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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35
작성일 : 19-10-21 09:42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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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네 모서리가 각이 지게 깎인 검은 색 휴대폰. 나름 오랫동안 써온 물건이지만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원인이라며 집어던져버리고 싶다. 물론 원망할 대상은 나 자신이지만 그렇게라도 책임을 전가해버리면 편해질지. 그렇게 부셔버리고 나면 마음이라도 후련해지지 않을까. 휴대폰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걸 옳게 사용하지 못한 주인이 모든 잘못의 원흉이지. 사진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나니 갑자기 시간이 남아돈다. 아내가 예전에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해서 둘 모두 데리고 나갔다. 함께 갈까 물어봤지만 아내는 냉랭한 눈초리로 우리끼리 미리 약속을 한 거라 나보고는 집에서 하루 편히 쉬란다. 침대에 누워 하릴없이 인터넷 검색을 한다.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용이라도 아무 제목이나 눈에 들어올 때마다 눌러서 열어보고 훑었다 지나치기를 반복했다. 내가 신경 써주지 않아도 세상은 알아서 잘 돌아간다. 이렇게 인터넷 기사를 읽다보면 세상 한 구석에선 내가 모르는 사이 내가 모르는 많은 기관과 시설이 세워지고, 내가 모르는 손길에 의해 내가 모르는 여러 사람이 상처를 입거나 도움을 받는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사실에 가슴 한 구석이 뜨끔, 할 때가 있다. 소리 소문 없이 남진우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도 세상은 똑같이 돌아갈 거고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친하게 지냈던 주변 몇몇 사람만이 잠시 슬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존재를 잊고 그동안 해왔던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겠지. 도대체 내가 세상에 온 의미는 뭘까?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거절, 응답이라는 두 가지 선택사항이 화면에 뜬다. 상현이다. 지금은 녀석에게 가장 미안하다. 나쁜 친구를 둬서 괜히 엄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 착하고 불쌍한 녀석. 전생에 나한테 얼마나 많은 빚을 졌기에 이번 생에 이렇게 호되게 당하나. 동호회 모임 장소에서 연락하는 건가?

 “어, 상현아.”

 “뭐하냐?”

 “딱히 할 거 없어서 그냥 있어. 너는 어디냐? 모임 장소야?”

 “아니. 집.”

 “집? 왜 아직 안 나갔어? 늦지 않았냐?”

 답이 늦다. 평소 어디 약속이 있으면 이렇게 꾸물거리는 녀석이 아닌데.

 “나도 모임 안 갔어.”

 “왜?”

 “너도 안 나올 거고 혼자 가서 굳이 뭐하나 싶기도 하고.”

 “야, 넌 하나 씨 있잖아.”

 “하나 씨랑 미리 얘기 나눴어. 이번엔 안 나가겠다고. 하나 씨도 그러라고 하더라고.”

 사람 더 미안하게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너도 안 나올 거고. 그 말이 제대로 가슴에 박힌다. 그래, 아예 날 능지처참해라.

 “그래? 얼굴이나 볼까?”

 “그러자. 밥 사줄게 나와라.”

 “밥은 내가 사야지.”

 “네가 왜?”

 “어어, 그게, 내가 너보다 더 착하잖아.”

 “네가 나보다 더 바보라고?”

 “죽는다.”

 고등어구이 먹자고 합의를 봤다. 종로에 잘 아는 구이집이 있어 식당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면도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는 향이 좋다. 나 혼자 산다면 이런 냄새가 나지 않을 테지. 갑자기 그런 상상이 든다.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나가버리고 혼자 지내게 되는 모습. 소위 말하는 돌아온 싱글. 싱크대 한 가득 쌓인 설거지 거리에다 세탁기 주변에는 빨래감이 넘쳐나겠지. 어쩌면 세탁기 돌리는 걸 잊어서 양말과 속옷을 매번 사올지도 모르겠다. 아내 없이 제대로 된 한 명의 성인 역할을 할 자신이 없다. 나이만 먹었을 뿐 애어른인 나. 직장일이야 항상 하는 거라 그저 주어진 바 해나가지만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을 테고. 사람이 주어진 걸 감사할 줄 모르고 살면 잃는다던데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며 너무 무심히 살아온 거다. 아내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다 아내가 아닌 은정 씨가 옆에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다. 그건 정말 몹쓸 짓이다. 은정 씨는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괜히 나 같은 사람과 엮여 남은 인생을 비참하게 보낼 이유가 없다. 은정 씨처럼 좋은 사람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내 곁에 있으면 내 수준에 따라 인생의 질이 낮아지다 결국 불행해지는 거다. 나 혼자로 족하다. 그녀 인생까지 망치면 안 된다.

 오랜만에 나온 종로를 걸으니 차로 지나칠 때와는 달리 낯설다. 예전에도 이랬나 궁금하게 건물의 구조와 배치가 달라 보인다. 종로가 갑자기 달라졌을 리가 없으니 내 기억이 흐려진 거겠지. 사람 많은 도로변을 지나 한산한 골목 안으로 들어오니 한결 숨쉬기가 편하다. 희한하다. 처음 와본 곳이 아닌데 어째 이리 다르게 다가오는지. 골목길이 더 길어진 듯하고 이전엔 본 적 없는 건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사람이 주의해서 볼 때랑 아닐 때가 참 다르다. 누군가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본다고 하던데 그 말을 들었을 땐 그게 무슨 돈 낭비야, 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반복해서 보는지 모르겠다. 필름으로 남은 영화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지만 그걸 보는 사람이 변해버려 똑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 사람이 변하는 거다. 유지태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이영애에게 물었지만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변하는 거다.

 “일찍 왔네.”

 “네가 누구랑 약속했냐? 김상현이지. 내가 늦는 거 봤어?”

 “아니. 여태껏 그런 적 없었지.”

 상현이 싱긋, 웃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기름기가 섞인 고등어 굽는 냄새. 그 냄새를 맡자 온갖 옛날 생각이 다 떠오른다. 대학교 다닐 때 돈이 부족해 음식 하나 시켜 나눠먹던 적, 막차를 놓치고 여관비가 아까워 밤새 여는 술집에 들어갔다 여관비보다 돈을 더 써버렸던 때, 여자친구와 헤어진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무작정 춘천으로 가던 기억. 그땐 무모했지만 인생이 삭막하다 느끼진 않았다. 지금은 생각이 많아져서 더 그런 기분이 드는지도. 상현이 녀석은 직장에 들어와 만났기 때문에 서로 얼추 나이를 먹은 상태에서 어울렸다. 그러니 둘이서 어리고 철없게 행동한 기억은 없다.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젊은 혈기에 함께 엄청난 기행을 일삼으며 돌아다녔을지 모른다. 그만큼 둘이 죽이 잘 맞고 묘하게 서로를 고무시켰다.

 “고등어구이 먹을 거야?”

 “응. 너는?”

 “같은 거 시키면 다양하게 맛을 못 보잖아. 난 딴 거 시킬게.”

 “고등어구이 먹고 싶으면 그냥 두 개 시켜. 왜 굳이 그러냐?”

 “두 가지 시켜서 나눠먹는 게 낫지. 내가 너보다 더 어른스러우니까 희생할게.”

 “그러라고 한 적 없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

 “너보고 책임지라고 안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셔.”

 고등어구이와 김치찌개를 시킨다. 이 집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먹고 나면 든든하다. 막상 상현이가 김치찌개를 시키니 그걸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속 깊은 상현이. 항상 네가 맞다.

 “제수 씨 어떻게 지내고 있어?”

 “집사람?”

 “어.”

 미리 나온 잔 반찬 중 고사리나물을 집어 입에 넣었다. 향긋한 봄나물 냄새가 입 안에 골고루 퍼진다.

 “오늘 애들 데리고 놀러갔어. 예전에 애들과 약속한 거래.”

 “너는 같이 안 가고?”

 “집에서 하루 쉬라던데.”

 “너는 괜찮고?”

 이번엔 붉게 양념한 단무지를 집었다.

 “내가 괜찮지 않으면 어쩌겠어. 그저 굽실거리며 산다. 집에서 내쫓지 않은 게 그저 감사하지.”

 “그래. 당분간 고개 숙이고 지내라. 제수 씨 같은 분 없다.”

 “내가 잘 알지. 너는 별 일 없고?”

 “맨날 똑같지.”

 뭔가 할 말이 있는 낌새다. 친구로서 충고를 하려 든다면 그저 군말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워낙 큰 죄를 지어서 요즘엔 조신하게 말 듣는 데 익숙해졌다. 고등어구이가 먼저 나온다. 냄새가 저절로 침을 고이게 한다. 이럴 땐 정말 사람이 개보다 나은 거 하나 없다. 똑같은 동물일 뿐. 이어서 나오는 김치찌개. 돼지고기 육수가 김치와 어울려 혀가 알싸하게 맛나다.

 “이거 완벽한 조합인데. 네 탁월한 안목은 알아줘야겠다.”

 “아직 몰랐냐? 형님 선택은 실패한 적이 없어. 항상 믿고 따라오라고 누누이 말하잖아. 말 좀 들어라.”

 “아, 맛나다. 오늘 하루는 이걸로 아주 행복하겠어. 사람 사는 일이 별 게 없다. 맛있는 음식 먹고 편안하게 누울 수 있으면 그걸로 최고야.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참 단순해.”

 “흐흐. 많이 먹어라.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네.”

 “무슨 네가 내 아버지라도 되냐? 그만 어른 행세하고 어서 드시지.”

 “고등어구이가 어떻게 이리 비리지 않고 맛있지?”

 먹는 데 열중하느라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둘이서 땀을 흘려가며 입을 움직였다. 상현은 찌개국물을 밥그릇에 비벼 아주 깨끗이 싹 비운다.

 “진우야, 네가 괜찮으면 말야.”

 “어?”

 뜸 들이기. 밥에 뜸을 들이면 맛이 더 나듯이 말에 뜸을 들이면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확실히 녀석은 많은 걸 아는 놈이다.

 “결혼식 날짜 잡으려고.”

 숟가락을 놓았다.

 “솔직히 말해.”

 “엉?”

 “이미 잡았지?”

 “어어?”

 “거의 결혼얘기 막판까지 갔잖아. 내 눈치 보며 말 못 꺼낸 거지?”

 “아니, 그게, 확정은 안 했었어.”

 마지막 남은 고등어 한 조각은 내가 먹어치웠다.

 “하나 씨가 그동안 잘 참고 있었네. 주변에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을 텐데.”

 “야, 말도 마라. 하나 씨가 은정 씨 눈치 보느라 꾹 누르고 있었어.”

 나한테 부탁을 하려나? 이런 입장인데 내가 제대로 해줄 수 있을까?

 “신랑 들러리 복장을 정했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몇 가지 골라봤는데 회색이 제일 무난해 보여. 들러리가 너무 튀면 신랑이 안 사니까.”

 “나한텐 묻지도 않고 바로 포함시키는 거야?”

 눈이 살짝 커진다.

 “당연히 해주는 거 아니야? 네가 들러리 안 하면 누가 해? 반지 챙기는 것도 네 일이 될 거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지도 몰라.”

 “별로 신경 안 써. 하나 씨도 다른 하객보다 은정 씨가 더 중요하댔어.”

 “나랑 은정 씨가 함께 참석하는 거네.”

 “제수 씨도 오겠지?”

 아차. 그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자주 집에 들르곤 하는 상현은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그런 아내를 초대장에서 빼긴 곤란하겠지.

 “제수 씨가 은정 씨를 알려나?”

 “그럴 리 없잖아. 내가 집사람 사진 동호회 모임에 데려간 적 없으니까. 서로 모른 채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애쓴다. 상현이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리 들리는 듯하다. 그 두 사람을 양쪽에 두고 아무렇지 행동할 수 있을까? 그렇게 철면피처럼 가릴 수 있을지 벌써 염려가 된다. 미리 연습이라도 해야 하려나? 연습하면 되려나? 그렇구나. 그래서 상현이 더욱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건지도. 내가 힘들까봐서.

 “그럴까?”

 “괜찮겠지.”

 “너 괜히 아픈 척 하고 안 나오면 나 무척 서운해 할 거다.”

 “그럴 리 없잖아.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눈앞에서 상황이 그려진다. 아내와 애들이 하객석에 앉아있다. 은정 씨는 맞은편 신부 들러리로 서 있겠지. 둘이서 눈이 마주칠지도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면 어쩌나. 미리 연습을 해야겠다. 이건 뭐 거의 연기수업이다.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고 몸은 어디로 향하도록 해야 하는 등. 어렵다. 언제까지 이렇게 조심해야 하지?

 “동호회 모임은 어쩔 거야?”

 “당분간 나가지 않으려고. 은정 씨 나 때문에 많이 불편할 거야.”

 “아예 그만두는 건 아니지?”

 이번엔 녀석이 물을 들이켠다.

 “어떻게 할까?”

 “나한테 물으면 내가 뭐라고 답하겠냐? 결국은 네 선택이잖아.”

 “너는 괜찮겠어?”

 “내가 왜?”

 “나랑 붙어다녔잖아. 너도 공연히 구설수에 오를지 몰라.”

 “그러라지. 거기 사람들 많이 알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으면 되지 딴 건 중요하지 않아.”

 “고맙네.”

 “당연하지. 내가 네 인생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데.”

 “커피 살게.”

 “그걸로 때우려고?”

 “그럼 케잌도 살게.”

 “나 오늘 떡 먹고 싶다.”

 “떡?”

 “응.”

 “고물 든 걸로?”

 “인절미.”

 “그래라. 인절미 아예 한 포대기 사줄게.”

 “포대기라 그랬다. 말 바꾸기만 해봐라.”

 둘이서 애들처럼 치근덕거리며 식당을 나왔다. 근처 괜찮은 찻집을 찾아 잠시 걸었다. 상현이 떡을 먹기 원해 전통찻집을 찾느라 시간을 더 소비했다. 걸으면서 말을 꺼낸다.

 “나 다음 모임에는 나가야 할까 생각 중이야. 하나 씨가 걸리기도 하고 해서.”

 “그래, 나가야지. 나 때문에 너까지 못 나가면 안 돼지.”

 “미안.”

 “네가 미안하긴. 다 내 잘못이다. 공연히 네가 쓰잘데기 없이 신경 쓰게 만드네. 내 입장 생각하지 말고 모임에 꾸준히 나가. 그래야 부조도 는다.”

 “그렇지. 부조 생각해야지? 한 사람이도 더 모아야 부조금 는다. 그걸 잊으면 안 되지. 이럴 땐 나름 너도 생각이 깊단 말야. 가깝게 두길 잘 했어.”

 “몰랐냐? 언제나 진짜는 조용히 있다 중요할 때 한 건 하는 법이야. 소중하게 받들어 모셔라.”

 네, 형님. 녀석이 장난스레 90도 각도로 허리를 꺾으며 조폭 인사를 건넨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듯 넘기고 있지만 나 때문에 상현이 머리가 복잡할 게 뻔하다. 본인 결혼식 준비로만 벅찰 텐데. 게다가 하나 씨까지 챙기려니 오죽 힘들까. 아무 문제없는 커플도 결혼식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 깨지기도 한다는데, 내가 그런 그들의 짐에 무게를 더 얹는 꼴이다. 안쓰럽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결혼식에서 아내와 은정 씨를 동시에 만나다면 어떨까 상상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각도로 각본을 짜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거다. 만약 그런 날 조금의 실수라도 하면 끝장이다. 나 때문에 혹시나 결혼식을 망친다면 정말 그건 평생 가슴에 남을 한이다. 차라리 나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상현이 저렇게 부탁하는데 그것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 마치 조금씩 수세에 몰리는 생쥐 같다.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구석으로 몰리는 포획물. 이것이 내가 받게 되는 벌인가? 어떤 보상을 해야 하든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면 달게 감수하겠다고 반복해서 다짐했지만, 가슴이 확 조여오는 상황에 놓일 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찌 할 수가 없다. 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내서 답을 찾는 일이 장기라고 자부심을 갖고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저 피하고 싶다. 나이가 든 건가? 아님 이제 지쳐버린 건지도. 그래도 견뎌야 한다. 저렇게 옆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돼주려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것마저 놓아버릴 순 없다. 내가 필요할 때 힘이 돼야 한다. 지금은 오롯이 그것만이 삶의 전부다. 그렇게 눈 감고 견뎌 가면, 다리에 힘을 주고 지탱하면, 언젠가 긴장을 풀어도 될 때가 오겠지. 조금 더 편해지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나는 그렇게 견디고 상현이는 평소대로 지내면 좋겠다. 나 때문에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어서 모임으로 돌아가서 하나 씨와 미래를 꿈꾸는 일로 알콩달콩 즐겁게 보내기를 바란다. 둘이서 많이 행복하기를. 나와 은정 씨 일로 계획을 변경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때문에 신혼의 단꿈이 깨지는 일이 없기를 부디 바란다. 그들의 앞에 오직 좋은 일만 있기를. 결혼 축하한다, 상현아. 하나 씨와 행복하게 살아라. 그 결혼생활하며 꽃길만 걷기를. 축하한다. 진심으로 축하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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