들이랑 장난치려고 만든 거야? 그 아지랑이?

 

  “……설마 그랬을까.”

 

  자신이 언제부턴가 몸속을 돌기 시작하던 이 아지랑이를 메로 여기기 시작했고, 메의 흐름을 상상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것을 움직여 왔다는 사실이 탈루의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여태 완전히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걸 자각했기 때문이다.

 

  ‘차, 창피해…….’

 

  -정말 그걸 그냥 메 자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것만으론……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 않아?

 

  “그, 그래도 이걸로 보호막도 만들었고…….”

 

  탈루의 얼버무림에 겨우살이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앗, 맞아! 네가 그 아지랑이에 ‘차단’의 의지를 실었었지? 확실히 그런 식으로 활용할 줄은 몰랐어. 엄청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겨우살이의 놀랍다는 반응에 탈루는 오히려 식은땀을 훔쳐야 했다. 역시나 신의 개성과는 영 딴판으로 메를 운용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탈루는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고 보면 메를 움직인다고 표현했던 것도 나와 프타뿐이었지…….’

 

  학당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니, 이제와 새삼 의문이 들 정도로 다른 이들의 메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이었다. 어째서 남들 역시 자신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운명도, 기질도…… 뭣 하나 같은 게 없는 우리들인데.’

 

  게다가 프타 역시도 그와 완전히 똑같이는 아니었다. 프타는 메의 움직임을 종종 ‘개구리’에 빗대곤 했었던 것이다.

 

  -그럼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

 

  탈루는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휘토…… 이난나…… 글쎄? 잘 모르겠어. 후르…… 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잘 모를 때가 많았고…… 아니, 잠깐…….”

 

  -왜? 누구?

 

  휘토나 후르에게선 분명 이에 관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이난나에 대해선 조금 불분명했다. 가물가물하긴 하나 예전에 딱 한 번…….

 

  “까먹었다…… 고 말한 적이 있어. 맞아, 메를 까먹었다고…….”

 

  -까먹어?

 

  그래, 그것은 분명 희한한 일이었다. 후르나 프타 앞에서 자신의 메에 대해 말하는 이난나의 모습도 드문 것이었지만,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던 당시의 얼굴은 이전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이었어. 하루는 이난나가 겁에 질린 채 학당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거야, 애타게 으뜸신녀님을 부르면서. 우리의 존재는 의식하지도 못한 것 같더라고. 계속해서 으뜸신녀님만 찾는데…… 쉼 없이 중얼거렸던 게 기억이나. 메를 까먹었다면서, 메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그래서? 정말로 메를 ‘까먹었던’ 거야?

 

  겨우살이는 별다른 놀라움 없이 ‘까먹었다’는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애초에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었는지도.

 

  “글쎄…… 딱히 별 일은 없었던 것 같아. 으뜸신녀님이 이난나를 따로 데려가신 이후로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는 걸로 봐선.”

 

  이난나의 표현이 생소하긴 했으나 단지 그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에겐 별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그때는 별 생각 안 했었거든. 잠시 동안 메를 느끼지 못했고, 그걸 느끼는 법을 까먹었나보다…… 하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지.”

 

  메는 ‘느끼는 것’이다. ‘떠올린다거나’, “까먹는 것‘ 혹은 ’잃어버리는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느끼는 것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메를 ‘의식’할 수 있으리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그렇듯 쉽게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혹 까먹으면…… 까먹으면 어떻게 될까? 혹시 너는 알아?”

 

  -그야…… 다시 기억나기 전까지 메를 쓰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겨우살이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고, 이것이 탈루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니까…… 어떻게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냐고!’

 

  이난나의 표현을 미루어 보건대, 그녀는 자신의 메를 마치 ‘기억’이나 ‘정념(情念)’과 같이 여기는 것 같았다. 떠올리거나 까먹을 수 있는. 혹은 소지하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것으로도.

 

  그리고 이는 이제껏 탈루가 겪어온, 그리고 은연중 생각해온 메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메…… 메는 뭐지?”

 

  -……뭐?

 

  “메가 대체 뭐냐고.”

 

  -바보! 그것도 몰라? 그건……

 

  “주어진 운명을 수행하기 위해 창조신으로부터 양도받은 신비로운 힘…… 신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그들을 세상에 내려서게 하는 힘.”

 

  -으, 응? 알면서 왜 물어?

 

  “…….”

 

  잠깐의 침묵 후, 탈루가 축 가라앉은 음성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이제껏 메가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어떤 기운…… 그냥 그런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어. 실제로 이 아지랑이를 내 메로 여기고 있기도 했었고. 이걸 활용해서…… 그러니까 내 몸에 두른다거나, 다른 무언가로 변형시킨다거나 해서 사냥에 적합한 기술을 구현해내는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이젠 잘 모르겠어.”

 

  후르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간 수없이도 많은 위로와 격려를 보내왔지만 진심으로 후르의 처지에 공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신은 메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왜, 왜 그래? 네가 말한 것도 맞아! 메에 정해진 틀이나 한계는 없어! 아지랑이가 좋으면 아지랑이를 만들면 되는 거고, 아니면…….

 

  겨우살이는 자신의 격려가 외려 무지한 이에게 내리는 형벌과도 같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탈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어째서…….’

 

  티브리 으뜸신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탈루의 의문이었다. 분명 이러한 착각과 시행착오가 아이들에게 십중팔구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일족의 어른들도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지적한다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메의 운용을 시범삼아 선보일 때에도 별다른 설명을 곁들이지 않으셨지.’

 

  탈루는 티브리 으뜸신녀의 시범이 언제나 그녀가 소환한 너구리 신령들의 조잡한 요술 아래 대충, 그리고 뭉뚱그려 이뤄졌었다는 걸 기억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불길은 샤의 푸른 날개나 ‘포효하는 회색 곰’ 하타리 호르의 거대한 발톱을 꽤나 화려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곤 했지만, 실제 그들의 메 운용법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일 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왜……? 설마 일부로?”

 

  -응? 뭐?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교육이 대체 왜 필요했던 거지? 이렇게 되면 정말로 시간낭비를 했던 거 아냐?’

 

  프타의 말마따나 학당에서의 수년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다.

 

  ‘아니면…… 일부로 유명한 사냥꾼들의 선례를 따라가도록 유도하셨던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좀 더 세심히 가르쳐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아무리 추론을 거듭해도 일족의 어른들이 확립한 교육의 ‘목적’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순 없었고, 이에 탈루는 또 한 번 자신의 아둔하기 짝이 없는 머리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신과 인도자라는 얘기네…….’

 

  괴상한 질문을 남발하는 프타에게 지쳤을 때나 후르의 징징거림을 더 이상 참아줄 수 없을 때쯤 티브리 으뜸신녀가 내놓은 답은 언제나 그 두 가지였다.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일단 신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거다. 그 분들과의 대화가 지금 너희가 품고 있는 메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해소시켜줄 것이야. 그리고 인도자. 인도를 거치면서 너희는 인도자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게다. 숲과 공생하는 법, 적과 대적하는 법,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메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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