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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달포
작성일 : 19-10-21 16:09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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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끝나버렸네요!

  영상의 화면이 지직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암전이 펼쳐진다. 차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돌덩어리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하다. 차리는 자신의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 숨소리만 가득한 허공, 자신의 숨이 들고나가는 것을 이토록 오랜 시간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맹렬히 다가온다. 살아있음의 전율이라고 할까. 눈물이 흐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눈물이 났다. 줄줄. 화장이 번져 물감처럼 흘러내리는 검은 눈물의 향연.

  -이제 잡았어.

  -최종병기가 나타났네요.

  -코드 명 G. 황제의 골드.

  김 치호와 윤 경영의 표정이 깊게 가라앉는다. 얼굴에 그늘마저 드리워져 있다. 각자의 생각에 빠져서 골몰한 두 사람은 비밀을 공유한 듯 서로를 바라본다. 고요를 가르며 나즈막히 울려 펴지는 박 태영 선생의 목소리.

  -강 차리 씨, 끝났습니다. 나오실 수 있겠어요?

  차리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 답을 하며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 언 몸이 서서히 풀어지듯 근육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 발 한 발 문을 향해 끌리듯 걸어간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동굴 속에 있다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눈을 찡그린다. 그 문이 꼭 저승에서 이승으로 들어오는 입구 같다. 밖으로 나온 강 차리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맞이하는 세 사람, 과장된 웃음들이다.

  -어때요?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소감이?

  경영이 방금 전의 심각한 기분을 떨쳐내려는 듯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한다. 마치 진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에게 물어보듯이.

  -꿈을 꾼 것 같아요.

  -맞아요, 꿈의 일종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꿈을 계속 꾸게 될 거에요. 오늘은 그 문을 연 겁니다. 처음이라 얼얼할 거고요.

  박 태영 선생이 강 차리에게 물을 한 잔 건네며 말했다. 물맛이 아리다. 마취가 풀리는 것처럼 몽롱하다. 조금씩 시야가 트이자 눈앞의 사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에 김 치호가 들어왔다.

  -어! 아저씨! 아저씨가 여기 왜?

  -그래, 강 차리, 오랜만이야. 널 여기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아 참, 두 분이 아시는 사이이시죠?

  윤 경영이 끼어든다.

  -아주 오래 된 사이이지.

  김 치호가 차리에게 그동안 신체검사를 통해 차리를 찾아낸 이후의 일들을 한참이나 들려주었다. 강 차리의 눈에 경련이 일어났다. 누가 봐도 허우적대고 있다. 엄마의 보험 고객으로 가끔 집에 찾아와 차리에게 용돈을 쥐어주던 치호 아저씨, 차리의 생일이나 졸업식 때마다 선물을 챙겨주고 차리의 눈높이에 맞춰 말벗이 돼주기도 했던 친절한 아저씨였다.

  -그럼 아저씨는 그때부터 저를 지켜보신 거에요?

  -당연하지. 일이 년으로 끝낼 일이 아니거든.

  강 차리에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서 깊은 회의심이 들었다. 자신이 두 개로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유체이탈로 분리되는 몸둥이, 아니 그보다 다른 그 무엇을 느꼈다. 신병을 앓는 무녀가 신내림을 받아 내림굿을 하게 되는 속절없는 사연만큼이나 차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은 엄중했다.

  -제가 그 궁녀였다는 건가요? 달포라고 하는.

  -현 이홍이지. 황제의 밀사를 하던.

  -황제의 밀사라고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래.

  -그럼 이제 전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날 집으로 돌아온 강 차리는 자신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영상 속 달포를 보았을 때 무언가 찌릿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녀를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녀의 감정들이 그대로 차리의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오는 탓이다. 달포는 꿈속에까지 찾아왔다. 꿈속에서 달포는 양쪽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산길을 헤맨다. 꽃신이 온통 흙에 범벅이 되도록 걷고 또 걷는다. 누군가 그 뒤를 맹렬히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숨이 차다.

  -아버지, 나 힘들어.

  아버지는 달포를 등에 업고 뛴다.

  -아버지 목을 꼭 잡아라.

  아버지의 등이 축축하다. 달포는 그 등에 코를 박고 있다. 얼마를 뛰었을까. 뒤를 쫒는 발소리가 멈추었다.

  낯선 마을 주막이다. 추적을 피해 달포의 가족이 몸을 숨긴 곳.

  -어머니, 똥이 마려워요.

  변소가 무서운 달포는 어머니와 함께 주막 뒷 켠에 있는 흙을 쌓아올려 만든 변소로 갔다. 집이 아닌 곳에서 똥을 싸는 건 처음이라 달포는 너무 무섭다.

  -아가, 엄마가 이 문 앞에 꼭 지키고 있으니까... 하나도 안 무섭지?

  달포는 거의 울 듯이 눈을 찡그리며 변소로 들어가 치마를 걷어 올린다. 어머니는 변소문을 조금 열어둔 채 달포를 들여다 본다.

  -어머니!

  -응, 치마를 위로 바짝 올려야 한다.

  -어머니!

  -응, 똥이 나오고 있니?

  달포는 배에 힘을 주지만 똥은 나올 듯 말 듯 지지부진이다.

  -어머니! 여긴 냄새가 너무 심해요.

  -괜찮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가 없다는 어머니의 말이 어린 달포에게 깊이 와 닿는다. 한 손으로 코를 막고 한 손으로 치마를 부여잡고 있다. 서서히 똥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닫히고 무슨 소리가 들린다. 순간 달포는 호흡을 참았다 뱉어낸다. 정적이 찾아왔다.

  -어머니!

  -......

  -어머니, 이제 똥이 나와요.

  -......

  -어머니! 어머니 거기 있어요?

  -......

  -어머니! 어머니!

  대답이 없다. 달포는 일어나 치마를 내리고 변소의 문을 미는데 열리지가 않는다. 달포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두들긴다.

  -어머니! 어머니! 엄마! 엄마!

  -......

  -엄마, 어디 간 거야? 나 무서워! 엄마!

  달포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을 쏟아낸다. 변소의 냄새가 코를 쑤시는 것보다 어머니가 대답하지 않아서, 변소의 문을 열 수 없어서 달포는 공포에 질려 몸을 달달 떤다. 변소 귀신이 나타나 자신을 저 아래 똥통으로 끌고 내려갈 것만 같아서 달포는 숨이 넘어 갈 지경이다.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얼마나 시각이 지났을까. 누가 문을 두들기더니 이내 획 하고 열리는 변소의 문. 주막집 아주머니다.

  -아를 살린다고 여기다 감춰뒀네 그려.

  주막집 여자의 얼굴이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에 젖어 일어서지도 못하는 어린 달포의 몸을 가까스로 들어올린다.

  -애를 살리려다 애를 죽일 판이지 이게.....

 

  잠에서 깬 차리는 아주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다. 변소에 갇혀 공포에 떨던 그 느낌 그대로 복사가 된 것이다. 차리는 몇 날 며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장예원>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 쳐 박혀 텔레비전만 들여다보았다. 밤늦도록 미뤄두었던 영화를 다시 보기로 정주행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들이다. 화면 가득 피를 튀기며 긴박감 넘치는 혈전으로 관객을 사로잡기 충분한 영화이지만 지금 차리에겐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달포, 현 이홍뿐이다. 벽을 보고 있을 수는 없어 선택한 텔레비전이다. 옆에서 보기에 차리는 일하기 싫어서 꾀병을 부르는 한심한 모습이다. 허나 그녀의 내부는 지금 전쟁의 포효로 들끓는 아수라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치루는 고요한 포성.

  -너 진짜 아픈 거 아니지? 아니면 거기 짤린 거니?

  방바닥을 뒹굴고 다니는 딸이 통 못마땅한 차리의 엄마가 내가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는 얼굴로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말했다. 다 큰 딸, 마음대로 안되는 게 자식이니 어쩌니, 속으로 푸념을 하는 중이다.

  -엄마!

  -왜?

  차리가 고즈넉한 저음을 깐다. 차리의 엄마는 차리를 보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며 말을 한다.

  -나, 공무원 하려고.

  -뭐?

  엄마는 설거지대에서 몸을 휙 돌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차리를 향해 눈을 흘기며 어의가 없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 무슨 공무원? 너 공무원 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지금 모르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내가 그거 하려고. 아니 한다고. 하게 되었다고!

  -우리나라 말을 해. 외계인 말을 하지 말고. 도대체 그게 말이야 뭐야!

  다음 날 차리는 <장예원>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는 김 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저 할게요.

  -웰컴 투 파라다이스.

 

  강 차리와 전화를 끊은 김 치호가 윤 경영을 사무실로 불렀다.

  -차리가 우리한테 들어오기로 했다. 네가 멘토링으로 나가야지

  -제가요?

  -그럼 내가 하냐!

  -참 희한하네요.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걸까요? 그것도 <그 사람>이 되어서 말이에요.

  -그러게, 마치 일부러 짠 것처럼.

  -현 이홍이 나타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에요.

  -내가 너의 그쪽을 알았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 불의 고리를 만날 거라고는... 그런데 또 하나가 나타났으니, 그것도 현 이홍이.

  -우리...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요?

  -잊지마라. 그쪽의 우리가 이쪽의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거. 우리에겐 기억만 있을 뿐이야. 저쪽에 매여서 이쪽을 망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어. 우린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거 잊지 마.

  윤 경영의 눈빛이 아리아리하게 떨린다. 고통스런 기억이 되살아난 자의 슬픈 얼굴빛이라 해야 하나. 점자를 짚어 내려가듯 경영은 자신의 저쪽을 더듬는 모양이다. 뜨겁게 불사르다 타버려 재로 남은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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