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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처형
작성일 : 19-10-19 17:46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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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 궁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누가 왔느냐?

  -달포입니다.

  -안으로 들여보내시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방 안으로 들어오는 달포에게 옅은 웃음을 내보이는 성 법사. 달포는 깊게 허리를 숙여 법사에게 인사를 한다.

  -법사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날 첫 만남 이후 달포는 성 법사에게 혈육의 따뜻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랫동안 만나 온 사이가 아님에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친밀감이 있었다. 그녀가 모르는 그녀의 혈족, 현 대수, 둘만이 아는 비밀이 있다는 것, 우리는 이제 한 배를 탔다는 말이 달포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박 상궁이 죽은 후 의지할 곳 없는 궁에서의 삶에 새로운 등불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 대수가 왜 자신의 혈족인지 달포는 알지 못한다. 분명 자신의 가족들에게 부슨 변고가 있었다는 것 즈음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버지와 엄마, 어느 날 박 상궁 마마가 그녀를 데리고 갔다는 것. 그것이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기억하는 전부다. 상궁 마마가 돌아가시기 전 그녀에게 한 말을 달포는 홀로 가슴 속에 품고 있을 뿐이다.

  -네 이름은 현 이홍이다. 그것은 잊지 말아라.

  (내 이름이 현 이홍이라 했다. 그럼 현 대수가 나의 혈족이라 했으니 아버지인가, 성 법사 앞에 나타났다는 현 대수는 누구일까, 그리고 나타났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달포는 그렇게 몇 날 며칠 현 대수를 생각했다. 죽은 박 상궁 마마도 말해주지 않았던 사람의 이름, 현 대수라는 이름을 결코 입에 올리지 말라는 성 법사의 간곡한 부탁. 너무 간곡해서 더욱 참을 수 없이 알고 싶어졌다. 입술을 물어뜯으며 알고자 하는 욕망을 눌러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 궁에 낭인이 쳐들어왔다.

  전하의 심복이 되어라.

  성 법사가 준 주머니를 치마저고리 안에 깊이 묶고 왕을 들쳐 업었다. 왕은 짚단처럼 가벼웠다. 왕비는 살해당했고 궁은 난파되었다.

 

  -전하는 어떠시냐?

  -통 수저를 들지 않으십니다.

  -전하께 들어가는 수라를 잘 보아야 한다.

  -누군가 전하를......

  -사방이 짐승떼라, 그분의 안위가 걱정이구나.

  -전하께서 법사님을 찾으십니다.

  -차비를 할 터이니 나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달포는 법사의 방을 나와 마당으로 내려갔다. 잎이 떨어져 나간 살구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눈발이 내릴 것처럼 성긴 하늘, 겨울이 오고 있다. 그때 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아저씨! 한교에요.

  부엌에서 나와 노인이 대문을 열어준다.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오는 젊은 청년, 어깨에 무언가를 메고 낑낑거리더니 마당에 짐을 내려놓는다. 마당 한 쪽에 서 있는 달포를 흘깃 쳐다본다.

  -손님이 있으셨네요.

  -궁에서 나온 분이여.

  -와, 궁인은 생전 처음 보네요. 어쩐지 태가 달라요, 달라.

  달포는 고개를 갸웃 내리며 청년에게 예의를 차린다.

  -지금 궁 안이 난리 일텐데 어째 나오셨대요.

  청년은 내려놓은 짐을 다시 메고 부엌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을 한다.

  -법사님을 뵈러 나왔지.

  청년과 함께 부엌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이 답을 한다.

  -우리 법사 님, 궁에 드나드신 다는 소문이 참말이었나 보네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이고 어여 이거나 갈무리해라.

  -내 법사 님 덕에 전하 용안이라도 한 번 봤으면 싶네요. 어째서 그 양반이 그러고 계신지 따져 볼라고요.

  -에이끼, 이놈이, 몇 대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릴 거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세상이 어째 돌아가는지 임금님만 모른다니까요. 세상사람 다 안다고요.

  노인이 청년의 등짝을 한 대 치는 소리가 달포에게까지 들린다. 그때 차비를 끝낸 성 법사가 방에서 나온다.

  -강 서방, 저 다녀와요.

  그때 청년이 부엌에서 달려 나와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법사 님, 저 왔습니다.

  -오냐, 마침 너 잘 왔다. 괜찮으면 나 좀 따라와라. 바깥이 휭휭해서 나다니기가 겁나는구만.

  -진짜요? 저야 얼마든지 시간이 차고도 남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네 녀석 주먹 힘 좀 빌려볼거나.

  -그건 걱정 마십시오. 아시지 않습니까. 제 이 주먹을요. 말 그대로 소를 때려잡는다고요.

  -소 말고 사람을 때려잡아야지. 허허.

  그렇게 해서 청년 한도는 성 법사와 달포를 따라 길을 나섰다.

  -한교야, 공부는 좀 하고 있느냐?

  -법사님이 하라고 하셔서 하기는 하는데 통 진척이 없네요.

  -이제 세상은 그 힘만으로는 안 된다. 주먹질로는 잘 해야 남의 집 시종살이여. 지식으로 무장한 병사가 되어야 하느니.

  -사내자식 한 번 태어났으면 뭐가 되든 되어야지요.

  -뭐가 되도 되지 않아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있지.

  -그나저나 저 궁녀는 궁 어디에 계신 분이시대요?

  -네가 앞으로 잘 모셔야 할 분이다.

  -높으신 분이신가요?

  -수라간 나인이다.

  -헌데 제가 수라간 나인을... 왜?

  -주먹질 하는 놈이 그 주먹 어디다 쓰겠느냐. 내가 네가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를 줄 아느냐?

  -제가 뭘......

  한교는 머리를 긁적이며 성 법사가 하는 얘기를 피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달포는 성 법사와 청년 한교를 두어 걸음 뒤에서 따라 걷고 있다. 청년이 하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가벼움, 건들거리는 듯한 태도가 달포의 눈에는 영 거슬렸다. 궁으로 들어가는 문에 당도하자 성 법사가 한교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내가 오늘 안에 안 나오면 저 세상 사람인 줄 알고.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까?

  성 법사가 농으로 한 말이었지만 한교의 눈이 돌연 허옇게 뒤집혀 진다. 재미 삼아 따라왔다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게 아닌가 해서 퍼뜩 정신이 아득한 것이다. 껄껄 웃으며 궁 안으로 들어가는 성 법사를 한교는 불안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다. 왕이 있는 침전으로 가는 길에 법사가 달포에게 말한다.

  -너한테 큰 도움이 될 녀석이다. 그러니 그리 경계할 필요는 없어.

 

  왕이 머리를 잘랐다. 상투를 자르고 왜놈처럼 짧게 올려친 검은 머리카락이 두건처럼 왕의 머리를 접수하고 있다. 성 법사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왕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잘려진 왕의 머리카락은 500년 조선의 종묘사직이 잘려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꼬리를 잘린 용이 아니라 머리를 잘린 용이다. 왜놈이 강제한 단발령이 왕의 머리에까지 뻗쳤다.

  -보기 흉측하오?

  왕이 법사에게 묻는다. 자조뿐인 목소리다. 스스로를 조롱하지도 위로하지도 않는 생명 없는 왕의 목소리. 성 법사는 엎드려 울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렸다. 법사는 그저 고개를 숙일 따름이다.

  -저들의 마수가 이제 내 육신에까지 뻗쳤소.

  -전하.

  -나는 괜찮으오. 여전히 살아 있소.

  -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면 바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뀌셔야 바꿀 수 있습니다)

  -죽어서 바꿀 수 있다면 죽어야겠지.

  (살아서 못하는 건 죽어서도 못합니다)

  -전에 법사가 말했던 황토마루 귀신 말이오. 내가 그 자들의 영을 달래지 않아서 궁에 변고가 생긴 건 아니오?

  (왕은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전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원귀가 해꼬지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성 법사는 한 맺힌 혼령들이 왕의 주변을 맴도는 것을 안다. 허나 그들이 죽어서 원한을 갚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그것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 역사의 장풍을 원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현 상궁 일파를 어디에 묻었는지 아시오?

  -화장하였습니다.

  -누가 그리 말하던가?

  -그리 보였습니다.

  -법사에게 나타나서 뭐라고 하던가? 이 조선을 씹어 짓이기겠다고 하던가?

  -그냥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 자는 내 충성스런 궁인이었네.

  법사는 피를 흘리며 통곡을 하던 현 상궁을 말하지 못했다. 살점이 찢겨져나가고 팔다리가 잘리고 눈알이 파헤쳐지고 귀를 뜯긴 현의 모습을 말할 수 없었다. 때론 지독할 만큼 이기적이나 대체로 인자한 왕, 왕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애처로운 그의 삶, 앞으로 다가올 그의 고난에 고개 숙일 따름이다.

 

  현 상궁은 정변의 무리에 섞여 왕을 가두는 일에 가담했다. 왕실의 외척을 도륙하고 개화된 세상을 꿈꾸는 모반을 감행한 것이다. 그들의 모반은 왕을 죽이자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500년 섬기던 주자를 버리고 조선의 독립과 부강을 염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미약했다. 청군이 들이닥쳐 판세는 뒤집히고 혁명에 가담한 무리들은 도망쳐야 했고 채 달아나지 못한 현 상궁은 왕의 명령 하에 참수되었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 사이로 살을 베이며 달겨드는 지독한 추위에 현의 살갗이 저며졌다. 대역죄인 이라고 적힌 명패를 목에 걸고 육모전(종로)에서 형장으로 가는 길, 성난 군중들은 그녀에게 돌을 던지고 물어뜯었다. 피를 철철 흘리며 괴기하게 쓰러져가는 현 대수. 제 발로 걷고는 있으나 질질 끌려간다는 몸짓,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은 피로 엉켜있고 흉측한 몰골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피 칠갑을 한 온몸은 야수처럼 이글거렸다. 그녀는 군중들을 향해 이리처럼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절규와도 같은 신음소리, 현 대수를 향해 죽어라, 하고 외치는 사람들의 난장 속에서 그녀가 퍼붓는 저주를 들은 사람은 없다.

  온 천하가 피로 물들 것이다. 내 반드시 돌아와 산지옥으로 갚아주마. 산채로 잡아먹히게 할 것이다. 골육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조선의 씨종자는 남김없이 도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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