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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9. 알리바이 조사, 4층
작성일 : 19-10-22 19:17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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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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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현이 40A호의 문을 두드리자 집 안에서 어느 정도 그가 예상한 범위 안의 옷차림을 한 사람이 문을 열어줬다. 운동복 차림을 하고 있으며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꽤나 동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흰머리와 주름이 얼마 없고 풍채가 좋은 할아버지, 이윤군이 문을 열고 우현을 바라봤다. 젊었을 적에 운동을 조금 했었고 체육 선생님이었다는 정보가 우현이 본 서류에 적혀져 있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한눈에 봐도 우현보다 몸이 좋았다.

  “누구십니까?”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윤군은 스스로의 인생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현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며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님. 형사인 김우현이라고 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20A호에 사건이 하나 일어나서요. 그것에 관련하여 질문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윤군은 팔짱을 낀 채 우현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뉴스에서 나온 내용과 형사님이 제게 찾아온 것이 우연히 겹친 게 아니라면 밑에서 일어난 사건이 뉴스에서 언급한 그 사건인 것 같군요. 접근 금지 처리가 되어있기에 설마 했습니다만.”

  천천히 윤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우현은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층에서부터 시작된 몇 건물 사람들의 우현의 예상을 뛰어넘는 추리력과 통찰력,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은 우현의 수사를 한 층 더 말끔하게 만들어주고 있었고, 그것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우현은 이젠 놀람 이상의, 일종의 소름을 두 가지 느끼고 있었다. 하나는 그들이 어떠한 신의 부름을 받고 온 천사들이 아닌가 할 정도의 긍정적인 소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치 이 건물 사람 전부가 범인인 것만 같은 부정적인 소름이었다.

  하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우현은 곧장 두 소름을 부정했다. 자신의 가족 중 한 명이 범인이라 생각하는 건 역시 심리적인 거부감과 역겨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천사일 확률은 절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현은 웃음을 지었다.

  우현은 윤군의 말에 동의하면서 질문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제 밤 23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어디서 뭘 하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들으셨거나 형체를 보셨거나 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윤군은 우현의 말을 듣고 조금 당황한 모습을 비추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뒷머리를 가볍게 긁으면서 입가에 쓴웃음을 유지한 채로 대답을 입 밖으로 꺼냈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것 같아 좀 씁쓸하군요. 그 시간은 가게 일을 끝내고 이미 집에 와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 확실히 그 때겠군요.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나온 뒤에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 옆에 있던 시계를 봤었는데 23시를 넘긴 시간이었거든요. 그리고 텔레비전 소리 때문에 뭘 듣지도 못했고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기에 무언가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윤군이 말한 가게란 그가 운영하고 있는 꽃집을 말하는 것이다. 이름은 밥 꽃집. 그렇게 잘 되지도, 그렇다고 잘 안 되지도 않는 그저 그런 적당한 꽃집이지만 나무로 조각된 몇 조형물이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단골이 꽤 있다.

  “오늘은 평일인 금요일인데 가게는 안 여시나요?”

  우현이 당연한 질문을 하자 윤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운동을 한답시고 하긴 하는데 여태 제대로 하진 못 했었거든요. 사흘 정도는 쉴 생각으로 어제도 평소보다 일찍 끝내고 온 겁니다. 가게 문에 잠시 동안 휴가라고 적어둔 종이를 붙여뒀는데 보지 못했나요?”

  우현은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 그 종이를 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그는 윤군에게 괜한 오해를 사긴 싫어 고개를 저으며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더 이상 윤군에게서 나올 정보가 있을 것 같진 않았기에 고개를 한 차례 숙이고 인사를 건넨 뒤에 옆집을 향해 몸을 돌렸다.

 

  40B호에선 우현이 생각하고 있던 인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한 사람이 문을 열어줬다. 후줄근한 러닝셔츠를 입은 채로 고등학교의 체육복 바지 같은 바지를 입은 남성이 우현의 앞에 서있었다. 분명히 대학생이라고 했고 아무리 집이라지만 옷이 너무 자유분방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우현에게 40B호의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세요?”

  40B호의 거주자, 김현혁을 바라보며 우현은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형사인 김우현이라고 합니다. 20A호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인데요.”

  “무슨 사건이라도 났었나요?”

  아, 젠장. 이 사람은 모르나보네.

  우현은 마음속으로 혀를 걷어찼다. 하지만 그 심정과 반대되는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현혁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은, 두려고 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 우현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의 현혁과 같은 모습이 우현이 형사 생활을 하면서 자주 본 모습이긴 하다. 그렇기에 이것이 대중적이고, 그렇기에 객관적인 모습이라는 걸 우현은 깨닫고 있었건만 이 전에 만난 사람들이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현혁에게 거슬림 이상의, 일종의 미미한 역겨움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등을 돌리자니 이건 공적인 수사였기에 그럴 수 없었다. 우현은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자신의 앞에 있는 대중적인 사람에게 웃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혁은 우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하지만 전 모르는 일입니다. 어제 낮에 대학교에서 집으로 온 뒤로 한 번도 밖을 나가지 않았거든요.”

  “별 다른 소리 같은 건 못 들으셨고요?”

  “네.”

  1층과 5층의 cc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23시부터 7시까지의 영상들에 현혁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 사실을 우현은 알고 있었기에 별 다른 태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연스레 그의 생각이라는 바다의 수면 위에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우현은 현혁에게 곧바로 그것을 물었다.

  “오늘은 학교에 안 가시나요?”

  “야간이라서……. 이제 곧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왜요?”

  현혁이 의심쩍어하며 대답과 질문을 하자 우현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냥 사적인 궁금함이에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혁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우현은 몸을 돌려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우현은 40C호의 앞에 선 뒤 곧장 문을 두드렸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가볍고 높은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고 기다리는 것에 지루함을 느낀 우현은 머릿속으로 40C호 거주자의 정보를 되뇌었다.

  40C호 거주자의 이름은 박상영, 25세의 여성이다. 그녀는 현재 대학교를 휴학 중에 있으며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에 다니던 학원에서 중학생들과 예비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공부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상영의 부모님은 그녀와 현재 따로 살고 있으며 이것은 상영의 대학 진학에 따른 자취의 결과물로 보인다.

  우현이 위와 같은 사실을 다시 스스로의 머릿속에 저장한 뒤에 조금 더 기다리자 상영이 나왔다. 분명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조금의 기준이 나랑은 하늘과 땅 차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우현은 상영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형사인 김우현입니다. 2층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요.”

  “아, 죄송해요. 혹시 다음에 해도 될까요? 지금 좀 늦어서…….”

  “짧게여도 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상영은 으음 하는 소리를 내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내려가면서 질문을 해주세요. 그 정도는 해주실 수 있죠?”

  우현은 당연하다고 대답했고 상영의 발걸음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며 질문을 시작했다.

  “어제 23시 정도부터 오늘 오전 7시 정도까지 어디서 뭘 하셨죠?”

  “뭘 하긴요, 학원 알바가 끝난 뒤였으니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그러고 있었죠.”

  “그랬군요. 무언가를 듣거나 하진 않으셨고요?”

  “네, 별 다른 소리는…….”

  또 꽝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우현에게 상영이 고개를 저으며 조금은 요란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부정하고 정정했다.

  “아니야,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아요.”

  그녀의 정정은 우현에게 있어 희망이었다.

  우현은 누가 봐도 놀란 것 같은 어조로 상영에게 질문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였죠?”

  “정확히 뭐라고 정의하긴 좀 힘든데…… 건물 벽을 뱀 같은 게 기어오르나 싶었거든요.”

  “벽이랑 뱀이요?”

  “네, 벽이랑 뱀. 옆집이나 위,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 밖에서부터 들려오던 소리였으니까요. 뭔가, ‘스윽’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할까…… 심지어 여러 번 들렸어요. 그래서 뱀인가 싶었거든요.”

  “그게 정확히 몇 시였는지 기억나시나요?”

  “으음…… 새벽 한 시였을 거예요. 학원에서 쓸 유인물을 만들고 있었으니까 얼추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서 상영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어깨에 멘 가방을 내려놓고 방금 전에 언급한 유인물을 꺼내 우현에게 들이밀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바라보자 우현의 시야엔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풀 것 같은 문제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있는 것이 들어왔다. 다시 그것을 상영에게 건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고 상영은 그의 인사에 대충 대답하며 질문이 끝난다는 것을 짐작한 듯 재빠르게 우현을 앞질러나갔다.

  우현은 건물을 내려와 크게 한숨을 쉬곤 건물을 돌아봤다. 오랜만에 느낀 비대중적인 감각, 그리고 그런 감각을 제공해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이 그에게 있어 일종의 보물 상자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흐뭇함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채 한 층씩 바라보며 얻어낸 정보들을 곱씹으며 핸드폰으로 자신의 후배의 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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