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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우아한 거짓말
작성일 : 19-10-21 00:35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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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 공윤이 자기 몸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뭉크의 ‘절규’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면서 따발총처럼 질문을 쏘아댔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훨씬 침착하게 반응했다.

 “안녕?”

 그녀는 그림처럼 웃었다. 공윤은 자신의, 아니, 여자의 아치형 눈썹이 우아하게 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시원한 곡선을 그리는 눈매 너머로 보이는 깊은 눈동자, 미소를 짓자 솔직하게 벌어지는 벚꽃색 입술, 그 사이로 언뜻 드러난 상앗빛의 고른 치열......

 존나 예뻐.

 공윤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키론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비주얼 쇼크였다.

 ‘내가 이렇게 웃을 줄 알면 삼천 명은 꼬실 수 있겠다.’

 단순히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여자는 천하의 추녀가 되더라도 저토록 당당하게 웃을 줄 알 것만 같았다.

 그 당당함은 가히 마력적일 정도였다. 키론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좀 더, 훨씬 감추는 듯한......

 공윤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느라 하마터면 여자가 끈을 감추는 걸 모를 뻔했다.

 아니, 감췄다기보다는 그냥 끈이 사라졌다.

 그녀는 뻔뻔하게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능숙하게 관객을 속이는 마술사처럼.

 키론은 멍하니 봤다. 수면부족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운 듯 했다. 아니면 여자의 미소가 정신을 빼놨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공윤은 기분이 나빠졌고, 덕분에 훨씬 차분해질 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속지 마요, 키론. 이 여자가 당신 넘어뜨렸다구. 공윤은 부르짖고 싶었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디 가는 거야?”

 “예?”

 “나랑 가는 길이 똑같은 것 같아서.”

 키론은 혼란스러운 듯 눈을 굴렸다.

 공윤은 비통하게 생각했다. 젠장, 이럴 때가 아니지만 너무 귀엽다.

 여자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키론의 눈 밑을 쓸었다. 잠을 못 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 여자야, 어딜 만지는 거야? 공윤과 키론 둘 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당황해서 뒷걸음질 쳤다.

 “저는, 어, 아니에요. 길이 같을 리가 없어요.”

 “왜? 말해봐.”

 “그냥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자꾸 들리니까 잠을 못 자겠어서, 풀어주려고 가는 건데.”

 불현듯 여자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성큼 다가갔다.

 “진짜? 뭐가 들리는데?”

 “아니, 저......”

 “응? 응?”

 참으로 부담스러운 독촉이 아닐 수 없었다. 공윤은 키론도 그렇게 느꼈기를 빌었다.

 예쁘면 다야? 공윤은 점점 더 여자가 싫어지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피했다.

 “그냥 누가 우는 거요...... 신음 소리, 비명 소리. 풀어달라고 빌고, 아파서 울부짖는 소리 같은 게, 자꾸......”

 키론은 주저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마 자기를 미친 사람처럼 볼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긴 지금 중세시대쯤 돼 보이는데(공윤은 키론이 걸친 헐렁한 블라우스처럼 보이는 옷을 보고 심란해졌다. 이 사람 대체 몇 살이야?) 그런 말을 함부로 하긴 힘들지.

 그가 남자가 아니거나 부자였다면 마녀로 몰렸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키론은 그에 용기를 얻은 듯 했다.

 “그 소리가 하루 종일 들려요. 잠을 못 자겠어요. 점점 크게 들려서, 가끔은 바로 코앞에서 누가 고문당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구나.”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같이 갈래? 나도 걔한테 가려고 했거든.”

 “예?”

 “아파서 깽깽댄다는 애 말이야. 풀어줘야지.”

 키론은 여자가 사용하는 어휘에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당당했다.

 “길도 모르잖아.”

 키론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처음으로 보이는 이성적인 모습이었다. 순진하기도 했다.

 “내 말을 믿어요?”

 “응. 왜냐하면 나도 들리거든. 보이기도 하고. 알기도 하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 그녀는 키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공윤은 묘한 기분이었다.

 그가 그 손을 잡지 않았으면 했지만, 한편으로는 잡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키론은 여자의 하얗고 긴 손을 물끄러미 봤다.

 그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공윤은 순간적으로 두통을 느끼고 당황했다.

 그녀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지만 여자의 몸은 멀쩡했다.

 공윤의 의식이 여자로부터 분리되고 있었다.

 영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윤은 정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한 번 깨지기 시작한 영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반쯤 분리된 의식으로 영상을 봤다. 키론이 여자의 손을 잡았는지 잡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키론이 묻는 것은 들렸다. 목소리가 다소 흔들렸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름이 뭐예요?”

 “키......”

 여자는 멈칫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씩 웃었다.

 그녀의 눈이 금빛 속눈썹 아래에서 눈부신 오팔색으로 반짝였다.

 “난나. 내 이름은 난나야.”

 

 23.

 공윤은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확인했다.

 아래로 둥글게 휜 눈매,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카락, 본래의 눈높이.

 그녀 자신의 몸이었다. 얼굴이 귀신처럼 질린 데다 퀭해진 눈이 지나칠 정도로 번득이고 있긴 했어도.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진짜 현실인지 의심스러운 사건이 다수 발생하긴 하지만, 어쨌든 현실이었다. 공윤은 거울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그 여자가 난나였어.

 키론의 스승이었던 키론.

 그가 죽였다던. 공윤은 그 생각을 할 때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여자의 능력, 여자의 외모.

 그녀는 의심할 여지없는 키론이었다. 오히려 그녀에 비하면 키론은 정말로...... 평범해보였다. 심지어 눈도 갈색이었다.

 평범하고 따뜻해 보이는 색깔.

 공윤의 등골로 고였던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수돗물을 틀어 손을 씻었다. 비누를 너무 세게 움켜쥐어 손톱자국을 냈다. 비누가 움푹 패였다.

 아니야, 릴리가 그렇게 말했을 뿐이잖아. 키론이 누굴 죽이다니.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그렇게......

 -예뻐요.

 -이젠 조심히 다녀요.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그녀는 세면대를 꽉 틀어쥐었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악력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세면대가 산산이 부서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어쩐지 짜증스러웠다.

 

 ***

 

 그녀는 세수까지 하고서 방으로 돌아갔다. 키론이 깨어 있었다.

 공윤은 한순간 그가 과거의 모습과 겹쳐 보여 멈칫했다가, 그에게 다가가 바닥에 앉았다.

 그는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홍채의 색이 평소보다 연했다. 키론은 물이 떨어지는 그녀의 머리칼을 쥐었다.

 “젖었네요.”

 “세수했거든요.”

 키론은 그녀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주희 씨는 괜찮아요. 이 일을 기억도 못할 거고요. 그냥 일종의 암시에 걸려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액세서리는 누군가에게 추천받아서 산 것 같고. 하지만 그게 누군지는 잘 안보이더군요. 더하면 제가 주희 씨에게 손상을 입힐지도 몰라서 그만뒀어요.”

 “네, 고마워요. 정말 수고했어요.”

 공윤은 중얼거렸다. 그녀는 망설이며 눈을 꾹 감았다.

 “키론.”

 “네.”

 “저 사실은 아까, 봤어요.”

 키론은 말이 없었다.

 “실수로 키론한테 닿아버렸거든요. 그래서 어떤 여자를 봤는데, 자기 이름이 난나라고 했어요.”

 시야의 가장자리로 키론이 한 대 얻어맞은 듯 숨을 들이켜는 게 보였다. 그는 자제하듯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전에 라미아가 말했던 사람이죠?”

 공윤은 애써 키론을 응시했다. 어쩌면 이 질문이 두 사람 다 상처 입힐 것을 알면서도.

 “난나가 누구예요?”

 
작가의 말
 

 말할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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