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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록되지 않은 쐐기용사의 영웅담
작가 : SolaR
작품등록일 : 2019.9.1

인류는 ‘이레귤러의 시대’라 불리는 최악의 시대와 맞서며 끔찍한 고통을 견디어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정체불명의 괴물들, 생태계를 뒤바꿔버릴 정도로 지독한 이상기후, 그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인간들까지.
그러나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을 누군가의 영웅담이다.

 
3장 대장장이, 그리고 엠브리오(1)
작성일 : 19-10-20 09:1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7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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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대장장이, 그리고 엠브리오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얕은 협곡.

 

 바리의 거친 숨소리가 협곡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다.

 

 “헉...... 헉...... 힘들어....... 죽겠네...... 헉......”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펼쳐진 협곡은 혼잣말조차하기 힘들 정도로 험준했다.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지반은 밟을 때마다 힘없이 무너져버려 이곳이 악명 높은 사랄 왕국의 자갈사막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만들었다.

 

 가뿐 숨소리를 내던 바리가 결국 주저앉았다.

 

 이마를 타고 쏟아지는 땀을 대충 닦아냈다. 두껍게 치감은 붕대는 땀에 절어 덜 아문 상처들을 자극했다.

 

 “대머리 영감쟁이. 나를 골탕 먹이려 했구나! 나 같이 연약한 소녀가 이런 험한 길을 어떻게 다녀!”

 

 물론 과장이었다.

 

 연약한 소녀는 장정의 어깨를 밟고 휙휙 날아오르거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을 대수롭지 않게 베어내지 못 한다.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잊지 않고 챙겨온 물병의 뚜껑을 열었다.

 

 정오의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걸려있었지만 여유를 되찾고 보니 뺨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제법 시원하였다.

 

 “해는 또 왜 이렇게 쨍쨍해? 시원하게 비라도 쏟아지면 좋겠네.”

 

 투정부리듯이 내뱉기는 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쳤다.

 

 비가 쏟아지면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진창이 되어버린 바닥이 걸음을 잡아끌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에 쫄딱 젖으면 옷은 또 얼마나 무거워지는데. 그리고 검에도 녹이 슬.......”

 

 행여나 습기가 닿을까 애지중지하던 애검이 엉망이 된 게 뒤늦게 떠올랐다.

 

 평소와 같이 허리에 매달아 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엉망이 되었었지.”

 

 그녀의 검은 비록 잡철로 만들어진 보잘것없는 검이었지만 지극정성으로 애정을 쏟아부은 덕에 여느 명검 못지않게 빛을 발했었다.

 

 그랬던 검이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고칠 수 있으려나?”

 

 **

 

 바리가 대장장이를 찾아 나서기 하루 전.

 

 아이작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된다네.”

 “부탁이요? 마을은 구한 은인에게?”

 

 안면 근육을 총동원하여 귀찮음을 드러내자 아이작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정말로 별것 아닌 부탁이네. 자네에게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터이니 너무 싫은 내색하지는 말게나.”

 “정말요?”

 

 되물으면서도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렇게나 졸라대던 빌헬름은 결국 거절했잖아요. 차라리 빌헬름에게 대장장이를 소개해주는 편이 마을을 위해서는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자네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용무니까 말이야. 순수한 목적으로 대장장이님을 찾는다면 그분도 매정하게 내치시지는 않을 게야.”

 “그럴까요? 제가 그 대장장이의 물건을 팔아먹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타당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작은 뒤로 넘어갈 것 같이 크게 웃어 재꼈다.

 

 “자네가 말인가? 자네처럼 제 감정 하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

 “내, 내가 뭐 어때서요!”

 “자네라면 대장장이님도 한 번 팔아보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실지도 모르네. 어차피 금방 망할게 분명하니까.”

 “으그극! 그럼 빌헬름은요!”

 “빌헬름 단장 말인가?”

 

 순간 떠오르는 빌헬름의 이미지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천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난스러운 빌헬름의 언동은 어디까지나 그의 속내를 포장하기 위한 것임을 아이작은 연륜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조부와 부친을 모두 보았네만, 상인으로서의 재능은 빌헬름 단장이 단연 으뜸이라 생각하네.”

 "그 녀석이요?"

 

 바리가 본 빌헬름은 그저 장난칠 건덕지가 없나 두리번거리는 개구쟁이 도련님에 불과했다.

 

 “에이, 설마요.”

 “실재로도 유능하지. 빌헬름 상단은 전대 단장이 요절한 뒤로 내리막길 일로를 걸었거든. 그렇게 무너지던 상단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바로 빌헬름 단장이야.”

 “상단이 폭삭 주저앉을 때까지 그 유능하신 빌헬름은 뭘 했는데요?”

 “듣기로는 어느 무가(武家)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더군. 그의 아버지는 상(商)보다는 무(武)에 관심이 많았거든. 그는 생전에도 상단과 무술을 연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

 

 그러고 보니 빌헬름은 무가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저 웃고 넘겼지만 워터리시 팬서를 단번에 쓰러뜨리는 것을 보면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었다.

 

 아이작이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일이지. 당시 미성년이던 빌헬름 단장은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고집을 부렸지만 투자자들에 의해 거절을 당했어.”

 “왜요? 빌헬름이 후계자였던게 아니었나요?"

 “명실상부한 후계자였지.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김이 워낙에 강했던게야.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투자처를 어린 소년에게 맡기는 것이 불안했던게지. 그 당시에는 그들도 빌헬름 상단을 일으켜보려고 애쓴 것 같지만 결국은 실패했어. 그 뒤로 투자자들이 하나 둘 발을 빼게 되었고 갓 성인이 된 빌헬름 단장은 무너지기 직전의 상단을 간신히 물려받을 수 있었다네.”

 “이래서 돈이 얽히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니까요. 사람은 역시 돈을 쫓기보다는 고결해야 해요.”

 

 수녀이면서도 고결과는 거리가 먼 바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다소 민망하게 여겨졌지만 부탁을 하는 입장인지라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흐흠.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을 할 것은 말이야. 내 손녀를 설득해 달라는 걸세.”

 “손녀요?”

 “그래. 자네와 비슷한 또래의 손녀가 하나 있는데 요즘 영 삐딱선을 타서 말이야. 검을 갈고닦아 세상을 구하겠다고 하더군. 정말이지 철이 안 들어서 원.......”

 “잠깐.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봐요?!”

 “아닐세. 그저 비슷한 또래다 보니.......”

 

 허겁지겁 말을 주워 삼킨 아이작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또래의 여자아이라면 이야기가 통하는게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말리려고 하는 건가요? 진지하게 말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혹여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반대부터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계획을 위해 수녀원 한구석에서 외로이 정진하던 자신의 처지와 겹쳐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 아이는 그런 게 아니야. 그건 만나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게야.”

 

 영 탐탁지는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사막을 건너는 많은 모험가들과 만나온 아이작이었기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엉망이 된 검을 가지고서 사막을 건널 수 없었던 탓도 있었다.

 

 “좋아요. 일단 만나보도록 하죠.”

 “오오. 정말 고맙네.”

 “그래서 그 손녀는 어디 있죠?”

 “아, 그 아이 말인가? 아마 대장장이님의 대장간에 가면 볼 수 있을게야.”

 

 **

 

 그렇게 대장간을 소개받은 바리는 대장간의 위치와 간략한 약도를 받을 수 있었다.

 

 “약도가 있긴 하지만.......”

 

 마을을 벗어날 무렵에는 길이 잘 닦여있었기 때문에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평탄하던 길은 금세 오르락내리락하는 협곡으로 변했다.

 

 혹시 지름길은 없을까싶어 약도를 펼쳐보지만 그마저도 엉망이었다. 마치 동네 꼬마가 그린 그림지도 같은 조악한 약도는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지금에 와서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거 완전히 내 손해잖아!”

 

 한바탕 소리를 질러 짜증을 토해낸 바리는 검집을 지팡이 삼아 짚고 일어났다.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보고자 콧노래를 흥얼거려본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갔던 이름 모를 유행가의 인상 깊은 구절이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

 

 “으음....... 여긴가?”

 

 협곡을 헤매던 바리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오두막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두막은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림자 위에 오도카니 서있었다.

 

 “위치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잡았네.”

 

 이름 없는 마을을 벗어나 악명 높은 사랄 왕국의 국경으로 접어드는 경계선. 삼림(森林)의 초록빛 바람과 사막의 강렬한 태양이 만나 적절히 뒤섞이는 장소. 그 완벽한 조화가 빚어낸 풍경은 그야말로 은거기인이 탐낼만한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그래. 여기라면 이름 없는 마을을 오가기에도 적당하겠지.”

 

 바리는 아이작이 적어준 약도를 아무렇게나 구겨버렸다.

 

 “헤매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이 빌어먹을 약도!”

 

 구긴 약도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역시 태양은 둘이나 필요 없어. 하나 정도는 신녀님의 품으로 돌려보내도 문제없을 거야.”

 

 여전히 수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담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맞겠지?”

 

 이렇게 외딴 곳에 사는 인물이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자그마한 오두막은 도무지 대장일을 겸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추측을 해보던 바리는 일단 오두막의 문을 두르려보기로 했다. 대장장이가 기거하는 오두막이 아니면 어떠하리. 누구라도 있으면 물도 얻어먹고, 길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저기요! 누구 없어요?”

 

 문을 두르려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야. 아무도 없나?”

 

 혹시나 싶어 꼬질꼬질 때가 낀 창문을 들여다보지만 역시나 인기척은 없었다.

 

 “이런. 길이 엇갈렸나?”

 

 듣기로 대장장이의 활동 반경은 그리 넓지 않았다. 그에게는 사막에서 유효한 이동 수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이름 없는 마을을 왕래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밀려오는 허탈함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생고생하지 말고 마을에서 기다릴걸.”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는 물통의 뚜껑을 열었다. 찰랑거리는 소리로 남은 물의 양을 가늠하며 목을 축이기 위해 입가로 가져가려는데.

 

 깡-

 

 어디선가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혹시?”

 

 벌떡 일어난 바리가 귀를 쫑긋이 세우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쫓았다. 분명 오두막 뒤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헐레벌떡 오두막 뒤로 달려가 보니 그 앞에는 수많은 기암괴석이 늘어선 공터가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메마른 땅 위로 솟아오른 기암괴석들은 보는 사람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으으. 어쩐지 으스스하네.”

 

 목을 길게 빼고 소리의 출처를 찾아보지만 사람 키 만한 기암괴석들이 시야를 방해했다.

 

 답답해진 바리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까 들었던 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오지 않을까 기대하면 감각들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스산한 소리 말고는 별다른 것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나를 경계하는 건가?’

 

 분명 오두막 뒤쪽에서 인위적인 소리를 들었건만 그 누구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바리가 인기척을 냈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몸을 숨긴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질 않았다.

 

 ‘쯧. 거참. 까다로운 양반이로구먼.’

 

 귀찮다는 표정과 함께 혀를 찬 바리는 적의가 없다는 의미로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봐요. 여기 있어요? 대장정이 씨?”

 

 양손을 들어 올린 바리가 기암괴석들 사이를 기웃기웃 누벼가며 대장장이를 찾았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어라~정말 잘못 들었나~? 오두막 앞에서 죽지고 있어야겠다~.”

 

 의도적으로 말을 늘이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도망갈 것을 대비하여 온 몸의 근육들을 긴장시켰다. 이 정도로 타인을 경계하는 자라면 극심한 긴장감에 돌연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목 끝에 무언가가 닿아있었다.

 

 “누구냐.”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는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경직된 자세로 눈만 간신히 돌려보니 두건을 뒤집어쓴 청년이 바리의 목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장술(杖術)을 펼치는데 사용하는 무기가 아닌 평범한 지팡이에 불과했지만 그마저도 목에 닿아있으니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자, 잠깐. 진정해.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그걸 어떻게 믿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머리를 쥐어짜보지만 상대를 설득시킬 마땅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나는 그저 대장장이를 찾고 있을 뿐이야.”

 “대장장이?”

 

 대장장이라는 말에 청년이 반응했다.

 

 “그래. 대장장이. 성물을 고치기 위해 대장장이를 찾아왔어.”

 “뭐? 성물?”

 

 아차. 실수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성물을 고치기 위해 대장장이를 찾는다는 말을 선뜻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검도 엉망이야. 원한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무심코 검에 손을 얹으려 하자 목 끝에 닿아있던 지팡이에 힘이 들어갔다.

 

 청년이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꼼짝 하지 마. 확인은 내가 하지.”

 “........”

 

 이 인간은 대체 뭐 하는 작자이길래 이리도 무례할 수 있는 것일까?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얌전히 비위를 맞춰주는 것뿐이었다.

 

 경계심이 강한 청년은 지팡이를 들이댄 채로 바리의 검을 뽑았다.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 이건 확실히.”

 “그, 그렇지? 알았으면 이것 좀 치워줄래?”

 

 엉망이 된 검을 보고서야 대장장이를 찾는다는 것을 납득한 눈치였다.

 

 그가 지팡이를 거두며 한마디 보탰다.

 

 “검사라면 검을 소중히 다루는 게 어때?”

 “일단 오해를 풀자면 나는 검사가 아니야. 그리고 평소에는 굉장히 소중히 다루었어. 목욕할 때도 가지고 들어갈 정도로.”

 “습기는 검에 좋지 않아. 앞으로는 그러지 않는 것을 추천하지.”

 

 이 인간. 농담이 통하지 않는 타입이다.

 

 “비유한 거야. 내가 이 검을 얼마나 아끼는데.”

 “그래? 이 검을 보고 있자니 믿기 어렵군.”

 “사정이 있었어. 이름 없는 마을이 이레귤러에게 습격을 당했거든.”

 “이레귤러에게?”

 

 목소리는 퉁명스러웠지만 얼핏 동요가 엿보였다.

 

 “아, 걱정은 마. 나의 활약으로 피해는 없었으니까.”

 “착각하지 마. 걱정한 적 없으니까.”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청년은 뭐라고 변명을 하려는 듯했지만 나오려던 말을 되삼켜버렸다. 대신 영 내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변명에 가까운 사과를 했다.

 

 “갑자기 지팡이를 들이댄 것은 사과할게. 요 근래에 귀찮은 벌레가 붙어서 말이야.”

 “귀찮은 벌레?”

 “알 것 없어.”

 “치. 쪼잔하긴.”

 “그보다 너는 누구에게 대장간을 소개받은 거야?”

 “이름 없는 마을의 대머리 촌장씨. 알아?”

 

 바리가 붙인 별명으로도 짐작가는 사람이 있는 듯 했다. 얼핏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퉁명한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것이 보였다.

 

 청년의 눈이 위아래를 기민하게 오가며 바리를 훑었다.

 

 “용무가 끝나면 바로 떠나겠지?”

 “아마도?”

 

 바리가 되묻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조그맣게 한숨 쉬며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좋아. 따라와. 내가 네 검을 손봐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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