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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8화
작성일 : 19-10-20 00:56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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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 차원. 한국에 돌아온 첫날 아경이 앉아있던 그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10년 전, 교복을 입고 아경과 그네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깔깔 웃으며 서로에게 장난을 치던 모습. 아경이 토라진 날 말없이 앉아있다가 아경 몰래 머리 뒤를 잡아당기고 아경이 뒤로 돌아보면 아닌 척 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이 갑자기 떠났을 때 매일 혼자 이곳에 와서 빈자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지었을 아경의 모습이 보였다. 어떤 날은 분을 참지 못해 화를 내기도 하고, 며칠간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그래도 또다시 나타나 멍하니 앉아 있는 아경의 모습. 차원은 그런 아경의 지난날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꽉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때 저 멀리서 이 동네에서 못 보던 스포츠카 한 대가 들어왔다. 저도 몰래 그쪽으로 눈이 간 차원. 그러자 그 차에서 아경이 내렸다. 아경을 발견하고 차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쪽으로 다가가려고 하자 운전석에서 내리는 남자를 보고 멈춰 섰다. 강호였다.

 

 "또 그렇게 연락 없이 찾아오지 말고."

 "연락받아는 줄 거고?"

 

 아경은 겸연쩍게 웃음 지었다.

 

 "웃었다는 건 알겠다는 뜻이지?"

 "… 알겠어. 데려다줘서 고마워."

 

 아경은 강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강호는 아경이 들어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차원. 그리고 그 남자가 이강호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차원의 한쪽 손에 주먹이 쥐여지며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 ⁕ ⁕

 

 아경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대자로 누어 천장을 올려다 봤다. 그리고 오늘 하루 동안 쌓인 숨을 크게 내 쉬었다. 그때 카톡 소리가 울렸다. 아경은 누운 채로 폰을 가져와 확인했다.

 

 [시원 : 데이트는 잘하셨나이까?]

 [아경 : 나 일하는 데 알려준 게 너야?]

 [시원 : 학원 앞까지 찾아왔는데, 그럼 어떡해! 난 또 나 보러 온 줄 알았네. 야, 이강호 진짜 다시 봐도 존잘이더라. 그래서 오늘 둘이 뭐 했어?]

 

 아경은 혼자 업이 된 시원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답장을 보냈다. 오늘 강호가 드라이브를 시켜 준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아경의 마음 속에는 아직 묵직한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시원과의 대화가 끝나고, 차원과의 대화창을 눌러보는 아경.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게 연락도 없고,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또다시 혼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 ⁕ ⁕

 

 "오늘 연예가 핫뉴스입니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으던 '거울아, 거울아' 앱이 정식으로 오픈되자마자 엄청난 다운로드 수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SNS상에서도 앱에 대한 게시물과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이용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울아, 거울아'가 정식 출시되자, 유니버스 기획개발팀의 직원들이 각종 매체의 뜨거운 반응을 체크하고 있었다. 실시간 상위 검색어에 무려 5개의 키워드가 '거울아, 거울아'에 관련된 것이었다. 연예인들과 셀럽들도 앱을 깔았다는 소식들이 인터넷 기사에 계속 뜨고 있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점점 축제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때 차원이 등장하자 직원들 모두 손뼉을 치며 그를 환대했다.

 

 “박수는 여러분들이 받으셔야죠.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아직 긴장 놓지 말고, 실시간으로 계속 체크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모두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그때 차원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한 여직원.

 

 "… 데이비드 본부장님, 오늘 출시기념 회식에… 참석하실 거죠?"

 

 여직원들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차원을 바라봤다.

 

 "물론이죠. 오늘은 다들 정시에 퇴근해서 회식 장소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직원들이 까르륵대며 좋아했다. 유난스러운 그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자 직원들. 하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기에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 ⁕

 

 아경이 편의점에서 실시간으로 뜨는 '거울아, 거울아'에 대한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엄지손가락으로 기사를 천천히 넘기며 사람들의 반응을 읽어 보는 아경. 앱이 성공적으로 출시된 것 같아 한시름 내려놓는 표정을 지었다. 폰의 메세지 화면을 쳐다보는 아경. 아직 차원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대화창을 열어 축하한다는 글자를 써보는 아경. 하지만 다시 글자를 지우며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홈화면으로 돌아와 '거울아, 거울아' 앱을 눌러보는 아경. 그러자 로그인 화면이 떴다. 입술을 깨무는 아경.

 

 그때 편의점 유리문 너머로 남자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편의점을 가득 메웠다. 아경은 폰을 내려놓고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 있는 파라솔 의자에 털썩 앉아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분잡하게 계산했다. 테이블 위에 먹을 것을 펼쳐놓고 컵라면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학생들. 그때 한 학생이 밖에 앉아 있는 학생을 보며 말했다.

 

 "야, 근데 저 새끼는 아까부터 표정이 왜 저래? 밥도 안 먹고."

 "아, 그거 해봤거든."

 "… 그게 뭔데?"

 "그거 있잖아, '거울아, 거울아'인가 뭔가."

 "… 그게 뭔데?"

 "아… 새끼, 넌 그것도 모르냐? 미래 여친 보여 주는 앱."

 "… 그런 것도 있어? 근데 저 새끼는… 왜 저러는 건데?"

 "공부만 처하지 말고, 너도 세상사에 관심을 좀 가져. 우리 모손남… 내년에 여친 있는지 조회했거든."

 "내년? 내년이면… 우리 고3이잖아. 고3인 새끼가 무슨 여친이야."

 "그러니까…"

 "그래서? 어떻게 나왔는데? 예뻐?"

 "… 안 나왔어."

 "안 나왔다고? 무슨 오류 났어?"

 "안 나왔다고. 없다고. 내년에도 모솔이라고."

 

 다시 창 밖에 있는 친구를 쳐다보는 학생.

 

 "… 그거 앱 이름이 뭐라고?"

 

 아경은 학생들의 대화에 조용히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다 밖에 있는 학생의 표정이 꽤 심각해 보이자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 아경은 '거울아, 거울아' 앱을 종료하고, 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아경의 가방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상한 기분에 가방을 열어보는 아경.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방을 닫으려던 아경은 갑자기 손거울에 눈이 갔다. 조심스레 손거울을 꺼내서 열어봤더니 안에 하얀 자국이 묻어 있었다. 휴지로 뿌연 흔적을 닦아 보는 아경. 그러나 잘 닦이지 않았다. 물티슈를 꺼내어 다시 문질러 보아도 잘 닦이지 않자 입김을 불어보았다. 그러자 뿌연 흔적이 점차 사라졌다. 아경은 거울 표면에 묻은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뚱한 표정을 바라보던 아경은 귀찮다는 듯 다시 가방 안으로 거울을 집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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