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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초화
작가 : 빈삐
작품등록일 : 2019.10.19

나름 알아주는 미대를 나와 인생이 순탄할 줄 알았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고 꼬이기만 한 도현은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친누나 지아의 권유로 전시회를 찾다가 우연히 스카비오사를 가보라는 댓글을 보게 된다.
동묘에 온 도현은 스카비오사를 찾아다닌다. 그리고 어느 한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 스카비오사를 찾게되고...도현은 가게에 들어가서 그림을 둘러보다 하얀 꽃잎이 휘날리는 나무 아래에 서 있는 연인을 그린 그림을 보게 된다.
그때 가게 안에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노파가 그림이 마음에 들면 가져가라 하고 그림속 인물을 잘 다뤄달라는 의미심장한 소리를 듣지만 도현은 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림을 집에 가져가게 된다.
집에 도착한 도현은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2화-꿈속
작성일 : 19-10-20 19:33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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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현은 눈을 떠보니 방 천장이 아닌 보랏빛 하늘에 구름에 가려져 희미하게 달이 떠 있었다. 땅은 잔디밭이었고, 주변은 온통 키가 다 자란 나무였다. 어디인지 모르는 길이지만 잔디밭을 따라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꿈인 거 같은데....?"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꿈이라는 것을 알지만 당황했다, 하지만 계속 걸었다. 보랏빛 하늘이 서서히 파란 하늘로 바뀌고 햇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쨍하게 뜨자, 땅도 잔디밭에서 비포장도로로 바뀌었다. 도현은 손으로 하늘을 가렸다. 조금씩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가 발바닥을 계속해서 자극하자 도현의 맨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 발 아파. 도대체 언제 깨어나는 거야."

 

 꿈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했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꿈이다. 이건 가상세계일 뿐이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가, 꿈꿨던 적이 언제였더라?"

 

 얼마 정도 시간이 흘러갔을지도 모르는 그때, 멀리서 하얀 꽃잎을 휘날리는 나무가 보였다. 길옆에 세워져 있던 나무와 달리 하얀 꽃은 나무에 후광 역활을 하는 것처럼 나무를 빛나 보이게 해주었다. 나뭇잎도 풍성하게 자라 그늘이 져 있어서 지친 발과 몸을 달래기에는 좋은 장소였다. 도현은 곧장 걸음을 재촉하여 나무로 향했다. 도착하니 나무에는 말채나무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말채나무....?"

 처음 들어보는 나무 이름이었다. 꿈에서 나무가 생생하게 나오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나무에 등을 대고 기대어 앉았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을 갑갑한 집에서만 보냈기 때문일까 나무 아래는 편안하고 시원했다. 눈을 살포시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때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여기 내 자린데."

 

 도현은 깜짝 놀라며 살포시 감았던 눈을 동그란 구슬처럼 크게 떴다. 눈을 떠보니 갈색 눈동자와 머리카락, 코에는 점이 있고 분홍 코스모스에 색깔을 띄고 있는 입술을 가진 여자가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만 있는 줄 알았지만 처음 보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자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도현은 말을 떨며

 "뭐. 뭐야, 누구세요? 여기는 제 꿈속인데....?"

 

 떨리는 도현의 말에 앞에 있던 여자가 도현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너는 누군데? 왜 내 나무에 있는 거야? 그리고 꿈속은 또 무슨 말이야."

 

 "저..저는 화동에 사는....."

 자신도 모르게 답하는 도현의 말을 끊고 여자는 다시 한 발자국 더 다가와 말했다.

 

 "아, 화동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고, 나는 란나라고 해. 붙여진 꽃은 란타나. 그리고 어디 사는지 말 해줘도 난 잘 모르니까 이름만 알려줄래?"

 

 란나의 갑작스러운 물음과 답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란나? 이름이 특이하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가? 붙여진 꽃은 또 뭐야.... 아 도대체 언제 깨어나는 거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있을 때 란나가 도현의 얼굴에 손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야! 이름이 뭐냐고!"

 란나의 큰 목소리에 도현은 혼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란나를 바라보았다.

 "어? 제 이름은 도현인데요.... 근데 저 몇 살이시기에 자꾸 나한테 반말하냐!"

 란나는 갑자기 커진 도현의 목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나.... 나는...."

 도현은 란나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잘 안 들리기 시작하면서 눈앞은 하얗게 변하고 익숙한 마림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보니 자신의 방 천장이 보였다.

 "하, 다행이다. 간만에 이상한 꿈 꿨네"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마음이 진정될 때쯤 지아가 도현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 너 오늘도 아직도 자...."

 지아는 자신이 깨우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던 도현이 깨어있는 모습에 말끝을 흐리며 당황했다.

 "냐...? 너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웬일이야, 매일 늦잠만 자면서 오늘은 무슨 약속 있어?"

  도현은 작은 한숨을 쉬며 지아를 보며 말했다.

 "없어. 근데 누나 오늘 회사 안 나가?"

 

 "오늘 간만에 반차썼지. 빨리 나와서 아침밥 먹어. 그리고 인마 오늘은 방 좀 치우고."

 방을 둘러보던 지아는 어제 도현이 스카비오사에서 사 온 그림을 보았다.

 "어? 근데 못 보던 그림이네? 어제 전시회에서 산 거야?"

 도현은 침대 아래 떨어져 있는 그림을 주우며 말했다.

 "아니야. 받은 거야, 어때? 그림 괜찮지?"

 

 "음.... 뭐 이쁘네. 근데 왜 남자 눈, 코, 입이 없어? 여자는 이쁘게 생겼는데."

 지아의 말에 도현은 그림을 자신 쪽으로 돌려 보았다.

 "에이... 이게 또 매력이지. 근데 여자는 진짜 아름답긴...."

 여자의 얼굴을 보던 도현은 그림을 침대 위에 떨어트렸다.

 '어....? 이 사람 어제 꿈에 나왔던 사람하고 닮았는데....? 에이.... 설마 내가 착각한걸 거야."

 하던 말을 하지 않고 갑자기 멍하니 있는 도현을 보고 있던 지아는 도현에게 말했다.

 "뭐야, 너 오늘 아침부터 왜 이렇게 멍하니 있어? 그림 그만 보고 빨리 나와서 밥 먹어. 오늘은 나 회사 나가기 전까지 대청소 좀 하자?"

 지아가 끓이고 있던 국을 보러 도현의 방을 나가 주방으로 가자, 도현은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주방에서 들리는 숟가락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에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어제 먹었던 된장찌개와 시금치나물, 그리고 계란후라이와 햄구이가 있었고 못 보던 작은 물병이 있었다. 물병에는 이쁘게 핀 분홍색 코스모스가 물에 줄기를 담그고 있었다. 코스모스를 보니 도현은 더욱 어제 꿈속에 나온 여자가 생각났다.

 '왜지.... 보통 다른 꿈이면 잊어먹는데 왜 어젯밤 꿈에 나왔던 여자 얼굴은 안 잊히지?'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생생했던 여자의 얼굴과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란나...."

 도현이 혼잣말을 하자 지아는 도현이 자신을 부른 줄 알고 된장찌개를 가져와 식탁 의자에 앉으며 도현에게 말했다.

 "어? 뭐라고?"

 지아의 물음에 하던 생각을 멈추고 도현도 식탁 의자에 앉아 지아와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반 공기 비워 갈 때쯤 도현이 지아에게 물었다.

 "근데 저 코스모스는 뭐야? 남자친구 생겼어?"

 도현의 물음에 지아는 피식 웃으며 답하였다.

 "아니. 남자친구는 무슨. 그냥 길 가다가 꽃 파는 할머니를 봤는데 코스모스가 너무 이쁘길래. 집 와서 너한테 꽃 어떻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자고 있더라? 어제 도대체 뭘 하셨길래. 많이 피곤했어?"

 

 "그냥, 조금?"

 도현은 찌개를 숟가락으로 뜨며 대답했다. 어제 있었던 일과 어제 꿨던 꿈을 말할지 고민했지만, 그냥 개꿈이라고 넘어갈 지아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말하려던 생각을 멈췄다.

 

 

 

 
작가의 말
 

 도현:미대 졸업생

 지아:(별명:데이지 아)

 란나(별명:란타나)

 노파가게:스카비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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