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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7화)
작성일 : 19-10-21 15:54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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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춘천에는 선호가 군대에 있을 때 사놓은 조그마한 아파트가 있었다.

  아무리 조직이 빈틈없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아직은 춘천의 아파트까지는 모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춘천 아파트는 필수조차도 알지 못한다. 오피스텔 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 같았다.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지금 선호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지친 몸으로 장시간을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까운 모텔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지금 선호의 몰골로 모텔을 찾는다면 아마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할 것 같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이 밝아올 것이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활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 띄기 전에 춘천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다친 다리에 쥐가 났지만 선호는 한 손으로 허벅지를 눌러가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빨리 춘천의 아파트로 가서 가급적 조용히 숨어 지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며칠 동안만이라도…….

  유명산 휴양림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설악면이 나왔다. 그곳에서 선호는 방향을 바꿔 86번 지방도를 탔다. 아무래도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는 것보다는 가급적 이리저리 우회하는 것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젠 주변이 훤하게 밝아왔다. 선호는 피로로 눈이 저절로 감겼지만 이를 악물고 전방만 주시하며 계속 달렸다. 한 시간쯤 달리자 4차선 국도가 나왔고 이정표에 춘천이 표시되어 있었다. 앞으로 12킬로 미터정도만 더 가면 춘천이었다.

  선호는 춘천으로 들어가기 전에 국도에 있는 간이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물을 묻혀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이 여전히 처참했지만 그래도 세수를 하고 머리를 정리하고 나자 조금은 나아보였다.

  화장실을 나온 선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골의 작은 간이 휴게소라 다행히 CCTV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차안에 있던 뉴욕 양키스 로고가 박힌 모자를 눌러쓰고 휴게소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졸고 있던 알바생이 인기척에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가게로 들어서는 선호를 바라보는 알바생의 두 눈에는 졸음으로 가득했다. 잠을 깨운 것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선호는 필요한 물건을 고르면서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매장에는 코너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선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지금은 최대한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려놓자 잠이 덜 깬 머쓱한 표정으로 알바생이 습관적인 동작으로 계산을 했다.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알바생은 선호를 쳐다보지 않았다. 선호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선호는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었다.

  나중에라도 알바생은 자기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다. 선호가 계산을 마치고 물건을 담은 봉투를 들고 나오면서 슬쩍 알바생을 바라보았다. 두 팔로 베개를 만들어 카운터에 엎드려 있는 알바생의 모습이 보였다.

 

  선호는 춘천 아파트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이면 도로에 차를 세웠다. 선호는 잠시 이 차를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쉽고 빠르게 이동하거나 활동하려면 차가 있으면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쯤 차가 없어진 것을 안 차 주인이 도난 신고를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선호는 차의 문을 잠그고 열쇠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아파트 화단 속으로 던졌다. 경찰에서 차를 발견하더라도 조사하는데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선호는 천천히 걸어서 아파트로 향했다.

  아파트에 도착한 선호는 아파트 정문으로 가지 않고 외곽의 이면도로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를 이용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 통로는 CCTV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주로 아파트에 사는 꼬마들이 등하교 때 다니는 길이었다.

  선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두 집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였다. 9층에 도착한 선호는 비상구 문을 살짝 열고 엘리베이터 앞의 로비를 살폈다. 다행히 로비에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구 문을 열고 아파트 현관문에 다가선 선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하는 소리와 함께 선호가 누른 번호판이 녹색으로 변했다. ‘따르륵’ 현관문이 열렸다.

  선호는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아무런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아직은 이곳까지 조직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런 시간도 길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조직이나 경찰에서 이 아파트도 찾아낼 것이다.

  선호가 안으로 들어서자 현관의 센서등이 환하게 켜졌다. 선호는 빠른 걸음으로 거실 안으로 들어가 현관등이 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 현관등이 꺼졌다. 긴장을 했던 탓인지 자기도 모르게 깊은 숨이 내쉬어졌다.

  선호는 거실의 불을 켜지 않은 채 실내를 세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 들어왔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거실이나 주방에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선호는 천천히 안방으로 걸어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방안에서 오랫동안 비워둬 사람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특유의 서늘함과 엷은 곰팡이 냄새가 다가왔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안방에 붙어있는 화장실과 피팅룸을 살폈다. 이어서 작은 방들과 베란다, 다용도실을 빠짐없이 살폈다.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거실의 커튼을 살짝 열어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파트 지상주차장에도 수상한 사람이나 짙은 틴팅을 한 스타렉스 같은 차는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거실의 커튼을 닫았다. 그리고 거실등 대신 주방등을 켰다. 환하지는 않았지만 실내를 밝히기에는 충분한 불빛이었다. 불필요한 흔적은 적에게만 유리할 뿐이었다.

 

  선호는 욕실로 들어가 욕조 가득 뜨거운 물을 받았다.

  잠시 뒤에 뜨거운 수증기가 욕실에 가득 찼다. 선호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몸을 감싸자 팽팽했던 온 몸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어졌다. 온 몸의 힘이 쭉 빠지며 나른함이 밀려왔다.

  선호는 숨을 멈추고 물속에 얼굴까지 담것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물속에 잠겨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얼굴을 물에서 뺐다. 그렇게 몇 번을 하자 온 몸에 땀이 돌았다. 그리고 정신이 맑아졌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어지자 상체를 욕조에 기댄 체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단 하나는 분명해 보였다.

  경찰에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 부분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직에서 무리하게 자기를 제거하려고 할 까닭이 없었다.

  선호는 앞으로 자기가 풀어나가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조직의 실체를 밝히기를 포기한다고, 조직에서도 자기의 제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쩌면 경찰에게 잡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재판이라는 과정을 걸치면서 자신의 무고를 주장할 수 있겠지만, 조직에서는 전혀 그런 절차를 베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선호가 먼저 조직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다면, 그가 조직의 손에 죽을 것이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는 필수가 걱정이 되었다. 비록 자기를 배신하는 행동을 했지만, 필수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직에서 자기를 제거하려던 계획이 실패했는데 필수를 그냥 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선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많은 생각 끝에 선호는 필수에 대한 걱정은 일단은 생각을 접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성급한 행동은 오히려 더 필수를 곤경에 빠트리는 꼴이 될 것 같았다.

  당분간은 필수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도 자제하기로 했다. 잘못하면 자기의 위치를 노출시킬 우려가 컸다. 필수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안전도 절박했다. 앞으로 더 힘든 날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생각에 잠겨 욕조의 물이 식을 때까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반장님……. 양평에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요?”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박 형사가 말했다.

  “양평에는 왜?”

  민 반장이 무슨 전화를 받았기에 갑자기 양평을 간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 물었다.

  “방금 양평 경찰서에서 온 전환데요. 어젯밤에 관할 내에서 차량 사고가 있었나 봐요.”

  “차량사고?! 그 양평경찰서에는 사람들이 없어 우리에게 차량 사고까지 와서 해결해 달라는 거야? 미친놈들.”

  옆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에서 정보를 검색하던 차 형사가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웬 교통사고까지 자기들에게 연락을 하느냐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박 형사가 차 형사의 오해를 진정시킨 뒤 민 반장을 보며 말했다.

  “근데 그쪽 말을 들어보니 사고가 좀 묘한 것 같습니다. 1톤 화물탑차하고 렉서스가 부딪쳤는데, 차 두 대가 아주 박살이 났답니다. 단순히 추돌이나 충돌 사고가 아니랍니다. 차 두 대가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아주 박살이 났답니다.”

  차 형사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박 형사의 말에 주의를 돌렸다. 민 반장도 수그리고 있던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박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로 주변에 혈흔도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두 운전자도 심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상한 것은 현장에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사고를 낸 당사자들이 전부 현장에서 달아났답니다.”

  “다쳐서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간 것이 아니고?”

  민 반장이 물었다.

  “양평 시내에 있는 모든 병원들을 다 확인했는데, 그 사고로 들어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답니다.”

  민 반장과 차 형사가 거의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양평에서의 사고도 이번 연쇄 살인 사건들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 보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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