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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인형-2
작성일 : 16-10-08 18:50     조회 : 352     추천 : 3     분량 : 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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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만 뻐끔거렸다. 지켜보던 라비가 나섰다.

 

  “안녕하세요. 라비라고 합니다.” 라비가 요른을 가리켰다. “이쪽은 제 오빠 요른이고요.”

  “아…… 안녕하세요.” 요른이 쥐어짜듯 인사했다.

 

  그러자 시네라가 요른의 손을 잡았다.

 

  “정말 기뻐요! 남편의 인형을 찾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다니!”

 

  달아오른 요른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품은 때를 타지 않는 법이죠.”

 

  요른의 대답을 들은 라비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시네라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오랜만에 손님도 오셨으니 음식이라도 대접해야죠. 아직 저녁 안 드셨죠?”

 

  라비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바빠서…….”

  “예. 먹고 가죠.”

 

  라비는 자신의 말을 끊은 요른을 쳐다봤다. 요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라비가 토이만을 보며 말했다.

 

  “괜찮으신가요?”

  “그럼요.” 토이만이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이 사람 손님이시기도 한 걸요.”

 

  토이만의 말을 들은 시네라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전 식사 준비하러 먼저 가 볼게요. 당신은 어떻게 할래요?”

  “아, 인형 포장해 드릴게요. 잠시 데려가도 괜찮겠죠?” 토이만이 라비에게 물었다.

  “예.”

  “저희는 구경 좀 하고 있을게요.” 요른이 말했다. 토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시면 응접실로 안내하죠. 그럼” 토이만의 말과 함께 시네라가 가볍게 눈인사했다. 그리곤 함께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요른이 라비에게 속삭였다.

 

  “느꼈지?”

 

  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런 미인이!” 요른이 한탄하며 말했다.

  “유령들 사이에서 자라다 보니 여자가 고픈가 보군.”

  “무슨 소리야!” 요른이 벌컥 화를 냈다. “연애하는 덴 문제 없었다고!” 그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유령일지라도."

 

  라비가 자신의 입술 위에 검지를 댔다.

 

  “조용히. 그래서 어쩔 거야?”

 

  요른은 팔짱을 끼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곤 말했다.

 

  “어쩌긴. 일단 밥부터 먹지.”

  “정신 차려.” 라비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차피 죽여야 해. 뭣 때문에 시간을 늦추는 거야?”

  “어차피 죽일 거.” 요른이 배를 두드렸다. “배부터 채우고 죽이면 안 돼?”

  “농담하지 마.”

  “농담 아냐.” 요른의 표정이 굳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돼.”

  “뭐?”

  “아버지의 복수 때문에 널 돕고 있는 거지만, 어쨌든 너는 너고 아버지는 아버지야. 내가 마법사를 죽일 이유는 충분치 않단 말이야.”

  “너, 네 아버지 말 한마디에 날 죽이려고 했었던 건 기억 안 나?” 라비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그땐 아버지가 곁에 있었으니까. 아버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미안하지만 같은 상황에 또다시 처한다면 그때도 난 널 죽이려들 거야.”

  “그래. 고마운 일이네.”

  “하지만 그건 아버지가 함께 있을 때고. 지금은 아니지.” 요른이 방문을 바라봤다.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저 밖의 마법사를 죽일 만한 이유가 있나. 난 그게 궁금해. 물론 너와 아버지를 위해 죽이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다는 거야. 이 일이 내 의지로 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을 돕는 데서 그치는 일인지.”

  “아, 좋은 변명거리가 되겠군.”

  “놀리지 마.” 요른이 자신의 얼굴을 라비에게 들이밀었다. 그는 라비를 노려봤다. “내 할 일은 내가 해. 맹세컨대, 저 마법사는.” 요른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내가 죽이지.”

  라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른이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 일이 끝나면 네가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이유에 관해 설명해 줘야 할 거야. 도대체가, 이런 건 묻기 전에 말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포장 끝났습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토이만이었다. 요른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럼요!”

 

  라비는 요른을 지켜봤다. 토이만을 맞이하는 요른은 표정이 없었다.

 

 ***

 

  요른이 감자를 자르며 말했다.

 

  “자녀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토이만이 껄껄 웃으며 옆에 앉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낯을 가려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해요.” 토이만이 시네라를 흘끗 쳐다봤다. “아내가 억지로 끌고 나오지 않았으면 못 보셨을 거예요.”

 

  시네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굴 닮은 건지.”

  “날 닮았겠지. 당신은 사람 좋아하잖아.” 토이만이 말했다.

  “누가 들으면 당신은 사람 싫어하는 줄 알겠어요.” 시네라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나저나, 입맛엔 맞나요?” 시네라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요른과 라비에게 물었다.

  “그럼요! 너도 맛있지?” 능청스러운 요른의 대답에 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맛있어.”

  “그렇다네요.” 요른이 기분 좋게 웃었다.

  “사실 부끄러워요.” 시네라가 한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거위라도 잡아 올리고 싶은데…….” 시네라가 주변을 향해 손짓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거든요.”

  “지금도 충분한 걸요.” 요른이 손사래 쳤다.

 

  요른과 시네라의 대화를 들으며 라비는 주변을 관찰했다. 집 안의 상태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럴 듯했던 건 인형을 보관해 둔 방뿐이었다. 벽은 판자를 덧댄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복도처럼 보이는 진입로는 과거엔 넓게 트인 매장일 터였다. 라비는 그 감춰진 공간에 의문이 들었다. 마법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토이만에게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마법엔 특유의 기운이 있었고 마법을 쓰는 자라면 누구든 느낄 수 있었다. 유토가 있었다면 기운을 숨겨 줬겠지만 이 자리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하나하나 파헤치는 수밖에. 라비는 스튜를 떠 입에 넣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지요.”

 

  요른의 말에 시네라의 눈이 글썽였다.

 

  “어쩜!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 때문에 찾아오다니. 라비양!”

 

  시네라가 부르자 라비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먹고 싶은 만큼 들어요. 아직 많이 있으니까요.”

  “예……. 감사합니다.”

 

  라비가 요른을 노려보자 요른이 눈물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제겐 딸 같은 동생이에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라비가 딱 아드님만 했죠.”

 

  그때, 토이만 부부의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토이만에게 말했다.

 

  “놀다 올게요.”

 

  토이만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다녀와라.”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시네라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밥도 다 안 먹었는데. 그렇게 오냐오냐 하면 안돼요.”

  “알았어. 미안해.”

 

  토이만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을 지켜보던 라비가 말했다.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있다간 실례가 될 거 같아서요. 오빠도 배부르지?”

  “응? 응.” 요른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 더 있다 가요.” 시네라가 일어나는 라비와 요른을 붙잡았다. 토이만도 시네라를 거들었다.

  “저희 싸운 거 아닙니다. 편히 쉬다 가셔도 되는데.”

 

  요른이 상황을 파악하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한걸요. 내일 떠나야 해서 채비도 해야 하고요. 인형도 주셨는데 폐 많이 끼치고 갑니다.”

  “에이, 폐는 무슨 폐에요.” 시네라가 말했다. “저희가 감사하죠. 손님들 덕분에 오랜만에 흥이 올랐는걸요.”

  “그랬다니 다행이네요.” 요른이 정중히 말했다. “토이만 씨와 시네라 씨 가정에 축복이 있길.”

  “여러분의 여행에 축복이 있길.” 토이만이 답했다.

 

 ***

 

  토이만의 집을 나온 요른과 라비는 집 근처를 둘러봤다.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풀벌레 울음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요른이 말을 꺼냈다.

 

  “없군.”

  “그럴 줄 알았어. 놀러 나간 게 아니야.”

  “이 시간대엔 아이들을 못 나가게 하나보지?” 요른이 라비에게 물었다.

  “못 내보내지. 위험하니까.”

  “그럼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라비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후드를 쓰며 요른에게 말했다.

 

  “일단 술집으로 가자.”

  “좋아.” 요른이 배를 두드렸다. “아직 배가 안찼거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라비가 앞서나가며 말했다. “정보를 캐내러 가는 거지.”

  “정보?”

  “그래. 술집엔 정보가 돌지. 지금 시간에 마을을 돌면서 알아볼 수도 없는 일이니까.”

  “글쎄, 내 생각엔 다들 술에 취해 헛소리만 떠들 거 같은데.”

 

  그러자 라비가 요른을 끌어당겼다.

 

  “일단 따라오기나 해.”

  “예, 예.”

 

  요른이 못 이기는 척 라비를 따라갔다.

 

 ***

 

  왁자지껄한 소리가 요른의 귀를 때렸다. 요른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

  “뭐가 다른데?” 라비가 묻자 요른이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

  “다들 술에 취해서 나른하게 쓰러져 있을 줄 알았어!”

  “새벽닭이 울면 볼 수 있을 거야.”

  “그때 까진 못 기다려!”

 

  라비는 요른을 무시하고 술집 주인에게 다가갔다.

 

  “일행 아니오?”

 

  주인이 요른을 가리키며 물었다. 라비가 뒤돌아보자, 주정뱅이 몇몇과 시비가 붙은 요른이 보였다. 라비가 주인에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주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드릴까?”

  “물어볼 게 있어서요.”

 

  주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때, 요른이 불쑥 나타나 주인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할 것 없어요.”

  “무슨 소리요?”

 

  주인이 묻자 요른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저 양아치 놈들 말이에요. 장사에 방해될 정도로 난리를 치기에 손 좀 봐줬지요.”

 

  요른의 어깨너머로 쓰러진 주정뱅이들과 박살 난 식탁이 보였다. 몇몇 손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술집을 빠져나갔다. 주인이 혀를 차며 라비에게 말했다.

 

  “요금이 추가되겠군. 장사를 방해한 값, 식탁값, 거짓말한 값.” 그리고는 인심 쓴다는 듯 덧붙였다. “뭐 저 치들 해결해 준 값은 빼주지.”

  “고맙습니다!” 요른이 주인의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라비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응?”

  “방해되니까, 제발.”

 

  요른은 멋쩍어하며 주인의 손을 놓고 물러섰다. 라비가 품에서 동전을 꺼내 주인의 손에 올려놨다. 주인이 동전을 세보곤 라비 쪽으로 몸을 끌었다.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신가.”

  “토이만 씨의 인형가게에 관해서 알고 싶어요.”

  “토이만 씨?” 주인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어째서?”

 

  주인의 말에 라비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주인은 헛웃음을 쳤다.

 

  “재밌는 사람이네. 좋소. 토이만 씨의 무엇이 알고 싶은 거요?”

  “토이만 씨에게 아내와 자식이 있어요?”

  “음.” 주인이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아내와 자식이라. 있었지.”

  “있었지?” 듣고 있던 요른이 말했다.

  “있었지. 다 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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