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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5화)
작성일 : 19-10-21 15:47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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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알았습니다. 당분간 조용히 숨어 있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녀석이 허공에다 대고 화풀이를 했다.

  “우왁! 시팔! 그 놈을 놓치는 것이 아닌데…….”

  계단에 앉아 있던 놈들이 키 큰 사내 곁으로 모였다.

  “야! 너희 둘 다 당분간 잠수 타고 있어! 서울에는 코빼기도 내 비치지 말고……. 걸리면 좆 된다. 약속한 돈도 못 받고…….”

  “예. 형님.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사태를 짐작한 두 남자의 목소리가 풀이 죽었다.

  “너희 둘 모두 광주에 내려가 있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서울에는 절대 나타나지도 마!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 곳에도 연락 하지 말고…….괜히 궁금하다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지 마. 내 말 정말 명심해!”

  “예……. 알겠습니다.”

  두 남자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자기들만 따로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겁이 들은 것이다.

  “저……. 태호 형님……. 집에는 연락해도 될까요?”

  “야 이 병신 새끼야!? 너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죄송합니다.”

  “에이 씨팔.”

  ‘태호’라고 불린 남자가 담뱃불을 바닥에 던져 발로 비벼 끈 뒤 대문을 나와 건물 옆의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가을걷이가 끝낸 밭에는 그들이 타고 온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선호는 그 차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부주의가 새삼 어리석어 보였다.

 

  밖으로 나온 태호가 혼자 자신의 은색 렉서스에 올랐다.

  뒤이어 부하 두 놈이 옆에 있는 검은색 그랜저에 타는 것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태호와 부하들이 나뉘어졌지만 선호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저들을 뒤따르려면 차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집안으로 들어가면 놈들의 눈에 띌 것이다. 선호가 담장 그림자속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렉서스가 앞으로 튀어 나갔고 그 뒤를 검은색 그랜저가 따라가기 시작했다. 선호는 다급해졌다.

  그들이 떠나자 급하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 간 선호는 탑차보다 기동력이 좋은 오토바이를 창고에서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오토바이가 기동력은 있을지 몰라도 놈들이나 경찰의 눈에 쉽게 뛸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지명 수배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것 같았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선호는 탑차로 뛰어갔다.

  주머니를 뒤적이던 선호는 낭패감이 밀려왔다. 아까 놈들과 싸울 때 주머니에 넣어 둔 탑차의 열쇠를 떨어트린 것 같았다. 선호는 허리를 구부리고 마당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불빛 하나 없는 마당에서 차 열쇠를 찾는다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선호는 핸드폰의 플래시를 켰다. 핸드폰 불빛을 놈들이 보고 되돌아온다고 해도 별 도리가 없었다. 다행히 차 열쇠는 바로 찾았다. 셔터 앞쪽에 떨어져 있었다.

  탑차에 올라 탄 선호는 놈들이 떠난 뒤를 쫒아 급하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둠이 도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놈들이 탄 자동차의 불빛이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뒤늦게 출발 한데다가 속도가 낮은 탑차는 아무래도 놈들이 탄 승용차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선호는 놓치지 않으려고 무거운 탑차의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그리고 기어를 2단에서 3단, 다시 4단으로 연속으로 급변속을 했다. 엔진의 급가속으로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머플러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호가 안간 힘을 다해 뒤를 쫒았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갔다. 아무래도 탑차로 고급 승용차를 뒤쫓는다는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 놈들의 차가 양평군청 방향으로 직진하는 것이 보였다.

  선호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러다가는 놈들을 놓칠 것만 같았다. 선호는 아까 마당에서 놈들이 한 말을 되새겼다. 부하들에게 광주에 숨어 지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아 양태호는 그들과 헤어져 따로 서울로 향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선호는 양태호를 따라 잡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뒤쳐진 속도로 렉서스 뒤를 따라가 봐야 얼마안가 놓칠 것이 뻔했다. 아직까지는 좁은 마을 도로여서 양태호가 탄 렉서스도 제 속도를 내지 못했지만, 넓은 국도로 들어서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 같았다.

 

  서울로 가려면 지금 양태호가 가는 것처럼 양평군청 앞에서 좌회전을 해서 6번 국도를 타고 가는 길을 택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양태호를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선호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둘러본 선호는 어둠속에서 논밭 사이로 난 콘크리트 농로를 발견했다. 농로는 아주 좁았지만 오빈 교차로 방향으로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어 얼마만큼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호는 도로를 벗어나 농로로 차를 몰았다. 서두른다면 오빈 교차로에서 놈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양태호가 양평군청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영영 놓치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만이 선호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선호는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았다. 어둠속에 묻힌 농로는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으로 앞을 가르며 달려야 했다. 농로는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았고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좁았다. 차가 춤을 추듯 심하게 흔들렸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선호는 자신의 운전 솜씨에 운명을 맡겼다.

  저만치 오빈 교차로가 보였다. 선호는 운전을 하면서 양태호의 차를 찾았다. 그러나 서울로 향하는 도로위에는 단 한 대의 자동차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끝인가 하는 마음이 들자 울화가 치밀었다.

  우려했던 대로 양평군청 앞에서 다른 방향으로 간 것 같았다. 놈을 놓쳤다는 생각에 화가 난 선호가 두 손으로 핸들을 내려쳤다. 차라리 들키더라도 화물차보다는 기동력이 뛰어난 오토바이를 타고 올 것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것처럼 무리하게 과속으로 달려온 탓으로 차의 엔진이 과열되었다. 뜨거운 엔진 열이 좁은 운전석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선호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지 않은 채 작은 불빛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오빈 교차로에 도착했지만 아무런 자동차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놈을 놓치고 만 것이었다. 실망한 선호가 자동차를 길가에 멈추려고 속도를 줄이려고 할 때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자동차가 보였다. 선호의 가슴이 뛰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분명히 양태호가 탄 렉서스였다.

  선호는 차선을 유지한 체 속도를 낮춰 천천히 달렸다. 잠시 뒤 양태호의 렉서스가 선호의 차를 앞질러 갔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양태호의 렉서스도 속도를 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선호는 양태호가 눈치 채지 않도록 조심하며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탑차의 엔진에서 열이 높아지고 있었다. 머플러에서는 퉁퉁거리는 소음이 점점 커졌다. 그러나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조금만 더 가면 양평 군내를 벗어날 것이다. 그러면 양수리까지는 거의 인적이 끊긴 어두운 도로가 쭉 이어질 것이다. 선호는 그 구간에서 양태호를 잡을 생각을 했다. 양태호는 그런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한 채 급하지 않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선호로서는 더없이 다행이었다. 양태호가 속도를 높였다면 가뜩이나 과열된 탑차로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로에는 양태호와 선호의 차밖에 없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밑을 지나자 이제 자동차 불빛이 없다면 도로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두워졌다.

 

  선호는 천천히 속도를 높여 렉서스의 뒤로 바짝 다가갔다.

  엔진이 과열되어 있어 언제 멈춰 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선호는 양태호가 눈치 채지 않도록 앞지를 생각이었다. 놈이 눈치 채고 전속력으로 달아난다면 이런 화물차로 렉서스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도로는 조용했고 남한강물은 여전히 반짝거리면서 흐르고 있었다. 주위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선호는 액셀러레이터를 눌러 밟으며 렉서스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양태호가 자신의 렉서스 속도를 늦춰 선호의 탑차가 추월하도록 했다.

  탑차가 렉서스를 반쯤 앞질렀을 때 갑자기 선호가 핸들을 렉서스를 향해 급하게 꺾었다. 탑차의 차체가 비스듬히 기울어지며 화물칸이 그대로 렉서스의 오른쪽 휀더를 들이받았다.

  갑작스런 탑차의 끼어듦에 깜짝 놀란 양태호가 급제동을 걸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끼익’하는 요란한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밤하늘을 찢었다.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 자식!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선호는 핸들을 풀지 않고 계속해서 렉서스를 중앙 분리대쪽으로 밀어붙였다. 렉서스가 가드레일에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성 마찰음 소리를 냈다. 렉서스의 차체가 심하게 요동을 치더니 범퍼가 요란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다. 처음에는 웬 날벼락인가 하며 탑차를 바라보던 양태호가 그제야 상황을 눈치 챘다.

  “뭐야! 저거! 그 놈이잖아? 저 미친 놈…….”

  이번에는 양태호가 렉서스의 액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해 보자. 그 똥차가지고 어떻게 할지 궁금한데…….”

  탑차와 가드레일 사이에 끼여 있던 렉서스에 가속이 붙으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탑차가 도로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틈새로 렉서스가 조금씩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간다면 힘이 좋은 렉서스가 금방 빠져 나와 탑차를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 또라이 새끼야! 넌 이제 죽었어…….”

  양태호가 이를 갈며 선호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선호는 탑차를 렉서스에서 조금 떨어트렸다가 급가속을 하면서 렉서스의 보조석 문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급가속의 반동으로 ‘꽈꽝’하는 충돌음과 함께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타이어가 아스팔트 바닥에 긁히는 마찰음이 밤거리의 정적을 깨고 메아리쳤다. 렉서스가 다시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왼쪽으로 반쯤 돌았다. 선호는 계속해서 차를 떨어뜨렸다가 들이 받는 식으로 렉서스를 수차례 공격을 했다.

  “야! 이 새끼야!!! 너도 당해봐!”

  수세에 몰리던 양태호가 급가속을 하며 이번에는 거꾸로 탑차를 들이받았다. 힘이 좋은 렉서스에 받치자 화물차의 차문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지면서 한쪽 귀퉁이의 날카로운 조각이 선호의 허벅지에 박혔다. 심한 통증이 허벅지에서부터 등골을 타고 전해왔다.

  “으윽…….”

  선호가 통증으로 잠시 주춤하는 사이 그 틈을 양태호가 놓치지 않았다. 렉서스에 가속을 하면서 탑차와 가드레일 사이를 빠져 나갔다. 다급한 마음에 선호는 그대로 렉서스의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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