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실 -2-
작성일 : 19-10-22 09:2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31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놀란 음색으로 소년을 보던 백포도는 동이라고 우겨대는 천해규를 흘겨보았다.

  백포도는 자신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어리달 수 있는 소녀에게 부러움을 포함한 질투심이 일었다.

  성주님께선 어찌 저런 아이에게 이름을 주셨을까.

  ‘이름’이란 것은 쉬이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싶어 백포도는 다시금 사방으로 천해규를 보았지만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사실 주워온 것도 말 그대로 별 뜻 없이 불쌍해 주워온 것이니까.

 

  “그래, 동이든 해규든. 아무튼 무엇 때문에 아침댓바람부터 온 것이냐?”

 

  뭐라 다시 발끈하려던 천해규는 백포도가 방주의 자세가 보여 지자 마음을 가다듬었다. 정말 단정하고 다소곳해지려는 자신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면서.

 

  “흠흠-성주님께서 전하라 하신 것이 있으셔서요. 그리고 생각보다 늦게 전해지게 되어 미안하다고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곤 여태껏 손에 쥐고 있던 큰 종이를 정중하게 옆에 서있던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 또한 좀 전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역시 귀한 물건 대하듯 조심스럽게 백포도에게 전했다.

  백포도도 그들 못지않게 조심스럽고 귀하게 종이를 받아 읽어내려 갔다.

 

  “……끄응-”

 

  앓는 소리를 끝으로 백포도는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천해규에게 말했다.

 

  “성주님의 몸종 천해규는 듣거라. 이시간이후로 성주님이 다시 오라 하는 날까지 이곳 애향방의 방주인 나의 몸종이 될 것이다. 몸종 이영재(李零在)는 천해규를 앞으로 지낼 곳으로 안내하라.”

 

  분명히 그리 조용히 계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백포도는 멍한 얼굴로 이영재란 소년의 뒤를 따라가는 천해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절대로 살가우신 분이 아님을 백포도는 순간이라도 잊은 자신을 책망하며 다시금 종이를 펴보았다.

 

  [……분명 조심하라 일렀건만, 그리 실수를 하다니. 실망이구나. 아니면 그곳이 너를 배부르게 한 것인지. 무튼 이것을 가져간 몸종 동이를 네가 당분간 데리고 있도록. 그리고 ‘술래’는 이제 ‘술래’가 아니다.]

 

  다시 봐도 입 안이 써져만 갔다.

  전날 술을 아무리 마신다 해도 입 안이 쓰지 않는 그녀였기에 이리 쓰게 느껴지는 건 분명 이 ‘소식’ 때문임을 알았다.

 

  “…왜 그러냐, 백포도. 제대로 된 ‘소식’이지 않니.”

 

  마음을 다스려보려 했지만 쓴 맛은 순식간에 마음에서 머리까지 퍼진 듯 싶었다.

  백포도는 깊숙하게 몸을 의자에 묻으며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어지럽다.

  단것.

  단것이 필요해.

  아니면 다른 거라도…그렇지 않으면…

 

  “후우~”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위화감이 일었다.

  그녀 자신이 있는 곳은 아무도 없음에도 누굴 향해 웃는 건지 화사하게 웃으며 귀하게 받았던 종이를 아무렇게나 팽개치며 그곳을 벗어났다.

 

 *.*.*

 

  분명 술집은 대낮에 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대문을 열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는 이들 몇몇이 호기심에라도 슬쩍 보려는 이들조차 가까이 하지 못할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길 한 30분쯤 되었을까.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 같이 쪼그리고 앉아 있던 이들을 향해 말했다.

 

  “형들, 그만 갑시다. 아무래도 대…아니 큰형님께선 나오시지 않을 모양입니다.”

 

  “네 마음 모르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그건….”

 

  “제 마음을 아신다고요? 그러면 이렇게! 이렇게 있어선 안 되죠!”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한가득 그려 넣으며 발을 움직이던 순간.

  그의 발걸음을 막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김근형(金劤邢)아, 어디를 가려는 게냐.”

 

  의외의 인물을 만난 것에 놀란 듯 김근형은 좀 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머뭇머뭇 거렸다.

  헌데 그 인물은 척 보기에도 힘없는 노인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김근형 못지않게 그들 모두가 허겁지겁 일어나 머뭇거렸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우리 김근형이는 섣부른 짓은 하지 않는 걸로 안다만. 남들보다 조금 늦어서 그렇지. 아니 그러냐?”

 

  대답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김근형을 포함한 이들 모두 멈추게 만든 노인이 꼭 제집마냥 성큼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다들 여서 이러고 있지들 말고 들어들 가자꾸나. 조금 있으면 너희들의 큰놈하고 작은놈이 올 게야.”

 

  노인의 말에 뒤따라 들어가는 이들을 보자니 김근형은 속이 탔다.

  하지만 맞다.

  솔직히 자신이 없지만, 부딪혀보자는 용기는 있었다.

  단, 혼자가 아닌 저들과 함께 라는 전제하에.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섣부른 것이 맞았다. 혼자 힘으론 감당도 안 될뿐더러 어떻게 일이 퍼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혹여 잘못되어 음지각에 피해라도 간다면 노인뿐만 아니라 동료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다 후회가 밀려왔다.

  아무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원통했다.

  아무런 도움이 못 되었더라도 조금만 일찍 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으득-”

 

  잇새를 강하게 물며 주먹을 굳게 쥔 김근형은 아주 늦게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기 무섭게 노인이 무언의 손짓을 하자 술집의 대문이 쿵하며 닫혔고 다시 또 손짓을 하자 ‘바람’이 일었다.

  무엇을 한 것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손짓이었음에도 답은 빨리 나왔다.

 

  “자, 큰놈하고 작은놈이 오기 전에 일단 상황을 좀 들어볼까?”

 

  “하, 하지만 누구라도 혹시 듣게….”

 

  “아무도 들을 수 없으니 걱정 말거라. 허니 그래, 충북지(忠北至)야, 네가 말해보겠느냐?”

 

  지명당한 충북지는 많이 놀랐는지 평소 말 많던 게 거짓이라 할 만큼 더듬거렸다.

 

  “그…그게…그러니까….”

 

  “평소대로 하거라, 평소대로.”

 

  그럼에도 충북지는 노인이 원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그…그것이….”

 

  결국 노인은 더듬거리며 계속 말을 못하는 충북지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방장을 보았다. 주방장은 덩치에 안 맞게 어딘가 멍해 보였다.

  충격이 큰 모양인지 그러한 모습을 보자니 더욱 압아산의 일이 궁금해졌다.

  물론 뒤로 알아보는 방법이 있었지만 상대가 아무래도 상대이다 보니 쉽게 알아보자는 마음이 먹어지지 않았다. 해서 알아보려는데 하나같이 제대로 말을 하는 녀석들이 없었다.

  자신 때문에 그러는 건지 그 압아산의 일 때문에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에 자신이 예전만 못하단 생각이 드는 것을 시작으로 나이를 먹으면 죽어야 하는 게야 하는 생각으로 흐르자 노인은 버릇인 듯 다른 이의 이름 석 자를 부르며 생각을 끊었다.

 

  “그럼 주무내(株撫耐)야, 네가 말해보겠느냐?”

 

  주무내라 불린 30대 초반의 남자가 떨리는 눈빛을 지으며 노인을 보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뜻하지 않은 동행 -3- 2019 / 10 / 29 274 0 3127   
39 뜻하지 않은 동행 -2- 2019 / 10 / 29 240 0 3276   
38 뜻하지 않은 동행 -1- 2019 / 10 / 29 247 0 3308   
37 실 -8- 2019 / 10 / 22 248 0 4658   
36 실 -7- 2019 / 10 / 22 247 0 3150   
35 실 -6- 2019 / 10 / 22 259 0 3477   
34 실 -5- 2019 / 10 / 22 264 0 3231   
33 실 -4- 2019 / 10 / 22 241 0 3046   
32 실 -3- 2019 / 10 / 22 245 0 3279   
31 실 -2- 2019 / 10 / 22 222 0 3196   
30 실 -1- 2019 / 10 / 22 224 0 3155   
29 숨바꼭질 -15- 2019 / 10 / 18 259 0 2867   
28 숨바꼭질 -14- 2019 / 10 / 18 246 0 3201   
27 숨바꼭질 -13- 2019 / 10 / 18 238 0 3217   
26 숨바꼭질 -12- 2019 / 10 / 18 244 0 3216   
25 숨바꼭질 -11- 2019 / 10 / 18 238 0 3145   
24 숨바꼭질 -10- 2019 / 10 / 18 241 0 3189   
23 숨바꼭질 -9- 2019 / 10 / 18 252 0 3179   
22 숨바꼭질 -8- 2019 / 10 / 18 235 0 3125   
21 숨바꼭질 -7- 2019 / 10 / 18 253 0 3147   
20 숨바꼭질 -6- 2019 / 10 / 18 250 0 3158   
19 숨바꼭질 -5- 2019 / 10 / 18 232 0 3368   
18 숨바꼭질 -4- 2019 / 10 / 18 237 0 3163   
17 숨바꼭질 -3- 2019 / 10 / 18 247 0 3146   
16 숨바꼭질 -2- 2019 / 10 / 18 250 0 3164   
15 숨바꼭질 -1- 2019 / 10 / 18 257 0 3444   
14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4- 2019 / 10 / 16 269 0 2290   
13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3- 2019 / 10 / 16 235 0 3211   
12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2- 2019 / 10 / 16 253 0 3090   
11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1- 2019 / 10 / 16 233 0 3340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