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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36
작성일 : 19-10-21 09:43     조회 : 339     추천 : 0     분량 : 6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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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사냥을 할 때 기본은 제물이 알지 못하게 살금살금 다가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때 덮치는 거다. 무방비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 어렵고 놀라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어 평소라면 하지 않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쉽게 포획자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 진우 씨 아내를 만나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사진 동호회 모임에서. 하기야 그녀가 날 찾으려면 여기서 수소문해야지 다른 방도가 없었겠지. 진우 씨와 내가 만나게 된 계기가 이 모임이니까. 진우 씨 아내가 날 사냥하러 왔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겠지만 지금 내 심정은 숫제 오도 가도 못하게 구석으로 몰린 생쥐다.

 그의 아내는 참, 엄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양새를 갖췄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 특유의 살이 오른 외양에 적당히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알맞게 화장을 했다. 중년 여성이 지나치게 젊게 보이려고 꾸미면 오히려 못나 보일 가능성이 큰데 그녀는 딱 필요한 만큼 겉에 바르고 그 위로 장식을 걸쳤다. 엄마라는 말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한 가정의 주축으로 남편을 챙기고 자식을 돌보는 존재. 특히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해 여자라는 일면마저 포기해버릴 수 있는 결단력 앞에서는 그 무엇도 위협이 되질 않는다.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내 앞에 선 그녀에게 나는 비중 없이 풀풀 날아갈 한낱 허수아비에 불과할 뿐이다.

 쓱.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굳이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는 이후에 들었다. 조금 더 당차게 나갔어야 했나. 그녀 옆에 선 흰머리 할머니는 매섭다는 말이 어울리게 나를 쏘아본다. 바로 눈앞에 먹잇감을 둔 매처럼 금방이라도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 이 할머니 때문에 사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나 보다.

 “제 남편을 아시죠?”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망설였다. 입에서 나올 단어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조금이라도 의미가 잘못 전달될까 주저하게 된다. 이건 이래서 뱉으면 안 되겠고 저건 저러니까 입 밖으로 꺼내기 꺼려졌다. 애가 탈수록 말을 꺼내기 더욱 힘들다. 진우 씨의 아내는 답을 기다리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할 말을 이었다. 옆에 선 할머니의 표정이 ‘그럼 그렇지, 네 까짓 게 지금 와서 무슨 변명할 여지가 있겠나,’ 라는 선고를 내리는 듯했다.

 “그 사람은 은정 씨를 알더군요.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와 문자메시지를 봤어요.”

 눈을 감았다. 휴대폰. 그렇게 알게 된 건가? 현대 기술문명의 집결체라는 도구. 삶의 질을 바꿔놓았다는 그것이 지금 내 삶도 바꿔놓으려 한다. 우리 생활에 쓰이는 도구는 타오르는 불과 같다. 제대로 잘 쓰면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잘못 활용하면 순식간에 인생을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린다.

 “언제부터, ∙∙∙∙∙∙.”

 목이 메이는지 잠시 말이 끊긴다.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그녀가 감정에 북받치는 걸 감히 누가 뭐라 탓할 수 있을 런지.

 “그이, 알았어요?”

 갑자기, 취조 받는 기분이 든다. 답을 해야겠지. 지금 내게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따위는 없는 거다.

 “진우 씨가 여기 모임에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인사를 나눴어요.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안면을 텄고요. 진우 씨, 참 좋은 분이세요.”

 “그래, 얼마나 좋았으면∙∙∙∙∙∙.”

 진우 씨 아내가 할머니 팔을 잡아 말을 끊는다. 아마 두 사람 사이에 미리 언질이 오고 갔으리라. 말은 내가 하겠다고 진우 씨 아내가 당부를 했겠지.

 “누가 먼저 시작했어요? 그이가 접근하던가요?”

 솔직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둘 중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심지어 전화번호를 누가 먼저 줬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게 가물하다. 그게 그렇지 않나? 내가 먼저 주네, 아님 네가 먼저라고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쩌다 이뤄지니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갑자기 시선이 넓어졌다. 딱, 진우 씨 아내와 옆에 있는 할머니만 집중해서 마주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모임 회원들이 하나, 둘 옆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 한가운데 접점에 세 아줌마가 떡하니 자리했다. 주위 사람들을 향해 바쁘게 입을 움직이는 미자 아줌마를 보니 숨이 탁, 막힌다. 그렇게 떠벌리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만하라며 입술 위로 손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미란 언니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가 그 옆에서 다급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떡하나, 두 사람. 나 때문에 모임 안에서 불편해질 거다. 이리로 다가온다. 오지 말아요. 그냥, 나 혼자 당하는 게 마음이 편하겠다. 나 때문에 같은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은정아.”

 미란 언니를 보고 할머니가 경계하는 눈빛을 띤다. 이것들은 뭐야? 가족이나 친구인가? 그렇게 싸잡아 한 무리로 넣겠지.

 “언니, 저 괜찮아요. 진우 씨네 가족인데 잠시 저랑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

 “아, 진우 씨 가족이시니? 안녕하세요.”

 미란 언니가 고개를 숙이자 진우 씨 아내가 답인사를 건넨다.

 “네. 안녕하세요.”

 미란 언니가 하나의 팔을 잡아당긴다.

 “저희 진우 씨랑 친해요. 같이 어울려서 사진 찍고 점심도 함께 먹고 그래요.”

 “아, 네.”

 미란 언니와 하나의 등장에 그녀의 표정이 겸연쩍다. 민감한 주제를 생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꺼내긴 난감할 거다. 아무래도 당사자들만 있는 게 낫겠지.

 “언니, 하나야. 이분들과 나눌 얘기가 있어서요. 금방 갈게요. 잠시만 자리 비켜주실래요?”

 “그, 그럴까?”

 하나가 미란 언니 안색을 살핀다. 미란 언니는 아무래도 날 혼자 두기 염려되는지 주저한다. 괜찮아요, 언니. 언니가 그러면 내가 더 힘들어져요.

 “아니, 어차피 남들 다 알아야 될 일 아닌가? 같이 어울려 다니는 이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말야. 그래야 사람 가리며 사귀지. 모르고 있다 괜히 엮이면 더 억울할 테고.”

 흰머리 할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나서자 진우 씨 아내가 당황한다.

 “엄마.”

 진우 씨 장모셨구나. 화가 단단히 나셨겠지. 그녀에게 진우 씨 아내는 소중한 딸일 테니까. 역시나 자식을 지키려는 엄마의 힘은 강력하다.

 “이봐요. 여기 멀쩡하게 생긴 이 아가씨가 어떤 짓거리 하고 다니는지 알아요? 요즘 젊은 것들 발랑 까졌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사람이 본분을 저버리면 동물 취급 받는 거야. 알아, 이 아가씨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가 꺼내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쓱, 쓱, 베고 지나간다. 대꾸할 말이 없다. 말은커녕 머릿속이 텅 비어서 좀비처럼 혼이 없이 흐느적거리기만 한다.

 “저, 죄송하지만 짓거리라는 말은 그렇네요. 우리 은정이도 사람이라 완벽할 수 없는 거고 살면서 실수도 하지요. 따끔하게 제대로 가르쳐주시면 반성하고 앞으로 똑같은 잘못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할 거예요.”

 미란 언니가 하는 말을 듣고 할머니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하이고, 그래도 아는 사이라고 편을 드는가 보네. 그게 용서받을 게 있고 아닌 게 있는 거야. 한 집안을 풍지박살 내놓고 네가 발 뻗고 마음 편히 잠 잘 수 있을 거 같아!”

 할머니가 갑자기 팔을 뻗는 걸 누구 하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할머니 손에 내 머리칼이 잡혔다 싶었는데 그 노령에도 어디에 힘을 모아두고 계셨는지 웬만한 젊은 사람 못지않게 힘을 써 홱, 낚아채셨다. 머리가 먼저 숙여지고 상체가 휘청거렸다. 두피가 예민한 부분이라는 걸 톡톡히 체험했다. 쑥, 덩어리가 뽑혀지는 통증이 오고 눈앞에 번뜩, 별이 번쩍였다.

 “엄마!”

 “은정아!”

 “어머, 얘!”

 할머니 손에 잡힌 채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반쯤 무릎을 꺾었다. 그제야 다들 모여들어 할머니를 말린다. 내 머리카락을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 휘저었지만 자신의 딸이 나서서 악을 써대자 그렇게 힘을 푸신다. 진우 씨 아내는 울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하는지 아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 넋두리를 풀어낸다.

 “엄마! 이럴까봐 내가 엄마는 오지 말자고 했잖아! 이게 뭐야! 사람들 앞에서 남세스럽게! 그래, 이렇게 다들 보라고 아주 대놓고 소란을 피워대니까 좋아? 좋냐고! 서방 복 없는 년이다 동네방네 떠들어대니까 그게 좋냐고!”

 그녀가 한 방울씩 뚝, 뚝, 흘리는 눈물방울이 그렇게 아파 보일 수 없었다. 그래, 진우 씨 아내는 내 앞에서 이렇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었나 보다. 어디 가서 제대로 풀어낼 방도가 없으니까 여기 와서 이리 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마 속이 곪아서 썩어 문드러졌으리라. 그래, 이제 그녀에게 분풀이 할 기회를 줬으니 조금 덜 미안해지지 않으려나.

 하나가 부축해줘서 겨우 추슬러 일어서니 주변을 사진 동호회 회원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다. 세상에 싸움 구경보다 더 재미난 게 없다고 사진 찍으러 온 목적은 다들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여자들 머리채 잡고 흔들어대니 이건 아주 블록버스터다. 진우 씨 아내가 더욱 큰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어머니를 잡아끌자 할머니도 표독스런 표정을 풀고 안쓰러운 마음을 얼굴 위로 드러낸다. 불쌍한 것, 불쌍한 것. 연달아 그 말만 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다. 가자, 가. 할머니가 재촉하자 진우 씨 아내가 그녀를 향해 매달리듯 몸을 기울이며 발을 뗀다. 할머니는 그렇게 딸을 데려가면서 나를 힐끔, 볼 때는 그 무서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제대로 걸리기만 해보라는 경고 같다. 두 번 다시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일대일 대면으론.

 “아니, 무슨 좋은 구경 났어요! 어서 찍던 사진이나 마저 찍죠!”

 미란 언니가 주위에 대고 소리치자 회원들이 하나, 둘씩 겸연쩍은 얼굴로 뒤로 물러난다. 그에 맞춰 회장님이 어허, 헛기침을 크게 하시더니 회원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몰아댄다. 그래도 꿋꿋이 자리에 남아 자기들끼리 연신 떠들어대는 세 아줌마는 자꾸 눈에 들어온다.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하는데도 그게 참 뜻대로 되질 않는다. 눈엣 가시라는 말이 이럴 때 딱 어울린다.

 “은정아, 괜찮아?”

 하나가 내 안색을 살핀다.

 “어휴, 이걸 어째.”

 하나가 바라보는 바닥에는 머리카락 한 움큼이 뭉텅하게 놓여있다.

 “할머니, 나이에 비해 힘은 무지 세네. 그래도 표시 많이 안 나.”

 미란 언니가 내 머리를 이러지리 넘기며 훑어본다.

 “지금 얘가 머리가 신경 쓰이겠어요. 아휴, 속상해. 이게 정말 무슨 난리니.”

 하나 눈가가 젖었다.

 “언니. 은정아.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우리한테 뭐가 미안해. 너 속상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판인데.”

 “언니. 은정이한테 괜히 모임에 나오라고 했나 봐요. 이런 꼴 당할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 걸.”

 하나가 하는 말에 미란 언니는 단단히 결의를 다지듯이 입술에 힘을 주며 말을 꺼낸다.

 “아니다. 그럴수록 제대로 마음을 먹여야 해. 이런저런 핑계로 숨기 시작하면 결국은 틀어박혀서 한 발짝도 못 나오게 되는 거야.”

 미란 언니가 내 시선을 맞추려고 고개를 내민다.

 “은정아, 은정아. 언니 봐봐. 너, 하나랑 나랑 네 편인 거 알지? 어떤 상황에서도 네 쪽에 있을 거야. 그거 알지?”

 언니가 심각한 얼굴을 하며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감히 다른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니 말 잘 들어. 다음 번 모임 벌써 예정돼 있어. 이번엔 양평 두물머리 간다네. 거기 풍경이 근사해서 사진 찍기 참 좋아. 언니랑 하나 생각해서 은정이 너 나올 거지?”

 지금 이런 일을 겪었는데 나보고 다음 모임에 나오라는 언니의 말에 선뜻 그러겠다고 하는 게 정상이 아닌 거다. 언니가 하는 말에 내포된 의미는 알겠다.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하면 결국 되돌아오기 힘들다는 뜻이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재 내 가슴 안에 버틸 만한 힘이 남아있질 않았다. 이제 지쳤다. 힘들어서 숨고만 싶은 사람에게 숨지 말고 나오라니 그게 가슴에 닿질 않는다. 너무 고마운 미란 언니가 건네는 물음이지만 그 말에 무조건 그러겠다고 하질 못하겠다. 모임에 나왔을 때 나를 항해 날아오는 회원들의 시선을,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만큼 나는 강하지 않다. 아무리 속으로 다짐하고 벽을 세워도 몇 번이고 찔리고 찔려서 결국 가슴이 헤질 거다. 반복해서 무시하자고 되뇌어도 어느 순간 몸이 긴장하고 숨을 멈췄다 뱉어내기를 반복하다 완전 녹초가 돼버리겠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고 결론이 명확하게 보이는데 어찌 그러겠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사진 동호회 모임을 그만두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모임을 찾을 수도 있겠지. 사진 동호회가 이 모임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다 미란 언니와 하나가 옮겨올 수도 있을 거고. 종진 오빠와 민우가 걸린다. 아니지. 그 사람들도 옮겨오면 되는 거고. 굳이 이 모임에 남아야 할까? 그럴 가치가 있나? 미란 언니 말처럼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하면 틀어박히게 될까봐서? 그게 그렇더라도 지금 같아선 그저 틀어박히고만 싶다. 어디 나가지 않고 문 꼭 걸어잠그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나? 그러다 슬슬 답답해지고 이제 나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이불을 들추겠지. 그럴 때까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잖아.

 언니에게 답을 못하고 있는데 하나가 천천히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에 따라 목을 기울이며 하나의 어깨 위로 기댔다. 괜찮았는데, 조금 전까지 경황이 없었는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풀렸을까, 속에서 감정이 북받쳐 천천히 올라왔다.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눈이 젖어가면서 입에서 울음이 새어나왔다. 볼을 타고 축축하게 흘렀다. 하나가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으며 보듬어준다. 미란 언니는 입술을 깨문 채로 보고만 있다. 입에서 울음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그에 따른 반동으로 눈물이 더 넘쳐흐른다. 울음이라는 게 신기해서 둑이 터지고 나면 첫울음이 그 다음 울음을 끌어댄다. 지금은 그저 울자, 체념이 들었다. 실컷 울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겠지. 그럼 생각이 정리될지도 모른다. 뱉어내자. 볼에서 목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가슴이 위로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요즘 자주 운다. 이렇게 자주 운 적이 있었나 궁금할 정도로. 다 때가 있다고 하지 않나. 지금이 내겐 울 때인가 보다. 실컷 울고 나면 그렇게 한 시절을 보낸 후엔 웃게 되겠지. 웃을 때가 올 거다. 이렇게 자주 웃은 적이 있나 궁금할 정도가 되면 좋겠다. 그때를 기다리며 울 거다. 후회 없이 울고 나서 가슴이 후련해지길 기대하며.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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