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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7
작성일 : 19-10-21 16:47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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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후 의 침실 앞, 잔뜩 긴장한 자란이 손을 비비며 후- 숨을 쉬었다.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자란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화련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허리를 꼿꼿이 피고 앉아있었다. 자세에 흐트림 하나 없었다. 붉은 머리를 틀어올리고 나이를 먹었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슬쩍 보던 자란은 천천히 그녀 앞으로 걸어가 절을 했다.

 

 "태후 마마를 뵙습니다."

 "일어나세요."

 

  화련의 말에 자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천천히 앉는 모습을 화련은 샅샅히 뜯어보고 있었다. 화련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조금의 실수도 그녀는 용납하지 않았다. 천천히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자 화련이 조금 웃었다.

 

 "완벽하군요. 역시 황후입니다."

 "아닙니다, 마마. 다 마마의 은혜이옵니다."

 

  얼마 전 사납게 숙비를 몰아붙이던 화련의 모습이 떠올랐다. 숙비 오씨의 실수는 마지막에 두 손을 모으지 않았다는 건데, 그 정도의 실수라면 사실 궁중 누구나 눈 감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화련만은 시퍼렇게 뜬 눈으로 그녀에게 윽박을 질렀다. 예의 없고 천박하다는 말에 오씨가 눈물 가득한 눈을 훔치는 모습까지 모두 다 봤다.

 

 "그래서 요즘도 훤은 가만히 있습니까."

 "…네."

 

  예의를 그리도 따지시는 분이 이상하게도 황제, 훤에 대해서는 어긋났다. 이름이 아닌 황상이라 불러야 하거늘, 꿋꿋이 훤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아니꼽기까지 했다. 허나 어찌 그녀에게 예의를 지키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권력은 하늘을 뚫고 땅을 흔들리게 했다.

 

 "쯧. 걱정이로군요. 얼른 아기씨를 만나야 할 건데."

 "……."

 "일에만 너무 매달리시니…."

 

  황제 나이 23살 때, 그러니까 작년에 그는 황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태자비였던 자란은 황후가 되었다. 그녀는 그를 가장 오래 지켜봐온 사람 중 하나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허나 자신의 지아비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뒷바라지하며 느낀 것은,

  화련태후가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전하가 민생안정을 위해 신경 쓰시는 일이 많으셔서…."

 "하지만 곧 며칠 후면 길일입니다. 아기씨를 만나야지요."

 "……."

 "황후께서 못 한다면 후궁에게서라도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태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가 아기씨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후궁들에게 권력을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불쾌하고 화가 났지만 그녀의 말에 누가 대들 수 있을까. 자란은 고개를 깊숙히 숙이며 말했다.

 

 "이게 다 제가 못난 탓이옵니다. 용서해주시옵소서, 태후 마마."

 "아닙니다. 훤이 너무 업무에만 집중한 탓이겠죠."

 

  진심이 담기지 않는 말에 자란은 애꿎은 손만 괴롭혔다. 더는 이야기가 하고 싶지 않았다. 불쾌하고 힘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저렇게 뱀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애써 숨을 고르게 쉬어가며 자란은 방긋 웃었다.

 

 "죄송합니다, 마마."

 "굳이 그렇게 계속 사과하지 마세요. 황후는 너무 착해서 탈입니다."

 "후후, 마마께서 그렇게 봐주시니 영광입니다."

 

  자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때 밖에서 궁녀가 화비 륜씨가 왔다고 알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천천히 일어난 자란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마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세요."

 "또 문안인사 드리러 오겠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그녀가 천천히 문 근처로 걸어갔다. 앉아있던 궁녀가 천천히 문을 열었고, 화비 륜씨와 눈이 딱 마주쳤다. 문 앞에 이러고 있다니. 태후 마마께는 아주 깍듯이 구는 군. 씁쓸하게 웃은 자란에게 화비가 천천히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내게 굳이 인사할 필요 없네. 안쪽에 태후 마마가 계시니."

 "그렇군요. 하기야 마마님보다 태후 마마께서 더…."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비가 옷자락으로 입을 가리며 자란을 쳐다봤다. 자란은 그녀의 건방진 태도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아니꼽게 말하는 화비는 자신과 다르게 황제를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무서운 태후에게마저 알랑거리며 살갑게 대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자는 눈이 멀어 아무것도 모르니 그게 가능했다.

  애초에 황후 자리 탐난 적 없었다. 허나 을련국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수 가문이 공석인 태자비 자리를 가만 냅둘 리 없었다. 5남 2녀. 그 중에 첫째인 자란이 추천되었다. 자신 또한 하겠다고 생각했다. 태자비,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는 그 자리가 탐났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끄럽게 황후 자리까지 올랐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숨이 막히고 있었다.

 

 '이게 다 폐하 탓이다.'

 

  자란은 감히 속으로 자신의 지아비를 원망해본다. 태후로 인해 안이 곪아가는 황제. 이게 정상일까. 나라를 살피고 민생을 돌보며 살아야 할 그가 점점 광증에 빠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광증에 물들어가는 황제는 황후와 후궁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지아비를 보필해야 하는 것이 내명부의 일. 하지만 그 내명부의 기강마저 꺾여가고 있었다.

  이게 다 폐하 탓이었다. 자란은 감히 원망해본다.

 

 "옥녀야."

 "네, 마마."

 "폐하께서는 집무실에 계시니."

 "그렇다고 내관에게 들었습니다."

 "폐하께 가야겠다."

 

  태후의 말이 목을 조여온다. 조만간 있을 길일에 그는 누구의 침소든 들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모든 타박은 황후와 후궁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자란은 걸음을 빨리 해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하기 전, 낯색이 좋지 않은 오씨와 마주쳤다. 숙비 오씨가 입을 가리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궁녀가 걷고 있었다. 자란을 발견한 오씨는 창백하게 질리는 낯색을 숨기며 더듬더듬 말했다.

 

 "화,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

 "됐네. 허리 굽힐 필요는 없네."

 "……."

 "어디 가시는 길인가 보오."

 "아, 아닙니다. 잠시 산책을 하려고 했습니다."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오씨는 황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가문 오 가에서 태어난 여인 같지 않았다. 어떤 면으로 순수하고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자란은 솔직히 그녀가 안쓰러웠다. 한낱 동정심이었다.

 

 "그렇군. 날이 좋긴 하나 몸이 약한 편이니 조심하시게."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숙인 오씨를 지나쳐 그녀는 집무실로 향했다. 오씨는 그런 그녀를 힐끔 보다가 빨리 걸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

 

 

 "폐하, 황후 마마께서 오셨습니다."

 "……."

 "더 크게 말씀 드리게."

 "네, 마마. 폐하, 황후 마마께서 오셨습니다."

 

  분명 안에서 일을 보시고 계실 터였다. 하지만 끝까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란은 오늘 아무런 수확 없이 돌아갈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미쳐가고 있는 그보다 태후가 더 무서웠다. 자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건방지게 보일지라도 자신이 문이라도 열어야 하나. 하지만 멋대로 문을 열면 분명 황족모독죄가 되어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이다.

  그때 드르륵 문이 열렸다. 자란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무표정으로 서있는 황제가 보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만세…."

 "그만. 어쩐 일이신가, 황후."

 "……."

 

  황제는 몸을 돌리며 그녀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꿀꺽. 침을 삼킨 자란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무례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신첩과 얘기하고 싶은 게 없으시다고 그때 분명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그대는 똑똑한 사람이야."

 

  훤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번뜩이는 심해의 눈에 자란은 안쪽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온 그가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 시선이 서로 마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을 부른 이유가 뭐지."

 "…태후 마마께서 곧 길일이라고 하십니다."

 "아, 그렇군. 원자 생산."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자란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말해야했다. 이 나라의 정점은 누구인가. 황제가 아니었다. 이 나라를 통일시키는데 이바지한 태후였다. 그는 황제지만 제일 가는 권력자는 아니었다. 나른한 눈동자가 데굴 굴러 그녀에게 꽂힌다. 머리색과 상반된 눈동자가 자꾸 그녀를 난도질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황후에게 가주길 바라는 건가."

 "아닙니다.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정말로?"

 "정말입니다."

 

  그녀의 턱에서 손을 뗀 황제가 물었다. 자신의 씨를 원하냐고. 자란이 대답했다. 아니라고. 자란은 정말 그랬다. 그의 씨를 딱히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에 따라 들을 말들이 그녀를 자르고 상처 내겠지만.

 

 "정말 어머니는 대단하신 분이야."

 "……."

 "그녀는 너무도 대단하여 이 나라를 하나로 통일했지. 안 그런가."

 "…폐하."

 "그럼 뭐 하나. 짐이 미쳐가고 있거늘. 안 그런가?"

 

  폐하. 숨 쉬듯 작게 그를 불렀다. 그의 눈빛이 매섭게 바뀐다. 그 순간, 그는 탁상에 놓인 붓과 벼루를 내던졌다. 쨍그랑! 벼루가 깨지며 커다란 소음을 낸다. 자란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미쳐간다고 해도 한 번도 물건을 던지던 사람은 아니었다. 광증은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어머니께 따로 서신하겠다."

 "폐하."

 "그 길일, 어떻게 되든 짐이 알 바 아니니라."

 

  웃는 얼굴이 섬뜩했다. 자란은 애써 감정을 숨기며 고개를 숙였다. 살기 위해서는 그의 광증을 모른 척해야 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몰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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