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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10화
작성일 : 19-10-21 23:30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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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차원은 어느 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둑한 공간에 몽환적인 조명이 고뇌에 빠진 그를 더욱 더 애처롭게 비추었다. 강호가 아경을 데려다주던 모습이 떠올리는 차원. 그리고 위스키를 샷 잔에 따라서 한 번에 털어 넣었다. 그때 한쪽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 왔다. 흐릿한 연기 사이로 깊게 파진 짧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서린 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와 자기 테이블로 걸어가던 서린은 바에 홀로 앉아 있는 차원을 발견하고 멈추어 섰다. 어디에서 봤는지 떠올리던 서린은 지난날 레스토랑에서 아경과 함께 앉아 있던 남자임을 알아챘다. 흥미로운 미소를 짓던 서린은 조심스레 차원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 또 보네요."

 

 차원은 술잔을 든 채 서린을 쳐다보았다.

 

 "… 누구시죠?"

 

 "나 몰라요? 잘 생각해보면… 알 텐데."

 

 서린이 차원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자 목걸이의 펜던트가 가슴 사이로 파고들었다. 차원은 무표정으로 서린을 계속 쳐다봤다.

 

 "… 제가 왜 그쪽을 알아야 하죠?"

 

 서린은 다시 몸을 일으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TV 잘 안 보시나 보다."

 

 차원이 들고 있던 술잔을 마셨다. 그리고 더는 서린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서린은 그런 차원을 보며 살짝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볼수록 드러나는 그의 얼굴선에 시선을 떼지 못하며 턱에 손을 가볍게 받쳤다.

 

 "왠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요?"

 

 차원은 서린을 다시 한번 흘깃 쳐다보며 삐져나오는 코웃음을 쳤다.

 

 "두고 봐요. 내 말이 맞는지 아닌지. 그땐… 그쪽이 나한테 술사요."

 

 말을 던진 채 도도하게 일어서는 서린. 그리고 자기 테이블로 다시 돌아왔다. 테이블에 있던 서린의 친구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서린에게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서린은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자리에 놓인 술을 마셨다. 서린의 친구는 예사롭지 않은 차원의 미모를 쳐다보며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린은 친구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번 차원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러다 아경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궁금해하며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곱창집에서 아경을 부축하며 걸어 나오는 시원. 평소보다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구시렁대며 주정을 부리는 아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원은 아경에게 정신 차리라며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도롯가에 가서 팔을 위아래로 힘껏 흔들며 택시를 잡았다. 그때 아경이 혼자 배시시 웃으며 벤치로 달려가 앉았다. '빈차'가 적힌 택시가 보이자 시원은 아경을 다시 끌어와서 택시에 태웠다. 아경이 집에 가기 싫다며 다시 택시 밖으로 나오자 시원은 그런 아경의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말한 뒤 택시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숨을 내쉬며 뒤에서 차 번호를 찍었다.

 

 택시 안. 좀 전의 주정 부리는 모습은 어디가고 아경은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님은 앞 유리로 아경을 바라보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택시에서는 마침 아경이 좋아하는 발라드가 나왔다. BGM까지 완벽하게 깔리며 아경은 분위기에 잔뜩 취해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한 아경. 택시 기사가 괜찮냐고 묻자 아경은 오는 동안 술이 다 깼다며 멀쩡하게 계산하고 내렸다. 떠나는 택시를 보며 한숨을 길게 내 쉬는 아경. 자신에게 술 냄새가 느껴지자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를 가만히 쳐다봤다.

 

 놀이터에 앉아 차원의 집을 올려다보는 아경. 불이 꺼진 채 아무도 없었다. 지금까지도 아경의 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아파트 안으로 검은색 차가 들어오는 게 보이면 고개를 번쩍 들어 쳐다 봤지만 전부 차원이 아니었다. 아경은 폰에 뜨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아경이 집으로 들어가자 아파트 안으로 검은색 차량이 들어왔다. 차량 안 뒷좌석에는 차원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때 대리기사가 도착했다며 차원을 깨웠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는 차원.

 

 차원은 비틀대며 걸어나와 놀이터 벤치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마치 아경이 다녀간 자리를 느끼는 듯 옆자리를 바라보는 차원. 그리고 한 손으로 그 자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 ⁕ ⁕

 

 다음 날, 오디션을 봤던 건물 앞에 선 아경. 오디션을 보러 들어갈 때와 비슷한 눈빛으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가방끈을 두 손으로 꽉 쥐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실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안을 둘러보는 아경. 그때 누군가 서류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신아경 씨? 반가워요."

 "네!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서류를 뒤져보는 영화사 실장. 뿔테 안경을 두 번째 손가락으로 살짝 올리며 아경의 프로필을 보고 있었다.

 

 "음… 사실 이 역할은 원래부터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갑자기 만들어진 거죠."

 

 아경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이 역할은 아경 씨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잘하면 비중이 커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없어질 수도 있겠죠?"

 

 아경은 순간 멈칫하다가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거보다… 잘해야 해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죠?"

 "… 네!"

 "음, 그래요. 나도 일단은 아경 씨가 나쁘진 않네요. 그런데 아마 아경 씨 역할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도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잘 헤쳐나가길 바랄게요."

 

 회의실에서 나온 아경. 담담한 표정으로 대본을 받기 위해 기다리며 서 있었다. 밖에는 영화사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한 직원이 사러 간 커피는 왜 안 오냐며 소리를 쳤다. 그러자 심부름을 맡은 담당자가 지금 처리할 게 많아서 아직 못 갔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짜증을 내며 지금 당장 갔다 올 수 있는 사람이 없냐고 소리쳤다. 멀뚱하게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경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저, 제… 제가 갔다 오겠습니다!"

 

 누구냐는 듯 아경을 쳐다보는 직원. 그리고는 회사 카드를 얼른 가져 오라며 소리쳤다.

 

 ⁕ ⁕ ⁕

 

 영화사 근처 카페. 아경이 커피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주문한 게 맞는지 계속 되뇌어 보았다. 자신이 무언가 일조를 한 것 같아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을 지었다. 알림판이 울리자 픽업대로 쪼르륵 달려가는 아경.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회사원들이 들어왔다. 거기에 차원이 포함돼 있었다. 카페에 앉을 자리를 둘러보던 그들은 안쪽에 있는 큰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차원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픽업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경의 모습이 보였다.

 

 픽업대에 놓인 많은 양의 커피들을 보며 가만히 서 있는 아경. 일단 소지품들을 가방에 다 집어넣고 크로스로 단단히 맸다. 그리고 양손으로 캐리어를 들자 생각보다 무거워 쏟아질 것 같았다.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대는 아경. 다음 손님의 커피가 나오자 더욱 조급해졌다. 급하게 커피잔을 잡다가 옆으로 기울었다. 그때, 아경의 뒤로 어떤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경보다 긴 팔로 커피가 쏟아지지 않도록 붙잡았다. 다른 사람의 손이 나오자 어리둥절한 아경. 그리고 아경의 뒤로 바짝 다가와 양손으로 캐리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경은 눈을 크게 뜨며 깜빡이다 천천히 뒤로 돌아봤다.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 차원이 보였다.

 

 "나머지는 네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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