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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흔들림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19.9.5

사랑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남녀주인공의 이야기를 엮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들림 34
작성일 : 19-10-21 09:41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7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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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아침마다 보는 거울. 별다를 바 없는 항상 보는 거울인데 어째 오늘따라 달라 보인다. 내 모습이 딴 사람 같다. 내가 바뀐 거지 거울이 바뀔 리 없지. 눈밑에 아주 두꺼운 그늘이 졌다. 눈은 퉁퉁 부어 금붕어 같고 얼굴 위로 덕지덕지 올라온 각질이 보기 싫다.

 사진 동호회 모임 있는 날. 미란 언니가 집요하게 밀어붙여서 내 다짐을 받아냈다. 오늘 꼭 나온다고. 나오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언니 얼굴 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가기 싫다. 이 모양으로 어딜 나간다고. 이건 아무리 꾸미고 가려도 답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외모 가꿀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아주 넋 놓고 지냈더니 망가져도 아주 제대로 망가졌다. 하기야 망가질 구석이라도 있었나. 어디 한 군데 예쁜 구석 없이 펑퍼짐한 바탕에 인형탈처럼 눈, 코, 입이 제멋대로 찍힌 상이다. 그렇다고 보는 사람 힘들게 진짜 괴물처럼 하고 나갈 순 없으니 일단 세수를 하고 기본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눈썹을 칠해? 말어? 도시 외곽에 나가 햇볕을 쬘 거니까 선크림이나 듬뿍 바르고 나갈까? 아주 이건 결정장애다. 선택을 하지 못한다. 이렇게 화장품 종류가 많은데 왜 바르질 못하니?

 화장을 어떻게 하고 옷을 무얼 입을지 아주 잠깐 골랐는데, 진심으로 길지 않게 느꼈었는데, 시간이 촉박해졌다. 그러려면 그렇게 힘들게 고르지나 말지 닥치니까 아무거나 바르고 입게 된다. 헐레벌떡 집 밖으로 나오니 다행히 버스가 막 도착한다. 이거 지금 내가 잘하는 짓일까?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 마주할 용기가 날까? 겨우 아물기 시작한 마음 속 생채기를 굳이 들추는 건 아닌지 훅, 하고 가슴 안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 들더니 머리가 아득해진다. 자리에 앉아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는데 욕지기가 올라온다. 설마 버스 안에서 토하진 않겠지? 그럼 무슨 볼썽사나운 꼴일지 상상하기 싫다. 얼마간 깊게 심호흡을 하자 조금씩 진정이 된다. 다행이다. 염려하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장 버스에서 내리고 싶다. 가기 싫다. 진우 씨가 오늘 나오려나? 만약 그가 나온다면 어떻게 마주하지? 이게 뭐하는 건가? 하차벨을 누를까?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고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할 때마다 미란 언니의 얼굴이 떠올라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온갖 설득과 회유를 굳건한 방패처럼 막아냈다. 차마 걸음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 언니마저 실망하게 만드는 건 지금의 나로서는 가장 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발로 지탱할 발판마저 잃어버려 땅 저 아래로 푹, 꺼져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른 어떤 것보다 훨씬 컸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밟는 흙은 폭신했다. 도시에서 거리를 걸을 때 밟는 단단한 바닥과는 또 다른 촉감이었다. 그래, 이게 그리웠다. 멀리서 훅, 하고 전해져오는 나무 냄새와 풀 냄새가 간절했다. 이렇게 간만에 그 땅을 밟고 그 냄새를 맡으니 숨쉬기가 편해진다. 아무리 도리질을 하며 거부하고 세차게 밀어내도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나 보다. 내 까짓 게 뭐라고 멋대로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최종적으로 선택권은 언제나 하늘에 있다. 한낱 인간이야 당장은 모든 걸 마음대로 조종한다고 여겨도 결국은 정해진 쳇바퀴 안에 있는 거다. 그 바퀴를 조금 더 빨리 타거나 느리게 타는 정도만 선택할 뿐이다. 큰 그림은 언제나 정해져 있고 우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착각하며 사는 거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미란 언니가 오늘 지선이를 데리고 왔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는 어른들보다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하는 지선이와 있는 게 마음 편하다. 지선이 옆에 딱 붙어서 오늘 이 순간에만 집중하며 보내야지.

 “은정이 왔구나. 이렇게 교외 나오니 얼마나 좋아. 언니 말 듣길 잘했지?”

 “은정이 언니. 이거 봐요. 네잎 클로버. 엄마가 찾아줬어.”

 “우와. 행운이 듬뿍 찾아오겠네.”

 “지선아. 그거 은정 언니 줘라. 언니가 행운이 필요해.”

 지선이가 네잎 클로버를 들고 주저한다.

 “언니가 행운이 왜 필요해?”

 “응?”

 미란 언니가 내 눈치를 본다. 그럴 필요 없는데.

 “아니야. 지선이가 손에 들었으니까 그거 지선이 꺼야. 언니한테 넘겨도 행운은 지선이한테 머무를 거니까 그거 지선이가 가져도 돼.”

 “미안. 내가 주책없이.”

 “아니에요, 언니. 덕분에 나오니 너무 좋네요. 언니 말 듣길 잘했어요. 역시 어른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했는데 그 말이 맞네요.”

 “그렇지? 이렇게 바깥 바람 쐬러 나오니 얼마나 좋아.”

 “나오셨어요?”

 종진 오빠와 민우다. 같은 방향에서 오는 길이라 종진 오빠가 민우를 차에 태우고 왔다.

 “왔어? 민우, 너 자격증 시험 본다더니 어떻게 됐어?”

 “필기 붙었죠. 이제 실기만 남았어요. 어차피 가산점 받으려고 따는 거라 그리 어렵지 않은 시험이에요.”

 “가산점? 그럼 너도 종진이처럼 공무원 되려고?”

 “딱히 그렇게 마음 먹은 건 아닌데요, 혹시 몰라서요.”

 “요즘은 다들 공무원, 공무원 하더라. 그러고 보면 종진이가 능력이 좋아. 경쟁률이 높잖아. 공무원 아무나 되는 거 아니더라고.”

 “어, 제가 능력 좋은 거 모르셨어요?”

 종진 오빠의 능글맞은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린다. 지선이는 네잎 클로버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주위를 뛰어다닌다. 딱 알맞게 날씨가 좋다.

 “안녕하세요.”

 하나다. 그런데 옆에 상현 씨가 보이지 않는다.

 “어서 와요. 우리 하나 씨 오늘 너무 예쁘게 하고 왔네. 승무원이라 그런가 쉬는 날에도 어째 허투루 꾸미고 나오는 적이 없다니까.”

 미란 언니는 아직 하나가 거리감이 있는지 존댓말을 쓴다.

 “언니, 말 놓으세요. 제가 은정이 친군데 편하게 대하시면 돼요. 그래야 저도 편해요.”

 “그럴까? 이제 몇 번 봤으니까 내가 말 놓아도 되겠지? 그런데 남자친구는 어디 있고?”

 이제 하나가 내 눈치를 본다. 다들 언제쯤 내 눈치를 보지 않을 런지.

 “갑자기 바쁜 일 생겼나 봐요. 오늘 나오기 힘들겠다고 했어요. 은정아, 야외 나오는데 밝은 옷 좀 입지, 왜 이렇게 어둡게 하고 다니니?”

 “그래야 네가 더 튀잖아. 베프를 위해서야. 내가 희생해야지.”

 시답잖은 농담이었는데 하나가 너무 웃기다는 듯이 내 팔을 마구 때리더니 배를 잡고 깔깔거린다.

 “천천히 올라갈까? 내가 오늘은 점심으로 뭘 싸왔게?”

 아차. 항상 점심으로 나눠먹으려고 각자 음식을 준비해오는데 내가 경황이 없었는지 아무 준비를 해오지 못했다. 슬쩍, 괜히 나왔나 하는 걱정이 올라온다. 아니다, 잘 왔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언니, 죄송해요. 제가 음식 준비하는 걸 깜빡했네요. 준비 못했으면 뭔가 사야 할 텐데 여기 근처엔 딱히 사먹을 만한 음식점 하나 안 보이네요.”

 “괜찮아. 언니가 엄청 많이 싸왔어. 다 같이 배불리 먹어도 남을 정도니까 걱정 붙들어 매.”

 “짜잔. 나는 오늘 삼색 비빕밥이요. 입맛 제대로 돋궈줄 거예요.”

 하나가 자랑스레 싸온 음식을 흔들어 보이자 다음엔 민우가 나선다. 오늘 다들 나만 빼고 준비를 잘해왔나 보다. 이것도 자격지심인가?

 “저는 유부초밥입니다.”

 “웬일이야. 네가 직접 만들었어?”

 “누가 유부초밥용 유부를 줬어요. 언제 해먹어야지 하다 모처럼 밥을 만들어봤는데 간이 맞을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나름 노력했으니 맛있게 먹어주세요.”

 종진 오빠가 마무리를 한다.

 “전 편의점 도시락입니다. 저 요리 못하는 거 아시죠? 대신 메뉴를 이것저것 섞었으니까 불평하지 마세요.”

 “불평은요. 편의점 도시락 완전 좋아해요. 요즘엔 편의점 도시락이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다니까요.”

 하나가 내 팔짱을 끼며 환하게 웃는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 소개하기 순서가 지나고 지정된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다행이다. 이 정도면 시작이 나쁘지 않다.

 “잘 먹고 다녀? 얼굴이 핼쑥해졌네.”

 “진짜? 앗싸, 살 빠졌다.”

 “살은 무슨. 너 뺄 곳 없다니까.”

 “네가 몰라서 그래. 허리춤에 살이 접힌다, 접혀.”

 “모르긴 네가 더 모른다. 러브핸들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 적당히 살이 있어야 남자들이 잡을 데가 생기지. 아님 방향조절 안 된대.”

 “러브핸들? 큭, 큭.”

 지선이가 근처로 오기에 얼른 말을 멈췄다. 러브핸들이 뭐냐고 물어오면 곤란할 테니까.

 “은정 언니. 내가 언니 꺼 네잎 클로버 찾아줄게요. 엄마가 언니 행운이 필요하다 했으니까.”

 하나가 지선이 머릴 살짝 쓰다듬는다.

 “아유, 지선이 착해라. 언니 꺼도 하나 부탁해요.”

 지선이 따라 풀 많은 쪽으로 붙어 걸었다. 길이 난 곳에는 꽤 많은 행인이 북적거렸다. 주말에다 날씨 선선하니 다들 밖으로 나왔겠지. 앞에 걷고 있는 사람들에 맞춰 속도를 늦췄다. 이런, 아줌마 3인방이다. 이 사람들도 네잎 클로버 찾는 중인가? 아니다. 서로 이야기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지나치기도 뭣해서 발걸음을 늦췄는데 하나가 의아하게 날 보다 앞에 세 사람을 알아차린다.

 “옆으로 빠질까?”

 당장 얼굴 마주치기 싫었지만 굳이 피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괜찮아. 천천히 걷지, 뭐.”

 제일 껄끄러운 미자 아줌마가 뒤를 보다 우리를 발견한다. 미자 아줌마가 미란 언니랑 한바탕 벌인 후 아직까지 그 세 명과 우리 일행은 서로 대하기 껄끄럽다. 갑자기 그들이 대화를 멈춘다. 미자 아줌마 옆에 있던 나임과 아리 아줌마가 덩달아 우리를 본다. 하나가 걸음을 빨리 하자 나도 맞춰 속력을 냈다. 아무렇지 않게 옆을 지나쳐 가려는데 귓가에 들리는 말.

 “염치도 없지.”

 무의식적으로 발이 멈춘다. 내가 갑자기 멈춰서 하나가 갸우뚱거리다 겨우 균형을 잡았다. 하나의 안색이 바뀐다. 앙다문 입술. 여기서 소란 피우고 싶지 않다. 이기고 지길 떠나 비참해지는 기분을 피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한 마디 하려는 하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뭐해? 얼른 가자. 이러다 일행에 한참 뒤처지겠어. 우리 때문에 늦어지면 그렇잖아.”

 하나는 매섭게 노려보다 표정을 풀며 나를 본다.

 “그래, 빨리 가자. 지선아, 뭐해. 우리 놓치면 너 미아 된다. 그럼 더 이상 맛난 것도 못 먹고 좋은 신발도 못 신게 돼. 얼른 와라.”

 지선이 열심히 뒤뚱거리며 뛰어온다. 지선이가 가운데 오자 세 아줌마는 아이를 의식했는지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친다. 최대한 그들과 거리를 벌리며 걸었다. 정말 별 말 아니었다. 염치가 없다고? 염치가 있든 없든 상관할 바 아닌데, 괜히 그 사람들에게 그 말을 들었다는 것이 속상했다. 아리 아줌마가 들은 바를 전했겠지. 상관없다. 나랑 친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들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쓸 가치가 없다.

 “무시해.”

 “신경 안 써.”

 “어쩜 저리 미운 짓만 골라하니.”

 “내버려둬. 자기들 알아서 잘 살겠지.”

 “그래도 미워.”

 “근데 내가 안 말리면 어쩌려고 그랬어?”

 “어쩌긴. 한 바탕 쏘아붙이려고 그랬지.”

 “그러다 싸움나면 어쩌려고?”

 “제대로 한 방 먹여주지.”

 “너 싸움 못하잖아?”

 “싸움 못하긴. 이래도 내가 얼마나 드센데.”

 “아유, 그러셔서 명동에서 그렇게 울고 다니셨어?”

 “너, 지난 얘긴 그만해라. 그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때였어.”

 “미안. 쓸데없이 그때 얘기가 나왔네. 그러고 보니 너 많이 단단해지고 어른스러워 보여.”

 하나가 싱글, 거리며 웃는다. 툭, 툭, 팔꿈치로 옆을 쳐대더니 익살스런 표정으로 나를 웃게 만든다. 모임 장소에서 동호회 회장님이 회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한 명씩 챙기고 계셨다. 우리도 같이 인사를 나눴다. 오늘 모임 장소 안내와 하루 일정을 전달하고 난 후 각자 원하는 위치로 흩어졌다.

 카메라를 꺼내든다. 손에 카메라를 들자 언제 기분이 나빴나 싶게 풀어진다. 그래, 내가 이 맛에 모임에 나왔었지. 이것만은 누구도 내게서 빼앗지 못할 거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딱, 원하는 피사체가 나왔을 때 느껴지는 희열감은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그 기분은 오롯이 순간의 성취에서 비롯된다. 찰나, 아주 짧은 순간의 차이로, 그 결과물을 건지거나 놓친다. 제대로 잡아냈을 땐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현재를 충실히 즐기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지. 그리 오래 보내지 않은 듯했는데 어느새 점심시간에 가까워졌다. 미란 언니가 나서서 오전 대충 마무리하고 점심 먹자고 한다. 지금까지 찍은 결과물을 대충 훑고 있는데 하나가 옆으로 와서 상자를 건넨다.

 “이게 뭐야? 아니, 나 위로하려고 이런 것까지 준비했어? 우리 사이에 무슨. 그래도 이왕 준비했으니 감사하게 받을게.”

 과장되게 호들갑 떨며 고마워하는 내 모습에 하나는 그리 밝은 얼굴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했어. 이걸 전달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결정은 네가 하는 거라고 결론 내렸어. 진우 씨가 꼭 전달해달라고 한 물건이야.”

 “∙∙∙∙∙∙.”

 상자를 받아들었다. 단순한 모양의 포장지. 그렇지. 화려한 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말없이 서 있으니 하나가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얼른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어, 음, 고마워.”

 “뜯어볼 거야?”

 “그럴까?”

 “아니 그러라는 게 아니라 물어본 건데.”

 “그러지 뭐. 별 거 있겠어?”

 포장지를 뜯어내자 네모 난 상자 위 휴대용 안마기를 설명하는 안내문구가 굵은 글자체로 인쇄됐다. 내가 직업병으로 자주 어깨가 아프다고 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이걸 골랐겠지.

 “울지 말고.”

 울어? 누가 울어? 맙소사. 이젠 눈물이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흘러나온다. 머리로 조절할 수 있게 대처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나?

 “아니야. 울긴 누가 울어? 포장지 뜯다가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이거 봐봐. 완전 조잡해. 싸구려 안마기가 틀림없어. 어쩜 이런 걸 어디다 쓴다니. 안마하다 오히려 더 나빠지겠다.”

 쓱, 눈을 문질렀다. 멈춰라, 멈춰. 멈추질 않는다. 하나가 손수건을 내민다.

 “미안해.”

 “왜 나한테 미안해.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네 마음 더 심란하게 한 것 같네.”

 “휴우.”

 기껏 모임에 나와서 이렇게 주책 떨기 싫다. 이게 뭐라고. 싸구려 휴대용 안마기. 주위에 쓰레기통이 있었다면 바로 버렸을 거다. 그렇지만 쓰레기통이 없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들고 있을 뿐이다.

 “저기, 은정 씨.”

 동호회 회장님 목소리. 어쩐 일로 나를 찾으실까? 나와 나눌 얘기가 딱히 없으실 텐데. 설마 소문이 회장님에게까지 전달된 건가?

 “안녕하세요, 회장님.”

 하나가 먼저 반갑게 알은 체를 한다.

 “네, 하나 씨 잘 지내시죠? 은정 씨도요.”

 “네. 덕분에요.”

 “은정 씨. 누가 은정 씨를 찾아왔는데요.”

 “예? 저를 찾아와요?”

 누가 모임으로 날 찾아왔다니 의아했다. 날 만나려면 하고 많은 장소를 놔두고 왜 사진 동호회 모임으로 온 거지? 하나가 궁금한 얼굴로 묻는다.

 “여기서 누구 만날 약속 있었어?”

 “아니. 누군지 모르겠어. 점심 먹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대신 이것만 잠깐 맡아줘.”

 전해 받은 휴대용 안마기를 되레 건네고 회장님을 따랐다. 누가 날 만나러 온 거지. 중년의 여자와 나이가 꽤 있을 법한 할머니가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은 나를 안내해주고 이야기 나누시라며 물러가셨다. 내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며 묻듯이 쳐다보자 중년의 여자가 살짝 목례로 답한다. 흰머리가 내려앉은 할머니는 조금의 미동도 않은 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초면에 실례하겠습니다. 남진우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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