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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자유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 : 애런
작품등록일 : 2019.9.28

자유로를 질주하는 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뚫고 취업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재단의 이사장이 실종되고 모두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재단내의 파벌 싸움이 격화됩니다. 그래서 네 젊은이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게 됩니다.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3. 노래방
작성일 : 19-10-20 16:43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8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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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나뭇가지를 꺾는다

 

 

 3. 노래방

 

  모두 노래방으로 들어와 앉았다. 노래방에는 미리 예약을 해두었는지 테이블 위에 술과 안주가 거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데서 회식을 하던 선생님들이 모두 노래방으로 왔다. 인원이 많아져서 노래방 안은 시끌벅적한 시장 바닥 같았다. 이사장은 신규 교사를 뽑거나 부장에 새로 승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예외 없이 술자리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일명 삼배 주였다. 잔을 따르고 그 위에 젓가락을 올리고 또 잔을 올려 술을 따랐다. 이렇게 술잔 세 잔으로 탑을 만들고 그 술을 다 마셔야 했다. 일종의 오프닝 세리머니 같은 행사였다. 이사장은 안 먹는 사람이 없도록 이 잔들을 모두 비워야 정교사로 임명하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학교 발전기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농담 섞인 표현이었지만 신규 교사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래요. 시작해 봅시다. 오늘은 교무부장이 잔을 만들어 봐요.”

  “네, 아...알겠습니다.”

  교무부장 공성구가 삼배 주를 준비했다. 금방 세 개의 잔이 젓가락을 사이에 두고 쌓아올려졌고 그러한 삼배 주 탑이 네 개가 만들어졌다. 항상 이사장이 직접 만들었었는데 공성구가 지목되자 관리자와 부장들은 모두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자, 우...,우리 학교 전통의 삼배 주 시...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공성구가 시작을 선포하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울렸다. 성훈을 비롯한 신규 교사 사인방은 긴장된 표정으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네 명 다 술에 그렇게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스러울 수 밖 에 없었다.

  “처음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선생님들은 앞에 놓인 소주와 맥주를 황금 비율로 섞은 소맥 세 잔을 다 마셔야 합니다. 여자 선생님들은 세 잔을 마시는데 힘들면 흑기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흑기사를 요청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벌주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남자 선생님들도 흑기사를 요청하고 싶으시면 하셔도 됩니다. 아마도 한 잔 더 드시게 되겠죠?”

  학생부장 권순필이 설명해 주었다. 공성구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멘트를 가로챈 것이었다. 공성구는 멘트의 타이밍을 놓쳐서 짜증이 났지만 금방 표정 관리를 하였다. 말이 어눌한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참았다. 권순필이 흑기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성훈과 도형은 웃을 수 없었다. 은지와 예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 때 보고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 때는 분량이 큰 대접으로 하나였는데 먹고 바로 취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했다.

  “누구부터 하실까? 지원자 없어요?”

  교감 심원택이 권순필에 이어 분위기를 주도하려고 멘트를 날렸다. 보통은 교장이나 교무부장이 주도하였는데 이날은 달랐다. 교감 라인에서 교장 라인을 확실하게 압도하려고 선전포고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잠시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원자 손드세요. 음, 없으면 게임을 해서 정할까요?”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성훈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지원하였다. 도형은 좀 전에 토하고 와서 도저히 먹기가 힘든 상태였다. 예리를 힐끗 보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혼자 생각하였다. 그래서 술은 약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성훈이 첫 잔을 들고 잠시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벌컥벌컥 들이키자 모두가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금방 완샷을 하고는 잔을 들어 머리 위에 뒤집어서 다 먹은 것을 인증하였다. 모두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였다.

  “유성훈 선수 첫잔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놀라운 스피드네요.”

  권순필이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의 흉내를 내며 분위기를 띄우는 멘트를 하였다.

  “이제 두 잔째 들어갑니다. 모두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유성훈 선수 잔을 들고 있습니다. 입으로 가져갑니다. 성공입니다. 다시 한 방에 털어 넣었군요.”

  중계 멘트를 하는 사이 성훈이 두 잔째를 한 번에 마시는데 성공했다. 술을 상당히 많이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곧바로 구역질이 밀려왔다. 가까스로 구토를 참아냈다. 여유 있는 미소는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잔을 들고 노려보고 있었다. 모두 숨을 죽이고 성훈을 지켜보았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잘하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성훈은 잔을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와서 컵을 입에서 떼었다. 하마터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구토를 할 뻔 했다.

  “자, 다 같이 박수로 응원합시다.”

  권순필이 먼저 박수를 치자 모두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박수 소리가 잦아들면서 예리와 은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박수소리가 없어지면 이상한 분위기가 될 거 같았다. 그 때 성훈이 마지막 힘을 내어 잔을 들이켰다. 다 먹은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노래방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권순필이 권투 시합을 할 때처럼 성훈의 팔을 들어올렸다. 성훈은 자신이 챔피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목표를 이뤄내고 모두의 환호성을 받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은 오래간만이었다. 역시 나야. 성훈은 또 한 번 자기애를 확인하고 있었다.

  “잘했어요. 유성훈 선생님은 술 잘하네. 안주 하나 먹어요.”

  강삼식 이사장이 친히 안주를 집어서 성훈의 입에 넣어주었다. 성훈은 오늘따라 육포가 입에 착 붙었다.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에 따라 같은 안주도 맛이 틀렸다. 오늘 안주는 최고였다.

  “자, 다음은 누가 하시겠습니까?”

  도형과 은지, 예리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았다. 망설이던 은지가 앞으로 나섰다. 바로 두 잔을 먹는데 성공했다. 성훈보다 더 큰 함성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잔을 들다가 옆으로 휘청하였다. 잔은 떨어져 식탁에 술이 뿌려졌다. 갑자기 먹어서 취기가 바로 올라온 것이었다.

  “흑기사 불러도 됩니다. 흑기사.”

  은지는 잠시 생각했다. 도형은 취해서 흑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성훈은 먼저 삼배주를 하고 거의 시체가 되어 있었다. 차를 타고 올 때 공성구가 자신이 술 세다고 자랑한 것이 기억났다. 은지는 교무부장 공성구를 지목했다. 덩치 큰 공성구가 순간 움찔했다. 젊은 여자 선생님이 자신을 지목하자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박수를 받으며 한잔을 바로 마셨다.

  “부장님,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일단 이 육포로 갚습니다.”

  은지가 안주를 집어 공성구의 입에 넣어 주었다. 젊은 여교사가 집어준 안주는 꿀맛이었다. 이 맛에 술 먹는 거지. 평소 술을 즐기던 공성구는 기분이 매우 우쭐해졌다. 진짜 흑기사가 된 기분이었다.

  “자, 다음은 누가 먹을까요?”

  예리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 도형이 먼저 일어섰다. 아까 토하고 와서인지 술이 깨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술을 들이켰다. 한잔을 먹고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힘내라고 박수칩시다.”

  권순필을 시작으로 모두의 박수가 시작되었다.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잔을 들고 심호흡을 했다. 쭉 들이키다가 순간 밑에서 욱하고 올라오는 구토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토해버리고 말았다. 순간 정적이 흐르며 노래방이 조용해졌다. 예리와 은지가 재빠르게 움직여 토사물을 치웠다. 성훈은 도형을 부축해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파티 분위기였던 노래방 안은 침울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제 삼배 주는 그만 하도록 합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술이 약해.”

  기술가정을 담당하는 변태섭이 한마디 하였다. 전부터 삼배 주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나이 많은 교사로서 아직 부장이 되지 못한 변태섭은 늘 재단과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사장까지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면으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불문율이었다. 강삼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사장으로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교사가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변태섭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재단의 전통을 깨자는 말씀이세요? 변태섭 선생님도 들어올 때 삼배 주 했잖아요. 좋은 전통은 이어나가야죠.”

  교장 차은우가 바로 반박했다. 이럴 때 바로 교장이 나서야 위신이 설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이사장의 얼굴 표정이 굳는 것을 곁눈질로 보고 바로 든 생각이었다. 이런 빠른 판단이 그가 교장이 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전통이고 뭐고 다 좋은데 요즘 트렌드하고는 안 맞잖아요. 젊은 교사들이 술도 잘 안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그만 접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

  변태섭이 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은지와 예리는 고개를 숙이고 토사물을 치우면서도 분위기가 살벌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예리의 순서가 남아 있어서 더 긴장되었다.

  “삼배 주 행사는 그냥 진행합니다. 더 이상 토 달지 마세요.”

  차은우가 딱 잘라 말했다. 변태섭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평상시에도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이 참에 확실하게 자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옆에서 공성구가 말없이 다시 삼배 주를 쌓았다. 모두의 시선이 예리 쪽을 향하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여선생님은 흑기사 요청도 가능합니다.”

  권순필이 경쾌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였다.

  “일단 도전해 보겠습니다.”

  예리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일제히 박수가 터졌다. 긴장된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졌다. 예리가 잔을 들어 마시다가 힘들어하며 잔을 잠시 내려놓았다. 잠시 숨을 몰아쉬고 다시 잔을 입으로 가져가 다 마셨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헛구역질을 하였다. 은지가 달려 나왔다.

  “힘들면 흑기사 불러요. 우리도 다 흑기사 불렀어.”

  지리를 담당하는 김혜연이 걱정스런 말투로 말했다. 평상시에도 여교사 사이에서 맏언니 역할을 하는 그녀는 작은 키에도 깡이 세서 남교사와도 자주 맞서곤 하였다. 그녀의 말에 예리가 흑기사를 요청하였다. 누군가를 지목하기도 전에 주동원과 권순필이 나섰다.

  “자, 흑기사 나가십니다.”

  권순필이 좌중을 보며 과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둘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른 속도로 잔을 들이켰다. 좌중의 박수가 터졌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속셈이었다. 강삼식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였다.

  “선생님들 잠시만 저 좀 봐주십시오.”

  강삼식이 말하자 모두 조용해지며 주목하였다. 은지는 이사장의 낮은 목소리에도 금방 알아듣고 반응하는 분위기가 싫다고 생각했다.

  “제가 선생님들한테 꼭 말씀 드려야 하는 발표 내용이 있습니다.”

  모두 무슨 내용인지 몰라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강삼식에게 완전히 집중했다. 강삼식은 이런 식으로 깜짝 발표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면이 그가 아직까지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심원택 교감은 차은우 교장과 공성구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하는 거겠지. 올해 들어 부쩍 교장이 이사장 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말씀드릴 내용은 요즘 재단의 사정입니다. 홈페이지에 아직은 공개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재단이 그동안 무상으로 쓰던 운동장 일부 부지에 대해서 땅 주인이 사용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너무 커서 일단 거부를 했는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자칫 운동장을 못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침묵이 맴돌았다. 강삼식이 이런 식으로 발표하면 분명 더 큰 항목이 끼어 있었다. 제발 나쁜 일은 아니어야 할 텐데. 모두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강삼식을 보고 있었다.

  “두 번째로 재단의 빚이 엄청나게 발생했다는 내용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리조트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몇몇 투자자의 회심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 졌습니다. 공사는 현재 중단되었습니다.”

  강삼식이 목이 타는지 물을 들이키는 사이 교사들이 웅성거렸다. 그동안 삼십년 넘게 재단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강삼식의 목소리가 떨리는 걸로 봐서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이 분명했다.

  “저는 대표에서 물러나 이사장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의 영향력이 큰 재단의 모기업이고 하니 여러분들께서도 상황을 알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 말씀 드렸습니다.”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이사장님.”

  기술가정 변태섭이 질문했다. 평소에도 예산 관련해서 관심이 많아서 관련 자료 요청을 자주 하는 그였기에 질문하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진 않았다.

  “대략 백억 이상 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매출 대비해서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이 정도 금액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강삼식이 잠시 헛기침을 몇 번했다. 아직 발표 내용이 더 있다는 뜻이었다. 그 내용이 조금 낯간지러운 내용일거라 생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이야기할 내용이 더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뽑은 신규 선생님 관련 이야기입니다. 미리 이야기하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 지금 이야기하는 겁니다. 짐작하신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바로 강예리 선생이 제 딸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예리에게로 향했다. 예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은지는 화들짝 놀라 예리를 곁눈질했다. 부잣집 딸 일거라 생각했으나 이사장의 딸일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예리 앞에서 재단을 나쁘게 말한 적이 있었나 하고 순간 생각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제 딸이라고 특별대우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이 하는 일은 다 시켜 주세요. 제 발표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제가 건배 제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잔을 채워 주세요.”

  예리는 깜짝 놀랐다. 어차피 알려질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이사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강삼식이 예리에게 특혜를 주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시키겠다고 했을 때는 서운하기도 했으나 아빠의 강직한 성품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온 첫 회식자리에서 딸이라는 사실을 아빠가 직접 발표하자 당황스러웠다. 예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잔을 채우자 성훈이 들어왔다. 많이 취한 도형을 데리고 나갔다가 술 깨서 들어오라고 하고 먼저 들어오는 길이었다. 자신도 꽤 많이 취해서 집에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시 노래방으로 들어왔다. 얼떨결에 같이 잔을 들었다.

  “건배 구호는 우리 학교입니다. 정말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학교라고 생각하시고 제가 우리라고 말하면 학교라고 말씀해 주세요. 우리!”

  “학교!”

  모두 큰 소리로 외치고 옆 사람과 잔을 부딪쳤다. 화기애애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리는 강삼식이 이렇게 갑자기 발표하리라고는 생각 못해서 너무 놀랐다. 그리고 매우 서운했다. 차차 알게 될 텐데 굳이 이렇게 발표해야 하나. 예리는 힘없이 앉아 노래방 책만 뒤적거리고 있었다.

  성훈이 옆에 오자 은지가 귓속말을 속삭였다.

  “방금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알아요?”

  “무슨 얘기요?”

  “예리 쌤이 이사장님 딸이래요.”

  “네? 그게 진짜예요?”

  성훈이 진심으로 놀라며 순간 큰 소리로 물었다. 주변의 선생님들 몇 명이 돌아보았다.

  “도형 쌤은 이걸 아나 모르겠네요. 도형 쌤은요?”

  “네, 밖에서 술 깨고 있어요. 그나저나 대박이네요. 진짜 쇼킹하네요.”

  성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갑자기 예리를 볼 때 사람이 달라 보였다.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고 부잣집 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사장 딸일 줄이야. 성훈은 앞으로 예리를 대할 때 전처럼 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자, 지금부터 노래 타임입니다. 대결 모드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권순필이 나와서 진행을 하였다. 이 자리가 즐거운 분위기에서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성훈은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빼지 말고 도와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외모도 좋지만 음주가무도 되는 캐릭터인 성훈이었다. 자신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신규로 온 유성훈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성훈이 구십 도로 인사했다, 신곡을 고르고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은지와 예리가 함께 나와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노래방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권순필과 심원택, 주동원이 함께 나와 춤을 췄다. 은지와 예리의 옆에서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모습이 다소 안쓰러워 보였다. 차은우와 공성구는 강삼식의 양 옆에 앉아서 열심히 춤추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은 형식적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교사들이 두 그룹으로 나누어진 후 처음 갖는 대규모 회식이었다. 판을 깨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분위기를 맞춰주고 있었다.

  강삼식은 예리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딸이라고 밝히는 순간 원망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사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두 아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서 춤추며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 딸 강예리 선생님 춤 잘 추네. 나도 노래방에 같이 오긴 어렸을 때 이후 처음이야.”

  “아, 그러시군요. 근데 진짜 귀엽게 잘 추시네요.”

  강삼식의 말에 차은우가 맞장구를 쳤다. 예리가 귀엽게 춤을 추는데 비해 은지는 다소 섹시한 몸짓으로 춤을 췄다. 예리가 귀엽게 춤추는 뒤에서 성훈이 노래를 부르며 동작을 취하자 그 뒤에서 은지가 섹시한 동작을 하였다. 셋은 미리 맞추기라고 한 것처럼 신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성훈과 예리, 은지는 멋지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기존 교사들의 노래가 이어졌고 밤늦도록 흥이 넘치는 파티가 이어졌다. 재단에서 주최한 회식에서는 실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성훈과 은지, 예리는 자신들이 분위기를 띄운 것 같아 흐뭇했다. 새로운 교사들의 출현이 조직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었다.

 
작가의 말
 

 노래방에서 주인공들의 화려한 가무실력이 선보여지는군요. 역시 젊은 직원들의 흥 넘치는 공연이 직장 분위기를 바꿔 놓는군요. 직장 상사들에게 예쁨 받을 준비를 차곡차곡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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