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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실 -8-
작성일 : 19-10-22 11:59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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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다지.”

 

  “들리는 말로는 좀이 쑤셔서 누구를 닦달하다 못해 들볶아서 나갔다가 들어왔다던데. 아닌가 보네.”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을 대신한 덩치 좋은 그림자의 소유자는 옹은성이 있는 곳으로 성큼 발을 내딛었다.

  햇빛이 들어 그의 얼굴이 드러났고 답답한 기색이 있지만 어딘가 해방감도 보이는 얼굴을 한 원씨였다. 궁금증 반, 짜증 반이 섞인 음색이 옹은성의 귀에 들렸다.

 

  “이제 가도 되나, 아니면 더 있어야 하나?”

 

  “반반이랄까?”

 

  “도대체 이런 곳에 사는 인간들은 말을 좀처럼 쉬이 하질 않지. 알아서 찾으라 하니. 나원.”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것일까. 옹은성이 말꼬리를 잡았다.

 

  “이런 곳이라 하면. 살아봤었던 것처럼 말을 하는군. 아님 겪어봤던지.”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않나?”

 

  “그냥 그렇단 얘기니 발끈하지 마시게. 그럼 슬슬 얘기 보따리 좀 풀어볼까.”

 

  “그 전에 여긴 내가 생각하는 곳이 맞는 건가?”

 

  정색하는 원씨의 얼굴을 보며 옹은성은 특유의 웃음을 더욱 짙게 그렸다.

 

  “아마도라고 하면 날 죽일지도 모르겠어. 하하! 맞아. 무슨 생각을 하던. 그 이상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맞을 건데. 그것이 중요한가?”

 

  “그렇진 않지만. 그러므로 그 아이와 당신들이 더욱 궁금해지는군. 도대체 뭐기에”

 

  “더 이상 알려고 하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살려서 보내줄 순 없는데. 우리의 현군이랑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혹, 생명의 은인이라 할지라도.”

 

  순간 냉랭한 기운이 그들을 돌다 사라졌다.

  원씨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더욱 궁금하게 한다.

  하지만 또 이상한 것이 알아야만 할 거 같은 기분이 한편으로 든다.

 

  “헌데, 내가 알아둬야 하지 않나? 내가 필요하다면서.”

 

  “......그래서 아마 당신은 영원히 우리의 눈을 벗어나지 못할 걸세.”

 

  골치가 아파온다.

  원씨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고 두통이 오는 것을 느꼈다.

  처음 봤을 때 그냥 내버려둘 걸 그랬나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러다 이어 드는 생각은.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봤을 거다. 그랬으면 어쨌든 데려왔을 것이고, 이렇게 되었을지도.’

 

  한숨까지 끄집어 나오려는걸 가까스로 누른 원씨는 옹은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래서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아니. 그 아이만 물어보면 당신들은 같이 알게 되겠지. 그 살인귀 같은 얼굴을 하는 그 아이는 뭐하는 이인가.”

 

  의외의 단어가 놀라운 것일까.

  아니면 반가운 것일까.

  옹은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동시에 원씨에 얼굴엔 못마땅한 표정이 떠올랐지만.

 

  “하. 하하. 당신 참 맘에 들어.”

 

  “......”

 

  “아니, 그냥 당신이란 존재가 말이지. 뭘 어쩌겠다는 건 아니야. 난 남색(男色)은 취미 없거든.”

 

  더욱 굳어지고 있는 것을 아는지.

  옹은성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여하튼간 그 아이는. 이 나라의 현천광풍이지. 보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들은’ 현천광풍.”

 

  “!!”

 

  생각지 못했던 사실이었는지 원씨는 기존에 알았던 사람들이 봤다면 놀랐을 만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도 어쩌면 알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놀랄 수 있을까 하는 기분이 일었다. 평생 이렇게 놀랄 일이 흔하진 않았으니.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았나보지? 하긴. 누가 봐도 그 여리여리한 모습에서 그런 칭호가 어울릴 법 한가. 허나. 사실이지. 그 나이에. 그 모습에. 그러한 ‘힘’이 담겨 있음은.”

 

  “현천...광풍...말도 안되네.”

 

  “누구든 그런 법이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느끼긴 했었지만 관여할 부분이 아니기에 내려놓았던 것인데.

  괜시리 건드린 부분인 듯 하다.

  아니 이미 따라왔을 때부터 잘 못 된 거였다.

  알아서는 안되는 게 맞았다.

  누구도 호 황국의 ‘흑천’을 본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허면...당신은...”

 

  “아마 생각하는 게 맞을 듯?”

 

  놀리는 투지만 이젠 옹은성의 말투이려니 생각이 든다.

  아니 그보단.

  생각하는 족족 맞으니 원씨는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래, 이상했다.

  그런 ‘능력자’들이 압아산에 올 일이 없는데 왔다는 것 자체부터가.

  평범한 그 곳을 그들이 몰려올 때부터가 이상한 것이었는데.

 

  “아...역시 그 아이가 문제인건가.”

 

  “그건 부정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구만.”

 

  “......아무래도 당신에게 배운 듯해.”

 

  “??”

 

  “아무튼 내가 왜 필요한 거지?”

 

  궁금증이 일지만 옹은성은 털어버렸다. 지금은 나라의 귀한 재산이 없어질 수 있는 일이니.

 

 *.*.*

 

  보통의 작당모의라 함은.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할 법한데 이들은 오히려 햇살이 무척이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에서 모의 아닌 모의를 하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오가는 말은 섬뜩했다.

 

  “해서, 그리 하면 어떤가 하는 의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기엔. 재산이 크게 손실되는 부분이 아니오.”

 

  “내 은밀히 알아보았는데. ‘그들’이 ‘힘’을 억제하게 하는 것이 거의 완성 단계라 하더이다. 헌데.”

 

  “헌데?”

 

  “실험을 할 만한 도구가 없어 절절 매는 듯 하이. 이번에 그래서 실험을 해보면 어떤가 하는 것이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무에 있소. 그냥 사지를 묶어놓고 먹이로 던져주쟤도.”

 

  “그러면 너무 탈이 많소. 아무리 이번에 명분 아닌 명분을 찾아놨으나. 절대로 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란 말이네.”

 

  그들 중 높은 이인지 가만히 있던 한 여인이 좌중을 집중시켰다.

  탁탁탁-

 

  “......그쯤들 하시고. 유배로 정합시다. 죽이기엔 그 아이가 가진 것이 아깝고, 죽이지 않기엔 우리의 흠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 일단은 유배를 보낸 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데.”

 

  “크흠흠-”

 

  “어헛-”

 

  기다란 곰방대로 다시 한 번 탁자를 치며 앉아있던 이들의 헛기침을 멈췄다.

  탁탁-

 

  “그 아이가 현 재무대신의 아이이니. 이 나라에선 위험합니다. 재무대신이 누구인지는 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터이니, 긴 말은 않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아이보다는 황제의 ‘그림자’가 누구인지 알아야합니다. 그 ‘그림자’를 알아야 이 나라를 지배할 수 있단 말입니다. 호씨 성의 황제 일족을 돕는 그 ‘그림자’를요.”

 

  곰방대를 입으로 가져가 훅 들이마시고 내뱉은 여인의 주위로 연기가 올랐다. 또 탁자에 치며 여인은 말을 이었다.

 

  “‘그들’과는 알아서 실험을 하던지 하라 하세요. 당분간은 접촉하지도 마시고, 다들 자중들 하세요. 그러게 내 작작 좀 부리라 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더니 그들 중에 유일하게 좀 젊어 보이는 이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에게 꽤 큰 상처를 입었다 하던데. 괜찮으신가, 아드님은?”

 

  움찔-

 

  “내 누누이. 입이 가벼운 이는 들이지 말라 하였거늘. 참으로들. 이러셔서 일들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다. 그럼에도 복수 따위를 꿈꾼다면, 우리들과는 상관없이 움직이세요. 복수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와는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뒤탈도 알아서 감당해야 할 겁니다.”

 

  “하...하지만...”

 

  여인의 입에서 곰방대의 연기가 젊은 남자의 입을 막았다.

 

  “후우~댐이라는 것은. 작은 틈새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무너져 내리는 게 말이죠. 결코 크게 부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왜 자기들이 무너지는 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스스로들이 무너지는지 모르고 무너져야 한단 말입니다.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상위급에 넣어줬더니 하는 짓이 하늘 높은 줄 몰랐다고 하더이다. 헌데도 같잖은 복수의 뒤를 봐줘야 하는 겁니까.”

 

  “그래도 명분거리가 하나 더 생기지 않았습니까!”

 

  지지않고 말하는 이의 목소리가 절박해보였다.

  그러나 여인은 차갑고 잔인했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시간이 지체됐고, 돈이 더 들었으며, 우리의 재산들이 피해를 입었지요. 고작 당신의 입놀림 때문에. 그럼 이것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만?”

 

  사시나무 떨 듯 그는 부르르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인에겐 더 이상 항변할 수가 없었다.

  꽉 쥐어진 주먹에선 피가 베이는 듯 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없이 자리를 떨며 지켜냈다.

  여기를 떠나면.

  그 동안의 노력이.

  또한 아들의 복수도 할 수 없음이 분명했기에.

  아무리 가진 ‘능력’이 대단하다 한들 아들 뻘인데 별거 있겠느냔 생각도 한 몫 했다. 분명 상황이든 뭐든 부풀려 진 것이라 믿으며 그는 여인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떠나길 바랐다.

  못마땅한 표정이 가득 찬 여인은 그의 바람대로 시선을 좌중으로 옮겼다.

  후우욱-

  연기가 또다시 올랐다.

  헌데 연기는 공기 중으로, 바람에 실려 떠나지 않고 그들 머리 위 얼마 안가는 곳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들이 당당한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탁탁-

 

  “흑수장이 데려온 이가 있다고 했던가요?”

 

  “네.”

 

  “뭐하는 이인지는 모르고요?”

 

  “......네.”

 

  “후우~우리도 써줍시다. 흑수장이 쓰려는 것에, 우리도 같이 엮어서 유배 보내는 것에 쓰면 될 듯 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엮는 건 잘들 하시겠죠.”

 

  탁탁-

 

  “설마, 그마저도 못하진 않으시겠지요.”

 

  그러더니 그 긴 곰방대를 휘익 휘저은 그녀였다.

  알 수 없는 그녀의 휘저음은 나가라는 뜻이었는지 모두가 일어나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가 뿜었던 연기들이 흩어졌다. 언제 그런 게 있었느냐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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