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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6. 석준의 비밀
작성일 : 19-10-19 15:09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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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애초에 평범한 술잔이라면 임현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술을 절대 입에 대지 않는 친구의 술잔이다. 기분에 따라 한 번만 마시자고 해서 마셨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럴 거면 술을 왜 남겼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그걸 발견했을 때부터 임현은 쭉 생각하고 있었다. 우현은 임현의 말을 듣고 침묵을 지킨 채 두뇌를 회전시키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술잔.

  “하지만 그것은 이상합니다. 새벽에 저한테 온 메일에는 그 술잔에서 검출된 지문, 입술자국 등은 모두 피해자의 것이라고 적혀있었는데요.”

  우현이 반론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뭐랄까요. 그래도 좀 꺼림칙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과학수사라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는 임현이지만 어쨌든 눈으로 훑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보통은 물러서야 하지만 여전히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이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임현의 기본 상식을 계속해서 흔들리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석준에게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술로 인해 죽은 동생이 있다는 게 더욱 큰 이유였다. 술을 마신 상태로 새벽에 밖을 돌아다니다가 졸음운전을 하던 승용차에 치여 죽은 일이었다.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임현이기에 더욱이 술잔에 의심을 품고 있는 건 당연했고, 술잔에서 나온 증거가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그는 납득할 수 없는 기분을 넘어 께름칙한 기분까지 느껴버리고 만 것이다.

  “아시다시피 수사는 감으로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압니다.”

  우현이 내뱉은 수사의 정설에 임현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임현은 카페를 나와 곧바로 석준의 부모님을 찾아갔다.

  앞서 카페에서 석준의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릴 때 당연하게도 제일 먼저 그들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석준의 부모님과의 통화 중에 마지막에 들려온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임현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석준의 부모님 집엔 처음 가보는 것이라고 임현은 생각했다. 왜 그런 것인지 천천히 생각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머릿속에서 이유가 떠올랐다. 임현과 석준은 친구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만의 관계였기에 서로의 부모님들이 개입할 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서로가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현과 석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서로의 단편적인 소개만이 양측의 부모님들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임현은 버스에서 내려 석준의 부모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주소를 처음 들었을 땐 꽤나 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들의 집을 보니 멀리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넓은 평지에 줄줄이 늘어져있는 컨테이너 박스들은 얼핏 보면 누가 버린 것처럼 보였지만 전구를 이용한 장식들이나 주차장,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자의로 누군가가 이곳에 살고 있음을 암시했다. 시력에 나름 자신이 있던 임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컨테이너 안을 살펴봤다. 잘 꾸며진 인테리어들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의 어깨 위로 크고 조금은 무거운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으악!”

  갈라진 목소리로 짧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재빠르게 옆을 돌아보자 어깨 위에 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큰 손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뒤,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리자 손의 주인이 웃으며 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웃음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그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뭘 그렇게 놀라나. 자네가 임현 군이지?”

  그 누군가가 석준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석준이 아버님이신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석준의 아버지는 대답했다.

  “그래. 주현석이라고 한다네.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우선 들어가지.”

  현석의 손에 밀리듯이 임현은 컨테이너 숲으로 들어갔다.

 

  꾸며진 컨테이너 박스는 인생을 살면서 처음 들어와 본다고 임현은 생각했다. 깔끔한 갈색의 벽지가 사방을 메꾸고 있었으며 컨테이너 숲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소설책, 앨범, 컴퓨터 등이 내부 공간을 소소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들어올 때 임현이 확인한 문에 걸린 팻말에 따르면 그와 석준의 부모님이 들어와 있는 이곳은 거실에 해당하는 곳이다. 앞에 놓인 딸기맛 우유를 빨대를 통해 마시며 임현은 친구의 부모님이 말을 꺼내길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생각에 부응하듯 곧이어 현석이 입을 열었다.

  “그래……. 너도 많이 놀랐겠구나.”

  앞서 아무런 대화도 없었기에 지금 튀어나온 한마디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석을 제외한 임현과 석준의 어머니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그 한마디에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지는 구태여 말로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현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난 김화린이라고 한단다.”

  옆자리에 있던 화린이 임현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연이어 현석이 다시 정식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미 알겠지만 우리가 석준이의 부모란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임현은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그들을 똑바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석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석준이가 너와 동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우린 말렸단다. 아무리 돈독한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같이 살다보면 트러블이 늘 일어나기 마련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그러고 싶다고 버티기에 한 번 물어봤지. 대체 왜 그렇게까지 원하는지……. 뭐라고 대답했는지 짐작이 가니?”

  저절로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석준의 생각은 예측할 수 없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임현에게 있어 석준이라는 친구는 늘 그런 존재였다. 의외의 존재.

  석준과 임현이 처음 만난 것은 그들의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곧 있으면 졸업이기에 더 이상의 인간관계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었고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의 과거를 건드리며 놀린 것을 구실로 크게 싸웠던 전적이 있었기에 아무도 임현을 친구로 두려 하지 않았고 그 또한 친구를 만들려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석준은 유일하게 임현에게 다가왔던 사람이었다. 물론 다가왔다는 뜻이 단순하게 말을 걸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로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임현에게 다가온 것이 되니까 말이다. 석준과 다른 사람들이 명백하게 달랐던 점은 단 하나였다. 하지만 임현에게 있어선 정말이지 큰 하나였다. 임현 자신에게 다가오고자 했던 다른 사람들은 그가 계속 밀어내면 그대로 밀려나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던 것에 비해 석준은 임현이 밀어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그대로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왔었다. 임현은 그런 그에게 특별함을 느꼈었고, 누구도 자신의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정정하고 유일하게 석준만은 허락했었다.

  회상에 젖어가던 임현을 현실로 건져낸 건 현석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였다.

  “석준이는 너를 좋아했다. 우정 이상의 의미로 말이야.”

  거울을 보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눈이 저절로 커져갔다는 것을 임현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현석과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의 의미를 임현이 파악하기도 전에 이번엔 화린이 입을 열었다.

  “그래. 정말이지, 흔들림이 없는 눈으로 말하더구나. 테스트 삼아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그래도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니까…….”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요…….”

  “그래. 우리도 물어봤단다. 만약 네가, 임현이가 너의 마음을 거절하면 어떡할 거냐고 말이지. 그랬더니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니? 고백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고백을 안 한다고요?”

  “그래.”

  임현은 자신의 정보 처리 속도가 이야기의 진행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질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그걸 증명해주듯 이내 멍해졌다. 처음 들었고, 그렇기에 생각하지도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간 주제가 머릿속을 흔들었다. 자신의 친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좋아했다는, 심지어 그런 자신과 친구가 같은 성별이라는, 친구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임현을 멍한 상태로 만들 정도로 많은 충격을 내포하고 있었다.

  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현석은 천천히 자신의 앞에 있는 우유를 마셨고 임현 또한 그를 따라 딸기 우유를 마셨다. 목구멍을 따라 흘러내려가는 우유에 생각의 흐름을 맡기며 임현은 다른 시점의 과거를 회상했고 여러 가지 장면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여성향 잡지를 보고 있던 석준과 그것을 발견한 자신을 보고 당황했던 모습,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 석준의 모습 등등이 말이다.

  문이 다시 열리며 아까 전에 나갔던 화린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었기에 나갔다 오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임현이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그의 손에 사진 뭉텅이를 쥐어주었다. 그것을 살펴보자 색이 다 바래버린 사진들도 있는가 하면 빳빳해 보이는 비교적 최근의 사진 또한 있었고 엊그제, 즉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날에 찍은 사진도 있었다. 이게 뭐냐는 표정을 지으며 임현이 화린을 바라보자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석준이를 우리가 찍은 것도 있고 석준이가 너랑 동거를 하고부터 찍어서 보내준 것들이야. 네가 가져줬으면 해서.”

  “아, 그런 거군요.”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끄덕이며 임현은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친구의 마지막 흔적이라는 사실이 임현에게 묘한 울림을 줬다.

  남은 딸기 우유를 쭉 빨아들인 뒤, 임현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친구의 부모님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살고 있으신 건가요?”

  예상하지 못 한 질문을 받은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이내 화린이 웃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여긴 우리 땅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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