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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실 -3-
작성일 : 19-10-22 09:41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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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무어냐?”

 

  “한가지. 청(請)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노인은 주무내의 뜬금없는 말에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표정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답했다.

 

  “청이라…그래, 어떠한 것이냐?”

 

  “그게, 길게 숨 좀 쉬어도 될까 해서 말입니다.”

 

  “……”

 

  역시 의외였다.

  노인은 의외라는 느낌을 주는 주무내의 간절해 보이는 눈빛에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신했다.

  그것을 본 주무내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마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대신해 쉬는 것처럼 그는 길고 오래 숨을 내쉬었다.

  숨을 다 쉬고 난 뒤의 주무내는 어딘가 정리가 되어보였다.

  노인을 곧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 까지 있느냐. 허면 이제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는 게냐?”

 

  “송구합니다. 그럼 압아산에 들어간 후부터 말씀을 올릴까요? 아니면 계기만 말씀드리면 될지….”

 

  주무내의 말에 노인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싶더니 말했다.

 

  “계기. 계기면 된다.”

 

  그렇게 주무내의 짧은 얘기가 시작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은 의자 손잡이를 잡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해서 그리 되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마지막을 맺음에 있어 고개를 들 수가 없는지 주무내가 푹 숙이며 노인에게 끝을 맺었다. 그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더욱 고개를 숙임으로 노인에게 더한 예를 표했다.

 

  “흐음…그렇단 말이군. 그렇게…쉽게….”

 

  “아, 아닙니다. 쉽게 된 것은 아닙니다!”

 

  대체 노인의 정체가 무엇인걸까.

  아마 높아도 보통 높은 이는 아닌 모양인데 주무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 났는지 중얼거리는 노인의 말에 반박했다.

  여태껏 별 표정 없던 노인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

 

  “그러냐? 허나 내가 듣기엔 쉽게 당한 거로밖엔 들리지 않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쯧쯧쯧-내 더 말하기 싫구나.”

 

  노인은 순간이라도 의외란 생각을 했던 자신을 책하며 일어났다.

  그러면서 손짓을 하자 다시 ‘바람’이 이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큰놈하고 작은놈이 오면 내게 오라일러라.”

 

  “…예, 각주님.”

 

  이제야 어찌해 그들이 어려워하고 정중했는지 밝혀졌다.

  노인, 아니 술집의 모습을 한 음지각의 각주 박영규(朴永糾)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을 뒤로 혀를 차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

 

  현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없다했다.

  헌데 밤이 되어야 갈 수 있다며 밤이 되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지금은 몇 시간인지 모를 정도로 눈앞의 저 둘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이해가 정말 안 가는 거요? 내가 왜 같이 가야 하느냔 말이오.”

 

  원씨가 물으면.

 

  “그것 또한 몇 번을 얘기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수상쩍으니까 같이 가자는 겁니다. 별 뜻은 없습니다.”

 

  옹은성이 이런 식으로 답했다.

  그러면.

 

  “난 수상쩍지 않소. 그러니 그건 안 되겠소이다. 내가 왜 내 집을 두고 떠난단 말이오.”

 

  “하핫-정말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군요. 누가 떠난다 했습니까? 그냥 같이 갔다가 오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다시 또 같은 말이 반복되어 각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을 듣고 있는 자 역시 고문이었음은 말 다했다.

  그런데 문제는 현만이 가운데서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미나리를 포함해서 나머지 일원들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에서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꼬집자면 미나리만이 힐끔거리며 신경을 쓰기는 했다.

  그들의 얘기가 다시 원점이 되려는 순간, 보다 못한 미나리가 다가갔다. 뒤엔 아쉬움이 담긴 일원 몇몇의 시선을 배경삼아.

 

  “원씨 아저씨. 이제 그만하세요. 무엇 때문인지 알아요. 할머니한테 잘 말씀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싸움 아닌 싸움을 종결시켰으나 원씨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다녀올 것이다 만은…….”

 

  “혼자 있을 제가 걱정 되서 그러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할머니도 이번에 가신 후로 한동안은 사냥을 쉰다고 하셨으니까 괜찮아요. 그러니 다녀오세요.”

 

  “……”

 

  어찌 너를 두고 갔다 오라는 말이냐.

  네 할머니도 할머니지만…

  그래도…안되는데.

  원씨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다 계속해서 부드럽게 하지만 곧게 바라보는 미나리의 눈빛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그래. 네 할머니면. 별일이야 있으려고.”

 

  “네. 몸 조심히 잘 다녀오셔요.”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것을 들으며 옹은성은 일원들을 보았다. 일원들은 옹은성의 눈빛에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은 깜깜히 변해있었다.

  그런 밤의 색이 마음에 쏙 드는지 옹은성이 웃었다.

 

  “그럼 우리의, 음, 유현군도 길을 좀 떠나볼까?”

 

  잠시 예전의 부르던 습성대로 나오려 하다 재빠르게 수습한 옹은성이 원씨 못지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유현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별인사는 빠르게. 그리고 나올 땐 더 빠르게. 알았지?”

 

  현은 결국 지끈거려오는 머리에 더한 고통이 찾아올까 싶어 옹은성의 얼굴을 보기는커녕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이별이라니.

  무슨. 다시 올 거다. 문제는 언제라는 거지만.

  만들면 된다.

  언제라는 건 만들면 되는 거다.

  이러한 생각이 왜 드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현은 그리 생각하며 원씨와 인사를 나누는 미나리를 보았다.

 

  “나리야.”

 

  미나리는 이제부터 언제 다시 들을지 알 수 없는 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동안, 고마웠어. 네 덕에 제대로 밥다운 밥도 먹었고…편히 쉰 거 같아.”

 

  자신에게 고맙고 그랬다고 말하는 현을 보는데 미나리는 이상하게 가슴 한 쪽이 다시 시리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왜 이리 시릴까.

 

  “…그랬어요? 좀 더 맛나게 해줄걸 그랬나봐.”

 

  그녀의 말에서 현 또한 무언가 가슴 한쪽이 이상하다 느꼈다. 하지만 너무 짧게 스쳐지나가 현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마저 말했다.

 

  “아니, 다음에 왔을 땐 좀 더 맛나게 아니어도 되니까 내가 여태껏 먹었던 그대로의 밥을 줘. 그리고 이건 작별인사야.”

 

  그러더니 미나리의 손을 덥석 잡아선 작고 동그란 무엇을 쥐어주었다.

 

  “별 건 아니야. 그냥 네가 말하는 원씨 아저씨하고 머리 좀 굴렸어. 아프지 말고 아무나 덜컥 열어주지 말고 잘 지내야해. 알았지?”

 

  현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려 미나리가 어떠한 모습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보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미나리는 그 상태 그대로 굳은 채 서있었다.

  그러길 잠시.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밖엔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막해져 있었다.

  미나리는 다리가 풀리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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