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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나멜
작가 : 신정
작품등록일 : 2019.10.20

요양 간 오지마을에서 주인공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에나멜 03
작성일 : 19-10-20 08:43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1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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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런데 잠깐이라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문제.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도로 끝에— 아니, 가는 도중에 최다인 집이 있다고 했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 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지? 밥이나 한 끼 얻어먹고 좀 쉬기도 하려고 했는데.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집에서 이 도로까지 나오는데 20분이 걸렸다. 오랫동안 걸어야 한다고 전해 듣고는 생각하기를 이른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걷기도 전에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20분을 무슨 길이 이 모양인지 모르겠지만,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이 도로까지 나왔다. 내가 토마토를 챙겨 나온 것도 오랜 시간 먼 거리를 걸어가는데 비상식량으로는 토마토만한 게 없다고 들어서였다. 그런데 그건 정말 아닌 듯하다.

 

 휴대용 칼과 물통, 검정고무줄, 손수건은 원래 평소 내가 어딜 가든 챙겨 다니는 것들이다. 그런데 문득 휴대용 칼을 꺼내들어 끝자락이 닳아빠진 바지도 소매처럼 허벅지 중간쯤에서 싹둑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다. 도저히 더는 긴바지를 입고 있을 수가 없다. 이렇게 잘라 내니 진짜 살 것 같다.

 

 이제 지평선 아래로 해가 저물고 어둑어둑해졌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뜨거운 한낮보다는 오히려 해지고 난 후가 도로를 걷기엔 훨씬 더 편하고 쾌적해서 좋았다. 한낮 지나고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이라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까지 장관이어서 환상적인 기분을 느끼며 잠깐이나마 피곤한지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도 없이 계속 걸어가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얼마정도 걸어가자 낮 동안 쌓인 피로가 온몸을 내리덮어 더는 걸음을 옮길 수 없게 되었고, 한발씩 내딛으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에 졸음에 이기지 못하는 눈꺼풀이 무겁게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어디 자리 깔고 잘 만한 데가 없기도 했지만 그때 난 그런 곳을 찾아다닐 여력도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자려다가 가방 안에 들어있는 토마토 세 개를 밖으로 꺼내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등에 닿는 쪽이 바깥으로 오도록 반으로 접어 베고 누우려다가, 뭔가 걸리기에 물통도 꺼내 토마토 옆에 세워놓고 얼굴덮개 손수건도 꺼냈다. 그러곤 다시 반으로 접은 가방을 베고 누워서 접어놓았던 손수건을 탈탈 털어 펴서 덮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도로 한가운데 누워 홀로 노숙하는 상황이었지만, 얼굴을 완전히 덮기 전 가장 높을 천장에 붙박인 별들 덕분에 왠지 모르게 별 걱정 없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회로에서.0

 

 “잠, 잠, 잠, 잠! 온통 잠의 연속이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기계가 망가지기라도 한 거야 뭐야?”

 정말 이럴 땐 짜증이 치미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난 거친 동작으로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왼쪽 다리 허벅지 위쪽에 꽂아 넣었던 바늘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아래로 내던지며 말했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당연히 저기 문 앞자리 내 눈앞에 서 있어야할 최다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뭐야, 지금 근무 중에 자리 이탈한 거야?”

 어이가 없어진 나는 이 거치적거리는 머리카락 아예 밀어버릴까 중얼거리면서 이제 가슴께까지 내려오도록 자라난 걸 쓸어 넘겼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쓸데없이 무겁다. 이제 잘라 내버려야지. 난 의자에서 완전히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 거울 앞으로 가 섰다. 그리고 뒤쪽으로 높이 올려 묶으려는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하나로 모아서 잡았다. 오른손으로 가위를 집어 들어 머리칼을 잡고 있는 손에 가위 날이 닿도록 바싹 갖다 대고 잘랐다. 이거, 이거, 난리 좀 나겠다.

 

 시원하게 싹둑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발아래 바닥에 떨어져있는 걸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수백 기생충이 엉켜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손가락을 빼낸 가위를 그대로 팔 뻗은 데 아무데나 내려두고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잠시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팔다리에 훑어 올라가는 것처럼 쫙 소름이 돋았다. 난 양 팔뚝을 감싼 채 쓰다듬어서 열을 내어 닭살을 가라앉히고 두 다리 바깥쪽도 빠르게 쓰다듬었다. 그런데 바늘을 꽂았던 자리에 손바닥이 스치자 멍든 것처럼 아팠다. 아마 이건 아까 바늘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긴 탓에 그럴 거다. 이것도 다 최다인 때문이다. 대체 일하다 말고 어디로 샌 건지 보이기만 하면 가만두지 말아야지.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상태가 어떤지 확인한 후 밖으로 나가려다가 다리를 내려다보곤 멈칫했다. 쓰다듬을 때만해도 그렇게 티 나지 않았는데, 바늘을 찔러 넣었던 자리에 확실히 멍이 들어서 눈에 보이도록 티가 났다. 난 입고 있던 반바지를 벗어서 침대 쪽으로 던지고 헐렁헐렁하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민소매 위로 반투명한 거미줄 카디건을 걸쳤다. 거울 확인. 됐어. 이 정도면 딱 좋아.

 

 방문을 열고 나가면 탁 트인 거실이다. 거실 한쪽 벽은 유리문으로 처리해서 바닥을 밖으로 연장에 놓았다. 그리고 그 끝에 1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유리문 쪽 벽은 동쪽으로 나있는데, 그 앞에 서서 밖을 보면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있는 절벽 너머로 수평선이 내다보인다. 그렇게 바깥 경치를 감상할 때면 정말 다른 건 몰라도 여기가 경관 하나는 최고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직각을 넘어서는 각도로 깎아 지르는 절벽이 걸어서 오 분 거리에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진짜 여기로 오기 싫었다. 이제는 볼 때마다 감탄하는 경관이 정말 환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사 오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내 마음대로 넘치게 즐길 수 있었던 때가 더 좋고 그리웠다. 하지만 이 집에는 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다. 걸어간다고 해도 문제였다. 여긴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일차선 도로까지 나가는 데만 족히 두 시간은 걸어 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대체 어디에 처박혀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완벽한 오지인 것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봐야겠다는 꿈조차 꾸지 못할 정도다. 이런 생각해봐야 답답해지기만 한다. 해결할 방법도 없는 문제. 이럴 땐 최다인 괴롭히는 게 정답이다.

 

 발에 닿는 거실바닥은 매번 느끼는 거지만 밟을 때마다 정말 좋았다. 거실 바닥에 얇게 쪼갠 대나무로 촘촘히 짠 깔개를 깔아놓았는데 닿는 감촉이 굉장히 시원하다. 난 한여름에 나무그늘 같은 대나무 깔개 감촉에 만족해하면서 깔개 위로 가로질러 유리문 쪽으로 걸어갔다. 짙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유리문을 열고 나갔다.

 남쪽으로 불어가는 바람에도 아열대 열기가 흠뻑 녹아있었다. 더운 바람에 입고 있던 카디건이 날리는 게 어색하기만 했다. 모름지기 바람이라는 게 자고로 땀이 식도록 시원해야 제 맛이 아닌지 생각해보면 덥고 습한 바람에 날리는 카디건 자락은 찝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면, 거실 바닥에 대나무 깔개만이 여기에서 유일하게 바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존재였다. 난 거실 바닥을 한 번 쳐다보며 한손으로 짧아진 머리를 툴툴 털어냈다. 그러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일차선 도로까지 나가려면 두 시간 넘게 걸어 나가야 한다. 그 정도로 오지인 게 분명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여기 이 자리에 외딴집 한 채만 우뚝 솟아있는 건 아니었다. 이 집에서 동쪽으로 내다보면 절벽 위 바다와 하늘뿐이지만, 집에서 남쪽방향으로 서쪽방향으로 이웃집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 집이 절벽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집인 셈이다. 집 현관문이 남쪽으로 나있는데, 문을 열고 나가면 좀 떨어진 거리에 이웃한 집 두 채를 볼 수 있다. 좀 떨어져있다고 해봤자 걸어서 2~3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그리고 집이 등지고 있는 서쪽으로 나머지 이웃집들이 있었다.

 그래봤자 총 열일곱 채에 불과한데다가 그 중 여섯 채는 비어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왠지 서로 더 친밀하게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오지마을에서 가장 최근에 이사 온 집, 그러니까 사람이 들어와 그 집에 거주한 기간이 가장 짧은 집이 바로 이 집이었다. 오지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나와 최다인이 이사 오고부터 이 집을 ‘다인이네’라든가 ‘안재은네’라고 부르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재은네’보다는 ‘다인이네’로 불리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가, 이제는 통칭 ‘다인이네’로 통하고 있었다.

 

 “재은 씨.”

 남쪽에 있는 두 집 중 뒷집에서 사는 노해림이다.

 “어, 왔어요?”

 “오늘 진짜 날씨 좋다. 그렇지 않아요?”

 “여긴 만날 날씨 좋던데요, 뭐.”

 “근데, 그 머리,”

 “그냥 좀 잘랐어요.”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면 절벽 쪽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보고 서게 된다. 그런데 ‘다인이네’ 앞에 있다 해도 절벽까지 이어지는 언덕은 엄연히 오지마을 공동 소유지였다. 그래서 종종 사람들이 마음 내킬 때 찾아와 바람을 쐬기도 하고, 절벽에 서서 바다를 내다보기도 한다. 언덕에는 이 집이 오지마을 ‘다인이네’가 되고 나서 최다인이 심어놓은 키 작은 나무 세 그루를 제외하곤 땅에 고루 깔아놓은 것처럼 자라난 풀들 덕분에 푹신했고 선명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볕이라도 쐬려는지 노해림은 그 풀밭 위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 혹시 알지도 모르니 물어나 봐야지.

 “근데 혹시, 근처에서 최다인 봤어요?”

 “다인이? 못 본 것 같은데.”

 “아, 그럼 어딜 간 거지.”

 못 본 것 같은 건 또 뭐야.

 나보다 두 살 많은 노해림은 오지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다인이네’ 동쪽 언덕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였고, 가장 자주 찾는 사람이기도 했다. 최다인과는 어떻게 금세 친해져서 둘이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던데 나랑은 아니었다. 어쩌면 둘이 서로 나이가 같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라면 아무하고나 잘 친해지는 능력이 최다인 장점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노해림이 날 부르더니 말했다.

 “재은 씨, 다인이 곧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요. 여기서 같이 기다리는 게 어때요? 시원하고 경치도 좋은데.”

 쟤도 최다인 기다리고 있던 중인가.

 “최다인 보러 온 거예요?”

 “아뇨. 여긴 바다 보려고 온 건데, 재은 씨가 다인이 얘길 하니까. 이제 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좀 더 기다렸다가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하는 마음이 생기네. 그쪽보다 여기가 더 시원할 걸요? 햇볕도 좋고.”

 노해림은 풀밭에서 내 쪽으로 쳐다보며 앉은 채 말하고 있었다. 그 얼굴에 실린 표정을 보니 정말 시원하긴 시원한 모양이다. 그런데 저쪽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너나 실컷 하세요.

 “난 안에 들어가 기다릴게요. 쉬다 가세요.”

 “아, 그래요. 다인이 보면 알려줄게, 또 봐요. 그 머리 잘 어울려요.”

 집 쪽으로 돌아서기 전에 나는 노해림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말하더니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드러눕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층 동쪽 벽은 전체가 단열 처리된 특수 강화유리로 되어 있었고 문 역시 같은 유리였다. 난 2층으로 도로 올라가는 대신 뒤돌아서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동쪽 문을 통해 1층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식탁이 있고 왼쪽으로는 현관으로 이어지는 짧은 통로가 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식탁 위에 뭔가 이것저것 차려놓은 모양인지 상보로 덮어놓기까지 한 걸 볼 수 있었다. 저렇게 해놓을 사람은 최다인 밖에 없었다. 그래서 뭘 또 저렇게 차려놓고는 덮어놓기까지 했는지 저래놓고 어딜 간 건지 식탁 위에 혹시 쪽지를 남겼는지 가서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은이 안에 있니?”

 “아저씨?”

 아저씨 목소리를 듣고는 왼쪽으로 돌아서서 일단 문부터 열었다.

 

 수혁아저씨는 서쪽으로 이웃해있는 집들 중 가장 가까운 집에 사는데, 나와 최다인이 이사 오기 일주일 전쯤 들어왔다고 들었다. 들어온 시기가 일주일 차이로 거의 비슷한데다가 바로 옆집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

 “뭐 하고 있었어?”

 “아저씨, 저기 좀 봐요. 최다인이 저렇게 상만 차려놓고는 어디로 가버렸어요. 그래서 아까부터 걔 어디 있는지 찾아다니는 중이에요.”

 그런데 아저씨 얼굴이 왠지 놀라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곧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는 것처럼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아저씨? 뭐 이상해요?”

 “아니, 그, 네 머리,”

 “아, 이거요? 거치적거리고 갑자기 싫증이 나서, 그냥 잘라버렸어요. 근데 많이 이상해요?”

 “아니, 이상하긴. 시원해보이고 좋다.”

 강력하게 부인하는 모습이 완벽하게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 말 진심이에요?”

 헛기침하시긴.

 “그래. 뭐라고 해야 되냐, 음, 자연스러워. 아니 근데, 너 또 바늘 꽂았어?”

 “아….”

 “저번에, 분명 네 입으로 일주일에 세 번만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 이번 주 봐봐라. 월, 화, 하고, 수요일은 안 했고, 목, 금요일까지 4번이나 했잖아. 근데 거기다 또 했어?”

 “아, 약속 못 지킨 건 죄송해요. 근데 너무 심심한데 최다인은 없고 할 일도 없고 해서,”

 “바늘 찔러 넣을 때 너 혼자 있었다고?”

 이 시점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신경으로 직접 그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것까지는 혼자서 할 수 있지만, 누군가 한 명이 옆에서 각종 수치들을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것저것 호르몬 수치라든가 다양한 신체지수들에 따라서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항상 최다인이 그 역할을 도맡아 했다. 이제 바늘이라면 왼손만으로도 몸에 정확한 위치를 잡아내어 능숙하게 찔러 넣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잘만 하면 내가 무려 12개에 달하는 수치들을 맞춰볼 수도 있겠다고 이래저래 해봤을 것이다. 정말 내가 살면서 조금만 더 공부를 열심히 했거나 공부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면 분명 시도해봤을 것이다. 그랬다면 분명히 나는 혼자서 하려고 했을 것이다. 왜냐면 신경접속회로를 설치해놓은 2층 방으로 올라갈 때마다 최다인은 내 귀에 대고 눈 감기는 순간까지 듣기 싫은 잔소리를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19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나는 공부와 통 멀리 떨어진 채로 살아왔으며 특별한 노선변경 없이 앞으로도 쭉 그럴 예정이었다.

 아저씨는 입 다문 채 가만히 있는 나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재은이 너 왜 여기에 왔다고 했지?”

 “아저씨.”

 이럴 땐 수혁아저씨라도 진짜 불편하고 싫어지려고 한다. 정말 난 이렇게 서있는 게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때 아저씨가 환기하듯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했다.

 “그래, 됐다. 점심 안 먹었으면 이거라도 먹으라고, 수운이가 만든 건데, 너 주려고 일부러 많이 했다더라. 그러면서 나한테 지금 바로 갖다 주라고 했어.”

 “네? 수운아저씨 이런 거 하셔도 괜찮은 거예요?”

 “그럼. 수운이 같은 경우엔 그게 언제든 깨어났을 때 본인 상태가 어떤가에 달려있는 문제라서.”

 “아, 찾아뵙는 건, 아직 안되겠죠?”

 아저씨는 약간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직은 곤란해. 수운이 힘들어.”

 “네. 그럼 감사하다고 꼭 전해주세요.”

 약간 힘 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아저씨가 내미는 그릇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한숨 쉬듯 걱정스러운 듯 아저씨가 덧붙여서 말했다.

 “근데 재은아, 웬만하면, 되도록 하지 마. 그게, 이름이, 신경접속회로라고 했나? 이름.”

 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래. 그 신경접속회로도 원래 처방받아서 가져온 거라며. 그런데 거기에 그렇게 빠져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 걱정 된다. 분명 다인이도 그럴 거고.”

 걱정해주는 아저씨를 쳐다보고 대답하면서, 나름대로 웃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걱정 마세요. 원래 신경접속회로 처방받은 기간이 이번 달 말일까지니까요. 뭐, 그 횟수를 처방받은 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게 좀 문제이긴 하지만, 계속 줄여가고는 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기간 끝나면 회로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돼요. 그러니까 이번 달 끝나면 남용하고 싶어도 하지도 못해요.”

 그제야 아저씨는 얼굴에 특유의 피식거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맛있게 먹어라.”

 

 토마토 기본양념에 어우러진 파스타.

 삶아서 으깬 토마토 껍질을 벗겨내어 각종 재료들과 함께 볶고 끓이고 졸이다가 마지막에 데쳐낸 파스타를 집어넣어 뒤집어엎고 뒤섞고 볶아내는 것.

 

 최다인이 차려놓은 상 위에서 아저씨가 주고 간 그릇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깨작거리다가 난 손에 들고 있는 젓가락을 가만 내려놓았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주방에서 식탁 뒤로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나선형은 아니고 그냥 한번 꺾어서 올라가도록 되어있는 계단이다. 그리고 그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내 방이다.

 그렇게 2층 방으로 들어가면, 바로 앞에 거울이 보인다. 아까 거울 옆 선반 위에 내벌린 채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가위가 아직 그대로 놓여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몇 가닥 끊어진 머리카락이 가위 날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고루 뿌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이 흩어져 있었다. 징그럽게만 보이는 머리칼 한 뭉치도 바닥에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하긴 누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어.

 난 머리카락을 잘라 내고나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양을 봤을 때 느꼈던 감각이 되살아나서 얼굴을 구겼다. 바로 바닥에 한 뭉치로 떨어져있는 머리칼을 주워들어 쓰레기통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나머지 자잘한 가닥들은 내버려두었다. 그건 기생충이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빠지는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이었다.

 그런데 문득 아까 웃음을 참으며 괴상하게 구기던 아저씨 얼굴을 떠올리고는 거울 앞에 섰다. 머리 상태가 약간 어딘가 잡아뜯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손기술 좋은 최다인에게 잠깐 맡겨놓고 있으면 바로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최다인은 어디 갔는지 집에 없다.

 이거 진짜 계약위반이야.

 난 머리를 숙이고 거꾸로 빗으며 털어낸 후 다시 보았다. 잡아뜯어놓은 것 같았던 선이 조금 뭉개지자 좀 더 자연스러워보였고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이 이상으로는 어떻게 손 써볼 수 없으니 여기서 이상해보여도 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드는 데에 나름 만족하면서 신경접속회로가 설치되어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아까 아저씨에게 말했던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니 정말 내 말이 맞았다. 어차피 신경접속회로를 처방받은 기간이 끝나고 나면 더는 접속하지도 못하게 되는데, 그전부터 내가 일부러 횟수를 줄이고 끊으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오전 접속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나버렸던 걸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은 참이었다. 옆에서 수치를 맞춰줘야 하는 최다인이 없다는 문제가 있긴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수차례 신경접속회로를 사용해오면서 매번 각종 신체지수들 측정하는 것부터 최다인 팔뚝너머로 조정되는 숫자를 유심히 살펴본 것이 괜히 그랬던 게 아니다.

 매번 나는 그 숫자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매번 조정되는 숫자 사이에 별 차이가 없으며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차이가 많다고 해봐야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한 자릿수 차이라는 것도 5이상 벌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예전에 딱 한 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측정결과 한 가지 항목에 있어서 이전보다 20이 넘도록 입력수치를 줄여야 한다고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웃음이 났다. 최다인도 나도 그땐 더럭 겁을 집어먹어서 이걸 이대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 동안 진정하지 못하고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처방받은 대로 하긴 해야겠는데, 이사 오기 전 진료 받을 때 신경접속회로에 대해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거였다.

 

 수치를 조정할 때 그게 무슨 항목이든 그 전과 비교해서 두 자릿수 넘게 차이나도록 조정해야 할 경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최다인과 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대로 이번 한 번은 건너뛰기로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내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난 그 이후로 한동안은 신경접속회로를 사용할 때마다 그때 그 상태로 바늘을 꽂았다면 어떤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지 모르겠다고 떠올려보곤 했다. 어쨌거나 그런 적은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신경접속회로 의자에 앉아서, 일단 바늘부터 꺼내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수치조정기기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딩동 하고 팩스 도착했다고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도 없는 집이었기에 외부와 연락을 취하려면 3차원팩스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세 달에 한 번씩은 주치의와 연락을 해야 하는데, 이리로 옮겨오기 전 큰맘 먹고 무리해서 사들여야했다.

 이건 말 그대로 X,Y,Z 세 축 150mm인 규격 안에 완전히 들어갈 수 있는 부피의 물체를 3차원 복사를 통해 정보화하여 팩스로 보내주는 제품이었다. 그런데 일반팩스와 다르게 원본이 심하게 손실된다는 단점이 있는데다 사려고 했을 당시에는 시중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굉장히 비싸서 망설였었다. 하지만 여기 오지마을에 온 자체가 치료를 위해서이니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장만하고 말았고, 여태껏 잘 사용해오고 있다.

 여기 오지마을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집집마다 발전기를 따로 두고 쓰는 형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화선 연결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통신에 접속할 수 있는 전파범위에서도 한참은 벗어나있는 진짜 ‘오지’였다. 간단한 편지 한 통 우편물 부치는 일조차 여기선 보통일이 아니었다. 집배헬기로봇이 정기적으로 마을에 들러서 우편물을 내려놓고 가져갈 우편물들을 수거해가긴 했다. 하지만 겨우 일 년에 두세 번 꼴이었다.

 어찌어찌 집배헬기로봇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아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일 년 동안 정기적으로 네 번은 주치의와 연락해야하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만약 집배헬기로봇을 통해야 한다면, 그런 일 없어야겠지만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큰일이었다. 그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고 그저 우편집배헬기로봇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그에 비해 3차원팩스는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야 일주일이었다. 판매원 말로는 거리도 그렇고 전파문제 때문에 아마 그럴 거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닷새정도면 충분했다. 이 지역자체가 무선통신전파접속권역에서 벗어나있었다. 하지만 역시 신제품이라서 다른 건지. 3차원팩스는 무선통신전파접속권역 바깥 지역에서도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서 딱히 문제가 없었다.

 이쯤 되면 일 년 중 달랑 네 번밖에 안 쓸 걸 사 버렸다고, 그것도 이깟 필름쪼가리나 주고받기 위해서 돈 버렸다고 말하는 소리 일랑 모르는 새 그냥 쏙 들어가 버린다. 그래 잘 산거다. 참으로 유용하다고 밖에는 더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직 팩스 올 때가 되지 않았다. 3차원팩스는 한 통 보내는데 드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정기적으로 분기마다 주치의에게 보내는 경과보고를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주치의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분기 때 연락을 주고받고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한 번 팩스가 도착한 것이다.

 난 다른 곳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주치의 측에서 보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어디 다른 곳에 번호를 알려준 적도 없고, 이쪽에서 주치의 측이 아닌 다른 곳으로는 팩스를 보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착한 게 뭔지 보니 매번 받았던 필름이 아니라 너비가 가로세로 필름 절반 정도인 종이봉투였다. 그리고 봉투에 뭘 이리 잔뜩 넣은 건지,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보였다. 난 봉투를 집어 들면서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그런데 발신번호 표시 창엔 처음 보는 낯선 숫자가 찍혀있었다. 분명 주치의 번호는 0519로 시작했다. 보낼 때마다 이전에 보낸 기록으로 남아있는 번호 그대로 보낸 탓에 다 외우고 있지는 못했지만, 자꾸 보내다보니 앞에 4자리가 0519라는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손에 들려있는 봉투는 0519가 아니라 처음 네 자리가 7231이었다.

 

 아직 널리 상용화되지도 않은 3차원팩스를 보내면서 누가 실수할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누가 실수를 하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진짜 여기로 보내려고 보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봉투를 뜯어보니 여러 번 접은 필름이 한 장 들어있었다. 큰 필름을 작은 봉투 안에 집어넣으려고 접고 또 접어서 넣다 보니 곧 뜯어질 것처럼 봉투가 꽉 차있던 거였다. 무려 다섯 번에 걸쳐 절반으로 고이 접어 넣은 필름을 펼쳐들었다. 그건 뜻밖에도 필름신문이었다.

 

 신문 상태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접혀 들어간 선을 따라서 신문 군데군데 손상된 부분들이 얼룩처럼 까맣게 번져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분명 접을 수 있는 신문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억지로 계속 접어서 작은 봉투에 밀어 넣으니 이렇게 되는 수밖에.

 팩스 규격에 맞추려다보니 그랬겠지.

 113년8월29일. 오늘 신문이다.

 신문에 특별하게 눈길을 끄는 건 없었다. 속보, 국제, 경제, 정치, 사회, 스포츠, 과학, 생활, 연예 등으로 이어져나가는 기사들이 그저 그렇게 있었다. 신문 맨 윗줄 왼쪽구석에 찍혀있는 날짜를 한 번 문지르자 필름 전면에 주식시장 거래량 구체적 수치와 상위 업종에 대한 정보들이 떠올랐다. 한 번 더 문지르자, 구름 뒤에 해가 숨어있는 그림이 전면에 걸쳐 보였다. 그림 아래쪽으로[현재 시각 13:52 이 지역 온도 섭씨 21.6]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체 이런 걸 누가 보낸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난 필름을 말아 들고 팩스기에 남아있는 발신번호를 확인했다.

 

 7231-59951-73

 

 최다인이 아는 번호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신경접속회로 의자에 앉아 나머지 기사들을 찬찬히 살펴볼 요량으로 신문을 다시 펴 들었다. 그런데 맨 윗줄 왼쪽에 있던 날짜가 지워져 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정보인식필름보도매체 중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필름신문이 등장하기 전에는 수없이 많은 보도매체들이 봇물 터지듯 나타났다 모르는 새 폐간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건 그런 매체들 사이에서 거의 모든 보도 자료들은 제대로 된 기사로 나오기도 전에 여기저기 곳곳에서 값싸게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중에는 어디 어느 매체에서나 같은 말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다 나중에는 누가 처음 쓴 건지도 알 수 없는 정보들을 이리저리 서로 팔고 되팔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넘쳐나도록 수많은 정보들이 여기저기에서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돌아다니니 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식으로 엉뚱하게 헛배 부른 시장 배를 채우기 위해 뜬소문에다 말 그대로 뜬구름 잡는 헛소리까지 사실인 양 끼어들어 합세하게 되고 말았다고.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어딘가에서, 이런 사태를 바로잡아야하지 않겠냐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 말은 그래봤자 한참 늦은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 한창 정보인식기능을 갖춘 필름이 새롭게 개발 중에 있었는데, 보도매체업계에서 선택한 것이 바로 그 당시 개발 중에 있었던 정보인식필름인 모양이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어찌어찌 단기정보인식필름을 활용한 보도매체가 나오게 된 거라고 들었다.

 아, 이런 얘길 누구한테 들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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