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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실 -1-
작성일 : 19-10-22 09:07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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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 미나리는 쉬어가는 집 앞마당에 앉아 살랑이며 부는 바람을 맞았다.

  간지럽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간지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꼭 자신이 좋다고 장난을 치는 것처럼.

 

  “…언제 오시려나.”

 

  아침을 무엇으로 할까하고 물으러 왔는데 아무도 없어 이렇게 그녀는 현과 원씨를 기다림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기다림이란 것은 하루 일과 중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일들 중 하나였다.

  사물이 무언지 인식하는 나이 때부터 그녀에겐 기다림이란 어려운 과제를 이겨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조금 더 먹은 후에 그녀에겐 할머니란 한 사람만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다림은 견딜만해졌다.

  해서 익숙해졌다 느꼈었는데 현을 알고 난 후부터는 기다림이 예전의 기다림이 아니게 되었다.

 

  ‘왜일까. 금방이라도 이 바람처럼 잡히지 않을 것 같은…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알 수 없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감정이란 것을 가르쳐준 이도 없었고 그저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것만 알기 때문에 이러한 느낌을 뭐라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또한 그녀가 이토록 ‘자연’에 대한 느낌을 다른 이들보다 잘 느낀다는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익숙함 중에 하나였기에.

  그런 기다림이 지루해진다고 느낄 때 즈음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하나 둘이었던 것이 열정도로 넘어가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나리야, 손님이시다.”

 

  익숙한, 원씨의 목소리가 들려와서야 놀랐던 가슴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레 다가갔다.

 

  “손님이시라구요?”

 

  “그래. 현군의 음, 아는 사람들이란다.”

 

  자주색의 눈동자가 신기한 빛을 머금으며 원씨의 뒤에 줄줄이 있는 이들을 보았다.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느낌’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건…얼음(氷), 빛(光), 흙(土), 식물(草)….’

 

  너무 깊이 생각을 했던 건지 입으로 그만 나왔음에도 그들은 미나리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천’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높았으므로.

  그렇기에 원씨만이 나리를 깊게 바라보다 시선을 거둔 것도 그들은 몰랐다.

 

  “……바람(風)……그렇구나…바람.”

 

  일행들의 아주 맨 뒤에서 휘적휘적 걸어오는 짙은 주황색의 긴 머리를 가진, 곱게 생긴 남자. 현의 주위에서 미나리는 ‘바람’을 느꼈다.

  동시에 가슴 한 쪽이 시리어 오는 것도 느꼈다.

 

  “…나리야, 왜 그래?”

 

  어느새 다가온 현이 나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어서야 미나리는 ‘느낌’에 휩쓸렸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고 곱게 웃었다.

 

  “아니, 아무것도. 괜찮아요.”

 

  “아닌 거 같은데?”

 

  “정말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처럼 손님이 많기는 처음이에요. 무얼 준비해야하려나.”

 

  현은 곱게 웃는 얼굴 그대로 앞서가는 미나리를 보며 가슴이 따뜻해져갔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저렇게 극구 아니라 하니 아닌가보다 싶으면서도 아무것도 정말 그녀의 말대로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싶었다.

  그녀의 얼굴엔 웃음만 가득 찼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하며 중얼거렸다.

 

  “…말 놓으라니까 고집 한번 되게 세네.”

 

 *.*.*

 

  애향방이란 현판(懸板)을 화려하게 달고 있는 건물의 입구에서 주근깨가 귀엽게 자리 잡은 한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서성이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도 보이는 것이 소녀의 얼굴은 다급해보였다.

  그러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곤 진정을 하는 듯 싶었으나 작은 손에 있는 아무리 숨기려 해봐도 숨겨지지 않을 큰 종이에 시선이 가자 다시 다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곧 굳게 닫힌 애향방의 입구를 야속하다는 눈빛을 가득 담아 쏘아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씨잉-부른지가 언젠데….”

 

  작은 손을 말아 쥐며 문을 두들기려는 모양새를 취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역시 소녀의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자신의 동그란 얼굴을 빠끔히 내밀었다.

 

  “들어와.”

 

  “일찍도 말한다, 일찍도!”

 

  아는 사이인지 소녀는 작게 투덜거리며 이제는 소년을 쏘아보며 말했다.

 

  “방주님은 무엇을 하시 길래 이리 늦게 열어주시는 거야. 나도 빨리 가보아야 하는데.”

 

  “나라고 아니? 내가 그걸 알면 여기 안 있어. 거기다가 갑작스레 온 탓도 있지. 어찌 방주님을 탓하는 거야.”

 

  순간 여태껏 귀엽게 쏘아보았다면 지금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나름 무게감이 실린 투로 소녀가 소년을 보았다.

 

  “지금 그 말은 우리 ‘성주님’을 무시하는 거라 보아도 되겠니?”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농도 못해, 농도!”

 

  “그럼 닥치고 빨리 방주님께 안내해.”

 

  어린 소년소녀들이 나누기엔 평범치 않은 대화를 하며 그들은 애향방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쯤 걸어들어 갔을까 척 봐도 화려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문 앞에 소녀와 소년이 멈춰 섰다.

  아무리 봐도 깨끗하게만 보이는 옷임에도 소녀는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계속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게 또 밉살맞게 보이는 모양이다.

  소년이 툴툴거렸다.

 

  “…좀 전만 해도 어쩌고저쩌고 그러더니만….”

 

  “할 말이 있으면 큰 소리로 하라 그랬지!”

 

  소녀가 다시금 소년을 흘겨보며 마저 말했다.

 

  “어서 문이나 여시지?”

 

  “쳇-”

 

  소년은 소녀의 말에 화려한 문 앞에 서선 좀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흠흠, 방주님. 성주님의 몸종이 도착하였나이다.”

 

  “들라 해라.”

 

  위엄이 어린, 하지만 가볍다 느껴질 만한 높은 음색이 소년의 귓가에 들리자 지체 없이 문을 밀어젖혔고 곧 문 못지않은 화려한 복색을 한 곱상한 여인이 보였다.

  여인은 생글거리는 웃음으로 반갑게 소년과 소녀를 맞았다.

 

  “어서들 오거라. 어유-해규는 입이 댓 발이나 나왔네? 내가 어제 과음을 좀 해서 그러니 이해하길 바란다.”

 

  이름이 해규인듯 소녀는 댓 발이나 나왔다는 입을 더욱 내밀며 여인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분명히 동이라 했습니다! 천동이(千動里)입니다, 방주님!!!”

 

  “흐음-그래도 너의 본래 이름은 동일한 성을 포함해 천해규(千孩叫)가 아니더냐. 그리고 원래 주워온 것도 나인데 어찌 이리 성주님께 목을 매는 겐지. 섭섭해질라 그러는구나.”

 

  여인, 애향방의 방주인 백포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년이 덧붙였다.

 

  “성주님께서 이름을 주셨다고 저러는 겁니다. 그것도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성주님께서?”

 

  “네, 모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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