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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4화)
작성일 : 19-10-21 15:47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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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

 

  선호는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남자가 문을 등지고 서 있어 달아날 수 있는 곳은 담장뿐이었다. 그러나 뛰어 넘기에는 담장이 너무 높아 보였다.

  키 큰 남자가 쓰러지자 문 앞에 있던 두 사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선호는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퇴로를 만들려 했지만 상대들이 양쪽으로 흩어져 공격해 오는 바람에 쉽지 않았다.

  그때 쓰러져 있던 키 큰 사내가 지면을 흩는 것처럼 발을 휘돌려 선호의 장딴지를 걷어찼다. 맥없이 선호의 몸이 뒤로 자빠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놈이 선호에게 달려들었다. 한 놈의 발길질을 두 팔로 간신히 막았지만 다른 놈의 발길이 그대로 선호의 배에 꽂혔다.

  식도를 타고 위액이 거꾸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선호는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그건 최선의 방어일지는 모르지만, 최악의 공격 자세였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상대방들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야구 방망이가 머리를 감싸고 있던 익호의 팔뚝을 가격했다. 금세 팔에 힘이 쭉 빠져 나갔다. 아마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놈들은 아예 끝장을 보려는 것처럼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했다.

  선호 혼자서 세 명의 공격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았다. 야구 방망이가 이번에는 선호의 머리에 내리 꽂혔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선호는 이들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놈들의 공격에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선호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상황을 장악했다고 믿어서였는지 놈들은 전혀 방어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때 왼쪽에 있던 놈의 공격에 약간의 멈칫거림이 보였다. 선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쭉 펴면서 녀석의 얼굴을 향해 박차 올랐다.

  선호의 머리가 놈의 턱과 코에 정통으로 들이박았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놈의 매서운 발길이 선호의 배에 날아들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선호의 몸은 심한 충격을 입었지만, 선호에게 얼굴을 들이 받친 상대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졌다.

 

  한 쪽이 뚫린 것이다. 선호는 후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추슬렀다. 그리고 쓰러진 놈의 몸을 밟고 왼발에 반동을 주면서 탑차의 앞 유리창을 향해 뛰어 올랐다. 그리고 뛰어 오르는 탄력을 이용해 오른발로 탑차의 앞 유리창을 박차면서 그대로 담장 밖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담장 밖은 채소밭이었다. 반쯤 자란 배추위로 떨어진 선호는 몸을 굴려 일어선 뒤 밭 뒤편의 숲을 향해 내달았다. 가옥의 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놈들이 뒤쫓아 왔다. 선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을 향해 달렸다. 일단 숲으로 몸을 숨기면 그들도 쉽게 찾지 못할 것이란 생각과 나무들 때문에 아무래도 행동이 제약을 받는 숲에서는 상대방들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다소 유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호도 이미 내상을 많이 입어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점점 놈들과의 거리가 좁혀져 갔다. 그러나 아직도 숲은 멀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래도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놈들에게 잡힐 것 같았다.

  그 때 왼쪽 수풀 너머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호는 방향을 바꿔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내달았다. 채소밭이 끝나는 수풀 너머에 제법 넓은 수로가 보였다. 선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십 여 미터 뒤로 세 놈이 쫒아 오는 것이 보였다. 수로는 저수지로 이어졌고 그 저수지 끝은 남한강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저수지에 다다른 선호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저수지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금방 온 몸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선호는 놈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물속으로 잠수를 해 저수지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갔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그러나 수면으로 올라가면 놈들의 눈에 띌 것 같았다. 그러면 물속으로 뛰어 든 것도 다 헛수고가 될 것이다. 선호는 억지로 숨을 멈춘 채로 잠영으로 수십 미터를 헤엄쳐 간 뒤 반대편 수면으로 조용히 솟구쳤다.

  멀리 저수지 건너편의 둑 위에서 악을 쓰는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호는 맞은편 둑까지 소리 내지 않고 헤엄을 쳐 갔다. 둑 기슭에 몸을 눕히고 가쁜 숨을 고르면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남자들은 한참 동안 둑 위에서 서성대더니 다시 창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선호는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을 보고 둑길을 타고 그들로부터 달아났다. 그러다 발걸음을 멈췄다. 지금 저들을 놓친다면 배후의 조직을 알아낼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어쩌면 저들이 자기가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었다. 선호를 놓친 놈들이 오랫동안 머물 리가 없었다. 선호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우두둑거리는 이빨끼리 부딪는 소리가 났다. 선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헤엄을 쳐 그들이 떠난 저수지 건너편 둑 위로 되돌아 왔다.

  둑 위로 올라 온 선호는 채소밭에 몸을 낮추고 집안의 동태를 살폈다. 놈들은 아직 집안에 있었다. 선호는 몸을 낮추고 발걸음을 죽이며 재빠르게 집으로 다가갔다. 담장에 기대자 집안의 움직임이 들려왔다.

 

  담장에 기대선 채 선호는 생각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단순한 절도범들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오늘 밤 선호가 이곳으로 온다는 것을 알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다렸다는 의미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 선호가 이 집에 온다는 것은 자기와 필수밖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선호는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필수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필수가 왜 자기를 죽이려 하겠는가. 왜!?.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점점 커져가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문득 선호는 이들이 필수를 협박했던 조직 폭력배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선호는 조금은 이해될 것 같았다. 경찰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대대적인 공개 수배가 내려진 것이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망이 자기들의 생각보다 치밀하게 좁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선호나 필수가 경찰에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 다음은 자기들에게도 수사의 칼끝이 겨눠질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노련한 수사관들이 이렇게 엄청난 사건 뒤에 겨우 일반 시민인 필수와 선호 둘뿐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었다.

  그들을 조사하다 보면 자연히 이번 사건들을 배후에서 지시하고 조종했던 자신들의 존재를 수사기관에서 알게 될 것이고, 수사기관은 뜻하지 않은 더 큰 먹잇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큰…….

  그래서 조직 폭력배들은 일단 선호와 필수의 사이를 떼어 놓은 뒤 필요하다면 한 명씩 제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다.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조직에서는 필수보다는 선호의 존재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오토바이를 옮기도록 한 것도 조직에서 지시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집의 위치를 조직에서 알고 있는 것이나 선호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청부 살인을 시도한 것이 하등 이상할 것도 없었다.

 

  선호는 오늘 유독 필수가 왜 그렇게 술을 취하도록 마셨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이런 일이 해야만 하는 자신이 괴로웠을 것이다. 현실과 친구와의 우정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았으리라. 형제와도 같았던 친구를 배신하는 자신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에 술에 취하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선호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는 자기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작정 도망을 친다고 조직의 추적이 멈출 것 같지는 않았다. 선호가 살아있는 한 그들에게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선호는 조직이 자기를 찾아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조직을 찾아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선호는 조직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필수 역시 조직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령 필수가 조직 폭력배들에 대해 안다손치더라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필수를 만나기 위해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들이 쳐놓은 올가미로 들어가는 꼴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필수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경찰의 수사망도 피해야만 했다.

  지금쯤이면 경찰에서 자기와 필수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쫒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와 오피스텔에도 경찰의 감시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 대책 없이 지금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잡히려 가는 꼴일 것이다.

  경찰에게 잡히면 조직에게 살해될 위험은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구속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배후의 조직에 대해 진실을 말해도 아무런 증거나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범행의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여 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경찰에서 자기들의 말을 믿어 준다 해도 수사에 착수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조직에서도 모든 증거를 없애버린 뒤 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경찰에 잡힌다는 것은 조직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지금 유일하게 남은 기회는 집안에 있는 사내들일 것이다. 그들을 족쳐서라도 조직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저들이 돌아가 버린다면 영영 연결고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생각을 마친 선호가 발소리를 죽여 담장에 바싹 붙어 천천히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리더인 것 같은 키 큰 사내가 마당 한 가운데에 서서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대화 내용은 들리지가 않았다. 그러나 사내의 목소리로 보아 자기보다 높은 자에게 보고하는 것 같았다.

  다른 두 녀석은 현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도 상처가 심했는지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었다. 군에서 태권도와 특공무술로 단련된 선호의 발길질과 주먹을 수도 없이 맞았는데 그들이라고 성할 리는 없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선호는 지금 다시 세 명과 맞붙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도 선호를 한 번 놓쳤던 차라 이번에는 무조건 죽이려 들것이었다.

  좋은 방법은 리더로 보이는 키 큰 사내만 붙잡아 조직에 대한 정보를 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 저들을 분산시켜야 할지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예……. 죄송합니다. 일단 녀석도 상처가 깊어 멀리가지는 못했을 것 같고……. 물살이 세고 깊어서 어쩌면 물에 빠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내가 주눅 든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선호는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어째든 사내가 전화 통화를 끝내기 전에 방법을 생각해 내야할 것 같았다. 통화가 끝나면 그들도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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