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37
작성일 : 19-10-21 09:44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71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7.

 

 어젯밤 잠을 설쳤다. 주로 아침에 마시는 커피를 오전 업무가 바빠 마실 기회를 놓치고, 점심 먹은 후 입가심으로 마셨더니 저녁까지 카페인 효과가 남았는지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게다가 봄에 어울리지 않게 기온이 꽤 많이 올라서 저녁에도 후끈했다. 땀을 흘리다 긴팔 옷을 벗어버리고 속옷만 입은 채 다시 누웠다. 일어났다 눕기를 반복하니 잠이 더 달아난다. 옆에서 잠든 아내는 눈을 감고 있지만 실제로 잠이 든 건지 아님 잠 든 척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이제 아내 눈치를 보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일할 때가 마음이 더 편하다 느낄 만큼 집에 들어오면 신경이 곤두선다. 감히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 피로감이 하루만치 쌓이고 쌓여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한참을 뒤척이다 잠들지 못하고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거실로 나왔다. 이미 읽었던 신문을 다시 손에 들었다. 누가 보면 공부하는가 싶게 1면부터 시작해서 글자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훑었다. 신문에 인쇄된 내용을 속으로 되뇌며 읽어가다 보니 다행히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글자체만 모양을 바꿔가며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진다. 희한하게 그렇게 읽으니 문장의 내용은 전달되지 않고 단어 하나가 가진 의미만 각각 따로 떨어져서 다가왔다. 평소 같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단어가 새삼 또렷하게 뜻을 전한다. 이게 이런 어감을 가졌었나 새삼 의문이 들 정도로 발음이 달리 전해진다. 세 페이지 정도 넘겼을 즈음 슬슬 피로감이 몰려오고 글자 읽기에 지치기 시작했다.

 손에서 신문을 놓고 얼굴을 쓰윽, 문질렀다. 양평 두물머리 간다고 했던가? 바로 비집고 들어오는 잡념. 어쩔 수가 없다. 지난 번 사진 동호회 모임에 빠지고 오늘 그 다음 모임인데 역시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러다 자연스레 탈퇴하겠지. 내가 나가지 않는다 해서 상현이 빼고 그걸 의식할 사람이 있을까. 은정 씨와 하나 씨 정도. 그 외 나와 안면을 텄던 다른 회원들은 아마 안도할 거다. 더 이상 분란이 일어나지 않게 씨앗이 스스로 어딘가로 날아가 주어서.

 해가 떠오를 즈음인지 주변이 조금씩 밝아온다. 제대로 잠을 잤다면 아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순간이지만 지난 밤 겨우 잠깐 눈만 붙였던 내 머리는 멍하니 어딘가 부연 안개가 낀 상태다. 분명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시선만 향하고 망막 너머로 전달되진 않는다. 착시 현상 때문에 뭔가 움직인 것처럼 보이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방 문이 열렸다. 아내가 큰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그녀 역시 잠을 설쳤나 보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깼어?”

 아내가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물잔을 찾는다.

 “잠 설쳤어?”

 “그냥. 일찍 눈이 떠졌어. 꼭 그렇잖아. 평일에는 못 일어나다가 주말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벌떡 잘 일어나게 되는 거.”

 살짝 미소가 걸렸다 사라지고 목이 말랐는지 단번에 잔에 담긴 물을 들이켠다.

 “오늘 애들 데리고 친정 다녀올게. 하룻밤 자고 오려고. 간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시간 보내면 좋을 듯해서.”

 이제 아내는 나 없이 잘 다닌다. 어쩜 내가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내게 보여주려는 건지도.

 “혼자서 밥 챙겨먹을 수 있지? 뭐라도 만들어놓고 갈까?”

 “그럴 필요 없어. 요즘 배달 음식이 얼마나 잘 나오는데. 그런 걱정 말고 좋은 시간 보내다 와.”

 “아직 많이 이른 시간이잖아. 들어가서 눈 좀 붙이지 그래.”

 읽다 만 신문. 눈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럼, 그럴까라고 얼버무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도 머리는 말갛게 또렷했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춰있는 거라 했던가. 휴대폰을 찾아들어 뉴스를 검색했다. 언제나 한결같은 우울한 소식들. 손가락으로 화면을 건드려 옮긴다. 화면 하나가 지나가고 뒤이어 다른 화면이 나타난다. 뻔한 얘기. 이미 읽은 듯한 글. 만약 은정 씨와 내 얘기가 올라온다면 어디쯤 위치할까 궁금해졌다. 삼류 불륜 스토리로 치부되려나. 흔히들 하는 말.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지. 그게 로맨스이고 불륜일 수 있지만 그걸 의도하진 않은 거다. 누군들 불륜이라는 소릴 듣고 싶을까. 그 자리에 도달해놓고 보니 다들 불륜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눈앞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이 뿌옇게 보인다 싶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다. 손이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 뒤 의식이 없다. 자는 동안 아내 말소리가 들린 듯도 한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금 나간다고 했었던가. 휴대폰 벨소리에 눈을 뜨니 어둑했던 바깥이 환하다. 아침나절을 한참 지나고 있겠지.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상현이다.

 “어, 어디야?”

 “지금 바깥인데 아침부터 전화해서 미안해.”

 녀석 목소리가 살짝 급하다. 무슨 일이 있나?

 “미안하긴 새삼스럽게.”

 “나, 두물머리 거의 다 왔거든.”

 오늘 사진 동호회 모임 있는 날. 양평 두물머리로 사진 찍으러 간다 했다.

 “어쩌냐. 시장 강도 사건 조서 꾸민 거 월요일에 재판 들어가서 주말 전에 보내라고 했거든. 깜빡 잊고 아직 안 보낸 거 이제 기억났네. 원래 어제 보내려다 갑자기 팀장한테 불려가서 유에스비에 넣어놓고 집에서 마무리 한다고 했는데 깜빡했어. 내가 지금 그걸 가지러 가면 멀어서 말야. 그동안 하나 씨를 못 봤거든. 오늘 결혼식 관련해서 긴히 논의할 일이 있는데 지금 다시 돌아가면 하나 씨 나한테 엄청 화내지 싶다. 진우야, 나 한 번만 살려주라. 너 기분이 안 좋은 거 잘 아는데 이런 부탁해서 미안해.”

 나보고 양평 두물머리로 와달라는 부탁인데 하나 씨와 은정 씨 거기 와 있지 않으려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녀석이 말을 이어간다.

 “잠깐 와서 그 유에스비만 주고 가. 동호회 다른 회원들은 너 보지 못하게 내가 멀찍이 나와서 만날 테니까. 미안해. 크게 선심 쓰는 셈 치고 이번만 부탁하자. 내가 결혼 관련된 문제만 아니라면 이렇게 부탁하지도 않는다. 미안하다, 진우야.”

 “그냥 내가 마무리 해줄까?”

 “뒷부분 마무리를 못 끝냈어. 첨부 서류랑 사진 자료랑 전부 어디 있는 줄 나만 아니까 차라리 내가 마무리 하는 게 나을 걸.”

 상현이 그렇게까지 부탁하는데 거절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굳이 모임에 나가는 게 아니라 상현이만 보고 올 거니 별 문제는 없을 거다.

 “그래. 도착해서 전화할게. 어차피 월요일 전에 조서만 넘기면 되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나 씨랑 좋은 시간 보내라고. 하나 씨 얼굴 보느라 사진은 제대로 찍겠냐?”

 녀석이 실실 웃는다. 좋긴 좋은가 보다. 나중에 크게 한 턱 쏜단다. 결혼식 준비 하느라 빠듯해서 그럴 여유가 없을 텐데. 욕실로 가서 거울을 봤다. 수염 자국이 꺼실하다. 면도라도 할까 하다 어차피 휴일이고 누구 만날 사람도 없는데 굳이 해야 하나 귀찮아졌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시키는 일에 귀찮다고 불평하면 귀찮으면 밥도 먹지 말라고 핀잔을 주곤 하셨는데 그때 그 말이 이해가 간다. 귀찮다고 불평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귀찮다고 생존에 걸린 일을 포기하고 살 수는 없다. 사람 도리는 하고 살아야지. 그래도 면도는 영, 하기 싫었다. 고양이 세수하듯 대강 물로 얼굴을 훑고 수건으로 닦아냈다. 몸에 걸치기 편한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꺼냈다. 머리가 덥수룩해 보여 평소 잘 쓰지 않는 모자까지 눌러쓰니 이건 뭐 영락없는 길거리 노숙자 모양새다. 그런가. 내가 깔끔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아무리 깔끔하게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도 며칠만 손 놓고 있으면 금방 지저분해진다. 사람 망가지는 건 한순간이다. 매순간 노력하며 살아야지 그렇지 않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졌다 올라오려면 그게 또 얼마나 힘든가.

 주말이라 일터는 한산하다. 보안근무를 서는 의경만 보이고 당직자는 자리에 없다. 어디서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있겠지. 상현이 자리로 가서 유에스비를 찾는데 어째 책상 위에서 찾을 수 없다. 서랍을 하나씩 열어보고 책상 위에 놓인 서류철까지 뒤적이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유에스비가 컴퓨터에 그대로 꽂혀있다. 얼마나 정신없이 나왔으면 그걸 뽑지도 않았는지. 우리 일이 그렇다.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싶다가도 뭔가 일이 터지면 그때부터 하던 일 올스톱이고 무조건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하던 일에 구멍이 나고 종종 허술하게 마무리 지을 때가 많다. 어쩌겠나. 그걸 감수하고 좋다며 이 일에 뛰어들었으니. 경찰학교 다닐 때 그런 면을 자세하게 얘기해주는 교관은 없었다. 다 몸으로 겪으며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거니까.

 두물머리로 가는 길 위에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주말이라 한산하지 않을까 기대했지 주말이라 더 막힐 수도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휴일에다 날씨도 괜찮고 밖으로 나가려는 마음이 드는 건 다들 똑같겠지. 모임 장소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다. 해가 저만치 올라간 시각이라 해도 아직 점심시간 훨씬 전인데 차가 상당히 많다. 사람들 노는 데도 참 부지런하다. 상현에게 연락하니 얼른 오겠다며 어디냐고 묻는다. 공영주차장이라고 하니 떨떠름하게 반응한다. 좀 멀리 주차했다고. 그럼 그냥 돌아가겠다고 반쯤 협박조로 답하니 얼른 저자세로 바꾸어 냉큼 달려오겠단다. 와준 게 얼만데 네가 불평할 건더기는 조금도 없다.

 두물머리가 이런 곳이었나? 경기도엔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여럿 있는데 이곳도 추천을 많이 받는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올 기회가 없어 미처 와보진 못했다. 이렇게 직접 와서 마주하니 처음 보는 풍경임에도 왜 추천을 많이 받는지 당장 알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팔당호의 위세는 가까이 가보지 않아도 그 아름다움을 체감했다. 산으로 둘러싼 전망을 배경으로 호수 가장자리 자리한 한 그루 나무가 어쩜 그리 위치를 잘 잡았는지 절로 감탄이 나온다. 빈 여백 한 구석에 자리한 나무둥치와 거기서 뻗어나온 가지. 그 외엔 아무것도 없는데 오히려 그게 공간을 꽉 채우는 아이러니한 모습에 감탄하는 사이 숨이 차올라 길게 들이쉬었다 내뱉기를 반복했다.

 저 멀리서 반쯤 뛰듯이 급하게 걸어오는 상현이 보인다. 얼굴이 살짝 상기된 듯하다. 숨이 찬 건지 아님 마음이 급한 건지. 하나 씨 보고 흥분한 걸 수도.

 “서두르기는. 그러다 넘어진다.”

 “말도 마라. 주위에 둘러대느라 혼났다. 미란 누님은 이상하다는 듯이 자꾸 흘겨보지. 하나 씨랑 은정 씨는 같이 가자 그러고.”

 “뭐라고 둘러댔는데?”

 “딱히 할 말이 있어야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유에스비를 갖고 있었는데 어딘가 흘린 것 같다고 했지. 그랬더니 함께 찾아주겠다고 그러네.”

 “인간아. 유에스비 얘기는 왜 꺼내가지고.”

 “너한테 받고나서 찾았다고 바로 보여주면 아귀가 딱 들어맞을 거라 생각했지.”

 어찌 보면 그럴 듯하기도 한데 하나 씨와 은정 씨가 도와주겠다고 할 건 예상 못했겠지.

 “자, 여기.”

 “고마워. 내가 거나하게 쏠게. 뭘 먹을지나 생각해둬.”

 “그건 됐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수습이나 잘 하라고.”

 쑥스럽게 웃는 녀석에게 마무리로 툭, 던졌다.

 “좋은 시간 보내고.”

 “그래. 어? 이게 무슨 소리야?”

 저만치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전해진다. 소란스러운 걸 알 수 있지만 자세한 말소리는 듣기 어려운 정도 거리에 한 무리의 집단이 몰려있다. 상현이 그 근처로 다가가는 걸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혹시나 은정 씨나 하나 씨와 마주칠까 염려해서 다가가기 주저했다. 꼭 무슨 결계가 처져 발을 들이밀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심정이었다. 어쩌다 그런 저주받은 요괴가 돼버렸을까, 나는.

 “하나 씨!”

 하나 씨, 라며 큰 소리로 부르고 황급히 뛰어가기 시작하는 상현의 모습에 번뜩, 정신이 확 깬다. 무슨 일이지? 그 뒤를 따라가야 하나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은정 씨를 본다면 할 말이 없다. 공연히 그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정말 그건 아니다. 잘못하다 은정 씨마저 모임에 나오기 힘들어지게 하는 건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 거다. 그렇지만 상현이 저렇게 놀래서 뛰어갈 정도면 무슨 일이 있긴 제대로 있는 건데. 어쩌지? 멀리서 보니 그 무리 주위로 점점 더 사람이 몰려든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 애쓰는 상현이 눈에 들어오자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대로 상현을 향해 달렸다. 다른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녀석을 따라잡을 생각만 했다. 상현이 밀집한 무리를 뚫고 거의 지나쳐갈 즈음 그 뒤로 바짝 따라붙을 수 있었고 녀석과 거의 동시에 앞으로 나오자 예상치 못한 광경과 마주했다. 여자들이 서로 엉겨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싸움 구경이었나?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든 거였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며 남의 불행을 즐기는 그 못된 심보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구경거리가 벌어지는 한가운데로 다들 눈을 바짝 고정시켜 떼지 못하고 있다.

 맙소사. 하나 씨와 미란 누님이 그중에 섞여 있었다. 상대방 옷자락과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화가 난 채로 흔들어댄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다가가다 그녀를 발견했다. 은정 씨는 가장 한 가운데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아 흐트러진 머리를 감싸고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가 울고 있었다. 은정 씨. 은정 씨가 왜? 나, 은정 씨 더 이상 험한 꼴 당하면 안 된다고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은정 씨만 좋은 시간 보내면 된다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는데 은정 씨 왜 이러 모습으로 있어요? 은정 씨. 이게 뭐에요? 왜? 왜?

 눈앞에 그녀만 보인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내 시선에서 사라진다. 은정 씨와 나 사이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도 그저 한낱 흔들거리는 나무 같다. 지금 내겐 그녀와 나 말고 아무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이건 정말 잘못된 거다. 그저 그녀가 행복하길 빌었는데 저렇게 주저앉아 울고 있는 건 정말 아니다. 은정 씨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오려 했었고 그녀가 느낀 감정에 충실하려 했을 뿐이다. 나쁜 마음을 먹은 건 그녀가 아니다. 저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다. 그녀 바로 앞에 서자 서서히 고개를 든다. 나를 발견하고 크게 뜨는 눈. 그 눈이 젖어있다. 바보. 그렇게 울게 될 건데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따라다닌 건지. 멍청이. 가슴에 따뜻함을 줬던 여자 하나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얼간이 같은 나. 은정 씨, 미안해요. 이게 아닌데. 내가 꿈꿨던 건 이게 아닌데. 은정 씨, 어쩌면 좋죠? 나, 은정 씨한테 너무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은정 씨, 그렇게 주저앉아 울고 있지 말아요. 그런 모습 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가슴이 아파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2 흔들림 42 2019 / 10 / 29 307 0 5137   
41 흔들림 41 2019 / 10 / 29 312 0 3825   
40 흔들림 40 2019 / 10 / 29 316 0 12629   
39 흔들림 39 2019 / 10 / 29 317 0 6947   
38 흔들림 38 2019 / 10 / 21 356 0 10268   
37 흔들림 37 2019 / 10 / 21 308 0 7113   
36 흔들림 36 2019 / 10 / 21 338 0 6904   
35 흔들림 35 2019 / 10 / 21 302 0 7373   
34 흔들림 34 2019 / 10 / 21 308 0 7368   
33 흔들림 33 2019 / 10 / 15 331 0 6474   
32 흔들림 32 2019 / 10 / 15 334 0 6283   
31 흔들림 31 2019 / 10 / 15 334 0 7423   
30 흔들림 30 2019 / 10 / 15 323 0 7429   
29 흔들림 29 2019 / 10 / 15 349 0 5705   
28 흔들림 28 2019 / 10 / 7 352 0 2372   
27 흔들림 27 2019 / 10 / 7 343 0 3753   
26 흔들림 26 2019 / 10 / 7 342 0 4844   
25 흔들림 25 2019 / 10 / 7 345 0 8302   
24 흔들림 24 2019 / 10 / 7 338 0 8296   
23 흔들림 23 2019 / 10 / 1 337 0 7244   
22 흔들림 22 2019 / 10 / 1 349 0 4145   
21 흔들림 21 2019 / 10 / 1 331 0 8073   
20 흔들림 20 2019 / 10 / 1 316 0 4568   
19 흔들림 19 2019 / 10 / 1 353 0 3922   
18 흔들림 18 2019 / 9 / 23 400 0 12955   
17 흔들림 17 2019 / 9 / 23 361 0 5936   
16 흔들림 16 2019 / 9 / 23 369 0 12374   
15 흔들림 15 2019 / 9 / 23 384 0 9055   
14 흔들림 14 2019 / 9 / 23 340 0 17309   
13 흔들림 13 2019 / 9 / 17 334 0 856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크리스마스 징크
강이안
문 여는 자 1 - 네
강이안
문 여는 자 2 - 사
강이안
경계
강이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