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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PD와 고스트 버스터즈
작가 : 까치
작품등록일 : 2019.10.12

200년 이상 이어진 무당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절대로 무당은 은 될 수 없어 신을 거부하고 방송국 PD가 된 남자.
숨길 수 없는 그의 능력들이 갑작기 튀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귀신을 보는 신PD... 과연 이 남자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될까?




 
15화 또 한번의 접신
작성일 : 19-10-20 21:3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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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귀남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터져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손녀가 단명할 팔자라는 말에

 노인은 귀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 이노옴!!! 니 놈이 뭘 안다고!!

 단명할 팔자? 내 손녀가 단명할 팔자라니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이놈아! "

 

 " 아 아니 영감님. 고정하세요.

 말이 잘못 나왔어요. 잘못 나왔다고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근데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

 

 노발대발하는 와중에도

 여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이 앉아 있었다.

 그게 더 무서웠고 귀남을 주눅 들게 했다.

 

 " 그만하시죠. 이게 제가 오늘 점사를 볼

 기분이 아닙니다.

 자. 이 돈 돌려 드릴 테니 돌아가시죠."

 

 " 계속하세요."

 

 " 네?"

 

 "계속하시라고요."

 

 " 들을 것도 없다. 가자!

 이런 엉터리 같은 놈을 봤나!

 죽어라. 이놈!!!"

 

 다시 멱살을 잡고 흔드는 통에 옷이 다 뜯어졌다.

 

 " 아 좀 진정하세요. 영감님!!!"

 

 겨우 노인을 떼어냈다.

 귀남은 느낄 수 있었다.

 들어 온 존재가 여전히 나가지 않고 있음을 말이다.

 

 " 힘이 장사시네. 왜 이러세요. 진짜.

 규칙 1번 반말하지 마시라니까요.

 그래요. 골탕 좀 먹여 보려고 했습니다.

 됐어요? 당신네처럼 교양머리 없고

 안하무인에 돈 자랑만 실컷 하는데

 그 자손들이 잘살 것 같아요?

 단명할 팔자를 제가 뭐 장수할 팔자라고

 할 순 없잖아요!!!"

 

 " 그래도 이놈이!!"

 

 "아버지!!!"

 

 갑자기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 나가세요. 얘기 좀 하게."

 

 " 무슨 얘길 하려고 그러냐?

 저놈 순 날강도 같은 놈이다.

 골탕 먹이려고 했다고 하지 않느냐!"

 

 " 나가세요!!!!"

 

 노인은 딸의 눈치를 보더니 나갔다.

 귀남은 진정하고 다시 앉았다.

 

 " 계속하세요."

 

 " 아니 뭘 계속 하냐고요."

 

 " 손녀가 단명할 팔자라니.

 이 사주가 제 딸이라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 네? 그건 사모님이 말씀해 주셨잖아요."

 

 " 아뇨. 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대체 어떻게 안 거예요?"

 

 " 아니에요. 이거 사주 주시면서 저한테…….

 말씀을…… 안 해 주신 것……같기도 하고……

 한껏…… 같기도 하고…….

 아 맞다! 사진 보여 주셨잖아요!

 딱 보니까 사모님이랑 판박이라서

 알겠던데요?"

 

 "제가 낳은 딸이 아닌데요."

 

 " 아…… 그게……

 솔직해야 한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계속 저 떠보시면 못 봐 드립니다.

 돈 드릴 테니 돌아가세요."

 

 "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귀남도 난감했다.

 그냥 툭 튀어나온 말인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 다시 한 번만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집중 해보기로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사주와 사진을 보았다.

 

 " 집중해 보자……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도와주세요.

 다시 한 번 알려 주세요……."

 

 한참을 책상머리에서 사주와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몸이 심하게 떨려 왔다.

 그리고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 속 아이의 어두운 과거들이 떠올랐다.

 

 " 이 아이는 단명할 팔자입니다.

 지금 이렇게 사는 것도

 사모님이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붙잡고 있어서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겁니다."

 

 "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버리세요."

 

 " 네? 무슨 말씀이신지……."

 

 " 주워 왔으니 버리란 말씀입니다."

 

 귀남은 자신이 말하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식을 버리라니.

 

 " 사모님 팔자엔 자식이 없습니다.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겁니까?

 이미 두 번씩이나 자식을 뱃속에서 죽이고도

 자식을 원하다니……."

 

 여자는 놀라 자빠졌다.

 

 " 아니 그걸 어떻게……."

 

 " 20대대 몸을 함부로 쓰셨네요. 맞죠?"

 

 " 아 그게… 사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세상 빛도 못 보게 하고

 죽였으면 이렇게 사는 것도 감지덕지해야지.

 팔자에도 없는 자식 길에서 주웠다고

 데려다 키우면 부모가 됩니까?"

 

 여자는 울기 시작했다.

 

 "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다고요."

 

 " 6개월이었어!!!

 살인이야 살인!!!!

 뉘 앞이라고 변명을 해!!!!"

 

 귀남은 이미 눈이 풀려 있었다.

 독기가 바짝 오른 독사의 눈깔을 하고 있었다.

 

 " 맞아요. 두 생명을 지웠어요.

 하지만 이 아이는 절대로 지워 버릴 수 없어요.

 제 아이예요. 제가 지금까지 키웠단 말이에요."

 

 " 사실 버리든 버리지 않던 이 아이는 죽습니다.

 사모님 옆에 있으면 죽어요.

 알아요. 사모님 애쓰신 거.

 이 아이와 인연은 여기 까집니다."

 

 귀남은 다시 화를 억누르고 달랬다.

 

 "어떻게 자식을 버려요. 20년 동안 키웠는데."

 

 "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왜 훔쳤어!!!!"

 

 "……."

 

 여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귀남을 쳐다봤다.

 

 " 훔친 게 아니에요. 그 여자는 죽어 가고 있었다고요."

 

 " 당신 의사잖아! 그 여자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잖아!!!!"

 

 여자는 넋이 나갔다.

 

 " 제자리에 갖다 놓으세요. 그 아이를 위해서."

 

 " 그 아이의 부모는 이미 죽었어요."

 

 " 그러니까요.

 그 부모들 옆에 두세요. 제자리에.

 없어요. 살릴 방법이"

 

 귀남은 억누르려고 했지만 말이 계속 튀어나왔다.

 

 " 말이 되냐? 말이 되냐고!"

 

 노인은 다시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 대체 왜 죽는다는 거야!

 부모 둘 다 의사에 건물에 땅에

 돈이 썩어 죽을 때까지 있는데 대체 왜!!!"

 

 " 영감님…….

 그것들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 그럼 뭣이 문제냐?!"

 

 "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아이는 매우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무서운 거예요.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단단하지 못한 터에서

 태어났습니다.

 쥐들이 물어뜯고 벌레들이 들러붙어도 그걸 보면서도

 제힘으로 뜯어내지 못했어요."

 

 " 그걸 기억한단 말이에요?"

 

 " 태어난 터가 이 아이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귀남은 말을 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

 그 아이의 고통스러운 과거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 돌봐야 주셨어요.

 덕분에 운명을 거스르고 잘 살았습니다."

 

 " 에라이 무당년의 새끼!

 천벌 받을 거다. 이놈아!!"

 

 " 믿을 수 없겠지만 그 아이의 무의식 속에

 죽어 가는 엄마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잘해 주세요."

 

 " 부적이나 굿을 해서 살릴 순 없을까요?"

 

 " 운명은 그딴 것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차라리 지금은 치료를 받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의사시니 훨씬 더 잘 아실 거라 생각이 되네요."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세상 빛도 못 본 두 아이를 위해서

 항상 기도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지켜보고 있거든요."

 

 "저런 미친 새끼!! 입을 확 꿰매야 정신을 차리지!!!"

 

 노인은 시원하게 욕을 하고 산에서 내려갔다.

 욕을 들은 귀남은 오히려 속 시원했다.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설사 사실이라 해도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속으로 삼켜야 했다.

 설사 그 아이가 죽는다고 해도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 아니던가?

 

 " 솔직하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 아닙니다. 잘 알겠습니다."

 

 " 제 말이 틀리길 바랍니다.

 그냥 흘려들으세요.

 요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잖아요.

 의사니까 더 잘 아실 테고

 저희 같은 직장인들도 정신과

 들락날락합니다.

 요즘은 손가락질 받을 일도 아니고요.

 꼭 치료 잘 받게 해서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정신이 돌아온 귀남은 미안했는지

 그 여자를 위로했다.

 

 " 그리고 이 돈은 드릴게요."

 

 " 아닙니다. 받아두세요.

 제 딸을 위해서 잘 빌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여자는 눈물을 닦으며 밖으로 나갔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비틀거리며 산 아래로 내려갔다.

 

 " 아씨 진짜 미치겠네!!!

 야! 미친놈아!!!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게 지금 할 소리냐!!!"

 

 귀남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 자랑하고 어머니를 무시했던 사람들을

 골탕 먹이려고 했던 일인데

 또 이런 사단을 만들다니…….

 

 귀남은 마루에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손에는 삼백만 원이 덩그러니 있었다.

 

 " 아니 왜 이러는 거지.

 진짜 입을 꿰매야 정신을 차리겠냐?

 아씨, 왜 하필 어머니도 없을 때

 이런 일이 생겨서……."

 

 귀남은 자신의 손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동일이었다.

 

 " 여보세요."

 

 " 집에 내려가니까 좋냐?"

 

 " 하……오랜만에 오니까 진짜 좋긴 한데……."

 

 " 무슨 일 있냐?"

 

 " 나 또 사고 친 것 같다."

 

 " 내려간 지 이틀 만에 사고를 쳤다고?"

 

 " 하……나도 왜 이러는 모르겠다. "

 

 "무슨 일인데?"

 

 " 말하자면 길다.

  방송국은 별일 없냐?"

 

 " 무슨 일 있겠냐.

 이제 며칠 있으면 대통령 선거일이니까

 그거 방송 준비하느라 바쁘지."

 

 " 그래. 별일 없어야 할 텐데."

 

 " 너 안 올라와?"

 

 " 선거 다 치르면 복귀하란다."

 

 " 진짜? 땡잡았네."

 

 " 그래. 푹 쉬다 올라가야지."

 

 " 야 근데 진짜 신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해?"

 

 " 여기도 뉴스 나온다. 인마.

 다 보고 있어. 다행히 지금 지지율로는 어림없다.

 다른 후보 사퇴해도 왜 지지율이 안 오를까?"

 

 "그러게. 참 괜찮은 분인데 말이야."

 

 " 야 중립을 유지해야지 특정 후보 지지하고 있냐.

  방송국 PD란 놈이."

 

 " 참나.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생방송 중에

 신 후자님이 대통령이 될 겁니다. 이러냐?

 참 중립적인 놈일세."

 

 "됐다. 왜 전화했냐! 놀리려고 전화했냐?"

 

 " 아니, 우리 엄마 산소 가 봤냐고?

 내가 가보라고 했잖아."

 

 " 아 맞다. 내일 가본께.

 근데 왜 어머니 산소 계속 가보라는 거야?"

 

 " 아니. 그냥. 나도 잘 못 내려가니까."

 

 "아니 뭐 산소가 떠내려갈 일도 없고.

 너 뭐 잡히는 거 있어?"

 

 " 아. 아냐……."

 

 " 말해 봐. 우리 어머니한테 물어볼게."

 

 " 사실은…… 꿈에 계속 어머니가 나와."

 

 " 어머니가 너 보고 싶은가 보지."

 

 " 뭐 가끔 꿈에 나오기는 하는데……."

 

 " 왜? 모습이 좀 안 좋으셔?"

 

 " 어……."

 

 " 꿈에 어떻게 나오시는데?"

 

 " 물에 빠진 사람처럼 잔뜩 젖어서……."

 

 귀남은 동일의 말을 듣고 움직이지 못했다.

 뭔가 불길한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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