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9
작성일 : 19-10-21 15:47     조회 : 308     추천 : 0     분량 : 437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chapter 9

 

 

 

  한숨과 함께 차가 멈췄다. 회사에서 급히 연락을 받고 도착한 병원에선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그의 엄마가 있었다. 도현이 제 엄마의 얼굴을 봄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를 주었던 간호사가 용케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백순자 어머님 아드님 되세요?”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 된 거죠?”

 “건강검진은 다 끝났고요. 의사 선생님도 큰 이상은 없으시다고 하세요. 아직 마취가 안 깨셔서 그래요.”

 

  마취 중 미리 끊어놓은 고속버스 시간 때문에 내내 걱정을 하는 백 여사에 간호사는 상냥하게도 도현에게 전화를 걸어 주었다. 아들에게 연락을 했으니 안심하고 쉬라는 말에 곤히 잠이 든 그녀에 도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병원이라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 그대로 회사를 뛰쳐나왔다. 하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 곤히 잠든 제 엄마의 모습에 허탈해 웃음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가 간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뭘 하면 한다 말을 하지. 꼭...”

 

  이렇게 나쁜 놈을 만들까. 아니, 원래도 나쁜 아들이었을까. 그가 괜히 착잡해지는 기분에 제 엄마의 곁을 지켰다. 백 여사는 얼마 안 있어 가뿐히 깨어났다. 무심하기 그지없는 무뚝뚝한 아들의 얼굴이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있자 그녀는 대뜸 왜 여기 있냐 물었다.

 

 “왜긴. 엄마가 여기 있으니까 있지.”

 

  도현이 걱정스런 눈으로 제 엄마를 찬찬히 훑었다.

 

 “일은 어떻게 하고?”

 “일이 문제야? 엄마가 병원에 있다는데. 이상한 데는 없어?”

 

  백 여사는 아들의 걱정이 낯설었지만 싫지 않은지 미소를 띠웠다.

 

 “없어. 푹 잤는지 몸이 다 가뿐하다.”

 “못 살아, 정말.”

 

  그럼에도 도현이 제 엄마의 팔을 꼭 붙들고 차에 태웠다. 행여 아들에게 짐이 될까, 귀한 시간을 뺏을까 터미널에 데려다달라는 말을 무시하고 도현이 고향집으로 차를 몰았다.

 

 “아휴, 괜히 나 때문에...”

 “그러니까 다음엔 이렇게 놀래키지 말고 그냥 전화를 해. 엄마 때문에 내 수명이 주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남이었지만 백 여사는 왠지 제 아들이 부드러워진 기분이 들었다. 저리 무뚝뚝해서 여자는 어찌 만날까 했던 걱정과는 달리 정말 세월이 약인지, 백 여사가 아들을 힐끔 보았다.

 

 “기대는 하지 마요. 내일 출근해야 해서 바로 올라와야 하니까.”

 “그래. 아쉬워도 어째, 바쁘다는데.”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에 도현이 그녀를 힐끔 보았다.

 

 “조만간 시간 내서 한 번 내려올게.”

 “오려거든 전화 한 통 하고 와. 엄마도 나름 스케줄 바쁘다.”

 

  그가 핏 웃었다.

 

 “알았어요.”

 

  고향집에 도착한 도현은 끝끝내 자신을 배웅하는 백 여사를 백미로 힐긋 보고는 시동을 걸었다. 조금 멀어졌을 때 집안으로 들어가는 제 엄마에 그도 마음 편히 차를 몰았다. 그제 서야 늘 빌딩 숲 사이로 맞이했던 노을이 산 뒤로 스멀스멀 물을 우려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현은 오늘 하루가 참 길다 생각했다. 마을을 벗어나려던 순간 별안간 그의 차가 멈춰 섰다. 멀리 보이는 모교에 그가 한참 창문을 열어 놓고 보았다. 그러다 핸들을 돌려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자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난 후여서인지 학교가 적막했다. 그가 느릿하게 차를 세우곤 내렸다. 시골의 풀내음이 곧바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반겼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아직 학교 운동장에 남아 놀던 학생 몇몇이 그를 힐끔 보다가 다시 놀이에 집중했다.

 

  도현이 슬그머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의 생기가 머물러 있는 복도에 발을 들이자 도현은 한참이나 지난 어린 날이 그리워졌다. 그땐 몰랐는데... 그땐 정말 몰랐는데... 그는 자신이 학교를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마지막 열아홉이 끔찍이도 싫어서 늘 멀어지고만 싶었다. 그런데 이젠 다시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학교가 간절할 만큼 그리워지고 있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어리 날의 자신이 금방이라도 교실 문을 열고 나와 제게 인사를 건넬 것만 같았다.

 

  그가 빈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창밖으로 노을이 보였다. 그가 창가 자리 의자를 빼고 앉았다. 노을이 그만 빼고 책상을 비추었다. 책상 가상에 난 상처들은 그 때 그 시절 모두의 흔적을 여전히 쥐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책상에 책을 폈고, 누군가는 몸을 눕혔다. 그 작은 책상에서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창과 창 사이사이 마다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가 천천히 끝에서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그림, 누군가의 사진, 누군가의 글. 저마다 미숙하지만 그 때의 감정에 충실한 순수함이 묻어 있었다. 도현의 걸음이 계단 끝 마지막 액자에서 멈췄다.

 

 

 ‘달 현(泫)

 

 밤하늘에 물든 현이

 보이지 않네.

 아무리 샅샅이 살펴도

 보이지 않네.

 

 없을 리가 없는데도

 그럴 리가 없는데도

 어디를 간 건지 보이지 않네.

 

 피곤해 잠들어 깨지 못한 건지

 너만 기다리는 내가 불편해

 모른 채 하는 건지

 자꾸만 네게 채찍질하는 세상

 무서워 피한 건지

 

 현아. 현아. 현아.

 내일은 네 얼굴을 보여주련?

 내일은 그 자리에 있어주련?

 

 네가 없는 밤하늘 너무너무 어두워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하니

 별들마저 삐뚤어져

 밤하늘 이불 한 겹 끌어와 모습을 감추었다.

 

 현아. 현아. 현아.

 내일은 꼭 네 얼굴을 보여주렴.

 내일은 꼭 그 자리에 있어주렴.

 

 만사 제쳐놓고 널 기다리는 누군가 있단다.

 그 걸로는 널 위로할 수 없는 거니

 그 걸로는 네 마음 돌릴 수 없는 거니

 널 기다리는 내가 문제인 거니

 

 현아.

 부디 내일은 네 자리에 있어주길.

 네가 비춰주는 한 밤의 길을 걸으며

 나 고개 들지 않고, 눈 뜨지 않을 테니.

 내일은 네가 마음 편히 빛을 내주길.

 부디 앞으로는 마음 편히 웃어주길.

 

 - 3학년 1반 신아랑 (졸업 작품).’

 

 

  졸업식이 있는 2월의 시골은 여전히 곳곳에 눈이 남아있고, 드디어 어른이 된다는 설렘에 학교가 들썩인다. 열아홉 도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을 맞이하여 평소와는 달리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가 서려 있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과 마지막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하며 부산스러운 상황 속에서 아랑이 그를 찾았다. 혹여 제 등장이 그의 기분을 망쳤을까 그녀가 어색하게 미소를 보였다. 도현이 다른 때와는 달리 매몰차게 얼굴을 굳히지 않은 채 그녀를 보았다.

 

 “도현아. 네 교복 단추 하나만 줄래?”

 

  그녀의 말에 그가 제 교복을 보며 물었다.

 

 “단추? 왜?”

 “일본에서는 교복 단추를 교환하는 게 졸업식 전통이래.”

 

  일본은 일본이고, 한국은 한국이다. 도현은 굳이 남의 나라 전통을 따져 졸업을 축하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지난 1년 동안 간절하게 바란 날이었다. 도현이 선뜻 제 단추 하나를 뜯어 주었다.

 

 “고마워.”

 

  아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것도...”

 

  그때 멀리서 혁준이 그를 불렀다.

 

 “현도현! 사진 찍자!”

 

  그에 도현이 아랑에게 말했다.

 

 “난 됐어. 간다.”

 

  돌아섰던 그가 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돌려 다시 그녀를 보았다.

 

 “졸업. 축하한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너도.”

 

  그렇게 끝이 난 그녀와의 시간이 10년이 지나 다시 시작되었다. 도현은 이제야 그 교복 단추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추억하기 위해. 열아홉 너와 나의 시간을 추억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함께 꽃다발을 교환하지도, 사진을 찍어주지도 않을 그를 알아서 그녀가 택한 마지막 방법이었다. 그럴 듯한 변명을 졸업식 전날 밤까지 밤새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 다가왔을 것이다.

 

  너는 내게 말했다. 밟지 말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 괴로움이라면 잘못했다. 그런 너에게 자꾸만 부담을 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도현의 입에서 후회가 가득한 짧은 탄성이 내뱉어졌다. 그리고도 열아홉 너는 내 행복을 빌었다. 그리고도 너는 내가 웃길 바랐다.

 

  졸업생들 중 손재주 좀 있다는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열아홉을 추억에 남기기 위해 저마다 손이 바빴다.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압박에 못 이겨 대충 성의만 보인 작품까지 더해져 골라진 스무 작품. 그 중 아랑의 시가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국어 선생의 압도적인 지지로 아랑의 시는 이미 졸업 작품으로 벽에 걸릴 것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유난스럽게도 친구들에게 숨기던 그녀의 시는 졸업식을 앞두고 국어 선생의 도움으로 깜짝 발표 되었다. 그래봐야 졸업식 강당으로 향하는 길에 크게 인쇄되어 이젤에 세워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도현의 기억에서까지 그녀의 시는 인기가 많았다. 제 아이들을 보러 온 학부모들이 그녀의 시 앞에서 멈칫 멈칫 서있기 일쑤였으니까.

  왜 눈길을 주지 않았을까. 도현은 후회했다. 열아홉 그 소녀가 그 시를 보이고 싶었던 유일한 소년은 그 날 그 시를 보지 않았다. 기쁨에 젖어 누군가의 바람을, 시선을 느끼지도 못한 채 일찍이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아랑은 끝끝내 그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3 - chapter 10 2019 / 11 / 6 288 0 3275   
42 - chapter 9 2019 / 11 / 6 293 0 3121   
41 - chapter 8 2019 / 11 / 6 285 0 3343   
40 - chapter 7 2019 / 11 / 6 330 0 2333   
39 - chapter 6 2019 / 11 / 6 299 0 7732   
38 - chapter 5 2019 / 11 / 6 311 0 4434   
37 - chapter 4 2019 / 11 / 6 278 0 2540   
36 - chapter 3 2019 / 11 / 6 293 0 3381   
35 - chapter 2 2019 / 11 / 6 294 0 8857   
34 3. 미래의 우리 - chapter 1 2019 / 11 / 6 301 0 3219   
33 - chapter 10 2019 / 10 / 24 278 0 4130   
32 - chapter 9 2019 / 10 / 21 309 0 4378   
31 - chapter 8 2019 / 10 / 21 289 0 2947   
30 - chapter 7 2019 / 10 / 14 288 0 3953   
29 - chapter 7 2019 / 10 / 11 288 0 3758   
28 - chapter 6 2019 / 10 / 10 339 0 2655   
27 - chapter 5 2019 / 10 / 10 300 0 2722   
26 - chapter 5 2019 / 10 / 9 304 0 4550   
25 - chapter 4 2019 / 10 / 7 291 0 3756   
24 - chapter 4 2019 / 10 / 4 297 0 5796   
23 - chapter 3 2019 / 10 / 3 292 0 6516   
22 - chapter 3 2019 / 10 / 2 273 0 5890   
21 - chapter 2 2019 / 9 / 30 290 0 4454   
20 - chapter 2 2019 / 9 / 28 298 0 5982   
19 2. 과거의 우리 - chapter 1 2019 / 9 / 27 286 0 7827   
18 - chapter 10 2019 / 9 / 26 274 0 5189   
17 - chapter 9 2019 / 9 / 25 313 0 4752   
16 - chapter 9 2019 / 9 / 24 297 0 5182   
15 -chapter 8 2019 / 9 / 24 291 0 2821   
14 - chapter 8 2019 / 9 / 23 286 0 529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율의 법칙
예다올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