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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 13번 도시
작성일 : 19-10-21 17:31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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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팀장님은 다른 도시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스모그가 짙어졌다.

 농도가 위험 수치 이상임을 감지한 경보기가 요란하게 삐익삐익 울려댔다. 단조로운 데다가 음은 높고 피치는 빨라서 귀가 찢어질 듯한 소리였다.

 

 로건은 가속 페달에서 슬쩍 발을 떼고 운행 속도를 줄였다. 휴버트는 메인보드 위에 있는 경보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날카로운 경고음이 멎자 엔진이 털털대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다른 도시?"

 

 뜬금없는 질문에 로건이 되물었다.

 

 비포장도로를 지나느라 차체가 위아래로 쉴 새 없이 덜컹거렸다. 조수석에 앉은 휴버트는 혀를 깨물지 않으려 잠시 말을 멈췄다가 대꾸했다.

 

 "예, 다른 도시."

 

 "12번 도시를 말하는 건가?"

 

 "12번 도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다른 어떤 도시든지 말입니다. 이곳 13번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

 

 로건은 눈동자만 굴려서 조수석에 앉아 있는 휴버트의 모습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의 팀원은 스모그가 빽빽하게 낀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눈은 앞을 살핀 다기 보다는 생각에 잠겨 있는 듯 보였다. 요새 들어 순찰을 돌 때마다 부쩍 그런 눈빛을 자주 보이는 휴버트였다.

 

 "있긴 하지."

 

 차체의 덜컹거림이 줄어들자 로건이 대답했다. 전조등 불빛에 달아오른 스모그를 바라보던 휴버트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입니까?"

 

 그의 눈에서 무언가가 반짝 빛나는 걸 본 것도 같았다. 예상 밖의 반응에 로건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휴버트는 로건이 다른 도시에 방문했었다는 사실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언제 방문하신 겁니까? 어떻게? 얼마나 계셨던 겁니까?"

 

 그는 차체가 다시 덜컹거리는 것에도 아랑곳 않고 질문들을 쏟아냈다. 흥분을 쉽사리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로건은 몇 마디 말 대신 침묵을 지킴으로써 팀원에게 흥분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었다. 휴버트는 아차 싶어서 운전석 쪽으로 조금 내밀었던 몸을 다시 물렸다. 그는 민망한 듯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죄송합니다, 팀장님."

 "아니, 괜찮네."

 

 로건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전방을 더 유심히 보려는 의도였지만 그렇다고 앞 유리를 가득 뒤덮은 그 희뿌연 것들이 스스로 물러나진 않았다.

 

 스모그는 계속 짙어져만 갔고 시야는 마찬가지로 안 좋아졌다. 이 정도 농도라면, 아마 경보기를 계속 틀어놓았다간 분명 폭발해 버렸을 것이다. 그 전에 그들의 고막이 먼저 터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시야가 제한되니 액셀을 밟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자칫하다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무너져가는 건물 같은 것에 들이박으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불빛이 영 시원찮군."

 

 로건은 애꿎은 전조등을 향해 불평을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슬슬 갈아 끼워야 할 것 같은데요."

 

 휴버트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안차량은 보안대, 정확하게 말해서는 정보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당국에서는 딱히 그 상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차량도 벌써 몇 십 년 동안 교체하지 않아서 여기저기가 시원치 않은 상태였다. 유일하게 잘 작동하는 것이 경보기일 정도이니.

 

 "그것보다 아까 그 질문 말인데."

 

 로건이 먼저 운을 떼자 휴버트가 즉각 반응했다. 로건은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얘기했다.

 

 "아주 옛날에 업무상의 이유로 12번 도시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 때 딱 한 번뿐이었네. 그것도 몇 시간 머물지도 않았어. 그 날 갔다가 그 날 바로 돌아왔지."

 

 "어쨌든 가 보긴 하신 거군요?"

 

 "글쎄…… 애매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

 

 "거긴 어떻습니까? 이 도시랑은 많이 다른가요? 사람들은요?"

 

 로건은 그제야 이 젊은 팀원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건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일종의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동경 때문일 것이다. 그는 13번 도시에서 벗어난 일이 없었을 테니.

 

 "뭘 궁금해 하는 건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질문에 자세히 대답해줄 수는 없을 것 같군.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12번 도시의 샤프트에서 벗어나지는 않았거든. 그러니까 방문했다 하기에도 애매하고 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셈이지.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휴버트는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지만 얼핏 스친 실망감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그냥… 궁금해져서 말입니다. 13번 도시에 비해 다른 도시들은 어떨까. 그곳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하고……."

 

 휴버트가 우물우물 얼버무렸다.

 

 "뭐, 13번 도시든, 12번 도시든, 중앙 도시든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로건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 그렇겠죠."

 

 휴버트는 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예의상 하는 대답에 가까웠다.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그러나 로건은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한 번도 보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 허상에 실체감을 부여할 줄 안다.

 

 스모그는 이제 희뿌옇다 못해 그냥 하나의 물렁한 벽처럼 굳어진 것 같았다. 전조등 빛은 그 반투명한 벽을 도저히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부서져 나가거나 되 튕겨 돌아왔다. 자동차의 속도는 이제 사람이 걷는 것과 별다를 게 없을 정도였다.

 

 “평소엔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는데…….”

 

 로건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휴버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혼잣말인 것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물었다.

 

 "팀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뭐 하나만 더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팀장님은 꿈이 있으신가요?"

 

 로건은 잠시 휴버트가 한 질문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야 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을 뿐 아니라 살면서 한두 번 정도 머릿속에 스쳐지나갈 뿐인 개념이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느라 잠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정도였다.

 

 "어… 그러니까 장래 희망이 뭐냐는 건가?"

 "예. 원하는 목표라든가, 앞으로 바라는 것 같은 것 말입니다."

 

 휴버트의 표정은 진지해서 로건 또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할 것도 없었고, 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없는 것 같은데."

 "… 그렇군요."

 

 휴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은 다시 한 번 눈동자만 굴려서 조수석의 팀원을 바라보았다. 그의 질문은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시시한 이유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를 숙고하는 도중 파생되어 나온 것들이었다. 그게 마음에 걸려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길 수 없었다.

 

 "무슨 일 있나?"

 

 "… 아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요즘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말입니다."

 

 휴버트는 약간 뜸을 들인 후에야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 그러면 다행이고."

 

 그러나 로건은 못내 마음에 걸려 덧붙였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하게."

 "감사합니다, 팀장님."

 

 그러나 휴버트는 더 이상 질문을 건네지 않았다. 로건도 곧 운전하는데 온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이 이상 전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세상이 스모그에 집어삼켜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오늘은 유독 스모그가 짙군. 이만 돌아가야겠어."

 "알겠습니다."

 

 로건은 진행 방향을 돌리기 위해 과감하게 핸들을 꺾었고, 그 사이 휴버트는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스모그가 차체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 같았다.

 

 "3팀의 휴버트입니다. 복귀하겠습니다."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휴버트는 무전기를 툭툭 두드려보기도 하고 송신 버튼을 계속 눌러보았지만 스피커에서는 지지직거리는 소음만 흘러나왔다.

 

 "차량 무전기로 해 보게."

 "… 똑같습니다. 스모그가 너무 짙어서 전파를 방해하는 것 같은데요."

 "진작 복귀했어야 했군. 오늘따라 유독 극성이라더니."

 

 로건은 쯧하고 혀를 한 번 차고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경보기가 시끄럽게 울어 댄지도 이미 한참이나 지나 있었다.

 

 왔던 반대방향으로 차를 전진시키자 스모그가 조금씩 옅어져 갔다. 그들은 높이 쳐진 철조망을 통과했다. 위아래로 끊임없이 흔들리던 차체가 안정을 찾았고 시계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보안 차량은 비포장도로에서 벗어나 매끄럽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수직으로 우뚝 솟은 샤프트가 보였다. 어두운 도시 가운데에 놓인 그 원기둥 모양의 건축물은 마치 빛을 뿜어내는 탑처럼 보였다.

 

 로건은 그 샤프트가 받치고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천장은 다른 도시, 즉 12번 도시였다. 샤프트는 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휴버트가 했던 질문 때문일까. 항상 보던 광경이지만 그날따라 샤프트가 받치고 있는 12번 도시의 밑바닥이 다르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로건은 문득 자신만이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님을 눈치 챘다. 휴버트 또한 뚫어져라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투시 능력이라도 얻어 그 너머를 볼 수 있길 바라듯이.

 

 그 때, 차량 무전기가 울렸다. 다시 전파가 원활하게 잡히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무전기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지지직거리더니 잔뜩 일그러진 목소리를 토해냈다.

 

 "로건 팀장?"

 

 로건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는 휴버트가 건넨 차량 무전기를 받았다.

 

 "여기 로건 팀장입니다. 스모그가 심해서 이 이상 비(非)구역 순찰 불가능. 샤프트로 복귀하겠습니다."

 

 "확인."

 

 상대방은 짧게 답신하고는 연결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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