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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PD와 고스트 버스터즈
작가 : 까치
작품등록일 : 2019.10.12

200년 이상 이어진 무당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절대로 무당은 은 될 수 없어 신을 거부하고 방송국 PD가 된 남자.
숨길 수 없는 그의 능력들이 갑작기 튀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귀신을 보는 신PD... 과연 이 남자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될까?




 
18화 이장
작성일 : 19-10-22 12:56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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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아 뭐야 뱀인가?

 당황하지 말자. 그냥 물뱀 같은데……

 내가 이 시간에 씻는 게 잘못이지.

 얘네들이 무슨 잘못이야……."

 

 귀남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아 이거 물컹하네. 진짜 뱀이네.

 저. 뱀아…

 내가 아까 산에서 니 친구 살모사도 살려줬거든.

 그러니까. 내려가…… "

 

 귀남은 개울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뱀이 내려 올 수 있도록 했다.

 

 " 자. 그래……. 내려가라……. 아오."

 

 시간이 지나자 등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 아씨 뭐야! 놀래라!"

 

 그것은 뱀이 아니었다.

 산에서 떠밀려 내려온 나뭇가지였다.

 

 " 십년감수했네.

 분명 뭔가 물컹했는데

 내가 뭐에 홀렸나?"

 

 귀남은 대충 씻고 물 밖으로 나갔다.

 

 "뭔가 이상해. 빨리 나가자……."

 

 허겁지겁 몸을 닦고 옷을 입고 집으로 올라갔다.

 

 " 물 차갑지 않던?"

 

 " 네. 뭐 괜찮았어요.

 주무세요."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탈탈 털며 방으로 향했다.

 

 " 근데 귀남아 목욕하는데 뭐 본거 없니?"

 

 " 네? 본거요? 뭐…… 없어요."

 

 "그래? 얼른자."

 

 " 저 혹시…….

 제 몸에 뭐가 보이세요?"

 

 " 아니. 얼른 자렴."

 

 정옥은 왜인지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귀남은 방으로 들어와 따뜻한 이불 밑으로 들어갔다.

 

 " 아이고 춥다."

 

 벌러덩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 하루가 길다 진짜…….

  늦었으니 내일 연락해도 되겠지?

  어차피 지금 정신없이 바빠서 내려오지도 못 할 것 같은데

 뭐 꼭 동일이가 내려올 필요가 있나

 형도 여기에 살고 삼촌들도 있는데…….

 아. 방 따뜻하다…….

 불 꺼야 하는데……. "

 

 귀남은 내려오는 눈꺼풀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서방님……

 서방님……

 일어나 보셔요……."

 

 귀남은 눈을 뜨지 않았다.

 

 "서방님……. 저랑 놀아요.

 얼른 일어나셔요."

 

 귀남은 온몸에 닭살이 돋았고

 머리가 쭈뼛거렸다.

 

 " 아. 좀 자려고 하면 이러네.

 그냥 무시하자."

 

 귀남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서방님. 이러실 거예요?

 저를 좀 보세요…….

 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답니다."

 

 " 저……. 죄송한데 독신주의자에요.

 여자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니 뭐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귀남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불안에 누군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차분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러시지 마세요."

 

 " 서방님. 가만히 계셔요.

 하룻밤만 자고 갈게요."

 

 " 아니 그래도 이건…… 아으……."

 

 귀남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온 몸이 통나무처럼

 단단해졌다.

 귀남은 정신을 차렸다.

 

 " 그래도 귀신이랑 이건 아니지."

 

 귀남은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움직였다.

 이불을 걷어차고 그 안에 있던 처녀 귀신의

 어께를 들어 올렸다.

 

 " 야. 이거 너무 예쁘신데?

 그래도 이러지 마세요."

 

 처녀 귀신은 귀남의 양쪽 뺨을 후려갈기더니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제야 귀남은 잠에서 깨어났다.

 

 " 아……. 이거 이러다 죽겠다.

 낮이건 밤이건 귀신들 때문에……."

 

 

 날이 밝았다.

 귀남은 일어나자마자 동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동일아. 나야."

 

 " 어."

 

 " 어디니?"

 

 " 나 출근 중이지. 운전 중."

 

 " 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놀라지 말고

 확실한 건 아니니까 너희 형이랑 삼촌이랑

 상의해서 알려줘."

 

 " 알겠어. 무슨 일인데?"

 

 " 어제 너희 어머니 산소에 갔다 왔거든. "

 

 " 어. 산소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뭐 그냥 가장자리에 멧돼지들이

 몸 비빈 것 같아. 흙이 좀 떨어져 나갔더라고.

 그래서 내가 다른데서 흙 파서 다 덮어 놨어."

 

 " 아 그래. 고맙다.

 거기 막걸리 뿌리면 안 된다고 해도 꼭 뿌려서는…….

 그럼 뭐 별거 없네?"

 

 " 어. 그런데 어제 우리 어머니랑 같이 올라갔거든.

 근데……. 문제가 좀 있데……."

 

 " 무. 무슨 문제?"

 

 " 확실하진 않은데 어머니 말로는…….

  너희 어머니 지금 물속에 있는 것 같데."

 

 " 물속?!"

 

 " 어. 관이 물에 잠긴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 그걸 밖에서 어떻게 알아?"

 

 " 그러니까…….

 어머니가 확인을 한번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 어. 그래. 형이랑 상의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 그래. 근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서둘러야 한데.

  빨리 상의 하고 알려줘.

 아니면 너희 형 우리 집으로 와서

 어머니랑 상의 해보라고 전해 줘."

 

 " 아 그래야겠다.

 근데 우리 형 그런 거 좀 싫어하잖아."

 

 " 어?"

 

 " 우리 형이 공무원 아니냐.

 공부만 해서……

 고지식해서 그런 거 잘 안 믿잖냐."

 

 " 그래. 그럼 알아서 해. "

 

 " 너 기분 나쁘지?"

 

 " 당연히 기분 나쁘지!

 우리 어머니가 뭐 굿을 하라고 했냐?

 이장을 하라고 했냐!

 어제 인마 내가 너희 어머니 산소 올라간다고

 살모사한테 물릴 뻔 했던 것도 모르면서!!!"

 

 " 살모사?"

 

 " 됐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라.

 나랑 무슨 상관있냐?

 하긴 꿈이 뭐 대수냐.

 내가 현실적이지 못했다. "

 

 " 화 풀어라.

 상의하고 전화 바로 할께."

 

 귀남은 전화를 끊고 화가 났다.

 

 " 그래. 알아서 해라."

 하긴, 무덤 근처만 보고 그 안에

 물이 가득하다는 걸 어떻게 알아."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셨다.

 

 " 어머니 동일이 통화했는데

 이장하는 건 안 될 것 같다고 하네요.

 꿈에도 더는 안 나오신데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 그…… 그래?

 이게 시간이 지나면 더 힘들어 지는데……."

 

 " 무슨 소리에요?"

 

 " 시신이 더 훼손되면 옮길 때 아무래도……

 포크레인으로 무덤을 파낸다고 해도

 결국 관을 분리하고 시신을 꺼내는 일은

 사람들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이 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관으로 옮긴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 일단 형이랑 삼촌들이랑 상의해 본데요.

 이 근처에 계시니까 아마 와 보시지 않을까요?"

 

 " 그래. 기다려 보자."

 

 귀남과 정옥은 밥도 먹지 못하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동일에게서 연락이 왔다.

 

 " 야.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해.

 밥도 못 먹고 기다리고 있는데."

 

 " 미안하다. 근데……

 그거 안 되겠다.

 다들 무슨 무덤에 물이 차냐고…… "

 

 " 알겠다. 일해라."

 

 " 왜냐고 안 물어봐?"

 

 " 친 아들들이 싫다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말리겠냐?

 그래 맞아. 다 미신이야.

 우리 어머니가 틀리신 걸 거야.

 

 사실 돌아가셔서 이미 땅에 묻히셨는데

 돌아가신 분이 뭘 느낄 수 있겠냐?

 비가 많이 오면 무덤 속에 물이 좀 들어갈 수 있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마를 테고……

 다음 달이면 12월인데 그 물이 얼어서

 추우시겠지. 하지만 다 헛소리야.

 어차피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니까!!! "

 

 "……."

 

 " 너 기억 안나겠지?

 겨울에 내가 너희 집 놀러 가면 어머니 맨날

 아궁이에 앞에 앉아 있으셨어.

 어떻게든 자식들 안 춥게 하려고!!

 돌아가시면 끝이라고?

 웃기지마!

 다 지켜보고 계신다!"

 끊는다……."

 

 귀남은 화가 치밀었다.

 정옥은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자식 놈들이 확인이라도 해보자는 말이 나와야 정상이지.

 자식새끼 키워 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지."

 

 귀남은 화를 억 누르지 못하고

 씩씩 거리며 마루에 앉았다.

 그런데 산 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왔다.

 

 " 귀남아. "

 

 동석이었다.

 동네에 살고 있는 동일의 형이었다.

 

 " 어머니 계시냐?"

 

 " ……."

 

 귀남은 여전히 화가 난 상태였다.

 

 " 얘기 들었다. 어머니랑 상의하러 왔어."

 

 " 올라가세요. 어머니 안에 계세요."

 

 " 어 동석이 왔냐? 들어와라."

 

 " 네. 아주머니."

 

 정옥의 신당으로 동석이 들어갔다.

 귀남은 마루에 앉아 듣고 있었다.

 

 " 저 아주머니…….

 이장을 해야 하는 문제인가요?"

 

 " 정확한 건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한번

 꺼내서 새 옷으로 입혀서 새 관에

 넣어야 할 것 같다."

 

 " 확신하세요?"

 

 "……."

 

 " 저 그게……

 뭐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떨지 모르지만

 이게 무덤에 물이 있다는 게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

 사실 땅속에 물이 좀 차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 마를 것 같기도 하구요."

 

 " 동석아……

 네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이게 동일이 꿈에도 나오고

 나도 어제 올라가 보니 느낌이 좋지 않더라."

 

 " 사실 그게 현실적이지도 않고……

 제가 공무원이다 보니 이런 걸 믿고

 이장을 하려는 게 마을에 소문이 날 것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사실 그 터가 선대 어르신부터

 다 모시고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인데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 ……."

 

 듣고 있던 귀남이 신당 문을 열었다.

 

 " 알겠어요. 형님.

 그렇게 하세요."

 

 " 미안하다."

 

 " 아니 대체 저희한테 미안할 것이 뭐가 있어요?

 동일이도 형님도 저희한테 미안해하지 마세요. "

 

 동석은 정옥에게 인사를 하고 신발을 신었다.

 

 " 형님 그런데요.

 제가 불효자라 드릴 말씀은 아닌데요.

 정말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돌아가신 어머니 무덤에 물이 차서

 떨고 있으니 꺼내라니……

 이걸 믿으라는 거냐?!"

 

 귀남이 갑자기 몸을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것 같았다.

 

 " 형님!!!

 제가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요.

 이 말은 꼭 해야겠습니다. "

 

 " 귀남아!!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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