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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8. 알리바이 조사, 3층
작성일 : 19-10-21 18:57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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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얼마 되지 않는 계단을 올라 우현은 3층에 도착했다. 처음 이 빌라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현이 품고 있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계단의 턱이 그리 높지도 않은데 그 수 또한 많지 않다. 천장도 평균적인 신장을 웃도는 사람이라면, 얼추 186cm 정도의 신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머리를 부닥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높지 않다. 어째서 이렇게 전체적으로 낮은 걸까 하는 그런 의문이었다. 3층으로 올라오며 다시 이 의문을 떠올렸던 우현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다시 생각의 저편에 이 의문을 접어 넣었다. 지금은 이런 걸 떠올릴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30A호의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지금 나간다는 가벼운 말이 들려왔고 그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손에 젖병을 들고 있는 남성이었다. 짧은 헤어스타일과 그에 어울리는 작은 눈, 틀림없이 남편인 김구지일 것이라고 우현은 생각했다. 구지는 우현을 확인하자마자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경계심을 품은 눈빛을 띄운 상태로 눈을 바쁘게 굴려 우현의 인상착의를 살폈다.

  “바쁘신 중에 죄송합니다, 형사인 김우현이라고 합니다. 20A호에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서요.”

  더 이상의 경계심은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우현이 곧바로 신분을 밝히자 구지는 고개를 애매하게 끄덕였다. 이젠 우현에게 있어 버릇이 되어버린 사람 좋은 웃음을 또 다시 얼굴에 올린 뒤 펜을 들어 질문을 시작했다.

  “바빠 보이시니 짧게만 하겠습니다. 어제 23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러자 구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젖병을 우현의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아내랑 같이 애를 돌봤는데요.”

  그 말을 들은 우현이 천천히 생각해보니 구지가 한 말은 반박할 구석이 없었다. 젖병을 써야할 정도의 어린 아이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리를 오랫동안 비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저 한마디를 반박하기 위해선 가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서류에 나타나있는 아기 한 명이 사실 이미 모종의 이유로 죽었는데 사망 신고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가정이 말이다.

  “여보, 누구야?”

  우현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때마침 부인인 이서아가 구지에게 말을 건네며 집 안에서 아이를 안은 채로 나타났다.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며 우현은 동시에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는 우현과 눈이 마주치자 2초 정도 그를 빤히 보더니 방싯 웃어보였다. 인형이나 시체는 아닌 모양이라고 우현은 생각했다. 이제 그들이 새벽 내내 아이를 돌봤다는 주장을 반박할 재료가 그의 손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첩을 덮으며 머리만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우현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30B호는 공석이기에 곧장 30C호의 앞으로 갔다. 이 집엔 얼마 전 우현이 임현에게 직접 설명했던 그대로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동성애자 커플. 이 사실을 임현에게 말했을 때 그는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아냐는 생각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의문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우현은 생각했다. 보통 서류에 있는 것들은 해당 인물의 얼굴, 이름, 성별, 학력 등등이고 그들의 자세한 인간관계나 가치관 같은 것들이 드러나진 않으니 말이다. 그럼 우현이 어떻게 그들의 성적 가치관과 관계를 아는가. 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30C호에 사는 구성원 중 한 명 이상의 인원과 우현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면 그가 그 사실들을 알고 있는 것에 큰 모순이 없다.

  우현이 문을 두드리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렸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 중 하나인 김제영이다. 그녀는 우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씩 웃으며 그에게 질문했다.

  “오랜만이네. 사람들한테 뭘 물어보고 다니던데 뭐야?”

  “귀 밝은 건 여전하네, 누나. 뭘 물어보고 다녔는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거니까 재촉하지는 말아줘.”

  “서서 말하기도 뭐한데 들어와.”

  제영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들어오게 된 집 안 풍경은 우현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신발장 위에 배치된 제영과 그녀의 연인인 지시윤이 서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를 시작으로 그들의 사랑이라는 역사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충 식탁 의자에 걸터앉은 우현의 옆에 제영이 앉았고 뒤이어 시윤이 작은 쟁반에 종이컵 세 개를 올리고 다가와 둘의 앞에 앉았다. 각자 컵들을 들고 안에 들어있는 믹스커피를 한 입씩 마셨다. 우현이 컵을 내려놓자마자 제영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질문이 뭐야?”

  눈을 빛내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 그녀는 자신이 질문을 받는다는 사실보단 질문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훨씬 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우현은 헛기침을 한 번 내뱉었다. 그 뒤에 목을 가다듬고 질문에 대답했다.

  “간단해. 어제 23시부터 오늘 오전 7시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우현의 대답을 들은 시윤은 혼잣말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알리바이 조사…….” 라고 중얼거렸고 제영은 “시시하게 알리바이 조사였어?” 라고 말하며 진짜로 시시하게 느껴졌기에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시시해도 어쩔 수 없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니까.”

  우현의 정설에 손사래를 치며 제영은 말을 이었다.

  “왜 그걸 짚고 넘어가? 상식적으로 그 시간대면 대부분 본인들의 집에 있을 테고 독신이면 누군가의 증언을 받을 수 없잖아. 설령 누군가와 같이 사는 사람이라도 집 안의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증언해줄 텐데 쓸모가 있겠어?”

  “몇 층에 범인이 있을까에 대해선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충은 특정했어. 그 층들을 위주로 돌고 있는 거고.”

  “방범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굳이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다니는 거 보면 1층과 5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 안에 범인이 있다 생각하는구나?”

  직설적인 물음에 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우현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제영에게 한 번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도 도움을 의뢰한 건 우현이었다. 제영이 다른 사람들보다 발로 뛰는 수사 쪽에 특별한 게 있어서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영은 상황이 하나 주어졌을 때 그 상황의 앞뒤 내용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모순 없이 이유를 설명하는 걸 잘했었다. 그래, 어찌 보면 독해랑 비슷한 거다. 그래서 그런지 제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국어 시험에서는 늘 상위권의 성적이었다.

  제영은 우현의 비언어적 대답을 보곤 검지로 턱을 누르고 쓰다듬었다. 그녀만의 생각 방식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제영은 스스로 만들어낸 침묵을 깼다.

  “모르겠다. 이번 일은 내가 도와줄 수 없겠어.”

  “괜찮아. 이미 도울 사람은 구했거든.”

  우현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영은 이미 자신의 수사 방식을 알고 있을 테니 그럴 거고 시윤은 아마 제영이 나와 있었던 수사 에피소드를 말해주면서 슬쩍 흘리듯 말했을 거다, 우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우현에게 있어 이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가 본인의 영웅담을 펼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현은 늘 어느 정도의 상식선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기에 그들은 늘 정도를 지키며 자신의 영웅담을 펼쳤었다. 제영도 그런 케이스였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시간대에 뭘 했냐는 거죠?”

  “뭘 하긴, 둘이서 불 꺼놓고 텔레비전으로 영화 보고 있었어. 내 오랜 취미였잖아?”

  제영의 대답에 우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어쨌건 오랜만에 얼굴도 봤고 알리바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일석이조라고 보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컵에 남은 커피를 전부 마시고 있는데 제영이 옆에서 조심스러운 말투로 우현에게 물어왔다.

  “……그 분들은 잘 계시지?”

  제영이 말하는 그 분들에게서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우현은 컵을 내려놓으며 제영의 말투를 따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 그러시겠지.”

  그의 대답에 제영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우현이 제영을 잘 아는 이유는 원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님은 커밍아웃을 한 제영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일방적인 절교를 선언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절교였음에도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영은 부모님의 결정에 대해 큰 불만이 없어 보였고 실제로 없었다. 끝까지 절교라는 결정에 반대를 했던 우현의 입장에선 ‘많이 답답하지만 이제 와선 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 4층이 남아있어 오래 머무를 수 없기에 현관문으로 다가가며 둘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마셨어. 다음에 또 들를게.”

  우현의 말에 둘은 동시에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생긋 웃으며 사전에 미리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함께 대답했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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